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아이들 지옥으로 내모는 어른들

“내 딸 손대지 마!”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참다못한 노승혜(윤세아)는 결국 폭발했다. 그리고 하버드대에 입학했다는 게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진 딸 차세리(박유나)의 뺨을 때린 남편 차민혁(김병철)을 막아섰다. 노승혜는 자신의 속이 텅 빈 것 같은 허탈감에 비통해했지만, 곧 그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라는 걸 깨달았다.

쌍둥이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그는 언니가 세리를 맡아주겠다는 말에 13살의 어린 나이에 딸을 미국으로 보냈고, “성적이 잘 나온다”는 말에 좋아하기만 했었다는 것. 결국 딸이 거짓말까지 하게 된 건 차민혁의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다. 항상 피라미드를 보여주며 그 꼭대기에 서야한다고 말해왔던 아빠를 기쁘게 해주겠다며 했던 거짓말은 결국 눈덩이처럼 커져 이 가족의 불행으로 되돌아왔다.

이수임(이태란)과 진진희(오나라)에게 심경을 토로하며 눈물 흘리는 노승혜는 딸의 거짓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잖아도 쌍둥이들을 직접 가르친다며 감옥이나 다름없는 스터디룸에 가둬두고 체벌까지 해가며 몰아세우는 걸 안타깝게 봐온 노승혜였다. 그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을 보내려는 남편의 말을 따르고는 있었지만, 그만큼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였다. 그는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기 위해 아이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노승혜의 각성이 시청자들을 공감시킨 건,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거기에 담겨 있어서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산다는 SKY캐슬이라는 곳에는 끊임없이 놀라운 사건들이 터진다.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부모와의 연을 끊으려한 아들 때문에 엄마가 자살하고,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고 거짓말을 한 아이는 1년 동안이나 가짜 대학생으로 살아가다 발각된다.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초빙된 입시 코디네이터는 아이의 최고 성적을 끌어내는 대신 그 영혼까지 갉아먹어 그 아이는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파괴한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한다. 김혜나(김보라)가 자신이 강준상(정준호)의 핏줄이었다는 걸 알고 그 집으로 들어와 강예서(김혜윤)와 각을 세우는 상황은 아이들의 경쟁을 좀 더 극대화해 보여주는 면이 있다. 툭하면 유전자가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며 아빠 없이 자란 김혜나를 자극하자, 결국 김혜나는 자신이 강준상의 딸이라는 사실을 강예서에게 폭로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강예서를 극단으로 몰아넣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는 그는 김주영(김서형)과 전화통화를 하며 “선생님 나 진짜 김혜나 죽여버리고 싶어요”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그리고 이어진 난간에서 떨어진 김혜나가 피를 흘리고 쓰려져 있는 장면으로 끝나는 엔딩. 누가 살해했는지, 혹은 그것이 진짜인지 누군가의 상상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장면이 보여주는 건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어른들이다.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욕망 때문에 아이를 파괴하고 있는 어른들.

<SKY 캐슬>은 이 특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극화된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과장된 이야기들이 담기지만, 아이들이 겪는 불행만큼은 결코 과장이라 말하기 어려울 게다. 어쩌다 우리는 스스로 아이들을 지옥 속으로 밀어 넣게 되었을까. 그것이 우리들의 지옥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그래서 참다못한 노승혜가 일갈하는 “내 딸 손대지 마!”라는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그건 당장 눈앞에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들어 올리는 손찌검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교육이란 허울로 자행하는 갖가지 학대 행위들에 대한 최소한의 부모로서 갖는 감정이 묻어나는 말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됐을까.(사진:JTBC)

'SKY캐슬'의 풍자 판타지에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

도대체 무엇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이 드라마의 시청률표를 보면 그 상승곡선이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7%(닐슨 코리아)로 첫 회를 시작했지만 2회에 4.3%로 치솟았고, 10회에 11.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13회에는 13.2%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그 열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다. ‘SKY 캐슬’이라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교육이 그것이다. 수 십 억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두기도 하고, 집에 아예 감금시키듯이 아이를 공부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하는 이들의 사교육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100%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실제로 입시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고 저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지는 가진 자들의 은밀한 사교육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지경이 되어버린 게 우리네 교육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개천에서도 용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이 되었다. 자녀들의 입시가 부모들의 재력과 무관하지 않게 된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SKY 캐슬>은 이렇게 가진 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보여준다. 그것도 그저 대학입시에 떨어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그런 실패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영재네 집안의 비극이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감으로써 이들의 사교육은 성공한 듯 보였으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부추김에 의해 영재는 가출을 하고 결국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을 맡게 되면서 불안감은 계속 이어진다. 영재네가 이사를 나가고 그 집으로 들어온 이수임(이태란)은 아이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려하고 그 취재과정에서 김주영의 놀라운 과거행적을 알게 된다. 영재 이전에 그가 맡은 학생도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 이수임은 김주영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한서진에게 경고하지만 그는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김주영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이들 기득권자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고 실제로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실적을 내며 유명해졌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교육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게 느껴진다.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그 기득권을 통해 성공이 대물림되는 사교육을 ‘처절한 실패’로 그려냄으로서 박탈감을 느껴온 우리네 서민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재네가 무너졌고, 예서 역시 불안한 상태이며, 차민혁(김병철)이 그토록 총애하는 하버드에 들어간 줄 알았던 딸은 사기행각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입주과외라는 명목으로 한서진의 집에 들어온 혜나(김보라)는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SKY 캐슬>은 우리네 교육시스템을 풍자하는 드라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달리 저들이 파괴되어가는 걸 판타지로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른바 ‘생기부 전형’으로 불리는 입시 경쟁에서 가진 자들이 막대한 투자로 얻어가는 ‘교육과 학벌의 세습구조’ 속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박탈감을 잠시 동안의 판타지로나마 깨주고 동시에 비판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수직상승하는 시청률 수치와 열광이 말해주는 건 어찌 보면 그 박탈감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JTBC)

유연석·손호준의 ‘커피프렌즈’,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

“즐기면서 기부할 수 있는, 기부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일), 뭐가 있을까 그러다가 커피를 제공하고 우리는 대신 모금을 받고...” 유연석은 나영석 PD에게 ‘커피프렌즈’라는 기부 프로젝트에 대해 그렇게 설명했다. 유연석과 손호준의 이른바 ‘퍼네이션 프로젝트’로 알려진 커피프렌즈의 ‘푸드트럭’에는 ‘기부 한 잔의 여유 함께 하실래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기부자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한 마음까지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tvN <커피프렌즈>는 이들이 해온 프로젝트를 프로그램으로 끌어안았다. 

나영석 PD는 유연석과 손호준에게 이 행사를 자신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상 그들이 해온 프로젝트에 은근히 숟가락을 얹는 일이지만, 훈훈하기 이를 데 없는 제안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박희연 PD나 기획적인 도움을 주는 나영석 PD나 모두 이 기부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은 <커피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그냥 제주도에 브런치 카페를 여는 게 아니고, 그 카페를 통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귤밭에 있는 창고를 카페로 개조하는 일에 이들의 친구가 나서고, 통창으로 귤밭의 정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도움을 줄만한 이들을 유연석과 손호준이 직접 전화를 해 참여시키는 과정 또한 훈훈한 풍경이 된다. 프로그램으로만 보면 출연자 섭외라고 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로 보면 기부에 동참하는 이들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뜻 “형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참여한 양세종이나, 손호준의 요청에 기꺼이 참여의사를 밝히는 최지우가 이 귤밭에 만들어진 카페 커피프렌즈를 찾아오는 장면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마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정경이 그러했듯이, <커피프렌즈>는 유연석과 손호준에 최지우와 양세종까지 더해지니 일단 눈부터 흡족해진다. 여기에 제주도의 귤밭이 주는 풍광에 잘 꾸며진 카페와 거기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지는 커피와 음식들이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선남선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그 풍경이 일단 즐겁고, 이들이 이렇게 모인 마음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거기에 마치 카페 가득 채워질 것 같은 커피 향이 주는 훈훈함까지.

나영석 사단이 해온 꽤 많은 창업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커피프렌즈>는 창업 이전에 기부라는 따뜻함을 더함으로써 분명히 다른 색깔을 만든다. 이렇게 되니 이 외진 곳까지 굳이 찾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는 손님들까지 달리 보인다. 그들 역시 어찌 보면 유연석이 말하는 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분들이 아닌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왔다가 카페에 오게 된 한 손님은 이 곳에서 갑자기 만나게 된 이 시간이 한 해 동안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브런치 카페라는 특징은 식사를 위한 음식점과는 또 다른 <커피프렌즈>만의 풍경을 만든다. 카페라는 공간이 그러하듯이 음식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거기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인근 학교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곳을 찾은 선생님들은 2019년의 계획들을 이야기한다. 한 선생님은 휴직의 꿈을 갖고 있다며, 독일로의 유학을 꿈꾼다고 하고, 다른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쌤이 빠지면 큰일인데 그래도 선생님 꿈이니까 잘되면 좋겠다”고 말해준다. 또 “잠시 회사 생활을 잊고 여행 온 기분이 든다”며 이것이 “15분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수다지만 거기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미 유연석과 손호준이 해오던 기부 행사에 나영석과 박희연 PD가 판을 벌였고, 거기에 최지우와 양세종이 동참했다. 그리고 하나 둘 찾아오는 손님들이 ‘즐거운 기부’에 동참하는 그 과정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 또한 마음으로의 참여를 하게 만든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거기 카페에 모여드는 마음들이 있어 그건 작은 기적처럼 보인다. 이것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간단한 음식이지만 보면서 내내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다.(사진:tvN)

‘남자친구’, 정통 멜로 이끄는 송혜교·박보검의 섬세한 감정 연기

사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에는 극적인 사건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동화호텔 대표 차수현(송혜교)과 호텔 홍보팀 신입사원 김진혁(박보검)이 연인사이라는 게 사건이라면 가장 큰 사건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구설수에 오르고 김진혁의 그 ‘평범한 삶’이 깨지게 되는 것. 그래서 그걸 보다 못한 차수현이 잠시 동안 거리를 두자고 말하고, 그렇게 먼 거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다 속초의 어느 바닷가 앞에서 만나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이 한 회의 분량이다. 

그 다음 회도 헤어지고 만나는 그 과정이 거의 한 회 분량으로 되어 있다. 물론 차수현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직원을 시켜 잘못된 메일을 쿠바로 보내게 만드는 최진철(박성근)의 계략이 있고, 그로 인해 쿠바에 동화호텔을 세우려는 계획이 엇나가게 되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쿠바로 가는 김진혁과 차수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쿠바까지 날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보다 더 설레는 건 만나기만 해도 구설에 오르는 이 곳을 벗어나 이역만리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키스다. 

이건 <남자친구>라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정통 멜로의 색깔이다. 사건들로 흘러가기보다는 김진혁과 차수현이라는 두 인물의 감정에 집중한다. 회사 내에서 정치적인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그 사건들보다 드라마가 더 집중하는 건 그 일을 겪는 차수현의 심경이고, 김진혁을 속초로 발령 내는 사건이 벌어지지만 그것보다 드라마가 초점을 맞추는 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더 애틋해지는 두 사람의 관계다. 

그래서 속초의 동화호텔에서 일하는 김진혁이 유명 잡지의 기자인 줄 모르고 그 아이가 잃어버렸다는 인형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을 노력한 일이 미담이 되어 기사화되는 어찌 보면 드라마의 이야기로서는 소소한 사건이 이 드라마에서는 꽤 크게 느껴진다. 큰 사건은 없지만 차수현과 김진혁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점점 커지고, 그래서 그렇게 인정받는 모습에 내 일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 

복잡하고 많은 사건을 채워 넣지 않는 대신, 그 여백을 채우는 건 시 같은 글귀가 만들어내는 감정 선이다. 속초의 바닷가 앞에서 김연수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읽는 장면이 그렇다. 파도가 몰려오는 그 바닷가에서 차수현을 만나 끌어안은 김진혁은 그 소설의 글귀를 속삭인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널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이런 장면은 내부순환로 교각에 전시된 김환기 화백의 그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보며 그 시구가 들어있는 김광섭의 <저녁에>라는 시를 읽는 대목에서도 등장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이 시구는 쿠바에서 정원의 주인을 기다리다 문득 하늘의 별들을 본 김진혁이 다시 읊조리는 대사가 된다. 그건 떨어져 있어도 연결되어 있는 차수현과 김진혁을 에둘러 표현하는 글귀다. 

사실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밋밋해질 수 있지만, <남자친구>는 그 빈 공간을 차수현과 김진혁 두 사람이 갖는 설렘과 아픔과 기쁨 같은 감정들로 채워 넣는다. 시구들은 그 감정선을 깊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아마도 작가는 이런 감수성이 지금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쿠바에서 정원 주인을 만나 오해를 풀고 다시 호텔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든 건, 비행기에서 내내 안 되는 스페인어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 담긴 진심이었다. 

차수현과 김진혁 두 사람의 감정선이 드라마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동력의 전부처럼 느껴지는 이 작품에서 이를 연기하는 송혜교와 박보검의 진가가 보인다. 사실 이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아니라면 이만한 설렘이 가능했을까. 과장되게 말해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다는 말이 그저 허튼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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