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왕>, 이건 복수극이 아니라 게임이다

 

우리는 <야왕>의 시작과 끝을 이미 알고 있다. 이미 첫 회에 영부인이 된 주다해(수애)를 찾아온 하류(권상우)가 서로 안은 채 피를 흘리는 것으로 그 끝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죽음을 맞이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파국이다. 주다해의 끝을 모르는 욕망이 만들어낸 비극. 착하기만 하던 하류의 복수극.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다. 이 뻔한 복수극에 끌리는 것은.

 

'야왕'(사진출처:SBS)

더 희한한 것은 이 뻔한 복수극의 얼개 역시 대단히 느슨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하류가 애초에 복수를 하겠다 마음먹었다면 그저 과거 행적이 드러나는 사진 몇 장을 언론에 뿌려버리면 그만일 일이다. 스스로 자기도 죽을 결심까지 섰다면 같이 죽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도 충분한 복수가 될 것이다. 잃을 게 없는 하류와 모든 걸 잃어야 하는 주다해가 맞는 죽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왕>의 하류는 그런 손쉬운 복수를 하지 않는다. 하류의 말을 빌면 “그건 너무 쉬운 복수”이기 때문이다. 하류는 주다해의 피를 바짝바짝 말려 주는 그런 복수를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주다해의 재단 이사장 취임식 날, 과거 딸과 자신이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기자들에게 퍼뜨리겠다고 협박을 해서 그녀를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들고는 그녀 스스로 이사장직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를 하게 만든다. 역시 그녀의 치부가 드러나는 녹음된 말을 취임식에 틀어버리겠다는 협박을 통해서다.

 

그런 하류에게 고분고분해질 주다해가 아니라는 점은 <야왕>의 복수극을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주다해는 심지어 하류의 아버지까지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으며 하류를 협박한다. 자신을 자극하면 주변사람들까지 다 다칠 수 있다는 경고다. 격분한 하류가 주다해를 끌고 외딴 창고로 가서 따귀를 올려 부치지만 주다해는 두려움에 떨기는커녕 하류의 따귀를 맞받아친다. 죽음까지 내몰리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하류와 주다해는 두려움이 없다. 다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긁어놓을 지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 같다.

 

그래서 이미 결론이 나와 있고 결정적인 한 방을 주저하고 있는 하류를 보면 마치 이 뻔한 복수극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끝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갖고 이른바 마인드 게임을 하고 있는 느낌.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이 지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 드라마만의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현실성에 벗어난 전개, 결정적인 한 방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조금씩 파국을 향해 접근하는 방식. 이건 복수극이라기보다는 한 판의 게임에 가깝다. 하류가 한 방을 때리면 주다해가 맞받아 때리는 따귀처럼 <야왕>은 이 복수와 분노와 통쾌함을 주고받으며 굴러가는 한 편의 게임이다. 결과는 알고 있지만 그 끝까지 가는 과정을 즐기는.

 

이것은 아마도 <야왕>의 원작이 만화라는 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만화란 훨씬 더 현실을 벗어나 그 자체의 게임적인 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왕>은 초반부에 상당히 전형적인 드라마적 리얼리티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빈부의 문제와 자본 하에서 가난한 자들이 성공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 같은 것들을 깔아두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바탕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들 간의 치열한 마인드 게임이 지금 <야왕>을 움직이는 추동력이 되었다.

 

물론 아쉬운 점은 많다. 이러한 치고받는 마인드 게임 아래 충분한 현실적인 공감대를 유지했다면 <야왕>은 훨씬 더 폭발력 있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왕>은 그 태생적인 설정의 비현실성 때문에 그런 드라마로 완성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준 <야왕>에 대한 눈길을 뗄 수 없는 건 그 뻔한 복수극 속에 존재하는 게임적인 재미 때문이다. 이번엔 누가 한 방을 먹일 것인가. 또 그 반격은? <야왕>을 보는 관전 포인트는 그래서 여느 복수극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글로벌해진 <런닝맨>, 달리지 못할 곳이 없다

 

공항을 가득 메운 팬들, 일일이 한글로 적은 응원의 글들과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어디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때론 스스럼없이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 심지어 이광수처럼 기린 캐릭터를 따라하는 코스프레와 프로그램에서 잠깐 나왔던 이지송을 따라 부르는 장면까지... 한류의 풍경으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런닝맨>에 대한 이 해외의 팬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 아시아 레이스라는 글로벌하게 마련한 특집에서 보여준 해외 팬들의 출연 멤버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해보였다. 특히 이광수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이광수는 답례하듯 특유의 춤을 선사하기도 했다. 송지효와 개리의 월요커플, 능력자 김종국, 하로로 하하, “필! 촉!”을 외치면 “크로스”라고 따라하는 팬들. 무엇보다 유재석은 아시아에서도 유느님이었다. 어떻게 이런 반응이 가능했던 걸까.

 

물론 사전에 <런닝맨>이 온다는 정보를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보여준 <런닝맨>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그들은 캐릭터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고 심지어 함께 참여하는 게임에도 익숙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런닝맨>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가능해진 것은 역시 유튜브 같은 SNS의 위력이다. 과거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미드 열풍으로 “석호필”을 연호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거기에는 그대로 들어있다. 미국에서 방영되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자막이 달린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지금 우리네 인기 프로그램도 해외 팬들에게 똑같이 그네들의 자막이 달린 채 회자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런닝맨> 영상들을 보면 그 자막이 꽤나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런닝맨>에 이런 열광이 생기는 데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다. 먼저 게임이라는 만국 공통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일견 몸으로 주로 부딪치는 게임이 단순해 보일 때도 있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바로 그 단순함이 해외 팬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런닝맨> 특유의 캐릭터들이 얹어지자 팬덤이 생겨날 수 있었다.

 

유재석은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미 <X맨>에서부터 <패밀리가 떴다>을 거쳐 <런닝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게임 버라이어티쇼의 계보는 그 안에 반복적으로 출연해왔던 유재석과 몇몇 인물들(이를 테면 김종국 같은)을 해외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한도전> 역시 해외에서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러니 유재석 사단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과 익숙한 게임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맥락을 만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이번 <런닝맨> 아시아 레이스 특집은 그간 동남아에서 펼쳐졌던 몇몇 미션들을 통해 조금씩 그 낌새를 보였던 예능 한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마카오의 피셔맨 워프에서 팬들을 만나고, 마카오 타워 233미터에서의 번지점프 같은 미션과 마치 서울에서 부산으로 달려가듯 마카오에서 베트남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런닝맨>의 무대가 이제 글로벌하게 열렸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영화, 드라마에 이어 K팝까지 영역이 넓혀진 한류에 예능이라고 못할 건 뭔가. 특히 우리네 예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해외의 리얼리티쇼와는 다른 연예인 캐릭터쇼)는 몸으로 부딪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 가장 많은 형식이다. 유재석을 필두로 <런닝맨>은 과연 그 길을 열어줄 것인가. 적어도 이제 이 글로벌해진 예능이 달리지 못할 곳은 없어 보인다.

<무도>와 <런닝맨>, 게임 예능의 딜레마와 해법

 

<무한도전> 뱀파이어헌터 특집은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남겼다. 새벽에 모여 뱀파이어를 잡는 미션이 부여되지만, 이미 그들 중 뱀파이어가 된 정형돈과 그에게 물려 역시 뱀파이어가 된 유재석이 있어 팽팽한 심리전이 만들어졌다. 뱀파이어인 정형돈과 유재석이 탄 차에 길이 올라타면서 그 심리전은 더 흥미진진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 때문에 상황이 작위적으로 흘러가는 단점도 드러났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어쨌든 캐릭터 쇼이기 때문에 그런 단점조차 쇼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무한도전>이 게임 쇼를 할 때 나타나는 일종의 딜레마가 숨어 있다. 게임이라는 것은 그 방식이 익숙해지면 지루하거나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늘 낯선 형식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낯설다는 것 역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초반부를 몰입해서 들여다봐야 후반부에서 더 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초반부의 낯설음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결국 캐릭터다. 게임의 미션은 달라져도 <무한도전> 멤버들의 캐릭터는 익숙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미션을 이해해나가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전제도 필요하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을 계속 보면서 그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어느 날 무심코 돌려 <무한도전>을 보게 된 시청자라면 이 초반부의 낯설음이 어떤 장벽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것은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런닝맨> 환생 특집은 그런 면에서 이번 <무한도전> 뱀파이어헌터 특집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런닝맨> 환생 특집은 초반부에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80년 전의 시청에서 벌어지는 미션은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션이 일단락되고 80년 후의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 런닝맨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누가 누구로 환생했는가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거의 인연이 현재의 환생과 미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실로 기발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 흥미롭고도 놀라운 미션을 보여주는 <런닝맨>에서도 <무한도전>과 똑같은 딜레마가 생긴다. 즉 초반부의 설정이 다소 낯설고 따라서 지루하게까지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미션의 경우 80년 전의 상황 자체가 이 이야기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도입부가 너무 길게 느껴지는 단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예능이 TV라는 조금만 느슨해져도 순식간에 채널이 돌아가 버리는 매체와 부딪쳐 생겨나는 간극이다.

 

<무한도전>은 물론 늘 게임쇼를 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런닝맨>보다는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런닝맨>은 다르다. 아예 게임 버라이어티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매번 새롭고 낯선 게임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게임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초능력자 미션이나 추리형식을 넣은 셜록 홈즈 미션 같은 독특한 서사의 게임은 <런닝맨>의 팬들을 열광시킨다. 하지만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들에게는 그 형식이 낯설다 못해 어렵게 여겨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최근 <런닝맨>은 한동안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게임 미션을 반복해왔다. 배경을 달리하지만 그저 일대일 혹은 팀 대결을 통해 승자를 가르는 단순한 게임들이었다. 그간 그토록 많이 나왔던 스파이 미션이나 배신 이야기는 한 동안 잘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게임 예능이 가진 딜레마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깔려 있다. 마치 영화 같은 <런닝맨> 특유의 게임 미션이 한동안 나오지 않았던 것은 그것을 고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시청층을 배려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 환생 특집은 최근 한 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게임 형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1938년의 시청과 2013년의 시청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서사는 거기에 환생이라는 장치를 넣어(이름표만으로 이 장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다) 훨씬 풍부한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능이 아니라 마치 영화 같은 <런닝맨>의 진면목이 이번 특집으로 다시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시청률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청률을 고민하는 방송사의 중역들에게는 난감한 일이다. 엄청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과 <런닝맨>의 시청률이 15%에 머물러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언젠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나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이 답보상태의 시청률에 만족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그저 반복적인 미션에 자극을 붙여 시청률을 높이기보다는 그래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소홀하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런 다짐은 두 예능 프로에 대해 대중들이 보내는 절대적인 지지의 이유가 될 것이다.

<런닝맨> 100회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긋다

 

<런닝맨>이 벌써 100회를 맞았다. 게임 하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00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런닝맨>의 게임은 기존 예능에서 흔하게 했던 가위바위보나 스포츠, 퀴즈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과 장르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 스파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이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의 즐거움은 투자한 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은 부담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세련된 게임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단순한 게임을 하게 되면 장소만 바꾼 게임 버라이어티의 반복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7월 한 쇼핑몰에서 시작한 <런닝맨>은 월드컵 경기장, 과천과학관, 서울타워, 세종문화회관 등등 장소를 바꿔가며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임을 펼쳤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도시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간을 시골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꿨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이것이 오해였다는 것은 차츰 미션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밝혀졌다.

 

이른바 ‘방울 미션’의 시작은 <런닝맨>의 추격전에 긴박감을 부여했고 유르스윌리스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름표가 부착되면서 게임 캐릭터들의 이른바 ‘생명’이라는 아이템이 생겨났고, 그 이름표 안에 스파이 같은 또 다른 숨겨진 정체를 부착함으로써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유재석의 스파이 물총 미션은 <런닝맨>의 게임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에 미션을 둔 심리전이 시작되었다.

 

스파이 미션은 더블 스파이 미션 같이 더 복잡한 단계로도 넘어갔고 ‘셜록 홈즈’나 ‘좀비 특집’ 같은 장르적인 소재와 연결되면서 게임의 스토리성을 강화시켰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이나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은 이 스토리성이 판타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런닝맨>이 장르적 스토리를 게임에 활용하면서 생겨난 가상과 현실의 접목은 실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장르의 진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버라이어티의 확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아이템에서 볼 수 있듯이 장르와 게임 버라이어티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이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여행 버라이어티를 가져와 확대 발전시킨 것처럼, <런닝맨> 역시 <무한도전>의 게임 버라이어티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런닝맨>이 열어 놓은 가장 큰 공적은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다. 홍콩이나 대만, 북경에서 벌어졌던 <런닝맨>을 통해 수많은 해외 팬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닝맨>이 이렇게 예능 한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유는 그 소재와 방식이 해외 팬들에게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새로운 게임들이 벌어진다.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이 바탕에 깔리고 게임이라는 보편성이 겹쳐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술한대로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런닝맨> 100회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만큼 <런닝맨>은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게임의 영역을 넓혀왔고 이제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능으로 자리했다. 사실 100회를 버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렇게 잘 달려온 <런닝맨>이 앞으로 잘 달려가기 위해 남겨진 숙제가 있다. 그것은 이 재미있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끊임없이 진화해가면서도 지나치게 마니아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자리하면서 제작진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은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이 출연함으로써 세대적인 폭을 넓히려 했던 철원에서의 미션에서도 드러나고, 최근 박지성 특집에서도 드러난다.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 예능으로 자리한 이상 이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공간이나 일의 공간으로 치부했던 공간들을, 한바탕 놀이의 공간으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프로그램 외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모쪼록 일에 중독되어 살아왔던 이 사회에 잠시나마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런닝맨이 지금껏 달려온 길>

2010 7 11 첫 방송 쇼핑몰에서의 게임

7 18 월드컵 경기장 황금돼지 찾기

8 1 과천과학관에서 벌어진 과학관이 살아있다 . 송지효의 존재감(게스트)

8 8 지형지물 이용 게임

8 15 서울타워

8 22 세종문화회관 방울소리. 런닝볼. 유르스윌리스의 존재감.

8 29 서울 역사 박물관

9 5 놀이동산 로맨스 게임, 방울소리

9 12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월요커플의 태동

9 18 서울중앙우체국. 평온개리를 속여라(심리전)

9 26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디자인축제. 두뇌중기를 속여라

10 3 sbs방송센터

10 17 보라매 안전체험관. 도둑잡기

10 24 지하철 차량기지 지하철 스캔들? 송지효, 송중기

10 31 지하철에서 용산 대형쇼핑몰까지

11 7 한양여대

11 21 부산 크루즈

11 28 남산 한국의 집

12 5 기상청

12 12 광명역 지하철 미션

12 19 마트. 초대형 장난감 매장,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12 26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기원. 심형래 출연

1 2 신년특집

1.9 만화박물관 코스프레쇼

1 16 종로 대형악기상가. 게스트 찾기 미션

1 23 예술의 전당

1 30 초대형 찜질방. 김병만 출연

2 6 해양테마파크. 유재석 vs 김종국 단체 미션

2 13 국립국악원. 승리 출연

2 20 겨울 속 여름휴가

2 27 파주출판단지 W교육기업. 오피스 올림픽

3 6 서울 전역. 인천국제공항. 추격전(추노).

3 13 홍대 앞

3 20 캠핑 미션

3 27 캠핑 3종 경기

4 3 초대형 쇼핑몰. 박예진 출연

4 10 대형종합병원. 유재석 물총 스파이 미션

4 17 서울 풍물시장. 소녀시대 윤아 써니 출연

4 24 프랑스 문화체험 마을. 짐승돌 닉쿤, 택연 출연

5 1 초대형 도서관. 박중훈. 이선균 출연

5 8 런닝맨 최강자전

5 15 스펙터클 전국 횡단 레이스

5 22 광고회사 미션

5 29 광고회사 직원들과 함께

6 5 대형문고 미션

6 12 대형문고 본사

6 19 외규장각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6 26 북서울숲. 여왕 미션

7 3 태국편 시작

7 10 태국편. 사라진 돈가방을 찾아라

7 17 서울-경주 주사위 레이스

7 24 경주. 런닝맨 헌터 최민수 이름표 붙이기 미션

7 31 여의도. 보스 지키기 대작전

8 7 짝꿍 레이스. 걸 그룹과 삼촌 팬

8 14 짝꿍 특집 2탄. 무서운 누님들

8 21 제주도. 신세경 차태현 출연

8 28 제주도 추격전

9 4 홍대 놀이터, 대학로. 힙합 특집 스파이 미션

9 11 트루 개리쇼

9 18 북경편 시작

9 25 북경편 - 송지효 스파이 출연

10 2 일산. 소녀시대와 쌍쌍 레이스

10 9 소녀시대와 레이스

10 23 용산에서 논산까지 주사위 레이스, 추격팀과 미션팀 대결

10 30 전국 순회 레이스

11 6 김수로 박예진 출연

11 13 지석진, 이광수 스파이 미션. 더블 스파이

11 20 런닝맨 헌터 최민수

11 27 손예진, 박철민, 이민기 출연

12 4 왕비레이스, 오연수 출연

12 11 홍콩편. 성룡 미션

12 18 홍콩편. 구룡의 전설

12 25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

1 1 한류아이돌과 함께하는 산수레이스

1 8 여수. 런닝맨 킬러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 출연

1 15 여수 2탄. 아이유 합류

1 22 천하통일 레이스, 초한지 미션

1 29 셜록홈즈 미션 윤도현, 김제동 출연. 지석진 스파이 미션

2 5 미녀삼총사 미션. 고아라, 임수향, 효민 출연

2 12 개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기억력 미션

2 19 부산 대형백화점. 스파이 레이스

2 26 부산 명소. 보따리 미션 오지호 출연

3 4 런닝맨 vs 빅뱅

3 11 런닝맨 vs 빅뱅

3 18 런닝맨 선수권 대회. 하지원 출연

3 25 화성. 첫사랑 미션. 한가인 출연

4 1 제주도. 런닝맨 코드. 정재형, 보아 출연

4 8 제주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4 15 철원. 런닝맨 형님들.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 출연

4 22 송도. 돌아온 유임스본드

4 29 인천 차이나 타운. 짜장면 미션

5 6 서바이벌 레이스

5 13 걸그룹과 함께 하는 웨딩레이스

5 20 박지성 미션

5 27 박지성 vs 런닝맨 초능력 축구

6 3 박지성 스파이로 변신

6 10 인천. 좀비특집

6 17 서울 부암동. 왕 특집 임금레이스

6 24 100회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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