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남의 광장’, 백종원표 ‘10시 내 고향’ 우리 농수산물 살리기

 

제철 음식이나 그 지역의 특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구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또 그 식재료들을 어떻게 해먹어야 할지를 잘 모르며 나아가 그 식재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도 잘 몰라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 SBS <맛남의 광장>이 서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백종원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하고 싶어 했다는 이 프로그램이 드디어 목요일 밤 10시에 방영되게 된 것.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 지난 4월 발생한 산불피해가 흔적으로 남아있는 그 곳, 강릉의 옥계휴게소가 첫 ‘맛남’의 장소로 정해졌다. 사전에 어떤 식재료들이 나오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양세형과 함께 백종원이 찾아간 바닷가에서는 양미리를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척 보기에도 그물 한 가득 꿰어져 있어 양도 어마어마해 보이는 양미리. 11월에서 1월까지 나오는 제철 생선이지만, 구워먹거나 말려 먹는 것 이외에 다양한 요리법이 나오지 않아 공급을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 소쿠리에 평시 5만 원 정도 하던 양미리가 5천 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던 것. 어민들은 많이 잡아야 손해기 때문에 조업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지에서 구워먹는 양미리는 뼈가 연해 통째로 씹어 먹을 수 있었고, 그 맛 또한 기가 막혔다. 양세형과 백종원은 말도 잊은 채 구운 양미리를 맛나게도 먹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미리에 알이 차기 시작하는 12월에는 이 생선이 엄청나게 팔려나가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 <맛남의 광장>이 첫 방영되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백종원은 양미리를 갈치조림하듯 조림으로 만들어 옥계 휴게소에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두 번째 식재료는 주문진 시장에서 찾아낸 홍게였다. 크기가 작고 살이 적은데다 하루 이상 놔두면 살이 녹아버려 저장하기도 쉽지 않아 지나면 폐기한다는 홍게. 그래서 가격도 열 마리에 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백종원은 홍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끓여낸 홍게라면을 선보였다. 특제소스까지 넣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홍게라면 역시 휴게소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맛남의 광장>은 이로써 제철에 특정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알리고, 그걸 보다 쉽고 맛있게 요리해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남은 문제는 전국의 가정에서 그 농수산물을 쉽게 구입해 먹을 수 있는 유통이 되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백종원이 밝힌 것처럼 이 문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지원으로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신세계 이마트를 통해 그 식재료를 유통할 수 있게 해준 것.

 

양미리를 구워먹으며 양세형은 이런 걸 <6시 내 고향>에서 봤다고 했다. 그러자 백종원은 우리 프로그램은 ‘10시 내 고향’이라고 말했다. KBS <6시 내 고향>이 해왔던 지역 특산물 살리기를 <맛남의 광장>이 그 색다른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쿡방과 먹방 그리고 장사를 담아낸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됐고, 또 굳이 강원도까지 가지 않아도 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식재료를 사다가 해먹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수요의 수혜는 고스란히 강원도 어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 방송이 가진 공익성이 이만큼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맛남의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좀 더 화제가 되고 성공한다면 우리네 식탁 풍경도 달라지지 않을까. 제철에 나는 값은 싸지만 싱싱하고 맛있는 식재료들을 바로 바로 구입해 요리로 해먹을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백종원표 ‘10시 내 고향’이 과연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지 자못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역시 '무도'의 명성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었다

예능의 신이 도와준 건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배드민턴 셔틀콕을 박명수가 채로 상대편 쪽으로 보낼 때 마침 얼굴에 땀을 닦던 전진의 손에 정확히 그 셔틀콕이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이미 인터넷에 레전드 짤방으로 유명해진 이 기적 같은 장면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어느 할머니집의 제설작업을 하다 장난삼아 빈 생수병을 주먹으로 되받아쳤는데 그게 하필이면 지붕을 타고 길의 머리에 똑 떨어지는 장면은 또 어떻고. 흔히들 ‘예능의 신’이 강림하셨다는 표현이 무색한 장면이다. MBC <무한도전>이 가진 7주간의 방학 그 마지막으로 방영된 ‘몸 개그’ 특집은 실로 예능인들이라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기막힌 장면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졌다. 

너무 의도한 것처럼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저 운에만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이전에 다른 출연자가 의외의 몸 개그로 빵빵 터트리고 나면 더더욱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몸 개그는 그래서 그저 넘어지고 엎어지고 물에 빠지고 뒹구는 것만으로 웃음을 주는 그런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의도를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상황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웃음의 방법이다. 

‘춘향뎐’ 특집에서 그네를 타다 물속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일종의 ‘몸 개그 대결’에서 정준하가 그네를 탈 때의 몸 개그는 그저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다. 정준하가 발을 밑으로 내려 물통에 걸리게 하려 준비하는 장면은 다시금 ‘몸 개그 특집’을 통해 보며 유재석이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쳤을 장면이다. 그만큼 어떻게 하면 웃음을 줄 것인가를 그들이 매번 고민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진짜 ‘예능의 신’이 도와줘 전혀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속출하며 빵빵 터지는 날도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어찌 보면 그들의 웃음에 대한 집착과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뽑은 몸 개그 레전드 1위에 등극한 ‘모내기 특집’에서 논두렁 위를 달리는 장면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 미끄러운 논두렁을 아예 대놓고 몸 개그 판으로 생각하며 뛰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명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에서 생수병이 마치 당구라도 치듯이 툭툭 날아다니다가 길의 머리 위에 똑 떨어져 웃음을 주는 그 장면 역시, 그들이 애써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위해 제설작업에 나서는 훈훈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 아닌가. 그러니 몸 개그가 탄생하는 걸 그저 우연이거나 너무 쉽게 의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진심이 먼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그 위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또 뛰는 노력이 얹어져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11년을 달려왔던 <무한도전>은 최근 7주간의 꿀 같은 방학을 보냈다. 그 7주 중 4주간 방영된 레전드 특집들은 <무한도전>이 왜 그 같은 방학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를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온 몸으로 뛰었던 웃음을 위한 헌신. <무한도전>의 현재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었으니.

<삼시세끼>, 말 못하는 산체 힐링의 존재 된 까닭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 첫 게스트로 출연한 손호준에게 산체는 어떤 의미였을까. 어색하고 부담스럽기 이를 데 없는 대선배들을 찾아온 손호준은 낮잠을 자는 그들을 깨우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했다. 그 불편한 첫 만남에서 그를 반겨준 건 다름 아닌 이 만재도의 귀요미로 자리한 산체였다. 손호준은 보자마자 산체에게 푹 빠져 연실 뽀뽀를 해댔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밍키에 이어 만재도편에서는 산체가 화제다. 너무 작아서 방안에서조차 숨어버리면 찾기 어려운 이 어린 강아지는 아직까지 거친 어촌의 바깥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방안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데 특유의 귀여운 자태(?) 때문에 출연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유해진도 바깥일(낚시)을 하고 돌아오면 먼저 방안의 산체를 들여다보기 일쑤다. 방안에 싼 앙증맞은 똥을 치워주고 끼니 때가 되면 딱 50일씩 줘야 하는 사료에 덤으로 10알을 얹어주며 애정을 과시한다. 차승원 역시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산체와의 망중한을 보낸다. 커다랗지만 지친 몸들이 자그마한 산체와 토닥거리며 장난을 칠 때, 그들은 잠시 동안의 힐링을 맞본다.

 

잠깐 잠깐 등장하는 것뿐이고, 게다가 뭔가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산체에 대한 관심은 출연자들 이상이다. 혹자는 산체를 보기 위해 <삼시세끼>를 본다는 얘기를 한다. 그만큼 산체 없는 <삼시세끼>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도대체 이 말 못하는 강아지의 어떤 마성의 미력이 대중들을 사로잡았을까.

 

<삼시세끼>의 산체가 출연자들에게 주는 힐링은 아마도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에게는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직장 생활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런 조건도 없이 달려와 가슴에 안기는 반려견의 그 따뜻함은 하루의 고단함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힘을 발휘한다. 폭풍이 몰아치고 때론 눈보라가 날리는 어촌에서 한 끼 한 끼를 챙겨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이 잠시 그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는 존재가 바로 산체다.

 

그래서 그 작은 방안에서 산체와 노니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마치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한없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마음이 그 작은 방안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산체는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 방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그는 어느새 출연자는 물론이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 시청자들에게도 힐링의 존재가 된 것이다.

 

물론 나영석 PD는 이를 우연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결코 그냥 일어난 일은 아니다. 거기에는 나영석 PD를 위시한 제작진들의 세심한 편집과 연출의 힘이 들어 있다. 산체라는 존재 자체가 귀요미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극대화한 건 연출의 몫이 있었다는 점이다. 출연부터 슬로우모션으로 달리는 산체의 모습을 마치 거친 야생의 동물처럼 표현한 건, 본래의 모습과 반전효과를 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출연자들마다 한 번씩 이 귀요미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산체의 존재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연출을 통해 힘겨운 바깥의 생활이 끝난 후 산체를 찾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은 산체를 휴식힐링의 존재로 각인시켰다. 이러니 거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과거 <12>의 상근이부터,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밍키, 그리고 만재도편의 산체까지 하나같이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된 것은 그들의 존재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일정한 스토리텔링을 투사해 만들어낸 캐릭터의 힘이기도 하다. 그가 힐링의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걸 이해한다면 이제 산체를 보기 위해 <삼시세끼>를 본다는 말이 그저 과장이 아니라는 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 끝낸 <삼시세끼>, 어촌편은 블록버스터다

 

이미 실험은 끝났다? <삼시세끼>를 처음 런칭할 때까지만 해도 나영석 PD는 이 예능 실험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콘셉트로 내세워질 만큼 확실히 손에 잡히는 요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 강원도편이 대성공으로 끝난 만큼 스핀오프로 돌아오는 어촌편은 이미 대박이라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거기에는 그만한 합당한 근거들이 있다. 첫째, 캐스팅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줄줄이 이어진 게스트들의 면면이 약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 어촌편은 캐스팅이 톱 클래스급이다.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까지. <무한도전>의 고정 게스트라고 여겨질 만큼 나올 때마다 살벌한 노동강도를 보여주는 차승원이고, 티저에도 나왔듯이 나는 <12>이야라고 이미 예능판을 충분히 경험한 유해진이 아닌가. 여기에 예능의 손이 한 번도 타지 않은 프린스 장근석의 동참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고생하면 할수록 짠해지면서도 웃음이 나게 만드는 차승원이고, 그 고생 속에서도 끝없는 특유의 농담으로 좌중을 쓰러지게 만드는 유해진이다. 이들을 보필하는 장근석은 지금껏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 왔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망가짐의 미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 5차 예고 동영상으로 통해 보여졌듯이 만재도에 들어간 세 사람은 못생김(?)’을 먹고 못생겨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대박의 근거는 어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살풍경에서 나온다. 바다는 강원도편의 유유자적하는 농촌의 환경과는 사뭇 다르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몰아친다. 그런 배경은 <삼시세끼>의 새로운 느낌과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낚시를 해야 하고, 바람 속에서 불을 지펴 무언가를 해먹어야 한다. 노동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주는 정서나 느낌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 예능 특유의 따뜻하고 훈훈한 관계가 이런 어촌의 살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 드러날 것이라는 게 세 번째 대박의 근거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보여졌듯이 문밖을 나서면 파도와 바람이 불어 닥치는 만재도지만 그 문 안에서의 세 사람은 뒹굴뒹굴 누워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부린다. 문 밖의 살벌함과 문 안의 따뜻함.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현실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나영석 PD의 예능이 늘 그러하듯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성공한 작품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원도편이 성공적인 실험의 성격이 강했다면 어촌편은 블록버스터다. 출연자들도 또 카메라에 담기는 환경도 강원도편과는 급이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은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금요일 밤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