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다 먹먹해지는 실업청년들의 한 방

 

한음아 이따 저녁에 뭐 먹을래? 불고기 어때? 별론데? 그럼 숯불갈비 먹을까? 고기 말고 밥 먹자. 그럼 전주비빔밥 먹자. 그냥 참치 마요네즈 먹을래. 그래. 삼각김밥은 그게 최고야. 새로 나온 날치알 먹어봤냐? 그건 원 플러스 원 아니잖아.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오성(김진철)과 한음(이혜석)이 캐치볼을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누는 곳은 아마도 변두리 공터 어디쯤일 게다. 모두가 서울로 출근해서 텅 비어버린 한낮에 동네 한 귀퉁이에서 저녁으로 어떤 삼각김밥을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희망조차 사치인 이들 실업청년들은 그 단단한 현실의 절망 덕분에 좀체 웃지도 울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는 얼굴이 되어버린 듯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답답한 현실이다.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이야기하다가, 그 감동이 월드컵 경기 때문이 아니고 당시 광화문 사거리에서 지갑을 주운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지갑 안에 들어있던 ‘만 사천 구백 원’을 그리워(?) 하며 “그 때처럼 막 쓰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빵 터지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진다.

 

모두가 누리거나 즐기는 어떤 것들이 이들에게는 생계가 되는 현실을 ‘오성과 한음’은 애써 무덤덤하게 표현한다. “오랜만에 해외에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말에 “이번에도 새우 잡냐?”고 말하고, 클럽에 마치 놀러갈 것처럼 얘기하다가 “주방은 오천오백 원, 홀서빙은 사천구백 원”이라고 말하며, 차에 여자 태우고 여자 집에 간 친구에게 “좋았겠네”라고 말하자 “그럼. 일산은 대리비 2만원이거든”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심지어 보이스 피싱을 당하면서도 “다행히 구천 원은 인출이 안된다”며 안도하는 이들은 함께 근무하면서 월급도 제 때 나오고, 유니폼도 쫙 차려입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던 ‘군대 시절’을 그리워하며 “아 다시 삽질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진 것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변두리 청년백수들이지만 이들이 보이는 허세는 그래서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들의 선명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당장 로또 한 장 살 돈도 없으면서 10억이 돈이냐 말하는 허세가 그렇다.

 

너 로또 되면 10억 당첨 되면 뭐 할거야? 10억이 돈이냐? 요즘 10억 갖곤 강남에 집 한 채도 못 사. 그렇긴 하지. 10억 은행에 넣어봤자 한 달 이자 이백도 안 나와. 하긴. 너 이번 주 로또 샀어? 아직 돈 모으고 있는 중이야. 다음 주에는 같이 사러 가자. 그 때까지 무리야.

 

여자 친구도 없을 법한 그들이 그래도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여자 이야기는 그 대상이 온통 연예인들뿐이다. 김태희나 이민정, 한혜진, 이효리 같은 언감생심 꿈에도 못 꿀 연예인들을 끌어다 마치 사귈 것처럼 고민하는 대화는 그 엄청난 격차 때문에 큰 웃음을 주지만 쓸쓸함을 남긴다. “김태희와 자기가 사귀면 누가 더 아깝냐”는 말도 안 되는 질문에 그래도 친구라고 고민하는 모습이 그러하며, 모두 남자친구가 있다는 친구 이야기에 말이라도 “뺐을까?”하고 던져보는 허세가 쓸쓸하다.

 

어딘지 허무함까지 느껴지는 이들이지만 그 힘없는 캐치볼의 대화 속에는 세상을 향한 뾰족한 풍자들도 숨어 있다. 영어공부해서 미국 간다는 친구에게 가서 뭐할 거냐는 말에 “대변인.”이라고 천연덕스럽게 하는 얘기나, 욕을 막 하며 “취업 준비 중”이라는 친구에게 어디를 갈 거냐고 묻자 “우유회사”라고 하는 얘기, 또 끝말잇기에서 ‘아베’라는 단어가 나오자 “할 말이 없다..”고 속내를 드러내고 십센티의 ‘아메리카노’를 “아 베 아 베”로 부르는 친구에게 누구 노래냐고 묻자 “십 센티? 십팔 센티인가?”하고 말 장난 개그를 거는 식의 얘기가 그렇다. 현실에서 멀어져 있는 이들은 뒤틀어진 세태에 대한 공분을 저들의 언어 속에 담아낸다.

 

한음아. 넌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 난 거위. 왜? 꿈이 있잖아. 넌? 난 갈매기가 될 거야. 왜? 새우과자 배터지게 먹을 수 있잖아.

 

거위나 갈매기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어찌 우스울 수만 있을까. ‘오성과 한음’이 그리는 세태 풍자는 이처럼 한없이 맥빠진 허무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 깊은 허무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더 명쾌하게 보여주는 면이 있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애써 무덤덤한 듯 얘기하고 있는 이들의 처절함. 이것이 이 개그가 가진 빵빵 터지다가도 먹먹해지는 한 방이 아닐까.

 

<개콘>이 그간 직설화법으로 던진 세태 풍자들이 답답한 세상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을 보여주었다면, ‘오성과 한음’은 그 한없는 무표정과 캐치볼처럼 하릴없이 반복되는 어눌한 대화를 통해 이들과 현실 사이에 놓여진 엄청난 괴리감을 실감하게 해준다. 오랜만의 <개콘>다운 풍자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을 다시 되살려낸 <개콘>의 현실감각이 반갑고 또 반갑다.

'일밤'의 힘 알 수 있었던 이혁재 해프닝

 

개그맨 이혁재가 <세바퀴>에 출연해 <진짜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에 대해 언급한 일은 의외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물론 약간의 농담이 섞인 이야기였을 테고 따라서 이 정도까지 파문이 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와 덧붙여 생각해보면 두 프로그램에 출연을 희망한다는 식의 멘트는 자신의 절실함을 표현한 말 그대로의 희망사항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바퀴(사진출처:MBC)'

하지만 그럼에도 파문이 커진 것은 과거 술집 종업원 폭행사건 이후 급전직하한 그의 이미지가 여전히 그대로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시 사건은 이혁재가 그간 보여주었던 건실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폭력예방 홍보대사로까지 활동했던 그가 연루된 ‘폭력사건’은 그 자체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사건으로 2년 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이혁재는 “<무한도전>의 수명이 1년 반”이라는 식의 멘트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것도 종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TV조선에서, <무한도전>이 MBC 파업에 동참하고 있을 때 던진 이 멘트는 실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TV조선의 MBC 파업에 대한 비아냥을 그대로 담은 듯한 인상을 주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색채를 떠나 같은 방송인으로서 제 아무리 자신이 급박하다고 해도 이런 식의 멘트는 상식적이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혁재의 이미지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의 출연 희망을 언급한 것 역시 경솔한 행동이었다. 그것은 이혁재가 대중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일밤>의 두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가 서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혁재에게 남아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잔상은 <아빠 어디가> 같은 청정 순수 프로그램에는 심지어 위협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이것은 지금 현재 <일밤>의 <진짜 사나이>와 <아빠 어디가>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두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말 예능의 최고 위치에 오른 것은 재미있고 신선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꺼이 이들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윤후의 안티카페가 생겼을 때 대중들이 모두 나서서 결국 카페를 폐쇄시키고, ‘윤후야 사랑해’로 검색어를 바꿔놓은 사건(?)은 대중들의 이 프로그램에 대한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것은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으로 김영옥 선생님에 이어 변희봉 선생님이 들어간 것에 대해 대중들의 호평이 이어진 것은, 거기 출연한 병사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대중들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가족과 형제를 위해 기꺼이 땀 흘리는 병사들에게 어찌 뭉클한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맨발의 친구들>에서 강호동이 ‘위기설’을 얘기하고, <1박2일>에서 이수근이 프로그램의 위기를 얘기하게 된 것은 <일밤>의 힘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지지에서 비롯된다. 개그맨 이혁재는 물론 급박한 자신의 사정을 요즘 대세가 된 <일밤>을 거론하면서 강조하려 했던 것일 테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해프닝은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그의 둔감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혁재가 만일 진정으로 재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대중정서를 읽어야 한다. 자신을 대중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멘트가 어떻게 읽힐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타 프로그램을 언급할 때는 그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일밤>처럼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프로그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공인 강용석과 일반인 강용석

 

SBS 박상도 아나운서가 자유칼럼그룹에 게재한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칼럼은 강용석이 방송으로 일종의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우리가 강용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정서를 갖고 있었던가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미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썰전(사진출처:JTBC)'

혹자는 사적인 장소에서의 말 한 마디가 무슨 주홍글씨나 되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문제의 아나운서 비하 발언이 나왔던 장소가, 비록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였다고 하나 그것을 사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평소 친분이 있던 대학생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치인이라는 공인으로서 대학생과 만남을 가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걱정이랍시고 아나운서 지망한다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일종의 ‘조언(?)’을 했던 것이다.

 

아나운서라는 특정 직업이 나왔기 때문에 아나운서 협회가 고소장을 냄으로써 이 문제만 불거졌지만, 사실 그 자리에서 나왔다는 다른 이야기들은 이 땅의 여성들 모두가 불쾌함을 느낄만한 것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는 말이나, 청와대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여학생에게 “그 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면서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심지어 사석이라도 정치인이라면 내놓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었다.

 

2년 전 <개그콘서트> 의 '애정남'으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최효종을 고소했을 때 마치 공공의 적처럼 강용석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던 것은 그런 행위가 어떤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자신의 대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이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강용석이 최근 방송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은 박상도 아나운서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방송이라는 마법이 만들어낸 ‘잘못된 기적’처럼 보인다.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해 정치권에서조차 퇴출된 인물이 오히려 방송가의 뜨거운 인물로 급부상한데는 그만한 이미지 변신 전략이 깔려 있다. 강용석은 먼저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방식으로 방송 이미지를 확보했다. <슈퍼스타K>에 출연해 오디션을 본 것은 그저 뜬금없는 행위가 아니었던 셈이다. 정치인으로서는 고소남으로 이미지화되었던 그는 방송인으로서는 지적질을 당하는 입장에 자신을 세웠던 것.

 

비호감 정치인은 스스로 대중들이 돌팔매질 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방송으로서의 입지를 마련한 셈이다. 게다가 그가 정치인으로서 변호사로서 갖고 있는 정보들은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의 MC들과 어떤 차별화를 만들었다. 늘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비슷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의 멘트들과는 다른 ‘전문적인 느낌’이 주는 신선함이 거기에는 있었다. 강용석 이미지의 마법 같은(?) 변신은 이처럼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방송이 가진 힘이 작용했던 것이다.

 

박상도 아나운서의 글은 그래서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 글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걸까. 여기에는 그가 글에 호명한 ‘대중’이라는 글귀에 대한 서로 다른 정서가 들어있다. “이런 그의 행태를 보면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도대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럴까?’하는 분노가 생겨납니다.” 여기서 박상도 아나운서가 하려는 말은 대중은 무섭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이 말은 강용석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급호감으로 바뀐 것에 대한 비판의 글들과 뒤섞여 정반대로 읽힐 소지도 있다.

 

즉 대중들이 강용석을 좋아하게 된 것에 대해 박상도 아나운서가 ‘우스운 대중’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박상도 아나운서가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나쁜 이미지도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끌어와 포장하려는 방송이며, “사석에서는 이처럼 좋을 수 없다”는 일반인으로서의 강용석이 아니라 정치 일선에서 공인으로서는 하지 말아야할 일들을 했으며 그럼에도 여전히 방송인이라는 공인으로 서 있는 강용석에 대한 것이다.

 

물론 한 번 잘못하면 영원히 퇴출되어야 한다는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인에 대한 대중들의 허용은 일종의 정서적인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다른 방송인들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을 때 일종의 자숙기간을 갖는 것은 대중들에 대한 예의다. 하지만 강용석은 그런 기간이 없었다는 것.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말 한 마디로 모든 걸 쉽게 뒤집는 건 어딘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썰전>에서 허지웅은 “<썰전>이 강변호사한테는 <힐링캠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강용석 변호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의미도 들어 있다. 시청자들은 <힐링캠프>를 때로는 문제 연예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프로그램처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는 점이다. 박상도 아나운서가 제기한 문제제기는 그래서 그저 강용석 한 사람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작금의 방송 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다.

강호동, 폭넓은 지지층을 다시 얻으려면

 

최근 들어 강호동은 아마도 죽을 맛일 게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니고 진심을 다해 방송에 임하지만 그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출연하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그를 떠올려보면 너무 비참한 일이다. 하지만 시청률이라는 수치보다 더 힘든 건 그토록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그다지 좋은 반응이 대중들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대체 뭐가 이런 대중정서의 변화를 만들었을까.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예능 프로그램의 MC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행능력도 아니고 개인기도 아닌 호감도다. 그런데 호감도는 그 MC가 가진 이미지에서 생겨난다. 유재석이 현재 최고의 MC인 것은 그 호감도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행도 잘하고 야외예능에서는 신체적인 능력도 뛰어나지만 호감이 없다면 MC로 성공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호감이 있는 사람은 프로그램에서 굳이 웃음과 재미를 주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웃음과 재미에 대한 강박이 덜하다는 점이다. 최근 <무릎팍도사>에서 퇴출된 ‘비정규직’ 올밴 우승민은 대표적인 사례다. 우승민은 몇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게스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열고 듣는 역할을 주로 했다. 꿰어다 논 보릿자루가 그 캐릭터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지층이 생길 수 있었다. 어딘지 소외된 이미지는 서민을 지향하는 예능에서는 중요한 호감의 포인트다.

 

반면 호감이 덜한 사람은 정반대로 프로그램에서 웃음과 재미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그 MC가 그 프로그램에 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수근이 강호동과 함께 있을 때 최고의 장점을 발휘하는 이유는, 강호동이라는 핍박하는 강력한 존재가 있기 때문에 그가 당하는 입장에서의 호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톰과 제리가 함께 서면 그 모습 자체로 제리에게 지지가 더 가기 마련인 것처럼.

 

하지만 강호동에게서 빠져나와 홀로 프로그램에 투입되게 되면 이러한 호감의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 강호동이 빠진 <1박2일>에서 호감을 가져가는 인물들은 유해진이나 차태현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는 인물들이다. 부담스럽게도 <1박2일>을 초창기부터 해왔던 이수근은 프로그램을 전면에서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억지로 떠맡았기 때문에 과거 강호동과 함께 했던 그 좋은 이미지가 잘 나오지 않는다. 결국 끊임없이 깨알 같은 유머와 몸 개그를 시도해야 하는 불리한 입장인 셈이다.

 

강호동은 잠정은퇴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호감의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그의 ‘서민적인’ 이미지였다. 해외가 아니라 우리네 오지를 찾아가는 <1박2일>은 그래서 강호동의 이런 이미지를 한껏 강화시켜줄 수 있었다. 그가 조금은 독재 스타일로 밀고 나가도 그것이 용인되는 것은 다 이 서민적인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호감의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과적으로 강호동의 이 서민적인 이미지는 깨져버렸다. 그의 가장 강력한 호감의 요소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강호동은 유재석처럼 배려의 아이콘으로 이미지화되어 있지 않았다. 조금은 강하게 앞에서 밀어붙이고, 때로는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대중들이 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그림과 이야기를 끌어내는 식이었다. 과거 서민적인 호감의 이미지가 있을 때는 이러한 공격조차 대중들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공격이 공격으로만 받아들여질 때 그것은 자칫 비호감만 키울 위험성이 있다.

 

강호동 본인도 이러한 대중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이미지의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복귀 초부터 좀 더 강인한 인상으로 밀어부치지 못했을 게다. 그는 좀 더 유재석 같은 배려의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 특히 맨 몸으로 부딪치는 노력을 통한 진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러한 유재석 식의 변화는 강호동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 오히려 주목되는 인물이 김구라다.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 방송 시절의 위안부 막말 파문이라는 어마어마한 논란으로 잠정 은퇴했었지만 강호동보다 훨씬 더 빨리 예전 모습을 회복했다. 그것은 그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래도 방송은 방송이라는 식으로 재빨리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김구라에게 굉장히 쿨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바로 이 호감의 요소는 김구라에게는 MC로서 가장 소중한 불씨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강호동은 어떤 방식으로 이 호감도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먼저 과거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벌면 버는 대로 드러내고 또 버는 만큼 좋은 일에도 참여하면 된다. 세금문제로 겪은 과거사를 묻어두려 하기 보다는 오히려 김구라처럼 자꾸 끄집어내 심지어 유머의 소재로도 삼을 수 있을 만큼 떳떳해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전성기 때 그가 보여준 그 강인한 모습을 다시 끌어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나야 한다.

 

대중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초심이 살아있어야 하고, 여전히 지지할 수 있을 만큼의 호감이 있어야 한다. 지상파라는 무대가 그 초심을 다시 살리는데 부담이 된다면 과감하게 케이블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 식으로 먼저 강호동 자신의 호감도를 높이고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 우선이다. 재미와 큰 웃음은 그 다음에 주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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