<무도>에 대한 호불호, 점점 골이 깊어지는 이유

 

역시 <무한도전>은 대단했다. 사실 일반인에게 온전히 메가폰을 맡기고 한 회 분량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보통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무도를 부탁해’에서는 ‘거장 이예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부족한 기획과 진행경험 자체를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냈고, 지난 ‘간다간다 뿅간다’ 특집에 잠깐 나와 화제가 됐던 김해소녀들과의 화학작용을 통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즉 이예준 군이 만드는 예능 자체(논두렁에서 미꾸라지 잡기)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미숙하고 불완전한 프로그램 제작에(그것도 초등학생에게!) 베테랑 MC들과 제작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 자체가 웃음의 포인트라는 점이다. 일이 생각만큼 풀리질 않아 고민하고 또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이예준 군이 오히려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건 부족한 것조차 오히려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김태호 PD의 능력 덕분이다.

 

안양예고 친구들이 기획해 진행한 ‘무한MT’ 특집 역시 소재로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건 늘 <무한도전>에서 여행가면 했던 아이템의 반복이 아니던가. 하지만 안양예고 여고생들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 과정을 김태호 PD는 귀엽고 풋풋한 느낌으로 잡아냈고, 베테랑 MC들은 이 아이템의 핵심이었던 김해소녀들과, 학생과 아저씨 콘셉트로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을 만들어냈다.

 

즉 “잠깐 쉬어갈께요!”하고 말하며 슬레이트를 쳐도 그 슬레이트를 친 이예준 군이나 안양예고 친구들을 찍는 카메라는 계속 돌고 있었다는 것. 특집 소제목은 ‘무도를 부탁해’지만 사실은 그간 <무한도전>에 대한 무한 사랑을 보여준 팬들(그러니 아이템들을 줄줄이 외우고 어설퍼도 이런 제작에 뛰어들 수 있었을 게다)에 대한 일종의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팬덤에 보답하는 자리.

 

그런데 이 팬덤이라는 것이 <무한도전>의 최대 장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한계로서 지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특정 팬덤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정반대로 팬덤 바깥에 있는 일반 시청자들이 의도치 않은 소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무도를 부탁해’ 특집에 쏟아진 호불호는 그 단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이 그간 해왔던 아이템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팬들에게 이런 기획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왜 저들이 저럴까”하는 의구심을 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팬들의 환호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을 넘어서 일종의 반발심까지도 만들어낸다.

 

너무나 공고한 팬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애정어린 비판조차 허락지 않는 듯한(물론 이건 일부일 것이지만) 분위기 또한 <무한도전>을 폐쇄적인 일종의 성역으로 인식시킴으로서 부정적인 시선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성역이란 것이 그 자체로 피아를 구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만들어지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공격과 방어가 오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팬덤은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는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팬덤을 소유한 <무한도전>은 그만큼 공고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성장기에는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8년 넘게 지속된 프로그램에서 요구되는 것은 그 팬덤의 세계에 갇혀 <무한도전>의 역사를 반복적으로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8년을 위해 좀 더 과감하게 그 문을 개방하는 자세가 아닐까.

 

‘무도를 부탁해’ 특집은 그래서 <무한도전> 팬덤을 확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베테랑들의 능력을 발견한 자리이면서, 동시에 새로움과 팬덤을 넘어서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무한도전>에게 앞으로도 주욱 주말의 웃음을 부탁할 수 있기를.

<스플래시>, 클라라의 탈락이 안타까운 이유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에서 클라라는 출연한 이유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 방송에서 그녀가 말한 대로 ‘몸매’ 혹은 ‘노출’이 그것이다.

 

'스플래시(사진출처:MBC)'

실제로 <스플래시>에서 그녀의 수영복은 여타의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상에 신경을 썼다고 미리 말했고, 옆쪽이 터져 있어 골반 부분이 훤히 드러나는 수영복을 입고 나왔다. 눈에 띌 정도로 긴 속눈썹을 붙이고 나온 것처럼 비주얼에 특히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것은 <스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이 클라라에게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적당한 노출이 있는 만큼 비주얼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클라라는 거기에 적임자인 셈이다. 출연자 소개 장면에서도 ‘섹시’를 유달리 강조한 모습들이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는 MC들 역시 클라라의 노출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게다. 신동엽은 가운을 굳이 벗어달라고 요청했고 클라라는 수영복의 골반 부분을 가리키며 “여기가 포인트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MC인 전현무도 마찬가지다. 다이빙대에 올라온 클라라에게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은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였다.

 

제 아무리 노출이 포인트가 아니라고 해도 ‘노출의 아이콘’인 클라라를 출연시켰을 때부터 이런 전개(?)는 이미 예상된 일이다. 노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클라라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스플래시>라는 다이빙 콘셉트 리얼리티쇼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선정적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몸에 대한 찬사는 문제될 것이 없다.

 

즉 클라라가 <스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을 수락했을 때 이제 그 열쇠는 클라라에게 넘어온 것이 된다. 중요한 것은 클라라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노출만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일이다.

 

물과 고소에 대한 공포가 있는 이가 그 한계를 넘어서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클라라는 노출 그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절실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연습 도중 당한 허리 부상으로 부상 트라우마를 겪음으로써 훈련부족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1차 심사위원 점수에서 24.5점이라는 최하 점수를 받았다. 현장 관객 투표에서 가까스로 샘 해밍턴을 이겨 살아남았지만 2차 도전에서 결국 심사위원 결정으로 탈락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녀는 스스로 갖게 된 기회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중들이 여전히 그녀를 노출의 아이콘으로 소비하고 있고, 방송 역시 그것을 활용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다이빙대에 섰을 때는 어떤 반전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한계를 넘는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만, 그 한 걸음이 클라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스플래시>의 첫 회 탈락은 그녀에게 너무 안타까운 결과가 되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클라라는 ‘노출’로만 소비된 채 다이빙대를 내려오게 되었다. 클라라가 주목해야 할 이들은 이 날 <스플래시>에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준 임 호와 여홍철의 투혼일 게다.

 

사극을 찍다가 익사의 공포를 느끼고는 물 공포증이 생겼다는 임 호는 훈련 때문에 온 몸이 멍 자국 투성이었다. 그는 공포를 이겨내고 10미터 높이에서 멋진 자세로 뛰어내려 박수갈채를 받았다. 모두가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말했지만 체조와 다이빙의 쓰는 감각이 달라 오히려 고생한 여홍철은 심지어 고막 염증을 일으킬 정도의 귀의 통증을 이겨내면서 멋진 다이빙을 선보였다.

 

바로 이런 점은 현재 노출로만 소비되는 게 두려워 심지어 눈물을 쏟아냈던 클라라가 스스로도 밝혔듯 여배우로서 온전히 서기 위해서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일 게다. 임 호의 온 몸에 난 멍 자국처럼 말이 아닌 실제 결과로서 보여줄 때 그 진정성은 대중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

 

최고의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자신의 영역을 확연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클라라는 지금 어떤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한계를 넘어 여배우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이미 소비되고 있는 노출의 아이콘으로 주저앉을 것인가. 실로 어려운 일이지만 클라라로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댄싱9>의 눈물, 진심이 느껴진 까닭

 

<댄싱9>. 이건 실로 오디션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하다.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이 이제는 더 이상 경쟁과 서바이벌이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제 아무리 경쟁의 시스템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보여지는 ‘공존과 협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K팝스타>가 배출했던 수펄스가 그랬고, <보이스 코리아>의 백미인 콜라보레이션 미션이 그랬다.

 

'댄싱9(사진출처:mnet)'

그런데 <댄싱9>은 차원이 다르다. 가창의 영역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이미 일상화된 것이지만, 춤은 아직까지 실험적인 단계가 아닌가. 도대체 현대무용과 스트릿댄스가 어우러지고, 한국무용과 재즈댄스가, 또 댄스스포츠와 스트릿댄스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우리가 어디서 접하겠는가. 물론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작품을 통해 비보잉과 발레가 접목됐을 때나, 숙명가야금 연주단과 비보잉 그룹 라스트포원이 만나 절묘하게 꾸며지는 무대를 봤을 때 그 감동이 배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나.

 

단 6시간 정도를 주고 이 다양한 장르의 춤을 한 무대로 선보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자못 무모한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무대 위에 올라온 결과물을 보면 이건 기대 이상이다. 단지 춤이라는 공유점 하나만을 갖고도 이들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결과를 보이는 걸까. 스트릿 댄스를 하는 서영모가 캡틴인 무대에서 한국무용을 하는 김해선의 압도적인 표정으로 무대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면이나, 스트릿 댄스의 하위동이 캡틴으로 나선 무대에서 현대무용을 하는 이선태가 그 느낌을 맞춰주는 장면은 순간 이 무대가 오디션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든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올라가고 누군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최선의 무대를 향한 이들의 의지는 심지어 합격과 불합격의 차원을 넘어서는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거의 모든 무대 미션은 울음바다가 되기 마련이다. 팀을 이끌었던 캡틴은 누군가 떨어진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기 일쑤고, 떨어진 팀원들은 오히려 캡틴에게 감사를 표한다. 심지어 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뜨린 마스터들도 눈물을 글썽인다.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틀 속에 들어와 있지만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눈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댄싱9>이라는 무대가 이들 춤꾼들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일 게다. 춤. 사실 지금껏 춤은 대중문화의 중심에 들어온 적이 별로 없었다. 현대무용이나 발레 같은 클래식은 어딘지 대중과 유리된 어떤 세계처럼 치부되어왔고, 비보잉 같은 스트릿 댄스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에 반짝 관심이 모였다고 해도 그것이 그들의 위상을 바꿔주지는 못했다. 댄스 스포츠는 <무한도전>이나 <댄싱 위드 더 스타>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면에 세워진 적이 있으나 여전히 대중문화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춤 하면 여전히 대중들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백댄서. 춤바람. 심지어 제비가 아니던가. 그들은 그렇게 가수들 뒤에서 춤추는 존재들로 치부되어 왔고, 심지어 사모님을 돌리고 돌리는 그런 타락의 존재들로 비하되어 왔다. 이런 편견은 고전무용이나 현대무용 같은 클래식을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딘지 대중과 유리된 귀족들만을 위한 춤처럼 여겨지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게 그들의 현실이 아니던가.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과거 한 스포츠화 광고에서 이종원이 의자 하나를 놓고 보여준 현대무용이 대중들을 열광시킨 적이 있었고, <백야>의 미하일 바르시니코프는 놀라운 연속 턴으로 발레의 세계에 우리를 푹 빠뜨린 적이 있었으며, 최근에도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블랙스완>이나 하다못해 <개그콘서트>에서 발레를 소재로 했던 ‘발레리노’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춤은 그렇게 늘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한때 우리를 주목시키기도 했지만 그것이 하나의 독립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장르로 인식되지 못하고 광고나 영화 심지어 개그의 소재로서 일회적인 관심에 그쳤던 감이 있다.

 

‘백댄서’로 표상되듯 늘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 서서 누군가를 돋보이게 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비로소 온전히 무대의 중심에 세워준 <댄싱9>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을 것인가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 그들이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것은 그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말해주는 것이고, 또한 춤의 장르는 달라도 ‘춤꾼’이라는 한 마디로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과 콜라보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댄싱9>이 우리에게 새롭게 보여주는 ‘춤꾼’의 세계는 그들이 갖고 있는 경쟁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춤’이라는 공유지점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지극히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적어도 춤꾼들을 백댄서 혹은 화석화된 고전을 여전히 시연하는 존재 정도로 보는 시선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그 누가 이들을 더 이상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토록 아름답고 인간적인 몸의 언어들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려 몸부림치는 그들을.

할배들, 할매들보다 훨씬 보여줄 게 많다

 

항간에는 <꽃보다 할배>의 할매판으로 불리는 <마마도>. 평균나이 68세의 중견 여배우 4인방이 이태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다. 이미 그대로 베낀 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방송이 나오지 않은 터라 뭐라 말하긴 어렵다. 다만 이 할머니들이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가 과연 괜찮은 기획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과연 <마마도>는 <꽃보다 할배> 같은 재미와 의미를 뽑아낼 수 있을까.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김영옥(75), 김용림(73), 이효춘(63), 김수미(61). 일단 김수미를 제외하고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다지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중견 여배우들이다. 김수미는 <런닝맨> 같은 젊은 취향의 예능에도 출연한 바 있어 젊은 세대들에게는 괜찮은 기대감을 만드는 게 사실이다. 김용림도 <풀하우스>에 나온 적이 있지만 그다지 예능적인 존재감을 보인 바는 별로 없다. 김영옥과 이효춘은 아예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인물들이다.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추구하는 것이 ‘재발견’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 중 김수미보다 오히려 김영옥이나 이효춘이 의외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훨씬 예능감이 좋고 적응되어 있는 김수미가 전면에 부각되게 되면 자칫 전체 흐름이 그녀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다행스러운 건 그녀가 막내라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백일섭이 맡은 역할을 생각해보면 김수미에게서 기대되는 점은 의외로 언니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일 수 있다.

 

<꽃보다 할배>가 할아버지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안정적인 재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이서진이라는 짐꾼 덕분이었다면 <마마도>에서 이태곤의 역할 또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의도치 않은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던 이태곤이기에 생각보다 기대감이 크지는 않지만, 그 역시 늘 카리스마를 보였던 모습과 정반대로 왕 누나들 사이에서 어린 동생 역할을 보여준다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마마도>의 아킬레스건이 <꽃보다 할배>과의 끊임없는 비교점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만큼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이 훨씬 재미있을 수 있었던 건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들 하면 떠오르는 일종의 선입견을 할아버지들이 더 파괴력 있게 깨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들은 이른바 권위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그 권위가 내려지는 지점에 <꽃보다 할배>의 핵심적인 재미가 존재한다.

 

하지만 할머니들은 사정이 다르다. 사회적으로 어르신의 변화라고 하면 할머니들이 아니라 할아버지들의 변화를 떠올리는 건 그만큼 과거 갖고 있던 권위를 내려놓게 된 이들이 할아버지들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의외의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할아버지들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마마도>를 <꽃보다 할배>와 비슷한 흐름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편견일 수 있다. 즉 방송이 나와 봐야 제대로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송 이전에 소재만으로도 갖게 되는 기대감은 프로그램의 성패에 대단히 중요하다. <꽃보다 할배>는 방송 이전부터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기대감을 주었던 프로그램이 아닌가. 과연 <마마도>는 이런 한계점들을 극복하고 <꽃보다 할배>와는 다른 결의 프로그램임을 입증해낼 것인가. 아니면 그저 베끼기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으로 남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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