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폭행보다 중요한 건 그 이유

 

김부선은 아파트 주민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인터넷에는 김부선 폭행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떠올랐고, 뉴스 보도에 의해 보여진 해당 CCTV 동영상이 삽시간에 유포되었다. 동영상에는 아파트 주민들에 둘러싸여 있는 김부선이 그 중 한 주민과 몸싸움을 벌이다 주먹을 날리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 그 장면만을 뜯어보면 폭행이 명백해 보인다.

 

'사진출처:MBN'

연예인이 일반인을 폭행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따라서 거두절미하고 그 연예인 폭행이라는 사실 자체에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단 연예인에게 비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의 행실에 초점이 맞춰지면 해당 연예인은 그래서 그 자체로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연예인이 왜 가만있는 일반인을 폭행하겠는가. 물론 폭행이라는 행동 자체는 비난받을 수밖에 없지만, 거기에 그만한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방적인 폭행처럼 알려지고(그렇게 알려지는 것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심지어 김부선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호도되는 건 사건의 본질을 흩트리는 것일 수 있다.

 

김부선은 여기에 대해 폭행이 아니라 몸싸움이었고 그 몸싸움은 관리비 비리를 파헤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2년 전 우연히 관리비 비리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막상 정말 존경 받으며 잘 사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관리비를 내고 쓴 만큼 내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을 발견했다는 것.

 

그녀의 증언은 실로 충격적이다. “수십만 원의 관리비가 나와야 정상인 집에서 150, 300, 몇 만원 밖에 내지 않는 것이란 그녀의 말은 없는 살림에 꼬박 꼬박 몇 십만 원씩 관리비를 내온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만일 그녀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부선은 그저 폭행녀가 아니라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집단에 맞서 혼자 외롭게 싸워온 피해자일 수 있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김부선은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실랑이가 벌어지더라도 일반인이 연예인을 때렸다는 것보다 연예인이 일반인을 때렸다는 것이 기사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도 대체로 연예인들은 결과로서 재단되기 일쑤다.

 

이런 입장을 김부선 역시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연예인이라면 그냥 못 본 채 넘어갈 일을 이렇게 사건화 될 정도로 좌시하지 않은 점은 실로 놀라운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부조리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모습마저 거기서는 느껴진다.

 

물론 시시비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그 시시비비가 단지 폭행 사실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그저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폭행보다 더 궁금해 하는 것은 김부선이 주장하고 있는 관리비 비리에 대한 진실이다. 만일 이것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비리라면 어쩌면 우리네 서민들은 김부선의 싸움에 박수를 쳐줘야 할지도 모른다. “가진 자들이 나눠줘야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건넨 이 말은 그래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진짜사나이>, 김소연의 태도에는 특별한 게 있다

 

배우 김소연에게는 늘 특별한 느낌 같은 것이 배어있었다. 시상식장이나 드라마 종방연에서 가끔 만나보게 된 김소연은 이 인물이 드라마 속 그 인물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소곳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늘 들여다보는 듯한 그 섬세하고 배려 깊은 모습은 때로는 지나치게 예의바른 느낌마저 주었다. 김소연에게서는 상대가 누구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삶의 태도가 묻어났다. 그녀는 그런 인물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그녀가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 투입된다고 했을 때, 많은 대중들은 <아이리스>에서의 여전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실체는 다를 수밖에 없는 법. 그녀가 체력적으로 허당이라는 건 기초 체력검사를 하는 그 순간에 다 드러나 버렸다. 팔굽혀펴기 백 번 정도는 거뜬히 해낼 것 같고, 윗몸일으키기도 마치 숨 쉬듯 편하게 할 것 같은 그녀였지만 실제는 정반대. 그녀는 팔굽혀펴기 하나도 쉽지 않은 저질체력의 소유자였다.

 

구보 중에는 먼저 가십시오!”하는 말이 입에 배어 나오고, PT 체조를 하면서도 연실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포복으로 10미터 전진하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힘겨워하는 김소연은 그러나 화생방 훈련에 들어가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눈물 콧물 쏟아내는 그 최루가스에 밖으로 뛰쳐나가려 안간힘을 쓸 때, 김소연은 그걸 묵묵히 버텨내고 있더라는 것이다. 체력은 떨어져도 하고자 하는 정신력이나 태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악바리라는 걸 그녀는 보여주었다.

 

훈련 중 그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죄송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같은 말들이다. 거기에는 안 돼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나고,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이 힘들어할까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말들이 <진짜사나이>를 통해 들려올 때마다 시상식장이나 종방연에서 늘 상대방을 사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그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평소 그녀의 태도는 혹독한 훈련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4미터가 넘는 벽을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오르는 유격훈련장에서 그녀는 어떻게든 올라가려는 동료를 밑에서 받쳐주려 안간힘을 썼다. 밑으로 점점 내려오는 동료를 위해 악착같이 군홧발을 머리로 받쳐주는 모습에서 우아한 여배우나 멋진 여전사의 모습은 없었다. 결국 바닥에 깔려버린 그녀를 위해 조교들이 나서게 됐지만, 그렇게 동료를 위해 제 몸을 기꺼이 지지대로 내던지는 모습은 그 어떤 여배우나 여전사보다 더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구름사다리를 마치 에베레스트산 정복하듯 힘겹게 오른 그녀는 동료들 중 특별히 감사한 전우가 있냐는 서경석 조교의 질문에 한 명을 택할 수 없이 전부 하나하나 다 고맙습니다. 진짜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모두가 그 말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 말에서는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간 훈련을 통해 해왔던 그녀의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들이 거기에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 와서 뭘 느끼나?”하고 서경석 조교가 묻자 김소연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도저히 못할 듯 보였던 것들을 조금씩 해낼 수 있었던이유는 뭘까. 그녀가 악바리라서?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렇게 악바리 근성까지 드러내 보이며 악착같이 해내려 했을까. 그것은 어쩌면 타인들에게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녀의 착한 심성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은 여러모로 여기 출연한 여성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귀여운 앙탈 하나로 화제가 된 혜리가 그렇고, 대대장 포스의 라미란이 그러하며, 남편 닮아 바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풍기는 홍은희나 언어가 익숙지 않아 엉뚱하지만 의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지나, 그리고 영 군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유격장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맹승지, 또 운동선수 출신으로 묵묵히 힘겨운 훈련을 이겨내는 박승희까지 그렇다. 군대 가면 진면목이 나온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악바리 김소연이 특별히 감동을 주는 까닭은 뭘까. 그것은 어쩌면 배려 없고 예의 없는 현실과는 정반대로 지나치게 배려하고 예의 깊은 그녀의 모습이 주는 어떤 울림 때문이 아닐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은 단순히 여자들의 군대 체험만이 아니라 사회나 조직에서 겪게 되는 일종의 단체생활에서의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특히 이 특집에 관심을 보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김소연의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악바리 근성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왔다 장보리>, 막장인 듯 막장 아닌 막장 같은 정체

 

MBC <왔다 장보리>는 주말드라마의 판세를 뒤집은 드라마다. KBS 주말드라마가 늘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해왔었지만 <왔다 장보리>는 그걸 단숨에 뛰어넘어 최근 들어 마의 시청률이 되고 있는 30%대를 훌쩍 넘겼다.

 

'왔다 장보리(사진출처:MBC)'

역시 막장드라마의 힘이 세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내의 유혹>으로 일일 막장, 막장 마니아 시대를 연 김순옥 작가의 작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간에는 이 드라마를 그저 막장드라마라고 치부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순옥 작가는 현실에선 더 기가 막힐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되려 선악 구분이 분명한 드라마의 권선징악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감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마치 막장드라마의 변명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실은 더 막장이다. 그런데 현실의 막장과 드라마의 막장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적어도 드라마의 막장에서는 선이 이기고 악이 응징당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로 <왔다 장보리>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는 권선징악이다. 장보리(오연서)라는 절대 선의 인물과 그 인물을 둘러싼 화기애애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다면 연민정(이유리)으로 대변되는 절대 악, 나아가 뜻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감정마저 제 맘대로 조종하는 소시오패스와 그녀를 둘러싼 범죄적인 분위기가 있다. 드라마는 이 양 극단을 왔다 갔다 하면서 패악적인 연민정에게서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고, 착하디착한 장보리가 그래도 잘 살아나가는 모습에서 위안을 갖게 만든다.

 

막장 그 이상의 막장을 보여주는 현실은 그래서 <왔다 장보리>라는 비현실적이고 극도로 자극적이며 그래서 막장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개연성 없는 드라마를 자꾸만 보게 만든다. 만일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본 시청자가 아니고 그래 도대체 어떤 드라마인지 한번 보자고 마음먹고 본 시청자라면 처음 이 황당무계한 전개의 드라마 앞에서 경악했을 지도 모른다. 장보리와 연민정의 극단적인 대립구도 안에 깊게 들어와 있다면 그 간절한 권선징악의 욕구 때문에 이들의 행동들이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심지어 자식을 버리고 이용하며 거짓말을 일삼고 그것이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은 아무리 정상참작을 하더라도 병적이다.

 

막장드라마의 전형적인 코드로 등장하는 누가 누구의 엄마이고 자식이냐출생의 비밀코드는 이제 그 사실이 드러나는 신파에 머무르지 않고 그 사실을 폭로함으로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가 된다. 연민정은 장보리의 출생의 비밀을 갖고 협박을 일삼지만, 연민정 자신도 자신의 숨겨진 딸(장보리가 키우는)에 대한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 이 얽히고설킨 출생의 비밀공격은 드라마를 극단적인 신파와 치고받는 싸움구경으로 만들어낸다.

 

김순옥 작가의 특징은 <왔다 장보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시작부터 거두절미하고 숨 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속도감은 <아내의 유혹>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흘러온 김순옥 작가표 전매특허다. 또한 드라마는 끝없는 인물들 간의 싸움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저 심리적 갈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동네 드잡이 싸움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시청자라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이 장면을 보게 되면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도대체 뭔 일이 벌어진 거야하고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그 정신없는 김순옥표 드라마의 롤러코스터에 동승하는 것이 꺼려지기는 하지만 일단 올라타기만 하면 이 드라마는 기막히게 달콤하고 답답증을 일으키다가도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하는 드라마게임의 쾌감을 선사한다. 그것이 비현실적이고, 또 개연성도 없는 세계지만 빠른 속도감이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대신 권선징악의 세계의 쾌감만을 추구하게 만들어버린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보여줬던 것처럼 괴물의 탄생은 누군가 흘려보낸 폐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만들어낸다.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건 그래서 그 현실의 시스템이다. 김순옥 작가가 만들어낸 <왔다 장보리>는 바로 그 괴물을 닮았다. 어느 날 갑자기 현실로 뛰쳐나와 평온한 강변의 한 때를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며 그 공포를 통해 당신이 사는 세계는 그리 안온하지 않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불온하게 보여준다.

 

<왔다 장보리>라는 막장드라마를 막장으로 보지 않게 만드는 힘은 그래서 김순옥 작가 스스로 얘기한 것처럼 이 드라마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무시하지 않게 만드는 더 막장 같은 현실에서 나온다. 더 이상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장보리 같은 인물의 성공담이나, 소시오패스처럼 살아가는 연민정 같은 인물의 패배는 <왔다 장보리>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근원적인 힘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 점점 커져가는 병을 숨기고 있다. 마치 출생의 비밀처럼 언제 튀어나와 평온한 삶을 난도질할지 알 수 없는(어쩌면 그런 난도질을 기대하게까지 만드는) 그런 공포와 기대를 갖게 하는 병. <왔다 장보리>를 보다보면 그 숨겨진 병증이 눈앞에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듯한 공포감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예측불허 라디오, <무한도전>과 찰떡궁합인 이유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의 남태정 PD<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으로 1DJ를 맡게 된 노홍철의 장점으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측불허를 들었다. 한때 <두시의 데이트>를 한 적이 있는 박명수도 라디오 방송의 묘미를 방송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감과 긴장감에 오히려 있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본 방송 전 미리 찾은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에서 추석을 맞아 뜬금없는 달 타령을 틀게 해 청취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노홍철과 박명수, 유재석이 보여주는 것처럼 라디오의 매력이란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라이브의 묘미에 있다. 물론 어떤 기본적인 얼개를 갖고 방송을 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전적으로 거기 앉아 있는 DJ와 그를 둘러싼 그 날의 공기와 그와 함께 호흡하는 청취자들에 의해서다. 그 돌발적인 우연의 조합들은 결과를 목적으로 삼을 수 없게 한다. 다만 그 순간의 과정들을 함께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더 중요할 뿐이다.

 

이처럼 라디오 방송은 그 자체가 무정형의 형식을 추구하는 <무한도전>을 그대로 닮았다. 매 회가 그 자체로 도전이고 그 도전 속에서 그 시간들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따라서 만일 그 라디오 방송이 예전만큼의 팽팽한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 먼저 방송이 패턴화되어 있지 않은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예측 불가능이고 때로는 방송사고가 날 정도로 긴장감을 유발하며 때로는 뜬금없이 흘러가는 것이 그 본질이지만, 너무 안전한 틀 안에 갇혀버리는 순간 라디오는 그 본질적인 재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무한도전>MBC FM4U1DJ로 출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라디오 청취자들이 동시에 반색한 것은 그 조합이 기획만으로도 양자에게 모두 괜찮은 효과를 가져올 거라는 걸 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기획은 <무한도전>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 되는 셈인데다 우리가 주로 방송을 통해 귀로만 접해왔던 라디오 방송을 방송 이외의 시간을 포착하고 또 눈으로 직접 보여줌으로써 라디오를 좀 더 다양한 감각 체험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은 <무한도전>으로서도 라디오 방송으로서도 모두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무한도전>은 그래서 라디오스타 특집의 첫 방송으로 사전 미팅을 통한 라디오 방송의 이면을 보여주었다. 방송을 하는 DJ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작가와 PD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감하는 이야기는 그저 흘러나오는 라디오가 아니라 거기 방송 뒤에서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라디오를 느끼게 해주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배철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김경옥 작가도 있고 배순탁 작가도 있으며 정찬형 PD도 있다는 걸 <무한도전>은 정형돈을 일일 DJ로 투입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드러내 주었다.

 

어찌 보면 이 기획은 상암동 시대를 맞은 MBC FM4U의 홍보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다. 하루를 온전히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반색할만한 일이다. 또한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MBC FM4U에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있고 DJ들이 있으며 또 각 프로그램들 속에는 어떤 코너들이 있는가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라디오 방송의 홍보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는다는 건 거꾸로 <무한도전> 역시 이 기획을 통해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라디오라는 영역에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PD는 언젠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무한도전>TV’ 같은 걸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루를 채워넣은 라디오 방송은 그래서 마치 ‘<무한도전> 라디오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것은 라디오 홍보만이 아니라 <무한도전>에게도 엄청난 홍보효과를 준다.

 

실로 <무한도전>과 라디오의 만남이 찰떡궁합이라는 건 이를 통해 우리가 라디오를 듣는 맛을 새롭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집이나 직장에서 일을 하며 또 자동차에서 이동 중에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라디오를 듣지만 그러다보니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익숙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무한도전>의 일일 DJ는 그래서 배철수가 정형돈에게 말했던 것처럼 라디오 방송 자체에 큰 자극이 되어주었다. 그 자극을 통해 라디오가 새롭게 들린다면 그것은 <무한도전>이 해낸 또 하나의 마법이 될 것이다. <무한도전>은 잊고 있던 라디오의 맛을 되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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