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관의 미학, 바비킴의 '나가수' 적응기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바비킴은 읊조림의 가수다. 그런 그가 '폭발의 미학(?)'을 강조하는 '나는 가수다' 무대에 과연 어울릴 것인가 하는 점은 그의 출연 이전부터 세간의 관심이었다. 역시 쉽지 않았다. 선호도 조사라는 타이틀로 선 첫 무대에서 바비킴은 '사랑 그 놈'을 불러 5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 1차 경연에서 5위(태양을 피하는 방법), 2차 경연에서도 6위(너의 결혼식)를 기록했다. 사실 운이 좋았던 것이지 이런 순위는 그대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특유의 읊조림은 '너의 결혼식'의 중간 점검에서 그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느낌이 경연의 무대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바비킴의 읊조림이 가진 큰 매력은 가사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곡에서 주로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가사가 묻혀버리던 노래조차 바비킴의 입으로 전해지면 그 가사가 새로워지는 건 그 때문이다. 낮고 조용하게 전달되는 그 가사는 바로 그 조용함 때문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또 한 마디 한 마디 그냥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곰곰 씹어 대중들의 귀에 쏙쏙 넣어주는 듯한 그 발성은 그 어떤 노래도 바비킴이 부르면 그의 노래가 되는 이유가 되었다. 물론 순위는 낮았지만 '너의 결혼식'은 그 가능성을 재확인해주었다.

'골목길'에서부터 바비킴이 달라진 것은 가사 전달 뿐만 아니라 그의 또 다른 장기인 한국적인 흥을 노래에 부여했다는 점이다. '흥'이라는 표현이 어딘지 과도하게 여겨지지만 바비킴을 우리가 흔히 '김치 소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세련된 소울 속에 내재된 한국적인 정서를 우리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탈춤을 추듯 어깨춤을 추게 되는 그런 흥이다. 이 기묘한 그루브는 정확하게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1절에서 바비킴 특유의 낮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깔리고 나면, 2절에서는 그 흥겨운 한 바탕의 어깨춤이 이어졌다. 청중들은 기꺼이 그의 흥에 1위라는 왕관을 수여했다.

'추억 속의 재회'는 바비킴이 이제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는 마치 양복을 차려입은 세련된 직장인이 술 한 잔 걸치고 부르는 듯한 무대를 연출해냈다. 때론 진지하고 때론 흥에 겨워 제 멋대로 춤을 추는 그 모습은 '김치 소울'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바비킴의 이중적인 면을 드러냈다. 그 하나는 더 이상 이보다 정겨울 수 없는 한국적인 흥겨움이고, 다른 하나는 그 흥을 마구 흩어놓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절제하고 구성해서 보여주는 세련됨이다.

듀엣 미션으로 부가킹즈와 함께 부른 '물레방아 인생'은 제 물 만난 바비킴의 면모를 과시했다. CCR의 'proud mary'를 번안해 조용남이 부른 '물레방아 인생' 역시 원곡의 세련됨을 마치 뽕짝이나 트로트 같은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었는데, 바비킴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곡 선택을 한 셈이다. 바비킴은 시작부터 자신만의 읊조림과 흥을 노래에 부여했고 그러다 이어지는 부가킹즈의 랩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마치 '물레방아 인생'이 가진, 인생 그거 뭐 별거 있냐는 식의 노래 가사는 후렴구에 이르면 그러니 한 바탕 놀아보자고 권하는 듯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바비킴이 주는 이 편안하면서도 흥겨운 무대의 진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은 아마도 '달관'이나 '관조'가 아닐까. 세상살이를 다 알고 겪은 우리네 평범한 이들이 술 한 잔 걸치고 그 고단함을 어깨춤으로 털어내는 듯한 느낌. 한편으로는 가슴이 울컥한 아픔이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흥에 겨운 그 느낌은 그저 가창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바비킴만의 음악세계를 잘 보여준다. 음악을 그 누가 '폭발'하는 가창력만으로 평가했던가. 바비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가수다'라는 소위 '폭발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무대에서 증명해냈다. 이로서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 역시 한층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상황극을 통해 '무도'가 보여준 바른 언어의 어려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의 언어와 자막에 대해 방통위가 내린 경고조치는 '무한도전' 스스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통위의 결정대로 바른 말을 사용하려니 '무한도전' 멤버들만의 캐릭터가 나타나기 어렵고,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결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한도전' 아닌가. 이만큼 방송을 통해 우리네 언어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그 고민스러운 상황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녹여서 하나의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때, 그것을 덮어두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그 자체마저도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역발상. 이렇게 함으로써 문제 자체에서 소외되지 않고(가만 놔두면 방송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는 저 스스로 커지기 마련이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무한도전'다운 대처방식.

'무한도전 상사'라는 상황극 속에 이른바 '바른 말 쓰기 특강'을 집어넣고,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언어와 자막, 행동을 하나의 논제로 올려놓았다. 배현진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로서 '잘못된 언어 표현'을 집어낼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에×이, ×씨'같은 표현에 대해 박명수가 "하루에도 한 4백 번씩은 합니다"라고 말하자, 배현진 아나운서가 "거칠다는 느낌 안드세요?"하고 반문하고 박명수가 "아니요."라고 주고받는 식으로 이어진 이 난상토론(?)은 과연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교양 프로그램에 걸맞는 바른 언어 사용이 가능한 것인가를 질문하게 만들었다.

박명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정말 리얼하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거기서 에잇, 에×이를 준비해서 할 수는 없다"고 했고, 길은 "예능은 순발력"이라고 했다. 그만큼 바른 언어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피력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배현진 아나운서는 "표현이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웃기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하며 "이런 걸 조금만 노력을 해주시면 말을 예쁘게 하되 더 재밌는 방송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박명수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번 웃기기가 얼마나 힘든데 말씀을 그렇게 편안하게 하세요. 데스크에만 계시지 마시고 현장에서 보세요. 좀."

물론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서로 수긍하는 입장도 보였다. 유재석은 자신들의 입장이 어렵다는 걸 공감하면서도, 배현진 아나운서의 입장을 반박하기보다는 수긍하는 편이었고, 배현진 아나운서 역시 이들의 반박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 써 달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어떤 언어는 그것이 거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순화해서 표현하면 예능의 맛을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하가 '뻥'이라고 표현한 것을 배현진 아나운서가 제안한 것처럼 '거짓말'이나 '허풍'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그 말이 주는 어감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하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하의 캐릭터 하나를 없애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 어떤 표현은 엄밀한 바른 말이 친근감 있는 속어보다 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길이 '빠박이' 보다 '대머리'가 더 기분 나쁘다고 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또 하하가 박명수의 머리를 예의 없이 잡아당긴 것은 '슬랩스틱'의 고전에 해당한다. 이것을 가지고 '무한도전'에 대해서만 유독 "어린학생들이 따라한다"고 문제시하는 것은 형평성이 잘 맞지 않는다. '멍×아'라는 표현은 물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늘 배려있는 행동을 기대하는 건 예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대결구도와 말싸움이 하나의 웃음의 코드가 되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마당극에서조차 허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한도전'이 이 상황극을 통해 보여준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 같은 예능에서 바른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이다. 바른 말이 갖는 형식적인(Formal) 특징은 리얼 예능이 가질 수밖에 없는 형식을 따지지 않는(Informal) 특징과는 애초부터 배치되는 면이 있다. 이것은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과거 코미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웃으면 복이 와요'나 그 이전의 판소리들, 마당극, 남사당패의 말놀이에도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만큼의 프로그램이 가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순화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얼한 예능이 바른 언어라는 틀에 의해 조련되는 것 역시 어딘지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극이 제시한 것처럼 이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능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어쩌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맥락을 이해하는 선에서는 욕도 때로는 정감가게 느껴질 수 있다. 많은 문학작품이 그러하듯이.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가 시작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이지만, 이제 어디서든 우리는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 힘은 이 무대에 섰던 가수들을 통해 드러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 틀어주는 광고 속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하고, TV는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 광고에도 등장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대학생이라면 축제 무대에서, 직장인이라면 행사 무대에서, 혹 지역민이라면 인산인해를 이룬 콘서트장이나 지역 축제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심지어 여행길 우연히 들른 휴게소의 불법복제 음반 가판대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한다. 가수들. 그것도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들에게 그처럼 익숙하지만은 않았던 그들이 이제는 방송프로그램, 광고, 콘서트, 음원차트, 행사 등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 이후 이 가수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등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의 방송 출연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임재범, 단 세 곡으로 100억 원대 가치를 만들다
임재범은 우리네 록의 역사에서 한 지점을 차지하는 록커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록이라는 장르는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졌지만, 록커라는 자존심이 그로 하여금 대중들과의 야합(?)을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달랐다. 가수의 정체성을 묻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임재범의 록커로서의 날개를 다시 달아주었다. 그는 이 무대에서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다. 하지만 이 세 곡이 가진 임팩트는 컸다. 단 세 곡만으로도, ‘나는 가수다’에서 9개의 음원을 내놓고 최대의 음원수익을 가져간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평균적으로 4,5억 원의 음원수익을 올렸다고 평가되는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만큼 임재범도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수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는 국내 최대 음반 매니지먼트사인 예당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계약금만 10억 원이 넘었을 거라고 한다. 이것은 예당 측에서 밝힌 임재범 개인의 경제효과가 무려 1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통해서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미 광고계에서 특 A급 대우를 받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A급대우가 연간 출연료 5억 원 정도를 받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출연료는 6,7억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스포츠스타들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이런 광고 제안이 현재 7,8군데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액수는 5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콘서트 수익과 행사 수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00만 원대의 암표가 논란이 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임재범의 콘서트는 연말까지 콘서트가 잡혀진 상태이고, 그의 행사비는 한 회 출연에 5,6천만 원까지 치솟아 올랐다. 전속계약을 맺은 예당 측이 8,9개월이면 계약금 이상을 간단히 벌어들일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건 속단이 아닌 셈이다.

임재범의 ‘나는 가수다’ 임팩트가 특히 컸던 점은 그가 가진 거친 매력의 캐릭터와 그간 살아왔던 록커로서의 삶이 파괴적인 가창력을 가장 잘 돋보이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분’ 같은 곡은 임재범이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모 재도전 여파로 1달 간 방영되지 않으면서 그만큼 증폭되었던 기대감도 한 몫을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 시작하는 자리에 임재범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대세 김범수, 비주얼의 역습
임재범이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의 수혜를 입었다면, 김범수는 재도전 여파로 잠정 중단된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가수다. 가온차트에 의하면 그가 잠정 중단 직전에 부른 이소라의 ‘제발’은 전체 디지털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 2월28일부터 6월25일까지 무려 다운로드 231만4723건, 스트리밍 2365만3211건으로 약 2600만 명이 온라인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즉 국민의 절반이 이 노래를 들었다는 얘기다. 즉 이렇게 된 데는 ‘제발’이 1위를 기록한 후 한 달여 간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음원이 등장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범수의 노래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최근 그가 발표한 정규 7집 앨범 파트2로 이어졌다. 타이틀곡인 ‘끝사랑’을 비롯해 수록된 7곡 모두가 음원차트 10위 권에 오른 것. 음반의 음원수익만으로도 수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누적된 음원들로 인해 5억 원에 달하는 음원수익을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은 그가 ‘비주얼 가수’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때 심지어 ‘얼굴 없는 가수’로 생활했던 그가 이제 광고에서까지 ‘대세’가 된 것은 그의 가창력을 통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꾼 ‘나는 가수다’의 무대 덕분이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캠페인 '버스 콘서트'의 모델로 발탁돼 데뷔 13년 만에 CF촬영을 했다. 또 가전제품과 금융업계 쪽과도 얘기가 진행 중이어서 최소 2,3개의 광고를 더 찍을 전망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 찍는 만큼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이것이 ‘비주얼 가수’에게 상징하는 바는 크다.

김범수의 대박 수익은 결국 그의 가장 큰 장기인 무대에서 나온다. 즉 콘서트와 행사 수입이다. 지난 8월 김범수의 전국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의 ‘겟올라잇!’ 콘서트는 총 1만 명의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리에 끝이 났고, 11월까지 총 11개 도시를 돌며 전국 투어가 이어질 예정이다. 보통 회당 수익으로 1억 원 정도를 받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10억 이상의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학축제나 기업행사 수익 또한 쏠쏠하다. 한 번에 3,4000만 원의 최고 대우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부쩍 늘어난 행사횟수는 가희 제2의 전성기라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김범수에 대한 방송가의 입장이다. 그간 ‘얼굴 없는 가수’로 섭외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김범수는 최근 ‘승승장구’에 1인 게스트로 출연했고, ‘힐링캠프’에 초대되어 특유의 예능감을 뽐냈다. 진정한 비주얼 가수로 탈바꿈한 김범수의 창창한 앞날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박정현, 음악 요정의 탄생
임재범과 ‘너를 위해’를 불렀을 때부터 박정현의 가창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박정현의 이미지는 ‘노래 잘하는 가수’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 특유의 자유자재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한 편으로는 속삭이듯 다른 한 편으로는 절규하듯 부르는 창법은 심지어 ‘가창력만 자랑하는 가수’로 여겨지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어색한 한국어는 대중들과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뒤집었다. 그저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 마치 연극을 하듯 노래를 잘 표현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무대 바깥에서의 여전히 소녀 같은 순수함을 보게 되었다. 왜소한 체구는 엄청난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며 그녀의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어색한 말투는 귀여움으로 바뀌었다.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그녀는 노래라는 아우라를 날개로 가진 요정이 된 것이다.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9곡 거의 모두를 음원차트에 올려놓은 박정현은 중간 중간 발표한 드라마 OST 등을 합쳐 5억 원 이상의 음원수익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계속 음반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그간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건 거의 벼락에 가깝다. 특히 콘서트와 행사에서 박정현의 존재감은 더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 5월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단독콘서트는 5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또 그녀는 김범수, 윤도현과 함께 가을 대학 축제와 행사 섭외대상 1순위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부가수익으로 놀라운 점은 그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CF를 찍었다는 점이다. 음료브랜드 '아침에 주스'에 이어 친환경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인 '나트라케어', 보험, 제약광고까지 연이어 모델로 발탁된 그녀는 지금도 10여 개 업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정현으로서는 이른바 요정으로 불릴 만큼의 가창력과 외모를 이미지로 가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이미지 변신이 가져온 효과는 방송출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무릎팍 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데 이어 ‘위대한 탄생2’의 멘토로서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방송 출연이 전무했던 그녀로서는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윤도현, 가장 대중적인 록커의 탄생
윤도현은 록커이면서도 방송 출연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즉 록커이면서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나는 가수다’라는 제 물을 만났다. 노래에 방송에 익숙한 토크 능력까지 갖춘 그는 이소라 하차와 함께 ‘나는 가수다’의 MC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최고 주가를 올리다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방송활동이 위축됐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나는 가수다’는 윤도현이 다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역시 명예졸업은 아니지만 끝까지 노래를 불러 가장 많은 음원을 차트에 올림으로써 명예줄업을 한 박정현, 김범수만큼의 음원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음원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록커’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그 역시 광고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정엽과 함께 해태 ‘부라보콘’을 또 정엽, 김건모와 함께 진로 ‘참이슬’ CF에 나란히 출연했다. 이밖에도 특유의 바른 이미지 덕분에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그의 광고 이미지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윤도현의 광고료는 A급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시 록커 윤도현의 자리는 무대다. 윤도현의 행사는 대학에서 특히 빛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록이 가진 젊음의 느낌이 어필하는 탓이다. 대학 축제 섭외에 있어 작년보다 두 배 이상이 들어왔다는 YB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 매주 4,5회의 대학축제 무대에 섰다고 한다. 3,4000만 원의 가장 높은 수준의 행사료를 받는 YB의 경우 이 한 달 동안 약 5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도현의 진가는 음악 프로그램이 날로 많아지는 현재의 방송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검증된 진행능력과 가수로서의 실력, 게다가 대중적인 호감도까지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인기는 록이라는 음악에 있어서의 비인기종목(?)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는 가치를 갖는다. 대중적인 록커, 윤도현. 그로 인해 이제 록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다가오게 되었다.

재미 못 본 백지영, 재미 본 정엽, 김연우, JK김동욱
모두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미를 본 건 아니다. 대표적인 가수가 백지영이다. 백지영은 ‘나는 가수다’ 초반에 확실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재도전 여파로 한 달 간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하차선언을 함으로써 이런 모든 부가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가 하차선언을 한 것은 물론 8집 앨범 발매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앨범은 ‘나는 가수다’의 경연곡에 밀려 음원차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음반 활동 자체를 조기 중단하게 된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가수다’ 하차를 후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첫 번째 탈락자가 됐던 정엽이나 노래 두 곡 부르고 탈락했던 김연우, 그리고 어이없게도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불러서 스스로 하차하게 된 JK김동욱은 짧은 출연이었지만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나는 가수다’ 효과를 톡톡히 입은 가수들이다. 이들은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본 원고는 <우먼센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 이 뿌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피어날까

'뿌리깊은나무'(사진출처:SBS)

"내가 조선의 임금이다!" 왕이 스스로 이렇게 외치는 이유는 명백하다. 왕이지만 왕의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송중기)은 아버지인 태종(백윤식)의 그늘 아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태종이 권력을 잡기 위해 친인척을 구분하지 않고 피의 숙청을 감행하는 것을 보면서도 세종은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모두 치워버리는 것"이 정치라 생각하는 태종 앞에서 "나의 조선은 다를 것"이라 말하지만 세종은 "너의 조선이란 게 무엇이냐?"는 태종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그런 세종을 일깨운 것이 일개 똘복(채상우)이라는 민초 아이라는 사실은 세종의 정치철학은 물론이고 이 사극이 가진 메시지를 함축한다. 정치도 모르고 반역이라는 것은 더더욱 알 리 없는 이 아이가 역당의 무리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세종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태종의 칼날이 목에 드리워지지만 세종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기를 든다. 한 아이를 구하는 것, 그것은 세종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자신이 구한 백성"으로 그 아이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백성을 구한다'는 메시지와 그 백성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양반들에게만 독점된 글자로 인해 글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세종의 '한글 창제'의 충분한 동인으로 제시된다. 문자를 읽고 쓴다는 것이 사실은 '죽고 사는 문제'였다는 이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찌 보면 그다지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을 한글 창제의 의미를 드라마에 깊게 각인시킨다. 세종의 이 분명한 목적의식은 앞으로 집현전을 두고 벌어질 사건들이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된다.

어찌 보면 이것은 지극히 교과서적이고 정치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만큼 세종의 한글창제에 대한 평가는 일상화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뿌리 깊은 나무'는 이것을 보다 강력한 대결구도와 흥미로운 장치들을 활용해, 쉬우면서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있다. 태종과 세종의 팽팽한 대결구도는 이 사극이 굴러가는 추진력을 만들어내고, 그 대결 속에서 기묘하게 연결된 똘복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종의 소명의식을 드러낸다.

태종과 세종의 '다른 조선'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마방진이라는 흥미로운 도구를 통해 쉽게 제시되어 있다. 즉 태종이 마방진으로 고민하는 세종에게 "이건 너무 간단한 문제"라며 다른 숫자를 다 떼어버리고 1자 하나를 가운데 세워두는 장면은 태종의 중앙집권식의 정치철학을 함축하는 장면이다. 반면 그 많은 숫자들을 나열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으면서도 조화로운 방진을 꾸리려 애쓰는 세종의 모습은 그대로 그의 민초들을 생각하는 정치세계를 잘 말해준다. 그 숫자 하나 하나는 수많은 똘복의 분신인 셈이다.

화려한 액션과 군더더기 없는 영상 연출은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이어나간 장태유 PD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복잡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물군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고 배치하며 그 속에 끊임없이 생겨나는 팽팽한 갈등구조는 돌아온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공이 느껴진다. 여기에 거친 야성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백윤식과 그 중견연기자의 힘 앞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서 있는 송중기의 일취월장된 연기는 이 사극이 가져갈 초반의 힘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것은 '뿌리 깊은 나무'라는 새롭고 특별한 사극의 시작이자 전제일 뿐이다. 이 깊은 뿌리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지들이 이야기로 자라날 것인가. 실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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