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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무한도전’에서 ‘무릎팍 도사’까지 짐 캐리가 트루먼으로 나온 영화, ‘트루먼쇼’는 지금 우리가 TV에서 보는 거의 모든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트루먼의 샐러리맨으로서의 삶과 사랑은 그 자체로 드라마이며, 그가 술집이든 집이든 직장이든 누군가를 유쾌하게 하기 위해 떠들어대는 농담은 그 자체로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트루먼이 매력적인 것은 굉장한 스타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스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이 트루먼을 24시간 엿보는 것만으로 감동과 슬픔, 분노, 행복, 유쾌함, 웃음 같은 TV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게된다. 이 ‘트루먼쇼’는 지금 우리 TV가 변화하고 있는 한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TV라는 가상의 세계는 ..
거리 두기라는 ‘마왕’의 낯선 드라마 공식 데이빗 핀처 감독의 명작, ‘세븐’을 보면 연쇄살인범을 좇는 형사 밀스가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한 걸 알게되고 ‘분노’를 참지 못해 연쇄살인범을 죽이는 마지막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의미심장한 것은 이 순간 형사는 살인자가 되고 연쇄살인범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범법자와 법을 집행하는 자 사이는 이렇듯 백지 한 장 차이로 구분된다.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퍼즐을 푸는 듯한 드라마의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마왕’이 던지는 질문도 다르지 않다. 자신은 나쁜 놈 잡는 형사이지 나쁜 놈이 아니라고 생각해온 강오수(엄태웅) 형사가 맞닥뜨린 현실은 끔직하다. 그것은 첫 번째 경고문 그대로다. ‘진실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
‘내 남자의 여자’ vs ‘고맙습니다’ 주중 드라마의 향배가 정해져가고 있다. 월화는 김수현 작가 특유의 입담으로 승부하는 ‘내 남자의 여자’, 수목은 이경희 작가가 전하는 훈훈한 진심으로 승부하는 ‘고맙습니다’이다. 한쪽은 말많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수다를 자극하고, 다른 한쪽은 말없이 울게 하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달군다. 미드 열풍을 타고 온 전문직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지만 그 기대치에 맞는 드라마가 부재한 상황, 이 두 드라마는 전혀 다른 상반된 코드를 가지고 주중의 밤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수다와 손수건’, 당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는 무엇인가. 분노 vs 눈물 ‘내 남자의 여자’는 여성들 속에 잠재되어 있던 분노를 끄집어내 폭발시키는 드라마다. 이것은 모든 불륜드라마..
여자들을 혹은 여자들만을 위한 드라마 김수현이 그려내는 불륜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그 제목부터가 심상찮다. 불륜이라면 당연히 여자와 함께 남자가 있어야 하는 법. ‘내 남자의 여자’란 제목은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라는 관계를 설정한다. 중요한 것은 이 제목에 방점이 찍히는 부분이 ‘남자’와 ‘여자’, 양쪽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조되는 부분은 궁극적인 지칭대상인 ‘여자’에 있다. ‘남자’라는 단어 역시 ‘내’라는 여자에 의해 한정되어 있는 존재. 그러니 이 제목에서 ‘남자’는 그냥 가운데 가만히 멈춰선, 혹은 양쪽에 포획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왜 홍준표는 침묵하고 있을까 제목처럼 이 드라마에서 남자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홍준표(김상중)가 남자일까. 교수에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부모의 돈으..
임권택 감독 영화에 길이 자주 등장하는 건, 그가 만드는 영화가 인생을 담고, 그 인생의 비의를 담지한 시대를 포착해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길 위의 풍경은 임권택 영화가 가진 영상미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먼저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길 자체가 내포한 표정이다. 길은 장관을 이루다가도 애조 띤 정서로 감아 돌고 때론 바다를 만나 반짝거리다가 인간에 의해 매몰되기도 한다. 정일성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구성진 소리처럼 구불구불 논길 사이로 이어진 길 풍경으로부터 우리네 구비진 인생살이의 고단함까지 잡아낸다. 그리고 그 풍경을 자세히 보면 길 위를 걷는 사람이 보인다. ‘천년학’에서는 소리꾼의 비루한 삶과 아버지에 의해 누이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여인 송화(오정해)로부터 도망친 동호(조재현)가 그 길 ..
인간에 대한 예의, ‘고맙습니다’ 드라마를 하나의 캐릭터로 볼 때, ‘고맙습니다’는 얼짱도 몸짱도 아닌 훈남이다. 그런 조어가 가능하다면 이 드라마는 ‘훈작’이라 할만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엉뚱한 설정에 웃음이 나다가도 그 웃음 끝에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따뜻함’. 어쩌면 이다지도 훈훈한 사람들, 훈훈한 이야기로 가득할까. 미안하고 사랑한(미안하다 사랑한다) 후에 고마움(고맙습니다)을 들고 온 이경희라는 작가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말하고 싶었나 보다. 그 소망이 너무나 작기에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맙습니다’라는 정성어린 밥상은 그래서인지 다 먹고 나면 배의 포만감보다 가슴부터 따뜻하게 채워주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예의 없는 세상 속에서 그것..
‘히트’의 멜로 vs ‘내 남자의 여자’의 불륜 월화 드라마 대전에 새롭게 등장한 김수현 작가의 ‘내 남자의 여자’ 바람이 거세다. ‘주몽’의 후속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만 생각됐던 ‘히트’가 계속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는 사이, 단 4회만에 ‘내 남자의 여자’가 파죽지세로 거의 ‘히트’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드라마는 단순한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지 월화에 방영된다는 점에서 그 시청률이 비교될 뿐이다. 그런데 이 ‘월화의 경쟁’은 지금 우리나라 드라마가 겪고 있는 성장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장 고전적인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은 여전히 되지만, 변화의 바람 속에서 시도되었으나 지나치게 ‘멜로’가 강조된 전문직 드라마, 범죄수사물의 경우는 특히 더 안 된다는 ..
가족, 우리 문화의 경쟁력?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중국시장에서 반응을 보인 데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민감해진 중국영화시장의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그 바탕에는 ‘괴물’ 자체가 갖고 있는 아시아적인 미덕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다. 영화가 개봉되고 중국언론들은 이 영화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차별점으로 가족을 들었다. ‘괴물’의 중국 성공, ‘가족’ 때문? 유력일간지 징화스바오는 ‘괴물’에 대해 “기존의 멜로물과 폭력물 위주에서 탈피한 한국영화”라며 “한 평범한 소녀를 괴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평범한 가족들이 사생결단”을 “눈물 없이 보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관영 베이징르바오는 이 영화가 “으시시한 공포영화나 화려한 화면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보통사람들의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