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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도심 속의 고색창연함 인사동은 도시라는 현대 공간 속에 오롯이 버티고 있는 고색창연함 그 자체다. 물론 대부분의 건물들은 현대화되었지만 그 현대조차도 과거를 담고 있다. 그 풍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겨운 돌바닥을 밟으며 사람에 치어 다니는 종로거리에서 낙원상가쪽으로 걷다가 인사동 길로 접어든다. 문득 눈도 마음도 몸도 조금 편안해지면서 고풍스런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첫 번째 진원지는 바로 바닥이다. 여느 보도 블럭과는 다른,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듯한 먹빛의 돌바닥은 그 위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유를 준다. 그 바닥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뭘 그리 복잡하게 시간에 쫓겨다니는가. 잠시 놀다 가면 안되겠는가. 그래 걸어 들어온 인사동 거리. 잠시 주유하며 늘어진 버드나무의 유연함에 마..
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 드라마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사극열풍의 주역인 ‘주몽’과 ‘연개소문’이 될 것이다. 그 중 ‘주몽’의 인기는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저 월드컵 시즌에도 식지 않는 열기를 과시했고 월드컵이 끝나자 마의 시청률 40%를 넘겼다. 심지어 휴가철을 맞은 지금에도 여전히 35% 전후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도 휴가철도 누르지 못한 ‘주몽’의 독주로 인해 타 방송사의 월화드라마는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전의를 상실하고 있다. ‘주몽’의 강력한 견제자로 등장했던 ‘연개소문’ 역시 역부족이었다. 간신히 20%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것이 휴가철을 맞아 17%대로 떨어지는 수난을 겪고 있다. 이렇게 되자 고개를 드는 것이 주몽의 매너리즘이다. 고산국 소금산 모험에서..
주몽의 인물론영웅이라는 말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 영웅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에 도전하는 인물로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삼국지나 각종 전쟁에서 보여지듯 전쟁지도자나 정복자의 의미를 갖기도 했다. 또한 영웅이 포괄하는 범위는 넓어서 때로는 순교자, 과학자 혹은 예술가가 영웅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존재하는 것은 당대에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영웅이라는 ‘현실을 뛰어넘는 이상적 존재’에 투영하는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제 영웅이라는 말은 월드컵에 나간 축구선수일 수도 있고, 기술적 발견을 해낸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심지어 연예인이 되기도 하며, 작게는 가족을 지키는 부모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영웅은 이제 저 멀리에서부터 우리 옆으로 찾..
괴물이 재난영화처럼 보이는 이유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그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괴물의 모습이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 고질라 만큼 거대하지도 않고, 에일리언처럼 작지도 않은 그저 아담한 크기의 괴물은 무엇이든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입과,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꼬리 그리고 뒤뚱뒤뚱 걸어갈 때나 사용될 법한 다리가 위협적일 뿐이다. 심지어 축축하게 젖은 눈과 조그마한 공간에 벽을 보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그 모습은 관객들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고 가는 영락없는 괴물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 속에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괴물의 정체에 대해 다시 ..
유오성의 복합연기유오성의 연기를 보면 참 복합적(?)이란 생각이 든다. 연기라는 것이 행복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내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오성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수많은 감정과 심리에 따라 표정과 손짓, 행동이 어찌 다 똑같을 수 있을까. 유오성의 섬세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복합감정의 표현은 자칫 단순할 수 있는 드라마에 미묘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투명인간 최장수’는 유오성이 가진 이런 힘이 백분 발휘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편의적인 것이지만 ‘투명인간 최장수’를 장르적으로 구분해보면 어떨까. 드라마 첫 회의 장면들은 이 드라마가 마치 조폭이 등장하는 형사액션물이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든 일단의 조폭들과 대..
가 경계해야 할 TV의 만용폭력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너무 멀다. 그래서 이제 방송사가 나선다. 카메라는 이제 폭력이 은밀히 자행되고 있는 사생활 속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 장면들은 충격적이다. 가족관계에서의 상식의 선은 넘어선 지 오래고, 그것은 상식을 넘었기에 비정상으로 다뤄진다. 21세기에도 불구하고 노예 할아버지, 노예청년, 노예 며느리... 왜 그리도 ‘노예들’은 많은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을 위해 ‘긴급출동 SOS24’는 이른바 솔루션 위원회를 결성해 각종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과연 TV가 이렇듯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TV는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정의의 기사인 것 같다..
vs 수목 드라마가 아줌마, 아저씨들의 장이 됐다. 기혼자들의 시각을 제대로 담아낸 드라마 두 편이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투명인간 최장수’와 ‘돌아와요 순애씨’다. ‘투명인간 최장수’는 이 시대에 가족에게 있어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가장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조폭들과의 일전을 보여준다. 각목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그 현장에 최장수는 깨지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상황은 극적이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 장면은 우리네 가장들에게는 익숙하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들의 사회생활은 최장수가 벌이는 사투와 다르지 않다. 그것이 아무리 전쟁 같을 지라도 그것을 가족에게 일일이 늘어놓지 못하는 처지 역시 최장수가 우리 시대의 가장들과 같은 점이다. 그래봤자 이해는커녕, 괜한 불..
와 이데올로기‘서울 1945’는 현재 이데올로기와 전쟁 중이다. 가까운 근대사를 드라마화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논쟁거리를 낳는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삼성, 현대가를 다룬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이 그랬다. 이것은 그 때의 역사가 지금 현재까지 바로 영향을 끼치는 근거리에 있어 외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시대’의 극본을 쓴 이환경씨가 다시는 근대사를 드라마로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어려움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서울 1945’의 경우에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일제시대의 이야기에서는 잠잠하던 것이 해방 후부터는 시끄러워졌다. 이른바 친일파에 대한 문제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 등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 논쟁에서 우리는 다시 해묵은 ‘좌익과 우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