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최고 덕목이 된 시대, 옹달샘의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장동민의 논란이 갑자기 불거진 것에 대해 이번 <무한도전> 식스맨에 의해 급부상한 존재감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계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팟캐스트였다고는 하나 그것 역시 엄연한 방송이었다. 게다가 옹달샘은 이미 어느 정도 자기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탑 개그맨들이 아닌가.

 

'속사정쌀롱(사진출처:JTBC)'

그들이 했던 말들은 차마 입에 담고 다시 거론하는 것조차 불쾌하고 심지어 남자의 입장에서조차 모욕적이고 한편으로는 싸이코패스를 의심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늘 콩트와 상황극 속에서 이야기의 합을 맞춰가는 옹달샘이니 그들의 이야기가 물론 리얼은 아닐 수 있다(분명 자기가 한 후임을 묻어버렸다는 군대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담으로도 차마 담지 못할 그런 농담을 버젓이 할 수 있는 인성의 소유자들이라는 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분노하게 만드는 분명한 리얼이다.

 

인터넷 방송이 지상파보다 어느 정도 수위가 높고 논란이든 찬사든 화제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는, ‘관심에 대한 갈구가 있다는 건 일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있는 법이다. 다소 표현의 수위가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동민과 함께 옹달샘이 한 말들은 수위의 차원을 넘어서 그들의 인성과 인격을 의심케 하는 것들이다.

 

혹자는 이것이 한 때의 실수이고 당시 문제가 됐을 때 이미 사과를 했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건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이미 옹달샘으로 어느 정도 입지를 갖고 있던 시기에 했던 말들이다. 즉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당시 했던 사과를 사과라고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키득키득 대며 장난치듯 욕 좀 먹어 봐야 돼라고 서로 얘기하는 식의 이야기가 어떻게 사과가 될 수 있나.

 

물론 이 문제는 장동민에서부터 확산되었지만 유세윤, 유상무를 포함하는 옹달샘을 모두 포괄하는 문제다. 이런 문제적 발언들이 만천하에 공개된 마당에 이들이 나오는 방송을 대중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을까. 이건 단지 장동민이 <무한도전> 식스맨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묻는 사안이 아니다. 그가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은 이제 그것이 하나의 캐릭터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인성의 문제가 아닌가 하고 보게 될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날 방영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공교롭게도 양심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런 상식선의 이야기가 유세윤이 문제의 팟캐스트에서 킬킬대며 했던 이야기들과 자꾸 겹치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사안이 묻혀져 있을 때만 해도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재미있고 또 그래서 심지어 호감을 주었지만, 이 놀라운 발언들을 하나하나 접하게 된 대중들로서는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을 사뭇 달라졌다. 과거의 연예인이 주로 외모나 능력(연기력, 가창력 같은)을 주로 봤다면 지금은 인성을 더 많이 들여다본다. 작금의 예능이 리얼리티쇼로 가고 있고, 그 가감 없는 리얼 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그 사람의 인성에 더 어필하고 있다는 건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유독 연예인들의 인성이 논란거리로 자꾸 등장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연예인들이 정치인들처럼 철저한 검증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옹달샘의 문제는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만신창이가 된 피해자를 보며 낄낄 웃음을 지어대는 그런 것이 어떻게 개그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공감능력을 상실한 비정상적인 이들의 비뚤어진 취향이 아닐 수 없다. 옹달샘은 이미 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선조의 내우외환, 통지자의 자격은 어디에 있나

 

새롭게 시작한 MBC 사극 <화정>은 광해군(차승원)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광해군의 비극을 낳은 선조(박영규)로부터 시작된다. 임진왜란을 전혀 예측하지도 못하고,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도성과 백성들을 버리고 파천을 거듭한 왕. <화정>에서 광해군이 선조의 사후에 그토록 불안정한 집권 속에서 가까운 이들까지 숙청해버리는 일을 하게 된 건 선조가 광해군을 세자로 앉히고도 든든한 지지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정(사진출처:MBC)'

독살이 의심되는 선조의 죽음 앞에서 광해군은 그 숨겨놓았던 울분을 토해낸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이면서 왜 자신을 그렇게 밀쳐내려 했는가 토로하며 죽어가는 선조에게 자신은 아버지와는 다른 왕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선조가 자신을 그렇게 미워했던 이유가 자신이 아버지와는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진왜란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고 또 백성들의 지지를 한 몸에 얻은 세자 광해군. 반대로 왕이지만 백성의 손가락질을 받는 선조. 선조의 질투가 이런 비극을 낳았다는 것.

 

선조의 무능함이 어떤 비참한 결과로 국가를 이끄는가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징비록>에서의 선조의 모습이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해온 일련의 잘못된 선택들을 하나하나 아프게도 꺼내 놓는다. 파천을 그토록 반대하는 류성룡(김상중)을 결국 좌천시켜버리고, 임진왜란의 첫 승리를 거둔 신각(박경환)을 상관의 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참수시킨다. 뒤늦게 그 사실은 안 선조는 이를 되돌리려 하지만 이미 형은 집행된 후였다.

 

무능한 왕을 대신해 승전보를 가져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왕의 그늘 바깥으로 밀려나 있던 인물들이다. 전라좌수사로 바다를 지켜 왜군의 보급로를 끊어버린 이순신 장군이 그렇고(그는 심지어 무고를 당해 훗날 백의종군하게 되지 않던가), 의병으로 분연히 일어나 전세를 바꾸어버린 곽재우 장군이 그렇다. 이렇게 되니 왕에 대한 지지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조가 이순신을 질투했다는 얘기가 그저 풍문만은 아니라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중요한 건 왜 이 무능한 왕 선조가 현재 방영되고 있는 두 사극에서 동시에 다뤄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두 사극에서 선조는 중심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극들이 갖고 있는 비극적인 이야기의 어떤 시발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왜 이토록 무능한 왕의 실정이 지금 현재 사극의 어떤 배경이 되고 있는 걸까.

 

<화정>의 김이영 작가가 밝힌 것처럼 사극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이야기다. 그것이 현재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기 때문에 굳이 그 시점의 이야기가 다시 그려진다는 것이다. 선조의 시대가 전쟁과 정쟁으로 피폐된 나라 살림과 이로 인해 굶주리는 백성들의 시대로 기록된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한 일이다.

 

<화정><징비록>은 그런 점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면 통치자의 자격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왕은 한 사람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한 사람의 무능함은 엄청난 비극을 불러온다.

 

세프들은 어떻게 주말 예능의 메인이 됐을까

 

이 정도면 셰프들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음식이 등장하고 그 음식을 요리하는 셰프들이 등장한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예능에 출연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였다면 최근에는 셰프들이 등장하는 게 또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런 사정은 주말 예능도 예외가 아니다. <12>은 지난해 가을밥상특집으로 샘킴과 레이먼 킴이 출연해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이번에 샘 킴과 레이먼 킴은 각각 MBC <진짜사나이>KBS <12>로 대결을 벌이고 있다. 물론 <12> ‘주안상특집에는 레이먼 킴 이외에도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와 강레오 셰프가 출연했지만 최근 들어 주목받는 건 단연 레이먼 킴이다.

 

레이먼 킴은 SBS <정글의 법칙> 인도차이나 반도편에 출연해 이른바 정글 쿡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껏 정글에서 맛보다는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어왔다면 레이먼 킴이 있는 정글에서는 즉석에서 얻은 식재료들로 화려한 정글세끼의 만찬이 매번 벌어진다. 조금은 거친 듯한 레이먼 킴의 요리 스타일은 정글과 잘 어우러지며 독특한 그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그가 <12>에 새로 투입돼서는 재료 구입비를 놓고 벌어지는 복불복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0원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국에 있는 소규모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가 그 막걸리에 걸 맞는 주안상을 차리는 미션을 부여받은 출연자들. 재료 구입비가 하나도 없는 레이먼 킴은 막걸리를 팔아 재료를 사면 안 되냐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레이먼 킴이 그래도 요리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면, 샘 킴은 훨씬 더 인간적인 면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그는 지난 <12> 가을 밥상 편에 출연했을 때도 레이먼 킴과는 달리 의외의 허당 이미지를 보여준 바 있다. 샘 킴의 허당 이미지는 <진짜사나이>라는 군대 상황 속에서 극대화되어 보여지고 있다.

 

특급 셰프로서의 위용은 온 데 간 데 없고 취사병으로 들어가서도 설거지를 도맡아 하며 선임들에게 갖은 구박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나름대로 셰프로서의 선택, 이를 테면 식감을 위해 양배추를 조금 넓게 쓰는 것 같은 그의 선택은 그러나 군대라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핀잔을 듣는 이유가 되었다. 먹기 좋게 얇게 썰어야 한다는 것. 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은 레스토랑의 주방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보여지는 건 샘 킴의 인간적인 면모다. 셰프로서의 카리스마보다는 그런 걸 내려놓은 소박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는 샘 킴은 바로 그 권위를 내려놓는 지점에서 그만의 매력이 발견된다. 반면 레이먼 킴은 초반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특유의 진지함과 카리스마를 잃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반되지만 각자의 매력이 확연히 달라지는 지점이다.

 

셰프들이 주말 예능을 장악하게 된 까닭은 최근 트렌드로 자리한 쿡방이 한 몫을 차지한다. 본래 음식이야 예능의 단골소재였지만 이제 그 음식을 단순히 먹는 것만이 아니라 요리하는 재미까지를 덧붙이게 된 것. 그러니 이를 수행해줄 셰프들의 등장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단지 요리만 잘한다고 예능에서의 활약을 보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레이먼 킴과 샘 킴은 그런 점에서 작금의 예능에 최적화된 인물들이다. 요리실력은 기본이고 그 위에 자신들만의 확고한 캐릭터까지 세워놓고 있으니 말이다.

 

<복면가왕>, 복면을 쓰니 이들이 자유로워진 까닭

 

노래 부르는 데 굳이 괴상한 복면까지 써야 할까. MBC <복면가왕>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편견이라는 걸 확인했을 것이다. 복면은 제작진의 특이한 취향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오락을 위한 장치만도 아니다. 그것은 그가 누군가 하는 그 정체가 주는 선입견과 편견을 차단해주는 놀라운 마법 장치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니 그들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처음에는 누굴까 고민하다가 나중엔 (노래 때문에) 그냥 그걸 잊어먹었어요.” 패널로 자리한 신봉선의 이 말은 <복면가왕>이 어떻게 노래에 집중시키는 지 그 작동방식을 잘 말해준다. <복면가왕>은 먼저 그 복면 안의 인물이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증폭시켜 목소리에 집중시킨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 대한 궁금증은 그러나 차츰 목소리와 노래 자체에 빠져들면서 잊혀져간다. 복면 하나 썼을 뿐인데 노래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진 건 그래서다.

 

복면이 그저 하나의 오락적인 장치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건 이 복면을 쓰고 나온 이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다. 아이비, 권인하, 산들. 이미 톱 가수들인 이들은 왜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기를 자청했던 걸까. 이것은 그들에게 덧씌워진 어떤 편견을 벗어나 오로지 노래로서 다시 자신을 세우려는 의도다.

 

아이비는 스스로도 밝혔듯이 발라드 가수로 준비하다 박진영을 만나 댄스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려한 퍼포먼스 속에 상대적으로 아이비가 가진 감성 짙은 가창력이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복면을 쓰고 나온 아이비가 이런 자신에게 덧씌워진 댄스가수라는 편견을 벗어나 얼마나 자유롭게 노래를 불렀을지 생각해보라. 그것은 또한 대중들이 갖고 있던 아이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권인하는 이미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로 대중들에게 남아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1집 타이틀곡인 오래전에같은 곡은 그가 아니면 그 맛을 낼 수 없는 곡이었다. 그런 권인하가 왜 복면을 쓰고 무대에 섰을까. 그건 아마도 지나간 전설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가수로서 자신을 세우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권인하는 <복면가왕>을 통해 그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지금도 대중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태연의 만약에를 부름으로써 증명해냈다.

 

B1A4의 보컬 산들은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주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막연히 노래는 뒷전이고 대신 그룹의 퍼포먼스가 우선일 것이라고 여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산들은 자신을 숨기기 위해 사투리도 조심하고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제스처까지 일부러 준비를 해왔다. 그렇게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걸 애써 숨겼던 건 결국 노래로서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픈 마음 때문이었을 게다. 복면이 벗겨지고 모두가 깜짝 놀라는 그 순간, 아이돌에 대한 막연한 편견 또한 깨져버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복면가왕>은 가수들에게 그 괴상한 복면을 굳이 씌우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한 셈이다. 아이비도 권인하도 산들도 복면 하나를 쓰고 자신에게 덧씌워진 편견의 굴레를 벗어났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모두 우승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승자는 자신이 질 때까지는 정체를 밝힐 수 없다는 것. 이것은 향후 진행될 프로그램에 남기는 기대감이면서도 탈락자라고 해도 이 무대가 그들에게 충분한 보상(가수로서의 존재증명)을 해준다는 걸 말해준다.

 

<복면가왕>은 기묘한 오디션이다. 우승자를 가리는 팽팽한 대결이 있지만 동시에 그 대결의 과도한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오락적인 장치로서 복면이 존재한다. 또한 그 복면은 가수들이 온전히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락적 기능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해낸다. 어떻게 이런 긴장과 이완, 재미와 의미 사이에 균형을 잡아내는 오디션을 기획할 수 있었을까.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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