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경성스캔들 (7)
주간 정덕현
부재한 만화적 상상력, 사회극으로 연출된 ‘꽃남’ 고교생이 함께 호텔에 들어가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춘다. 단지 서민이라는 이유로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고, 사생활이 찍혀 공개되는 등 자극적인 왕따 문화가 그려진다. 돈 앞에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금전만능주의를 그려 서민들의 삶을 왜곡한다. ‘꽃보다 남자’에 쏟아진 논란들은 그 끝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럴까. 원작만화가 그렇다면 끝? 가장 큰 이유는 연출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꽃보다 남자’의 스토리는 대부분 일본 원작만화에서 그려진 그대로다. 하지만 같은 스토리라도 만화 속에서와 드라마 속에서는 전혀 느낌이 다르게 그려진다. 금잔디(구혜선)네 집의 아이 같은 어른과 어른 같은 아이 설정은 만화에서라면 당연히 가벼..
2007년 마니아 드라마가 말해주는 방송사별 특색 2007년 한 해의 드라마를 특징짓는 한 현상은 시청률은 낮은데 호평 받았던 이른바 ‘마니아 드라마’일 것이다. ‘마왕’, ‘경성스캔들’, ‘한성별곡’, ‘얼렁뚱땅 흥신소’까지 가장 많은 마니아 드라마를 양산한 곳은 KBS. 여기에 MBC의 ‘메리대구 공방전’ 정도가 그 범주에 들어간다 할 수 있다. 희한한 일이지만 SBS는 단 한 편도 마니아 드라마라 꼽을 만한 것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마니아 드라마를 등장하게 했고, 그 양태가 방송사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 같은 드라마에 웃고 울고 마니아 드라마의 한 특징은 그것이 만화를 닮았다는 점이다. 만일 만화로 친다면 ‘마왕’은 사이코 메트리가 등장하는 본격 스릴러가 될 것이며, ‘경..
퓨전의 맛을 만드는 ‘위장’이라는 요리법 색다른 맛을 가진 퓨전시대극, ‘경성스캔들’의 요리법은 ‘위장’이란 코드다. ‘경성스캔들’은 제목부터 그 속에 무엇이 담겨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경성’이란 일제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에 ‘스캔들’이라니. 드라마는 시작부터 비밀댄스홀이 등장하고 바람둥이 선우완(강지환)이 기생 차송주(한고은)와 함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이 드라마의 방향성을 교란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일제시대라는 무거운 역사의 틀을 과감하게 벗겨냈다는 호평과 함께, 아무리 그래도 그 비장한 시대에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를 다룬다는 혹평이 동시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경성스캔들’이란 퓨전의 첫 번째 위장술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일 뿐이었..
혁명과 사랑이 섞인 그 오묘한 맛, ‘경성스캔들’ 시대가 달라지면서 입맛도 달라지듯 드라마의 맛도 다양해지고 있다. 비빔밥하면 고추장에 나물, 참기름, 계란프라이를 떠올리던 건 과거지사다. 이제 비빔밥은 새싹, 한치, 날치알 등등 넣을 수 있는 것들은 죄다 넣어 전혀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역사라는 용기에는 퓨전된 상큼한 맛의 현대적 멜로가 복고풍의 아릿한 향수와 섞이고, 감칠맛 나는 설정과 캐릭터 대사들이 양념으로 들어가 독특한 맛을 낸다. 그 정점에 있는 드라마라는 음식은 바로 ‘경성스캔들’이다. 만일 퓨전이 뭔지 알고 싶다면 이 드라마의 맛을 살짝 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네가 혁명을 가르쳐 줘 난 사랑을 가르쳐 줄께 “네가 나한테 혁명이 뭔지 가르쳐 줘. 그럼 내가 너한..
MBC 현대물, SBS 사회극, KBS 사극 TV 콘텐츠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만 간다. 그러니 방송사들의 드라마에 거는 기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시쳇말로 잘 빠진 드라마 한 편은 방송사들을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드는 상황이다. 작년 내내 MBC를 웃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주몽’이었다. 최고시청률을 연일 갱신하며 월화의 밤을 장악해버린 이 퓨전사극으로 인해 타 지상파의 월화 드라마들은 연일 최저시청률을 경신하는 눈물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세련된 현대극으로 승부하는 MBC 하지만 그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주몽’이 종영한 이후, MBC의 드라마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케세라세라’, ‘히트’, ‘메리 대구 공방전’, ‘에어시티’ 등 기대작들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
실시간 시청률이 마니아 드라마 만든다 ‘마왕’, ‘케세라세라’, ‘경성스캔들’, ‘메리 대구 공방전’,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시청률은 낮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 드라마만큼의 호평을 받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만일 시청률이 의미하는 것이 그만큼 호평을 받는다는 것이라면 이 ‘시청률 낮은 호평 받는 드라마’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래서 이상한 타이틀이 붙었다. 소위 ‘마니아 드라마’, ‘폐인 드라마’라는 것이다. 이 호칭이 붙는 순간,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마니아(심지어는 폐인?)가 되어버린다. 소수 취향에 특별한 광기(본래 마니아는 그리스어로 광기란 뜻)를 지닌 사람의 축에 끼게 되는 것. 하지만 진짜 그럴까. 그저 시청률에 의해 재단된 것은 아닐까. 만일 지금의 방식으로 산정되는 시청률이 ..
만화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커피 프린스∼’, ‘경성스캔들’, ‘메대공’ ‘커피 프린스 1호점’, ‘경성스캔들’, ‘메리 대구 공방전’의 드라마 구도는 어딘지 익숙한 것들이다. 우리가 보았던 멜로드라마나 트렌디 드라마, 심지어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가졌던 구도들. 시청자들이 이제는 식상하다며 외면했던 바로 그 틀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들이 과거의 그것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 드라마들은 전혀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참신하며 그 참신함을 넘어서 무언가 새로운 드라마 트렌드의 탄생을 예상하게 만든다. 그 키워드는 바로 만화적인 감수성이다. 만화적 감수성의 시도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풀 하우스’와 ‘궁’에서 시도되었고, ‘환상의 커플’에서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