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의 사건사고, 과연 개인적인 문제일까

 

잘 나가는 예능 MC 치고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 없다? 과장이 아니다. 세금 문제로 강호동은 1년 간 방송출연을 하지 않았고,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에서 했던 적절치 못한 발언이 논란이 되어 역시 한 동안 방송을 접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으며 지금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동엽도 한 때는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잘 풀린 경우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거의 방송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예능 MC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정환은 대표적이다.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던 그는 두 번씩이나 원정 도박사건이 터지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정황까지 포착돼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혁재는 폭행사건에 연루되면서 방송이 어려울 만큼 급추락하게 되었고, 고영욱도 청소년 성추행 혐의라는 죄질이 극히 좋지 않은 문제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되었으며 MC몽의 경우에는 군 면제를 위해 고의발치를 했다는 혐의로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이 되었다.

 

이 사건사고 리스트에 김용만에 이어 이수근, 탁재훈, 붐, 토니안, 앤디까지 예능MC로서 주가를 올리던 이들이 불명예스런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불법 도박 혐의다. 이번 사건에 등장한 이른바 온라인을 이용한 ‘맞대기’ 도박은 훨씬 더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점에서 과거 원정도박보다 유혹의 강도는 높은 반면, 죄의식에는 둔감했으리라 여겨진다. 도박 사건이 여러 번 터졌지만 이번에 특히 대거 MC들이 한꺼번에 사건에 연루된 이유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그 오랜 시간 동안 톱MC로서의 위치를 지켜오면서도 그 흔한 구설수 하나에도 휘말리지 않았던 연예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야외에서 일반인들과 부딪치기 마련인 프로그램 형식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더 성실하고 사려 깊은 MC로서의 면모를 보임으로써 심지어 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재석을 유느님이라 부르는 것이 단지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소 입증해왔다.

 

유재석의 경우를 보면 스타가 되어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몸 관리에도 철저하며 프로그램 내에서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은 대중들이 그를 신뢰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정상의 연예인으로서 누리기보다는 그만큼 자기관리에 더 힘을 쏟는 모습에 대중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이라는 특별한 MC의 사례일 것이다. 연예계라는 곳 자체가 구조적으로 그 어느 곳보다 사건사고의 유혹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술로 인한 사건이나 도박 문제가 자꾸만 불거지는 것은 이들 연예인들이 그 직업상 정상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공장소로 나올 수 없는 그들은 밀폐된 저들만의 공간에서 저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기 마련이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 때뿐이고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똑같은 사건들이 계속 터지는 것은 이 문제들이 개인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직업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걸 말해준다. 항간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마치 숨겨둔 곶감 하나씩 꺼내먹듯 연예계 사건사고를 터트린다는 음모론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문제를 겪다가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은 연예인들 전반의 정신적인 상태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준다.

 

연예계의 사건사고들은 물론 그 개개인들의 자기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신뢰를 가졌던 대중들이 질타를 보내는 건 정당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놓여져 있는 연예계의 취약한 구조가 가진 문제들을 개선해나가는 노력 역시 필요할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사건사고를 그저 개인이 저지른 일파만파의 파장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향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정노동을 위한 상담 등을 상설화하는 식으로 사전에 예방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모두가 유느님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카메라의 변화로 보는 예능의 진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흔한 풍경 중 하나가 MC들이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다. <1박2일>은 대표적이다. 메인 MC가 “1박!”하고 외치면 다른 멤버들이 “2일”하고 외친다. 그들은 모두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일렬로 서서 이 구호를 외친다. 흔한 풍경이지만 바로 이 장면에는 흔히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하는 예능 형식의 단면이 들어 있다.

 

'1박2일(사진출처:KBS)'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이렇게 MC들이 일렬로 서고 한 명의 MC가 메인으로 나서는 이유는 카메라 때문이다. 카메라가 한 방향을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그 카메라들이 한 캐릭터씩을 커버하는 식으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MC들은 그 카메라 앞에 일렬로 늘어설 수밖에 없다. 또한 이렇게 일렬로 늘어선 상황에서는 그 중 한 명이 메인을 맡아야 프로그램 진행의 혼동이 없다.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이런 카메라들의 배열은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었다. 즉 과거의 예능에서는 똑같이 정면에 카메라가 놓여있긴 했지만 여러 명이 나왔을 때 각각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없었다. 리얼을 강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은 따라서 카메라를 좀 더 많이 세워 각각의 캐릭터들의 디테일한 리액션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많아진 녹화분량은 좀 더 압축적이고 디테일한 편집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관찰 예능으로 불리는 새로운 트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과는 사뭇 다른 카메라 배열을 보여준다. 즉 <진짜 사나이>나 <아빠 어디가> 같은 경우에(물론 도입부에 일부 도열한 인물들이 서는 장면이 들어갈 때도 있지만) MC들이 일렬로 죽 서서 어떤 진행을 하는 듯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 물론 메인 MC가 있을 수도 없다. 메인 MC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을 진짜 리얼이 아닌 쇼가 되게 하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의 핵심적인 카메라의 묘미를 볼 수 있는 것은 생활관 장면이다. 여기서 카메라는 출연자들에게서 숨겨져 있고 따라서 출연자들은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러운 대화와 행동들을 보여준다. <아빠 어디가>의 핵심은 아이들을 따라다니는 VJ의 시선이다. 어느 한 곳에 고정된 시선이 아니라 각각의 출연자들에게 맞춰진 시선은 좀 더 다채로운 동선과 다양한 관점들을 포착해낸다.

 

카메라의 이런 다른 배치와 시선들이 별거 아니라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상에 이미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카메라의 시선은 그 자체로 어떤 특별한 느낌을 제공한다. 즉 일렬로 늘어선 카메라와 메인 MC가 나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은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또한 위계적인 느낌마저 준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늘 1인자, 2인자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각각의 캐릭터를 따라 다니며 그들의 시선대로 스토리를 잡아내거나 아예 숨겨져 있어 출연자들이 의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관찰 카메라의 방식은 이런 중심과 변방의 구분을 없애버린다. 따라서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는 위계적 느낌과 관찰 카메라가 주는 수평적인 느낌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미묘한 감성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즉 카메라의 시선 변화는 그 자체로 변화된 시청자들의 정서와 관련해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까지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유재석과 강호동이 양강체제로 이끌어오던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가 가고 이제 일반인이든 주목받지 못했던 연예인이든 새로운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관찰 예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트렌드 형식의 변화가 아니다. 최근까지 예능의 흐름은 카메라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발전해 왔다. 최근 들어 예능이 리얼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는 아예 숨거나(몰래카메라), 양을 늘리거나(리얼 버라이어티), 현장 속으로 더 뛰어들거나(관찰카메라) 하면서 그 위치를 바꿔왔다.

 

또한 달라진 카메라의 위치는 그 안에 서게 되는 MC들의 성패 요인까지도 좌우해 왔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에서 최고의 MC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카메라가 리더를 요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타인의 캐릭터를 부각시켜주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강호동은 전면에서 팀을 이끌어가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던 것. 하지만 관찰 카메라 형식에서는 리더로 나서는 순간 자칫 비호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나서서 전체를 이끌어가기보다는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관찰 카메라 시대가 필요로 하는 MC의 새로운 자질이다.

 

<1박2일>이 힘겨워진 것은 전성기 때의 MC들이 교체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달라진 예능 환경 속에서 여전히 비슷한 시선만을 보여주는 카메라와 그것이 보여주는 여전히 똑같은 캐릭터들에 대중들이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게 된 것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같은 형식을 갖고 있는 <무한도전>도 비슷한 도전을 맞고 있지만 그나마 이 예능은 일정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또 새로운 형식 실험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1박2일>처럼 전형적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선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이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적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기다.

리얼 예능과 관찰예능 사이, 이수근의 애매한 위치

 

이수근은 적응이 뛰어난 예능인은 아니다.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다 <1박2일>로 들어왔을 때 그는 거의 1년 넘게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본을 연기로서 살려내는 콩트적인 환경과 아무런 대본 없이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어가야 하는 리얼 예능의 환경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하지만 묵묵히 기다려주는 제작진과 무엇보다 같은 코미디언으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마련해준 강호동이 있어 이수근은 <1박2일>의 빵빵 터트리는 에이스로 자리할 수 있었다. 여행에 있어서 이동 간에 혹은 휴식 간에 틈틈이 생겨나는 공백을 이수근은 깨알 같은 상황극 개그로 채워주었다. 리얼이 주는 피로함에 지친 멤버들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이수근의 웃음은 그래서 그 멤버들을 가족처럼 여기게 된 시청자들에게도 기분 좋은 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사이, 예능의 트렌드가 또 바뀌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트렌드가 저물고 이른바 ‘관찰 예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또한 연예인 토크쇼가 고개를 숙인 반면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들(오디션 프로그램, 일반인 출연 토크쇼 등등)이 점점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하고 <승승장구> 같은 토크쇼에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이수근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를 든든히 받쳐주던 강호동조차 이 트렌드 변화에 휘청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릎팍도사>가 폐지됐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 장을 열려고 시도했던 <맨발의 친구들>은 도무지 맥을 잡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마치 실과 바늘처럼 톰과 제리처럼 강호동 가는 곳에 이수근이 따라붙었지만 <무릎팍 도사>는 뭔가 보여주기도 전에 폐지되었고, 강호동이 부활의 근거지로 서서히 힘을 내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이수근은 슬럼프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이수근의 장점은 애드립이나 상황극 같은 순발력에 있다. 특정 상황이 던져졌을 때 이수근은 실로 기상천외한 멘트를 날리거나, 그 상황을 살려내는 상황극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사실 이런 형태의 웃음은 어떤 무대를 상정한다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장르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강호동이 질문을 하거나 상황극을 오히려 유도하는 상대역을 자처하게 되면서 이수근의 무대는 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관찰예능이 점점 대세로 자리하면서 일종의 정해진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적 상황은 점점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게 되었다. <1박2일>의 쇼 콘셉트 소재나 복불복이 점점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그것이 인위적인 무대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대가 상정되어 있는 토크쇼에서조차 어떤 정해진 듯한 질문-답변은 시청자들의 아무런 반응도 얻어내기 어렵게 되었다(이것은 심지어 홍보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이수근이 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겪고 있는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인이 갖고 있는 무대를 상정하는 듯한 웃음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것은 분명 이수근의 장점이지만 그것만 갖고는 달라진 트렌드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호동을 되살리고 있는 <우리동네 예체능>은 그래서 이수근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잠시 예능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온전히 스포츠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이수근에게 지금 요구되는 것은 예능적인 웃음을 만들기 위한 안간힘보다는 진짜 이수근을 느낄 수 있는 땀 냄새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꽤 괜찮은 예능인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2인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예능인이다. 또 그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애드립과 상황극은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순발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 예능은 자질이나 기량보다 중요해진 것이 ‘진짜’다. 늘 웃음을 주기 위해 어떤 극 속으로 뛰어드는 연기자로서의 덕목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진짜 이수근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무릎팍>에 이어 <라스>도 위태로워지나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로까지 여겨졌던 <라디오스타>마저 최근 들어 조금씩 비판적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선영이 무심코 던진 속물적인 발언이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사유리와 클라라가 벌인 가슴 대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전설의 주먹’ 편은 주먹으로 알려진 연예인들의 사실상 해명의 자리였지만 일각에서는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항간에는 제작진이 교체되면서 프로그램의 색깔도 자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여기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본래 <라디오스타>는 속물적인 발언들이 솔직함으로 받아들여지던 곳이었고(김구라를 생각해보라!), 심지어 가슴 대결을 벌여도 그 충분한 재미에 용서가 되던 토크쇼였다. 주먹 이야기는 이미 김진수가 나왔을 때도 나왔던 아이템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갑자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진 이유는 뭘까.

 

오히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변했다기보다는 대중들이 연예인 토크쇼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재미적인 측면만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라디오스타>는 속도감 있고 매 순간 빵빵 터트리는 저력을 갖고 있다. 게스트에게 이야기를 듣는다기보다는 저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심지어 게스트의 이야기를 왜곡하고 과장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디오스타> 역시 연예인 토크쇼의 한 부류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때 최고의 주가를 올렸고 평도 좋았던 <무릎팍 도사>가 그 주인인 강호동이 복귀하고도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폐지수순을 밟는 건 이 연예인 토크쇼가 이제는 한물 간 트렌드라는 걸 말해준다. MBC 목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의 저주는 <무릎팍 도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폐지될 <무릎팍 도사>의 빈자리를 채워줄 <스토리쇼 화수분> 역시 어딘지 부족함이 느껴지지만 그나마 연예인 토크쇼가 아니라는 것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무려 8년을 장수했던 유재석의 <놀러와>가 폐지된 것은 물론 당시 방송국의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연예인 토크쇼들의 전반적인 추락이다. 5,6%에 머물고 있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힐링 트렌드로 들어온 <땡큐>는 심지어 3% 시청률까지 떨어져 이제 힐링 트렌드 역시 지나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화신> 역시 4%에서 6% 사이를 오가는 반면 일반인 참여 토크쇼인 <안녕하세요>가 그나마 8%대를 오가는 정도다. 토크쇼, 특히 연예인 토크쇼는 대중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얘기다.

 

<무릎팍도사>가 앞에서 끌고 <라디오스타>가 뒤에서 밀어주던 <황금어장>이 토크쇼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는 조금씩 저물고 있다. 누가 MC를 맡는다고 해도 이 흐름은 거꾸로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토크쇼는 이제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우선 더 이상 말이 잘 먹히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 첫 번째 요인이다. 대중들은 방송에 어떤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말보다는 몸으로 더 믿어지게 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이들 토크쇼들의 주 재료였던 연예인의 이야기라는 소스가 이제는 대중들에게 그다지 호기심이나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연예인에게 관심이 가게 되는 것은 이들을 특이한 상황에 던져놓아 지금껏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발견하는 지점뿐이다.

 

셋째는 스튜디오라는 폐쇄된 공간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그다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된 공간은 폐쇄된 이야기만을 꺼내줄 뿐이다. 누굴 만날 지 알 수 없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상할 수가 없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대한 일종의 학습과정을 충분히 밟은 대중들에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토크쇼는 너무 짜여진 느낌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토크쇼라는 형식이 멸종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껏 해왔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토크쇼는 이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다른 형식과 시공간을 끌어냄으로써 기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뒤집는 실험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토크쇼만 내놓으면 기본 시청률을 가져가던 그런 시대는 지났다. <무릎팍 도사>나 <라디오스타>, 혹은 그 어떤 토크쇼든 지금은 새로운 화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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