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어째서 현 시국을 악의 연대기라 명명했을까

 

이건 차라리 소설이나 영화여야 하지 않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파헤친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40년 고리는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다만 그 영화가 평이한 드라마가 아니라 악에서 악으로 이어지는 사회극이자 스릴러 나아가 <곡성> 같은 오컬트 장르까지 연상시킨다는 게 시청자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일제강점기에 일본 순사를 지낸 최태민이 독립운동을 위한 밀정이라 주장했다는 내용은 영화 <밀정> 이야기의 최태민식 해석처럼 보였다. 전문가는 시험도 안보고 순사 추천을 받았다는 건 그가 일제에 충성도가 높았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그의 밀정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확인했다.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이 친일파들이 자기 친일 경력을 숨기기 위해 많이 한다며 해방 후 최태민이 개명을 한 걸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암살>의 염석진(이정재)을 떠올리게 했다.

 

최태민이라는 인물의 삶은 마치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처럼 거짓말과 사기로 점철된 삶의 연속이었다. 무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 훗날 만들 사이비 종교를 준비하려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살다보니 교주가 된 것인지 각종 종교를 전전하다 박근혜와 인연이 되어 구국선교단으로 승승장구하게 된 삶. 그리고 그 인연의 고리에는 육영수 여사의 서거로 인해 생겨난 약해진 감정을 최면으로 파고들었다는 마치 <곡성>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의혹 제기도 들어 있었다.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끝장나고 청와대를 떠나 박근혜가 자리한 육영재단은 사실상 최태민 일가의 사적 축재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적 조직에 가까웠다. 여기서 최태민에서 최순실로 이어지는 악의 연대기가 본격화됐고 10.26 사건으로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의 대통령 만들기는 마치 종교나 군사조직처럼 진행되었다.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리 분석은 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는 2년 전 60명을 상대로 조사한 이미지 분석 결과, 60명 중 40명이 박 대통령을 혼군, 즉 어리석은 지도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 다음이 얼굴마담’. 황 전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대중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전 교수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시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직 사퇴를 말실수해 대통령직 사퇴로 얘기한 사실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는 “15년간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도 그냥 대통령이라는 마음으로 지냈다는 것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심리가 내가 자라던 집에 돌아가서 우리 아버지의 나라를 내가 주인으로서 지키는 것, 거기에서 내 집을 뺏겨가지고 쫓겨났을 때 그 이후에 아버지에 대해서 상당히 욕되게 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의 사회 작동 원리에 맞지 않는 박정희식 통치의 방식들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주 최선을 다해서 사익을 추구했다, “권력을 가지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방식 때문에 결국 오늘의 이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고 지적한 김윤철 경희대 교수의 이야기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한 악의 연대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그 어두운 시기를 하나의 실타래로 꿰어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결코 영화가 돼서는 안되는 현실이기에 보는 내내 참담함을 금치 못하게 했지만. 우리가 살아온 한 시대가 어쩌면 한 사기꾼에서 사기꾼으로 이어지는 농단의 연대기였다니.

<그것이 알고 싶다>, 결론보다 중요한 질문 그 자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방송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것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추적을 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시간 역시 현재 국민을 들끓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 역시 이 방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만든 이유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묻고 또 물었고 이에 대해 많은 제보자들이 증언을 했다. 2010년 한 바이오 회사에서 일했다는 제보자는 이미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현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그 회사에서 “VIP들의 예약을 받아 정맥 시술 얼굴에 시술하는 일을 했었다.”지금 대통령으로 계신 분 또한 예약을 잡아드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제보자의 이야기대로라면 그 자체가 심각한 불법이었다. 당시 회사 측에서 한나라당에 로비를 많이 했으며, 따라서 국회의원이나 연예인들도 많이 와서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받은 시술은 자가지방줄기세포 주사로, 지방에서 자가 세포를 채취해서 배양해 정맥이나 얼굴에 주사를 맞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은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장 이희영 의사가 말하는 것처럼 명백한 불법이다. “줄기세포 수여나 판매는 법적으로 동일하게 여겨진다. 공짜로 줘도 법으로 금지돼있다. 명확한 불법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이 바이오 업체의 이야기가 중요한 건, 그 업체가 2011년 사망사고를 내면서 문을 닫은 후 개원한 병원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차움 병원이라는 사실 때문이고, 세월호 7시간의 미스테리에서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 병원과의 관련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증언들에 대해 청와대 측이나 병원 측에서는 무응답이거나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를 한 차움 병원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병원에 내방한 기록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참사 앞뒤로 열흘 정도는 그와 관련된 인물이 병원을 찾은 기록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병원의 숨은 제보자들의 증언들과는 엇갈렸다. 제보자들은 병원 측이 보도가 시작된 이후 기록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즉 증거 인멸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속 시원한 해명을 청와대측에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당시의 행적을 얘기하지 않았고 김기춘 당시 비서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당시 일 분 일 초까지 알려고 하는 게 잘못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대통령의 행적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늘 상 대통령의 행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었고, 국가적 재난 상황 같은 것이 벌어졌을 경우에는 그 11초까지 대통령이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기록하고 공개한다고 했다.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정부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무려 90분 간 <그것이 알고 싶다>는 끊임없이 추적하고 여러 제보자들을 인터뷰하고 청와대와 관계자들에게 질문했다.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나아가 우리네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 스스로가 답할 때만이 그 의혹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그 질문 속에 이미 현 국정운영의 잘못된 면면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거나 회피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답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혹에 대한 질문만으로도 충분한 언론의 가치. <그것이 알고 싶다>90분간의 질문을 통해 그걸 보여줬다

뉴스룸’, ‘썰전’, ‘그알’, 대중들은 제대로 된 정보에 목마르다

 

그 누가 뉴스는 지루하다 했던가. 최근 JTBC <뉴스룸>을 보면 뉴스에 대중들이 얼마나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고, 그래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되기도 했던 최순실 게이트’. JTBC 측이 입수한 최순실 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의 파일들이 하나하나 분석되면서 의혹은 소문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사자도 최순실 씨와의 사적 관계를 인정했으니.

 

'JTBC뉴스룸(사진출처:JTBC)'

그러면서도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하는 일련의 발표들에 대해서도 <뉴스룸>은 조목조목 증거와 근거를 들어 부인하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연설문 같은 정도의 문건이 유출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사과문이 나오자, <뉴스룸>은 외교, 경제, 대북관계 기밀 문건 같은 것들 또한 유출된 문건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고, 오랜 침묵을 깨고 나와 인터뷰를 한 최순실 씨가 그 태블릿 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그 안에 들어있는 최씨 사진부터 공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사진 같은 증거들을 내세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수직상승했다. 2%대에서 무려 8%까지 상승했고, 본격적으로 최순실 스캔들을 보도하면서 3일 연속 8%(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8뉴스>MBC <뉴스데스크>가 각각 4.9%, 4.0%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다.

 

중요한 건 시청률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수치에 담겨진 의미다. 즉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이 시청률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 뉴스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뉴스가 없는 데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방송되며 시청자들의 관성적인 시청을 만들어왔던 지상파 뉴스를, <뉴스룸>이 단 몇 년 만에 뒤집을 수 있었겠나. 그간 지상파 뉴스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증은 커져왔다. <뉴스룸>에 대한 열광에는 그런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뉴스룸>의 이런 시청률 폭발 이전부터 이런 징후들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썰전>이다. <썰전>은 초반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가 했던 시절보다 새롭게 유시민과 전원책 변호사로 진용을 꾸리면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과거의 <썰전>이 상대적으로 가십과 재미 쪽을 더 많이 선택했었다면 지금의 <썰전>은 더 전문적인 정치와 시사와 경제, 사회 문제까지 깊숙이 들어가 쏟아지는 뜨거운 사안들을 말 그대로 썰어내고있다. 시청률은 2%대에서 4%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시청자들의 시사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제대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

 

게다가 <썰전>은 사안이 터지면 새벽이라도 나와 보충녹화를 통해 시의성까지 맞추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즈음해서도 <썰전>은 긴급 보충 방송을 만들어 방영했다. 개인 사정상 출국해 있는 유시민은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담아 보냈고 전원책 변호사 역시 짧은 인터뷰 영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게다가 <썰전>은 정계의 여러 인물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을 전해주기도 했다. 물론 본격적인 최순실 사태에 대한 분석은 다음 주로 미뤄졌지만 거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이번 주 <썰전>은 시청률 6.1%를 찍으며 예사롭지 않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본격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 역시 뉴스만큼 크다는 걸 알려준 프로그램은 바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22일 방영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을 다룬 이 프로그램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제공한 10월 셋째 주 주간 TV 화제성 순위 리포트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물대포의 위력을 실제로 실험을 통해 보여준 내용들은 이 사건의 궁금증에 대한 많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사실 MBC <피디수첩> 같은 본격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과거처럼 국민의 입과 귀를 대변했던 시절은 먼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본격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며 그 갈증을 풀어줬던 프로그램이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사안들에 대한 정당한 질문을 던지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건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까지 여타의 방송사들이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룸>의 시청률 폭발, <썰전>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 쏟아지는 찬사.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들 보도,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중들의 진짜 뉴스에 대한 갈증을 방증한다. 그 누가 뉴스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했던가. 사실 제대로 된 뉴스와 정보 그리고 평론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대중들은 심드렁했을 뿐이다. 이 시국에 <뉴스룸>, <썰전>,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알>이 검증한 물대포 위력, 이대로 괜찮을까

 

“15바라는 압력은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습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게 살수차의 안전성(?)에 대해 말했다. 직사되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 살수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그래서 기자들도 살수차의 시연회를 통해 그걸 확인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저 물 뿌리는 시늉만 냈을 뿐, 그 위력을 확인하는 실험은 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한 기자가 나서 방패를 달라며 자신이 직접 맞아 보겠다고까지 나섰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살수차의 압력을 그대로 재연해 실험에 들어갔다. 경찰실험의 보고서에는 그 정도 압력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3미리짜리 유리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현장 검증은 그 장면만으로도 끔찍했다. 같은 강도인 15바로 맞춰 직수한 물에 고정시킨 책상은 부서졌고, 철제 프레임은 휘어져버렸다. 이를 받치고 있는 4백 킬로의 받침돌 두 개가 넘어가 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나무는 산산조각났고 1.2톤의 벽돌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유리가 끄덕 없을 리가 없었다. 3미리 유리는 물론이고 5미리 강화유리까지 훨씬 낮은 수압에도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전직 의경들도 그 직사하는 물대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직사를 당할 경우 버틸 수 없다는 것. 심지어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한다며 인터뷰에 임해 물대포는 안전하게 사용된다는 걸 말하던 또 다른 전직 의경도 당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상을 보고 나서 되게 심각하네요. 저렇게까지 물대포 쏜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탄식했다. 15바의 강도로 직접 물대포를 맞으면 사람 살이 다 찢어져버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물대포의 위력을 전제하고 보면 백남기씨가 왜 사망에 이르렀는가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담당주치의인 백선하는 사인을 병사라고 기록했고, 그 원인을 “6일 전부터 있던 급성신부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을 근거로 명백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측에서 부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부검이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며 유족측이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사실 물대포의 위력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것처럼 현장검증을 통해 미리 보여줬다면 이런 부검 주장이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것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인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본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양심적으로 사인을 병사라 기록했다고 하지만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사람의 사인이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걸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2005년 쌀 개방 반대를 했던 농민대회에서 진압 과정에 자신의 방패에 의해 돌아가신 분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죄의 뜻을 전한 당시의 의경을 인터뷰했다. 당시 공격명령이 있었고 의경은 명령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래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방패에 찍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경찰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사건이 무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고 남용될 때는 치명적이며 따라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이유가 어떻든 국민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청문회장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아닙니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이 다쳤다고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한 이후에 해야 되는 것이지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 검증은 백남기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다. 필요하면 국가기관이 해야 할 현장 검증을 일개 프로그램이 하고 있다는 것. 그 검증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건 많은 시청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검증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이유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도 또 벌어질 수 있는 살수차를 동원한 진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사인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그는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하루속히 그를 편안히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특유의 그 진실에 대한 궁금증에 접근하기 위해 직접 현장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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