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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화영을 이해하는 까닭옛글들/명랑TV 2007. 6. 19. 12:44
화영이 보여주는 ‘내 남자의 여자’의 진실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지수(배종옥)만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이 드라마는 자극과 신파로만 치닫는 한심한 불륜드라마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지수의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화영(김희애)과 그들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준표(김상중)가 그 나머지 주인공들이다. 준표야 그렇다 쳐도 화영이란 캐릭터를 그저 멀쩡한 친구 남편 꼬드긴 ‘쳐죽일’ 불륜녀로만 생각하는 건 이 드라마의 나머지 축을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 사랑하기 어려운 여자, 하지만 이해는 되는 화영이란 캐릭터가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일까. 어떻게 지수는 화영을 이해하는 걸까 화영에 대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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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달린 시간의 소중함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7. 6. 15. 17:52
‘시간을 달리는 소녀’, 찰나의 소중함을 묻다 청춘시절의 한 때를 생각해보면 꽤 강렬했을 감정의 진폭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장면들은 단순하다. 어느 날 운동장에서 올려다 본 파란 하늘이라든지, 그 하늘을 유유히 움직이던 구름이라든지, 방과후 텅 빈 운동장에서 글러브를 끼고 공을 주고받던 그 단순한 시간들 같은 그림들이 갈무리된 감정으로 떠오른다. 그것은 그 시절에는 너무 강렬했거나, 따분했거나, 때론 급박하게 움직여 볼 수 없었던 시간의 풍경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마코토도 그랬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과 시간들, 그리고 그것들 위로 등장해 우정의 이름으로 스치듯 지나가 버린 사랑의 감정 따위는 볼 수가 없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갖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사랑스런 애니메이션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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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돈의 위력, ‘쩐의 전쟁’옛글들/명랑TV 2007. 6. 15. 02:04
돈더미 앞의 금나라 혹은 연예인들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드라마 ‘쩐의 전쟁’은 마동포(이원종)가 사무실 지하비밀금고에 숨겨둔 돈더미로 첨예한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 숨기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의 두 욕망이 부딪치면서 시청자들은 돈에 대한 은밀한 쾌감을 만끽하는 중이다. 마동포가 숨겨놓은 돈이 몇 장의 수표도 아니고, 은행계좌의 수치도 아닌, 만 원짜리 돈더미란 점은 금나라(박신양)가 그 돈을 찾는 이야기를 자본주의라는 섬에서 보물을 찾는 이야기로 환원시킨다. 돈 다발이란 구체적인 돈의 형태는 수치로 포장된 자본주의 사회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그것은 보물이 아니고 돈이라는 점이다. 보물이야 낭만이라도 있겠지만, 돈 다발은 무언가 어둡고 음침한 구석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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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출수록 더 아름다운 그녀, 황진이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7. 6. 14. 00:49
그녀가 절을 한다. 방귀 깨나 뀐다는 부잣집 양반님네들 앞에서도, 세 치 혀로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권세를 가진 사또 앞에서도, 글 깨나 읽었다며 위선 떠는 선비 앞에서도 고개 하나 까딱하지 않던 그녀가 절을 한다. 그녀가 절을 하는 곳은 하녀들이 매일 닦아 반짝반짝 빛나는 마룻바닥이 아니다. 신음과 고열에 젖은 피비린내와 땀 냄새 심지어는 똥 냄새, 오줌 냄새 그것이 뭉뚱그려진 죽음의 냄새가 배어나는 옥사의 맨바닥이다. 그녀가 절을 하는 대상은 가장 천하디 천한 ‘놈이(유지태)’란 남정네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놈이는 저잣거리 왈자패, 색주가의 기둥서방, 그리고 화적 두목으로 살아가는 그 시대, 이 놈도 되고 저 놈도 되는 대부분의 천민들이 그러했던 양반네 눈에는 그저 잡놈인 비천한 사내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