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 첫 방과 <무도> 클래식의 특별한 만남

 

MBC <무한도전>은 역시 대중들과 소통하기를 원했다. 식스맨 특집으로 광희가 선발되면서 생겨난 갖가지 잡음들은 <무한도전>이 짊어져야할 숙제일 수밖에 없었다. 광희의 합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의 선택은 그런 목소리들까지 프로그램으로 끌어안는 것이었다. 광희가 첫 녹화를 위해 MBC에 도착했을 때 <무한도전>은 광희 합류 반대 시위를 하는 1인을 세워두고 그의 반응을 살피는 몰래카메라를 준비했다. 광희는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두려워 그 옆을 지나치지도 못할 정도로 겁 많고 여린 모습을 보여줬다.

 

분장실에 들어와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광희는 그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출연자들은 광희를 다독였다. 박명수는 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유재석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첫 오프닝 녹화에 들어간 광희는 첫 멘트에서도 자신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욕을 하더라도 보고 욕을 하셨으면 좋겠다열심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광희를 반대하는 1인 시위가 몰래카메라였다는 것을 밝히자 그제야 조금 밝아진 광희는 <무한도전>을 하면서 갖게 된 부담감을 털어놨다. 매니저가 무슨 법이 있다며 보낸 메시지가 지덕체를 가져야 되며 청렴결백하게 살라는 내용이었다고 하자, 유재석은 우리가 공직자야?”라고 했고, 박명수는 무슨 총리 인증하냐 지금?”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너무나 높아진 <무한도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에 대한 <무한도전> 식의 토로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광희의 신고식은 혹독하기 그지없었다. 먼저 스타킹을 뒤집어 써 한없이 얼굴을 망가뜨리는 장면을 찍더니 얼굴에 빨래집게 30개를 꼽는 고통을 견디게 했다. 또한 깔창으로 따귀를 맞으며 참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쫄쫄이를 입히고 거리를 활보해 음식점에서 개구기를 끼고 주문을 해오는 미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첫 방은 <무한도전>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는 <무모한 도전>들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었다. 빨래 건조기와 맨손으로 빨래 짜는 대결을 벌이고, 기계식 세차와 맨손 세차 대결을 하고 또 목욕탕에서 자연배수와 손으로 물을 퍼내는 대결은 과거 <무모한 도전> 시절의 추억을 새록새록 되살렸다.

 

예고편은 이 <무모한 도전>을 통해 광희의 신고식이 계속 될 거라는 걸 보여줬다. 과거 <무모한 도전> 시절에 했던 롤러코스터에서 짜장면 먹기 같은 도전들이 잠깐 예고되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이런 자막이 붙었다. ‘신데렐라는 무슨...’. 이것은 아마도 <무한도전>이 광희가 앉게 된 식스맨의 자리가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었을 게다. 그것은 결코 영광의 왕좌가 아니라는 것.

 

광희의 첫 녹화 신고식과 <무한도전> 클래식의 만남은 그래서 특별했다. 그것은 <무한도전>의 초심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었고 동시에 광희의 <무한도전> 적응기이기도 했으며, 광희 합류 반대 의견에 대한 <무한도전>식의 소통 방식이기도 했다. 거기에 신데렐라는 없었다. 대신 한없이 자신을 망가뜨리며 한계를 시험해야 하는 새내기가 있을 뿐.

 

<삼시세끼>를 위해 <꽃할배>가 깔아 논 밑밥

 

희한한 일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끝날 때만 해도 차승원이라는 발군의 출연자가 만들어낸 만재도 만찬으로 앞으로 돌아올 이서진의 강원도편이 시들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웬걸?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을 보고 나니 이제 이서진이 보여줄 <삼시세끼> 강원도편이 그리워진다. 도대체 나영석 PD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것은 과거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 끝났을 때 느꼈던 소회와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또 한 번의 <꽃보다 할배>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삼시세끼> 강원도편과 어촌편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것은 강원도편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최지우가 그리스편에 합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영석 PD<삼시세끼><꽃보다> 시리즈를 운용하는 방식은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주목된 인물이 생겨나면 그 인물을 자연스럽게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 힘을 이어간다. 여행에서 돌아와 한 그리스 식당에서 최지우가 후일담을 나누며 방송 나간 후 태희, 혜교에게 연락이 왔다. 보고 있다고 한다고 말하자 나영석 PD가 재빠르게 그들 데리고 김치 담그러 오라고 슬쩍 섭외 욕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래서 그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밑밥은 시청자들로서는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밑밥은 이서진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는 새로운 짐꾼으로서 최지우가 단연 돋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서진이라는 존재가 왜 나영석 PD의 페르소나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나영석 PD가 그에게 용돈을 왜 최지우에게 주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자, 역시 이서진 다운 답변이 흘러나왔다. “맡길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는 것. 즉 두바이에서 아이스크림으로 과소비(?)’를 목격한 이서진이 돈 관리는 자신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건 나영석 PD나 시청자들이나 딱 듣고 싶었던 얘기였을 것이다.

 

이처럼 이서진은 가까워진 사이일수록 더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매력이다. 이서진은 마치 농담을 하듯 어느 날 할아버지 두 분이 다가와 이서진씨는 우리들의 로망이라고 하시더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들의 로망도 아닌 어르신들의 로망’.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어르신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어르신들에게는 마치 자식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보면 이번 그리스 여행을 통해 이서진은 연인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최지우와 마치 오누이처럼 친근하게 지내면서 때로는 툭탁거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연인 같은 설렘을 갖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으로 세워진 이서진의 면면들은 고스란히 앞으로 이어질 <삼시세끼> 강원도편에 대한 기대감이 될 수밖에 없다.

 

<꽃보다 할배><삼시세끼>는 공간적인 차이에 있어서도 기막힌 짝패다. 해외 배낭여행이라는 설렘이 있다면 <삼시세끼>처럼 어딘가에 콕 박혀 소꿉놀이하듯 내밀하게 즐기고 싶은 로망도 있기 마련이다. 해외를 보다보면 강원도 오지가 그립게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이런 그리움을 마치 작업이라도 걸 듯 나영석 PD<꽃보다 할배>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꽃보다 할배>의 배낭여행이라는 정서와 <삼시세끼> 같은 시골 살이의 정서가 이렇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영석 PD의 예능을 밀어주고 끌어주게 된 걸까. 그것은 이 프로그램들이 나영석 PD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어르신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이렇게 먼 여행과 일을 하고난 후에는 시골에 콕 박혀 쉬고 싶어한다. 그 진심에 공감하는 한 시청자들도 똑같은 정서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꽃보다 할배>에서 <삼시세끼>로 또 <삼시세끼>에서 <꽃보다> 시리즈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서의 흐름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이서진이 하게 될 대충대충 어리숙하면서도 잘 하는 척 생색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특유의 넉살을 보여주는 이 매력적인 아마추어 농부 요리사가 보여줄 <삼시세끼>가 자못 궁금하다. 그것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승원이 보여준 만찬과는 또 다른 맛이고,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이 보여준 페이소스 짙은 여행의 맛과도 다른 맛이다.

 

김희선은 어떻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나

 

<앵그리맘>은 종영했어도 연기자 김희선은 남았다? 너무 호들갑을 떨건 없다. 그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녀가 연기자의 길로 전향했음에도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겨우 이 작품을 통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고, 그렇다고 그녀의 연기가 아직까지는 중견의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기 때문이다.

 

'앵그리맘(사진출처:MBC)'

중요한 건 김희선의 태도다. 그녀는 확실히 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과거 톱스타로서 그녀가 하는 말투나 그녀가 입은 옷과 그녀의 스타일이 모두 화제가 되던 시절의 김희선은 확실히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는 진지해졌다. 과거 그저 그런 신데렐라 이야기의 트렌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연기라기보다는 김희선이라는 당대의 아이콘을 그대로 보여주는 선에 머물렀다면 최근 그녀의 행보는 그런 껍질을 깨려는 안간힘이 묻어났다.

 

이전 작품이었던 KBS <참 좋은 시절>에서 김희선은 그녀의 연기력 논란에서 가장 많이 차지했던 발음과 발성의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어색한 면은 있었다. 하지만 사투리 연기가 어딘지 예쁘게만 보이던 그녀의 이미지를 눌러버리고, 오히려 그녀 안에 있는 다소 촌스런 듯한 면면들까지 끄집어내줬던 것은 큰 성과였다. <참 좋은 시절>에서 늘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 있던 김희선의 참 좋은 시절의 스타 이미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김희선에게는 괜찮은 징조였다.

 

<앵그리 맘>은 김희선에게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간 시도다. 엄마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만인의 연인으로 서 있던 그 자리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은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연기를 통해 담아내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딸 오아란(김유정)이 학교로부터 당하는 폭력 때문에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학교에 들어오는 엄마 조강자(김희선)라는 역할은 다소 과장되어 있다. 하지만 시작과 끝은 다르다. 과장된 설정으로 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온 엄마 조강자는 차츰 좀 더 거대한 학교 비리와 불의에 맞서나가는 인물로 성장한다.

 

과장에서 시작해 진지해지는 이런 캐릭터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김희선의 연기시도를 안착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위장이지만 김희선이 고등학생 역할을 한다는 것이 다소 무리한 듯 여겨졌으나 그것은 딸 오아란을 위한 모성애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었고, 그 모성애는 모든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니 이 <앵그리맘>의 캐릭터가 김희선의 연기도전에 있어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김희선이 조금씩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참 좋은 시절>로 촌사람의 연기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앵그리 맘>의 엄마 역할로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 다음 작품에는 어떤 연기의 시도를 보여줄 것인지가 이제는 궁금해졌다. 이것은 아마도 김희선에게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연기가 궁금해진다는 것. 그것은 연기자로서의 길 위에 그녀가 서 있다는 걸 말해주는 일이니까.

 

<냄새를 보는 소녀>가 남궁민을 활용하는 방식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연쇄살인마 권재희(남궁민)라는 캐릭터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이 드라마는 지리멸렬해졌을 지도 모른다. 멜로와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와 형사물이 공존하는 이 드라마는 그 긴장과 이완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때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냄새를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녀 오초림(신세경)과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최무각(박유천)의 알콩달콩한 멜로에 자칫 긴장감은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사진출처:SBS)'

일찌감치 권재희가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밝혀놓은 이 드라마는 이 인물의 주도면밀함을 알리바이를 꾸미는 과정을 세세히 보여줌으로써 그의 존재감을 세웠다. 철두철미하고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으며 대단히 영리한 두뇌를 가진 연쇄살인마.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드러내자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의 위협을 받는 오초림이나 최무각 또는 오초림의 아버지인 오재표(정인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됐다.

 

최근 몇 회 동안 드라마의 엔딩에 권재희를 세워놓은 건 그런 점에서 확실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가 오초림의 존재를 알아채고 마치 어떻게 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엔딩 크레딧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 때문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 하나는 장난처럼 죽일 수 있는 연쇄살인마이면서도 권재희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갖고 있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그런 단점을 부여함으로서 극에 긴장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인식장애 때문에 오초림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그녀의 사진을 훔쳐 뒷조사를 하려는 권재희와, 그 사진을 바꿔 그가 영원히 오초림을 알아볼 수 없게 하려는 최무각과 형사들의 두뇌싸움은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권재희라는 극악의 캐릭터를 제대로 세워놓음으로써 드라마가 아주 작은 단서나 물건 하나로도 쉽게 극적 긴장감이 가능하게 한다는 건 대단히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제는 그가 누군가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짓기만 해도 섬뜩한 느낌을 주고, 보호해주고픈 오초림 같은 주인공 옆에 서기만 해도 끔찍해진다. 그는 특별히 끔찍한 행위를 드러내 보인 적이 별로 없다. 생각해보라. 권재희가 실제로 누군가를 죽이는 유혈이 낭자했던 장면이 있었던가를. 그런 구체적인 폭력의 장면 없이도 이런 효과를 낸다는 건 주목해볼 일이다.

 

거기에는 남궁민이라는 연기자의 공이 절대적이다. 친절하고 따뜻한 웃음으로 다가왔던 그는 어느 순간 연쇄살인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웃음을 섬뜩한 살기로 바꿔놓았다. 어딘지 무심한 듯한 두 눈이 무언가를 멍하게 응시할 때 시청자들은 이 인물이 어딘가 보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박유천과 신세경이 보여주는 스릴러와 멜로를 넘나드는 연기 역시 괄목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바탕을 만들어주는 남궁민이라는 존재감이 없었다면 이 연기들 역시 밋밋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남궁민이라는 연기자 하나가 드라마에 만들어내는 힘은 그래서 절대적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를 계속 해서 궁금하게 하고 보게 만드는 힘은 바로 그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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