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살린 송일국, 굳이 웃길 필요 있나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강봉규 PD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던 때부터 송일국과 세쌍둥이 삼둥이 부자 섭외를 해왔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삼고초려다. 연예인 중에 삼둥이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보다 더 중요한 섭외의 포인트는 그 삼둥이의 아버지가 송일국이라는 지금껏 예능에는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던 배우라는 것이다. 결국 송일국이 출연을 결심했을 때 그는 웃으며 강봉규 PD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 예능감 없는 건 아시죠?”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사실이다. 송일국은 예능감이 없다. 그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는 것은 그래서 예능이 아니다. 그것은 진짜 송일국이 삼둥이와 함께 겪어가는 일상들이다. 강봉규 PD는 갯벌 체험 같은 걸 하러 가는 것도 제작진이 먼저 제안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가 먼저 이런 걸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제작진은 그것을 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다고 했다. 그래야 부모가 진짜 원하는 체험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송일국이 삼둥이를 데리고 갯벌 체험으로 하러가고 끝나고 나서 장어를 먹으러 가거나, 로보카 폴리를 좋아하는 삼둥이를 위해 테마파크를 찾는 건 전적으로 송일국과 아이들(?)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어떤 공감대를 주는 것은 바로 그런 데서 나온다. 여기서 송일국이 하는 것은 삼둥이와 진정으로 애정 어린 관계와 체험을 해주는 것뿐이다. 무언가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없을수록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의 진정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빠의 행동 하나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장어를 익혀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아뜨야 식혀먹어라고 말해 주자 나중에 집에서 핫도그를 먹던 아이가 아뜨를 연발한다. 만세가 급하게 장어를 먹다가 목에 걸리자 사려 깊은 민국이가 그 사실을 아빠에게 알려주고 동생을 챙겨주는 모습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서로 등을 두드려주는 민국이와 만세의 모습은 아빠가 평상시에 그렇게 아이들에게 했던 행동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다.

 

로보카 폴리를 좋아해 테마파크에 온 삼둥이 부자가 재난 구조 체험을 하는 모습에서도 아빠와 아이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처음 하는 체험에 두려워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손을 잡아주고 또 달래주면서 결국 체험을 시키는 송일국에게서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그의 마음이 묻어난다. “남자애들인데 강하게 키워야죠. 어차피 다 안전한 건데요 뭐. 아 그 정도는 괜찮아요.”

 

땀을 뻘뻘 흘리며 삼둥이를 챙기는 송일국에게서 아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볼 수 있다면, 장애물 체험하는 민국이가 흔들리는 장애물에서 울려고 하자 대한이가 동생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서는 이 아빠의 사랑을 아이들도 똑같이 따라한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관찰카메라의 정수는 바로 이처럼 어떤 무의식적인 행동이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고 거기서 그 진짜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이다.

 

예능감 없는 송일국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살리고 예능 대세로 떠오른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것은 관찰카메라 시대에 대중들이 예능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말해준다. 굳이 억지로 웃길 필요는 없다. 대신 진짜를 보여 달라는 것. 송일국의 진심이 담긴 삼둥이 사랑과 거기에 호응해주는 귀여운 삼둥이들의 성장은 그래서 그 어떤 예능감의 소유자들보다 더 강력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해피투게더> 서태지보다 <12> 조인성인 이유

 

서태지가 KBS <해피투게더>에 단독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에 대해 반가움보다는 불편함을 거론하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작금의 달라진 예능의 생태계를 가늠하게 한다. ‘신비주의의 대명사이자 마지막 남은 신비주의라고까지 불리던 서태지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신비주의가 심지어 마치 연예인병처럼 거드름으로 느껴지는 시대다.

 

사진출처:서태지 컴퍼니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서태지는 그간 좀체 내밀지 않았던 얼굴을 예능에서 보이겠다고 마음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신비주의를 벗어나 좀 더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탈신비주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해피투게더>의 제목에 걸맞지 않게 다른 게스트 없이 단독 출연해, 그것도 유재석과 11 토크를 한다는 건 그래서 여전히 서태지의 이미지가 과거 9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이 서태지의 의도인지 아니면 <해피투게더> 제작진의 과잉 배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너무 과도하게 만들어진 신비주의 이미지가 버겁고, 그래서 보다 편안한 음악인 서태지로서 대중들에게 다가오려 마음먹었다면 일단 그 등장하는 방식부터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이른바 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할 게스트가 애매하지 않냐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이른바 이라는 것을 깨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게 서태지다. 물론 음악인으로서의 급은 당연히 지켜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서태지는 좀 더 자신을 일상인에 가깝게 내려놓아야 지금 시대의 대중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인성이 <12>에 차태현 쩔친(쩔은 친구)’으로 깜짝 등장한 것은 여러 모로 서태지의 행보에 시사 하는 바가 많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로 그 어느 때보다 이미지가 신비화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에 자신을 찾아와 무작정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차태현에게 그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조인성에게 예능감이라는 것이 있을 리 없고, 그러니 이런 갑작스러운 방송 출연이 부담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선배 형을 위해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조인성에게서는 신비주의의 그림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뭘 해도 CF 같은 그림을 만드는 그가 아닌가. 그런 그가 깨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선수인 독하디 독한 <12>의 복불복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차태현과 함께 실미도로 들어오는 조인성을 보며 다른 게스트들과 출연자들 그리고 심지어 작가들마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조인성 같은 인물이 다른 게스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 자체가 이질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면이 조인성의 <12> 출연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지금 시대에 대중들이 스타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거기서 발견할 수 있다.

 

서태지는 좀 더 타인들과 함께 섞일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이미 지나가버린 신비주의 시대에 여전히 마지막 신비주의라는 불편한 수식어를 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요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것이다. 조인성의 <12> 출연에 쏟아지는 박수와 서태지의 <해피투게더> 단독 출연에 쏟아지는 불편함은 바로 이 차이에서 비롯된다.

 

소소함에 기뻐할 줄 아는 칠해빙, 이유 있었네

 

어쩌면 이렇게 짠하고 착할 수 있을까.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하루를 더 머물게 된 라오스 방비엥의 밤, <꽃보다 청춘> 삼인방 칠해빙이 인터뷰를 통해 건넨 말들 속에는 그들이 왜 그렇게 자신을 낮추고, 소소함에도 한없이 기뻐하며, 자신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가가 들어 있었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고 심지어 비행기도 처음 타봤다는 손호준이 여행의 목표로 폐나 끼치지 말자고 마음먹고 친구와 동생의 속옷을 빨아주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은 그것이 그의 진짜 성향이기 때문이다. 유연석은 그런 그의 겸손한 성품 자체가 너무 좋다며 그가 항상 자기를 낮추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야심을 묻는 이우정 작가의 질문에 그는 엉뚱하게도 유노윤호에 대한 고마움이 담긴 일화를 꺼냈다. 자기가 너무 가난해서 굶으며 살아가던 시절, 유노윤호가 일본을 3개월 정도 가게 됐을 때 라면 몇 박스, 즉석밥 몇 박스를 다 사주고 갔다는 것.

 

유노윤호에 대한 고마움도 고마움이지만 유노윤호 없었으면 굶어죽었다고 말하며 그걸 잊지 않고 있는 손호준의 그 마음이 더 짠하게 느껴졌다. 그는 항상 받으면 돌려줘야 된다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걸 다 돌려주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성공해야 된다는 것으로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대신했다. 한류 같은 건 애초에 욕심이 없다는 것이다.

 

손호준이 왜 <꽃보다 청춘>에서 연예인인 척 하는 모습이 아니라 진정으로 친구인 유연석을 좋아하고 따르며 친동생처럼 바로를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자신을 낮추고 타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겪어온 청춘의 삶을 통해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바로는 인생의 첫 번째 목표가 가족의 집을 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젊은 가장은 자신이 번 돈을 전부 부모님께 드렸을 때 부모님이 우시는 걸 보고굉장히 감동을 했다고 했다. 왜 청춘의 나이에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없겠는가. 하지만 그는 청춘 이전에 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부모님이 고생 하시는 거 알고 하니까 무조건 내가 지켜드려야겠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유연석은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건넸던 신용카드 이야기로 눈시울을 붉혔다. “어디 같이 밥 먹으러 가서 칠천 원짜리 밥집이 찍혔어요. 그런데 자기가 처음으로 먹고 싶은 걸 연석이 니가 준 카드로 시켜먹어 봤다. 항상 주부고 엄마고 하다 보니까. 그 천원 이천 원이 아까워서 칠천 원짜리가 먹고 싶은데 항상 오천 원짜리를 드신 거죠. 그러다가 처음으로 돈 생각을 안 하고 아들내미가 준 카드로 칠천 원 짜리를 시켜 먹어봤다고 하는 거예요. 아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느껴지니까 참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들이 방비엥의 블루라군에서 자전거를 제작진의 오토바이로 바꿔 타고 돌아온 후, 그게 뭐 그리 큰 일이라고 그토록 제작진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 새삼 이해되는 부분이다. 얼마나 이 청춘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폐가 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하루하루를 살아왔을까.

 

손호준과 바로, 그리고 유연석의 이야기 속에는 한없이 즐거운 일만 있을 것 같은청춘에 대한 막연한 우리의 편견을 깨는 구석이 있다. 밝게 웃는 그들의 이면에 놓여진 남다른 청춘의 신산함과 고단함. 어쩌면 이건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각박한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청춘들의 또 다른 면. 그것을 <꽃보다 청춘>은 보여주었다.

 

허지웅의 <진짜사나이> 폐지 촉구가 공정하려면

 

허지웅이 JTBC <썰전>을 통해 군대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는 <진짜 사나이>는 폐지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을 진짜 재밌게 봤다그래서 더 확고하게 생각한 게 <진짜사나이>는 폐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썰전(사진출처:JTBC)'

그가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한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거론한 것은 그만큼 우리네 군대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에둘러 드러내는 일이다. 그는 우리 군대가 정말 엉망진창이라며 그런 실체를 희석시키고 대한민국 군대를 예능화시킨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있는 내 자신을 보는 게 못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가진 이미지 세탁의 방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군 장병들은 엄격한 피해자임에 분명한데, “이 사람들이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예능이 보여주는 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기자로서 충분히 제기할만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일련의 군 사태는 우리 군대가 거의 막장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가져올만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굉장한 화제를 이끌면서 이런 사안들마저 삼켜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허지웅의 문제제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가 다른 프로그램도 아닌 <썰전>을 통해서 나왔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미지 세탁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리게 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썰전>이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은 법적인 문제가 끝났다고 하지만, ‘이미지 세탁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다.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강용석 변호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물론 강용석 변호사는 거듭 사과의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말에 대해서 대중들은 여전히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잘못에 대해 말을 할뿐, 자숙의 시간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강용석 변호사를 계속 출연시키고 있는 <썰전>이 보여주고 있는 건, 잘못된 일을 해도 방송이 재미를 통해 그 이미지를 덮어버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자인하는 일이다. 현재 <진짜사나이>가 갖고 있는 이미지 세탁의 문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지 세탁은 허지웅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출연자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그가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그의 의도가 전혀 아니라도 그 자체로 강용석 변호사의 잘못을 상쇄시키는 역할로 작용한다.

 

<썰전>의 한계는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즉 무언가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비판하려고 해도 스스로의 정통성이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허지웅은 바른 소리를 했지만 그런 소리를 하는 와중에도 <썰전>이 그 이야기마저 누군가의 이미지 세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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