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남의 광장'이 꺼낸 못난이 특산물들, 유통의 개선이 필요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멀쩡한 특산물에 '못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걸까. SBS <맛남의 광장>이 찾아간 여주는 우리에게는 쌀 산지로 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쌀만큼 많이 나는 것이 가지였다. 전국 가지의 4분의 1 물량이 여주에서 난다는 것.

 

그런데 그 곳을 찾은 백종원과 김희철도 또 시청자들도 놀라게 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잘 자란 커다란 가지가 '못난이'로 불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다소 아담해 보이는 가지가 상품이 된 까닭은 규격화된 포장박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전국적으로 규격화된 박스에 들어가는 작은 가지만이 상품성이 있다는 사실에 백종원은 말이 안된다며 마트에 갈 때마다 불만이 그렇게 작은 가지들만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상품이었다는 것.

 

가지를 생산하는 젊은 사장님은 '못난이 가지'가 상처나고 휘어진 것이나 기준보다 작거나 기준보다 큰 것이라고 했다. 물론 맛의 차이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격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상품이라고 불리는 작은 가치가 하나 당 현재 가격으로 300원 정도인 반면, 잘 자라 덩치가 큰 '못난이 가지'는 150원에서 100원이라고 했다.

 

백종원은 잘 키워서 잘 자란 상품이 못난이 소리를 듣고 있으니 속상하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사장님은 날씨가 좋아서 더 빨리 자라거나 일손이 부족해 미처 수확하지 못해 더 자란 가지들 때문에 '못난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백종원은 중국에서는 가지가 더 커서 다양한 요리를 해먹을 때 더 좋다고 했다. 게다가 마트에 가서 가지를 사려고 할 때 너무 작아서 지금이 제철이 아닌가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는 것.

 

김희철은 "감자도 예뻐야 돼 가지도 예뻐야 돼..." 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꺼내놓았다. 사실 <맛남의 광장>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알게 된 사실이었을 게다. 너무 잘 자란 특산물들이 오히려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된 건 유통 과정에서 생겨난 일들이었다. 마트에서 잘 진열된 것들만 상품으로 보다보니 감자도, 고구마도 가지도 모두 예뻐 보이는 것이 상품이 되고, 그래서 그것들만 팔려나가면서 그렇지 못한 것들이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

 

강원도 못난이 감자와 해남 대왕고구마가 이렇게 못난이 취급을 받으며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맛남의 광장>이 알려주고 유통까지 연결해줬던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가치가 된 바 있다. 그렇게 소개된 못난이들(?)은 소비자들이 순식간에 몰려 완판 되는 '예쁜이들'이 되지 않았던가.

 

결국 유통과정에서 '못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멀쩡한 특산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건 농민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유통을 바꾸는 것도 결국은 소비자다. 그 정보를 올바로 알고 '못난이'들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그런 문화가 생겨난다면 유통도 변화할 테니 말이다. 좀 못생겼다고 심지어 너무 잘 자랐다고 천대받고 버려지는 특산물들이 있다니. 소비자들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사진:SBS)

'반도', 좀더 쿨한 강동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산행> 그 후 4년. 바로 이 문구만으로도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K좀비라는 지칭이 나올 정도로 '한국형 좀비'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살아있다> 같은 올 여름을 겨냥한 좀비물이 이미 등장했던 터라, <반도>에 거는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을까. 뚜껑을 연 <반도>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별 생각 없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액션을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좀비 떼들과 두 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이는 그 시간에 푹 빠져들 수 있다. 공포와 스릴러와 액션이 잘 버무려진 작품인데다, 무엇보다 이러한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공간이 할애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울 수 있다.

 

<반도>에서 압권은 자동차를 타고 벌이는 액션 신이다. 마치 차가 날아서 이단 옆차기를 하는 것 같은 실감을 주는 자동차 액션은 마치 <매드맥스>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특히 좀비떼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원들이 특수 개조된 차량을 몰고 도주하는 정석(강동원) 일행을 추격하고 또 따돌리는 액션은 우리도 이런 액션이 가능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폐허가 된 인천항이나 오목교의 살풍경 같은 공간들을 종말론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는 대목이나, 무엇보다 마치 하나의 행위예술을 보는 것만 같은 좀비 떼들의 소름끼치는 동작들과 마치 그림처럼 묘하게 뒤섞인 모습은 대단히 독특하다. 만일 <부산행>에 이어 <반도>까지 K좀비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어쩌면 그 지분의 상당 부분은 좀비 역할을 한 배우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좋은 액션과 연출에도 불구하고 <반도>가 남기는 가장 큰 아쉬움은 너무 평이한 인물을 신파적 구도 속에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정석이 바로 그렇다. 그는 좀비 천지가 된 한국에서 배를 타고 홍콩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는 아픔을 겪는다. 바로 이 지점이 정석의 캐릭터를 다소 신파적으로 만든 이유다.

 

그를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존재로 세웠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간 반도에서 만난 민정(이정현)의 가족과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다소 감정과잉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정석의 캐릭터는 액션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러한 아픈 감정을 얹는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되어 있다. 대신 액션은 대부분 정석이 반도에서 만난 민정(이정현)과 그 가족들인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이 맡는다.

 

그래서인지 액션을 맡은 민정과 준이, 유진은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정석의 매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민정의 가족 중 첫째 딸 준이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을 맡고 있어서인지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정석보다 서브에 가까운 준이가 더 주목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는 이 영화가 가진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액션은 좋은데 감정 과잉은 어딘지 한계를 남긴다는 것. 트라우마 때문에 시종일관 인상 쓰고 있는 주인공보다 좀 더 껄렁하거나 쿨한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사진:영화 '반도')

'골목식당', 음식 초보 사장님은 어떻게 백종원을 감동시켰나

 

간만에 보는 따뜻하고 먹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항 꿈틀로 골목 수제냉동돈가스집 이야기다. 지난주 첫 출연하면서 이 집은 그 사연만으로도 안타까움을 많이 안겨 주었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동생들이 차린 퓨전주점이 한 달만에 문을 닫았고, 맏딸인 사장님은 그 책임이 자리를 잘못 구해준 자신 탓이라 생각하며 그 자리에 브런치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어려워지자 수제냉동돈가스집을 열었던 것.

 

하지만 본래 학습지 선생님이었던 사장님이 특출난 요리에 대한 비법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 정도로 장사가 안되는 데다 요리 경험도 일천하면 차라리 장사를 접는 편이 나아 보였지만 사장님은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 퇴직금으로 낸 가게인데다 마침 갑상선암 투병까지 했던 터라 가게를 접는다는 것 자체가 아버지에게 좋지 않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맏딸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졌다.

 

장사는 잘될 리가 없었다. 많이 팔리지 않는 돈가스를 미리 만들어 냉동실에 꺼내 쓰니 맛이 좋을 리 없었고 그건 다시 매출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청귤청에이드를 먹어본 백종원은 차라리 그쪽이 더 나을 듯 싶었지만 어떻게든 음식으로 일어나고픈 사장님은 돈가스를 고집했다. 결국 실험적으로 스텝들에게 30인분 돈가스를 점심에 한꺼번에 해보고 나서 사장님은 드디어 깨달았다. 마음만으로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솔루션 자체가 몇 개월이고 지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장님의 노력은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 전화로 죽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묻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괜찮은 생각"이라고 한 마디 해준 것이 기회의 씨앗이 되었다.

 

몇 달이 지난 후 위로 차 다시 포항을 방문한 백종원은 이 집의 놀라운 변화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간 마치 숙제라도 하듯이 레시피를 연구해온 사장님의 노력은 무려 세 권이나 되는 노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돈가스에서부터 다양한 레시피를 도전해오다 백종원이 얘기한 죽에 꽂혀 다양한 죽을 실험한 끝에 사장님이 개발한 요리는 이른바 '덮죽'이었다. 덮밥 같은 형태지만 죽 위에 덮어 덮죽이란다.

 

반신반의하며 사장님이 내놓은 덮죽을 본 백종원은 일단 그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감탄했다. 그리고 맛 또한 놀라웠다. '덮죽'이라는 이름을 아재개그로 활용해 이거는 "넙죽 넙죽 먹겠는데요?"라고 백종원이 말할 정도였다. 아직까지 자신의 레시피에 대한 확신이 없던 사장님은 백종원 앞에서 긴장하고 있다가 "흠잡을 데가 없다"는 말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 몇 달 간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끊긴 가게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매일 같은 레시피를 시도하고 그걸 하나하나 노트에 적어놨던 노력의 시간을 인정받은 느낌이었을 게다.

 

굉장히 도와줘야 할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백종원은 스스로 노력해 길을 찾아낸 사장님을 칭찬하며 오히려 도와줄 것이 없어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백종원이 떠난 후 작가들은 사장님에게 다가가 "너무 감동했다"는 말을 건넸다. 혼자 그 많은 노력을 해온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이렇게 열심히 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맏딸로서의 부채감 같은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아버지가 방송을 봤다면 맏딸의 그런 노력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아버지는 마음이 흡족하실 듯. 백종원도 시청자도 그러했듯이.(사진:SBS)

'모범형사' 정의의 사도 아닌 형사들이 각성한다는 건

 

"전요 우리가 발톱의 때만도 못한 놈들이라는 거 인정 못해요. 우리가 불합리한 걸 자꾸 넘어가주니까 그것들이 우리를 자꾸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거라고요. 우리는요 세상은 못바꿔도 최소한 한 사람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강력2팀 막내 심동욱(김명준)은 우봉식(조희봉) 팀장에게 그렇게 항변한다.

 

우봉식은 자꾸만 현실을 이야기한다. 술이나 마시고 잊어버리자고 한다. 같이 술자리에 온 변지웅(김지훈)과 지만구(정순원)는 옆 테이블의 여자들을 힐끔거리며 농담을 해댄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막내 심동욱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술집을 나간 심동욱을 따라 나와 우봉식은 신세한탄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는다.

 

"야 나라고 불합리한 거 모르겠냐? 만구도 지웅이도 마찬가지고 아는데 그냥 견디는 거지. 난 처음에 경찰이라는 데가 정의의 용사들이 떼거리로다 몰려 있는 데인 줄만 알았어.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더라고. 비열한 놈들도 있고, 지 출세하는데 남 이용해먹는 놈도 있고, 무조건 지 윗선만 챙기는 놈도 있고, 강도창이처럼 미련한 놈도 있고. 우린 경찰이니까 그러면 안돼. 그런 건 없어. 경찰이라고 너무 큰 잣대를 들이밀지 마라, 우리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우봉식의 이런 토로는 사실 공감 가는 면이 더러 있지만 그것이 옳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경찰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쥐고 있는 건 누군가의 생명이기도 하다.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정의를 외면하면 엉뚱한 사람이 살인자가 되어 사형당할 수도 있고, 진짜 살인자는 버젓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일들은 결코 평범할 수 없다.

 

<모범형사>의 우봉식이 현실에 무릎 꿇고 술로 애써 죄책감을 지우며 버텨내는 형사의 모습이라면 그가 '미련한 놈'이라고 부르는 강도창(손현주)은 적어도 '쪽팔린 건 아는' 형사다. 그래서 그 역시 진급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과거 자신이 검거해 윗선의 압력으로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살인자를 만들어버린 이대철(조재윤)이 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게다가 지금껏 그다지 강력2팀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인천 서부경찰서 문상범(손종학) 서장이 회식자리를 열고 강도창에게는 대놓고 그 사건을 파지 말라고 하며 진급을 미끼로 회유하고 휴가까지 보내자 앞에서는 그러겠다 하면서도 더더욱 찜찜해진다. 무언가 이대철 사건에 연루된 비리의 냄새가 풍기기 때문이다.

 

<모범형사>가 여타의 형사물과 다른 지점은 다름 아닌 강력2팀이나 강도창 같은 형사가 대단한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똑같이 일상을 버텨내며 살아가고 때론 실수를 저지르며, 자신의 진급을 위해 타인의 불행에 눈 감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 부분이 지금껏 형사물에서 무언가 다른 존재로 그려지던 형사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하고 보기 불편한 지점이긴 하지만, 그런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강도창이 조금씩 각성하는 모습에 더더욱 몰입되는 면이 있다.

 

예고편에 슬쩍 나온 것이지만 "범인을 잡는 게 아니야. 죽을 놈 목숨 구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강도창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건 이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평범하디 평범한 형사들이 그래도 각성할 수밖에 없는 어떤 순간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달렸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현실만을 선택하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지고 그래서 미련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 그 현실과 어긋나는 선택의 지점에서 <모범형사>는 더 실감나는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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