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
'사이코' 서예지는 거침없이 발산했고, 오정세는 한마디로 미쳤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8. 16. 11:05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어떻게 연기자들 재발견의 장이 되었나 tvN 토일드라마 가 종영했다. 대본에서부터 연출, 연기까지 나무랄 데 없는 오랜만에 보는 '삼박자 드라마'였던 였다. 디즈니와 팀 버튼을 섞어 놓은 듯한 박신우 감독의 공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연출에, 잔혹동화의 형식으로 사회적 편견을 깨나가는 휴먼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달콤살벌한 멜로와 스릴러를 오가는 완성도 높은 대본, 그리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만들어낸 연기까지 더해진 작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이 작품이 꺼내놓은 많은 연기자들의 재발견이다. 김수현은 검증된 배우로서 드라마 전체의 중심을 굳건하게 잡아 주었고, 그 위에서 서예지가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싶을 정도로 펄펄 날았다. 그리고 그 위에 ..
-
"배 째!".. '사이코', 오정세라는 어른이가 주는 감동의 실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8. 16. 10:55
'사이코지만 괜찮아', 우리가 자폐 오정세를 통해 위로받은 까닭 "배 째-" 자신의 엄마가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 형제의 엄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문영(서예지)이 자꾸만 자기 집에서 떠나라고 하자 상태는 그렇게 말한다. 그건 상태가 생각하는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자신들을 떠나라고 하는 문영 때문에 고민하던 강태가 상태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상태는 떠날 수 없는 이유로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하는 거고, 떠나도 같이 떠나야 한다고 한다. 자신들만 떠나면 문영이 혼자 남게 된다고 하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래도 떠나라고 하면 "배 째!"라고 하면 된다고 한다. tvN 토일드라마 에서 상태는 애초 보호를 받아야 할 자폐를 가진 형처럼 ..
-
소름 반전 '사이코', 사람 좋은 장영남 정체에 담긴 문제의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8. 9. 15:43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사이코'가 반전을 통해 던진 질문 아마도 한껏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만 알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단 몇 초 간 보여준 반전에 소름이 돋았을 게다. tvN 토일드라마 에서 괜찮은 정신병원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가 가슴에 나비 브로치를 한 채 운전을 하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 브로치는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옷에 달고 있던 것이고, 고문영(서예지)의 엄마가 옷에 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 브로치는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가장 환자를 배려하던 수간호사가 바로 그 살인범이자 살해된 줄 알았던 고문영의 엄마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한편 문영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홀로 아파하며 이를 숨기려 했던 강태의 ..
-
오정세여서 괜찮아, '사이코'가 특히 감동적인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7. 27. 11:53
'사이코', 오정세가 만들어내는 멜로 그 이상의 가치 tvN 드라마 의 11회 부제는 '미운 오리 새끼'다. 매회 동화를 부제로 가져와 동화가 제시하는 교훈과는 다른 해석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 드라마가 '미운 오리 새끼'를 가져와 던진 질문은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동생 강태(김수현)와 자신이 좋아했던 동화작가 문영(서예지)이 가깝게 지내는 걸 형 상태(오정세)는 용납하지 않는다. 강태는 문영에게 상태가 가진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며 자신은 형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영에게 자신의 옆에 있어 달라고 한다. "내가 형 옆에 있을 테니까 넌 그냥 내 옆에 있어." 그래서 문영은 상태를 찾아와 작업을 같이 하자며 세 사람이 함께 지내려 애쓴다. 하지만 상태는 요지부동이다. 동생 강태..
-
'사이코지만', 김수현·서예지의 포옹만으로 먹먹해지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7. 9. 10:40
'사이코지만'의 잔혹동화, 김수현과 서예지가 맞서는 푸른수염은 "그 앤 날 살려줬는데 난 도망쳤어." 강태(김수현)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줬던 문영(서예지)의 이야기를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문영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얘기할 때 강태는 이미 문영이 어린 날 자신을 구해줬던 그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문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때의 그 아이가 자신이라 말하진 않았지만 강태가 그걸 기억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강태는 어째서 첫 재회부터 문영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했고, 문영 역시 강태가 기억해주길 바라면서도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이것은 tvN 토일드라마 가 그려내는 특별한 멜로의 구도다. 디즈니 동화에나 나올 법한 숲속의 성(?)이 문영의 집으로 등장하지만 이 이야..
-
'사이코' 김수현·서예지, 빈 깡통이나 좀비도 온기 느낄 자격 있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7. 5. 17:07
'사이코', 서예지와 김수현이 나누는 온기가 이토록 먹먹한 건 "그래서 마음이 아파? 아니면 슬퍼? 지금 정확히 어떤 감정이야? 넌 몰라. 네가 무슨 감정으로 이렇게 날 뛰는 건지 너도 모른다고. 속은 텅 비었고 그냥 소리만 많아. 깡통처럼.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너 죽을 때까지 나 몰라." tvN 토일드라마 에서 문강태(김수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걸 알고는 화를 내는 고문영(서예지)에게 그렇게 쏘아붙인다.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가진 고문영은 감정이라는 걸 갖지 못한 채 태어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강태가 왜 자신을 이렇게 따라 다니냐고 물었을 때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갖고 싶다고 말한다. 예뻐서. 고문영은 어린 시절 자신의 ..
-
'사이코' 발군의 몰입 서예지, 이 독보적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6. 29. 11:30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는 김수현을 놀게 할 수 있을까 "나 그냥 너랑 놀까?" tvN 토일드라마 에서 강태(김수현)가 문영(서예지)에게 툭 던지는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건 강태가 처한 입장이 담겨 있는데다, 문영이라는 이 드라마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어째서 필요했는가가 함축되어 있다. 강태는 놀지 못한다. 여기서 놀지 못한다는 의미는 마음껏 자기 하고픈 것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는 형 상태(오정세)에 묶여 있다. 1년마다 때가 되면 나타나는 나비 때문에 발작을 하고 그래서 수시로 이사를 해야 하는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은 돌보려 하지 않는다. 그건 상태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동생 강태에게 자신이 짐이라는 사실을 힘겨워한다..
-
'너도 인간이니?' 서강준에게서 '별그대' 김수현이 보인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8. 6. 14. 10:12
‘너도 인간이니?’, 로봇 서강준에게 설렌다는 건KBS 월화드라마 가 시청률 9.9%(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특별방송으로 경쟁작들이 모두 결방된 상황이었지만, 지난 회 6.3%에서 이만큼 시청률이 껑충 뛰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자체적인 경쟁력도 충분히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역시 로봇 남신 역할의 서강준이다. 흔히들 연기를 못할 때 ‘로봇 연기’를 한다고들 말하지만, 서강준은 진짜 로봇 연기를 해내고 있다. 로봇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표정이나 말을 잘 내놓지 않는 무뚝뚝함이 그 연기의 핵심이다. 마치 매뉴얼대로 말하는 듯한 대사가 받쳐주고, 미소를 짓는 것조차 상황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느낌을 준다. 게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