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신원호, 유호진PD까지, 그들의 성공 비결

 

최근 예능계에 단연 돋보이는 제작라인은 이른바 <해피선데이> 라인이다. tvN의 이명한 CP는 그 뿌리나 마찬가지다. 초창기 KBS <12>의 야생을 살려놓고 나영석 PD에게 바톤을 이어준 후, 신원호 PD를 통해 <남자의 자격>을 런칭시켰다. 이들은 지금 현재 모두 CJ로 이적해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응답하라1994(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적 후 첫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로 적시타를 치더니 배낭여행 연작 프로젝트인 <꽃보다 누나>는 첫 회에 10% 시청률을 넘기며 훌쩍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신원호 PD 역시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니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도 우려와 달리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내며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12> 초창기에 몰래카메라로 만들어진 식당에서 폭주하는 강호동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던 유호진 PD 또한 최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새로 <12> 시즌3의 메가폰을 잡자마자 시청률이 반등하면서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어서 이런 승승장구가 가능해질까.

 

가장 첫 번째 이유로 지목되는 건 이들 뒤에 서 있는 이우정 작가라는 존재다. 사실 이들 프로그램의 전면에 거의 PD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선이 거기에만 집중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이는 이우정 작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 <남자의 자격>,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모두 이우정 작가가 뒤에서 든든하게 작가로서 지켜냄으로써 가능했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콘텐츠의 성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역시 작가의 영역이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상품으로 치면 기획과 스토리에 해당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 한 차원 더 들어가 보면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이른바 이명한 사단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특별한 접근방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물의 심리. 여행지나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 상태의 미묘한 변화를 이들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것은 대본을 써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하는 눈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나영석 PD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는 특별함은 그래서 발견이다. 그것은 인물의 발견일 수도 있고 여행지의 발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행 그 자체의 발견일 수도 있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할배누나로 지칭되는 인물군들의 재발견이다.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들의 새로운 면을 배낭여행을 통해 재발견했다면 <꽃보다 누나>는 남자들이 잘 몰랐던 여성들의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고 있다. 재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자세다. 특히 후반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나영석 PD는 오히려 현장의 돌발적인 상황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열린 자세로 현장에 들어가 거기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반면 신원호 PD는 드라마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의 심리를 영상 안에 그 정서적인 느낌까지 묻어나게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와 바로가 비오는 날 가겟집 평상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다. 이 장면에서 정우는 발을 쭉 뻗어 떨어지는 빗물에 적시며 술을 마시는데 이런 감각적인 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정서를 전달한다. 똑같은 대사라고 해도 전화기 앞에 머뭇거리는 손이나, 감기로 아픈 병상에서 느끼는 그 특별한 정서 같은 것들이 묻어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마련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각적인 느낌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그의 연출로 포착되는 인물들은 훨씬 더 몰입이 가능해진다.

 

<12> 시즌3 혹한기 입영 캠프에서 선보인 유호진 PD의 이른바 야생 5덕 테스트복불복은 PDMC들 간의 팽팽한 대결의식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구덩이 하나를 파놓고도 50여 분의 방송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결국 인물들의 외부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에 천착하는 제작방식이 이들의 예능을 특별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이명한 PD는 그간 웃음을 주는 것만을 오로지 목적으로 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PD이기도 하다. 그는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 감동, 놀라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꿈꾸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예능은 다큐와도 맞닿게 되었고, 현재는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도 갖추면서 이 장르 간 벽을 해체시키고 있다. <해피선데이> 제작 라인들의 승승장구는 그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본 서사를 바탕으로 장르적 차이가 붕괴되고 있는 현재 콘텐츠의 변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이른바 이명한 사단의 승승장구는 우리네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타인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거기서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능력은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정해진 룰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 놓여진 벽을 해체하는 실험적인 도전정신 또한 융복합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섣불리 규정짓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발견하겠다는 그 자세는 창의적인 정신의 기본전제가 될 것이다. 2014년은 <꽃보다 누나>가 여성들을 재발견한 것처럼 당신이 재발견되는 꽃보다 당신의 해가 되기를. 훗날 응답하라 2014’로 기억 될 멋진 한 해가 되기를.

<누나>, 이승기가 발견시킨 김희애와 이미연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는 배낭여행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여행만큼 중요한 것이 인물의 재발견이다. <꽃보다 할배>가 재발견시킨 것은 어르신들이었다. 어딘지 고압적이고 권위적일 것만 같던 어르신들이 아이처럼 순수해지고, 심지어 청춘들에게 소통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대중들은 반색했다. 어르신들이 귀요미처럼 여겨지게 되는 순간 세대 간의 벽은 무너졌다. 여기서 짐꾼 이서진은 어르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세대 간의 소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꽃보다 누나(사진출처:tvN)'

그렇다면 <꽃보다 누나>가 재발견시킨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누나로 지칭되는 여자들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인물은 이승기다. 그는 누난 내 여자니까-”를 외치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김자옥이 여행 전 사전미팅에서 말한 것처럼 여자를 잘 모르는동생이다. 대표로 한 사람이 드라이기를 챙겨가자고 하자, 누나들은 그럼 줄 서서 기다려야 하니?”하고 일제히 그에게 핀잔을 줄 정도로.

 

터키 공항에 내린 지 한 시간 만에 이승기는 윤여정의 말처럼 별 쓸모없는 애가 되어버린다. 숙소까지 갈 교통편을 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땀을 뻘뻘 흘리기는 하지만 그다지 성과는 없는 이승기가 짐꾼에서 으로 강등되는 순간, 그러나 누나들의 존재감과 캐릭터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윤여정은 특유의 센 이미지와 함께 유창한 영어로 똑 부러진 문제해결능력을 선보였고, 김자옥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초조해하지 않는 초긍정의 성격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두 인물은 김희애와 이미연이다. 김희애는 사실상 자신이 다 찾아놓은 교통편을 은근슬쩍 이승기의 공으로 돌려놓는 모습을 통해 지혜로운 여성의 한 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또한 모성애에 가까운 모습이기도 했다. 마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사실은 자신이 해놓은 일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한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 위해 한 발 물러서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는 그런 모습.

 

이미연은 특유의 급한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주변 인물들을 살뜰히 챙기면서 동시에 이승기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려는 든든한 누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틀째 여행에서 사전답사를 가는 이승기를 따라가면서 등을 토닥여주기도 하고, 함께 윤여정과 걸어갈 때는 친근하게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팽이에 정신 팔린 이승기가 뿔뿔이 흩어진 누나들 때문에 멘붕을 겪는 사이에도 이미연은 누나처럼 그를 챙겨주기도 했다.

 

이승기는 이 과정에서 삼룡이가 되어버렸지만, 바로 그 빈 구석이 누나들의 여성성을 끄집어내주고 있다는 점은 어쩌면 <꽃보다 누나>의 캐스팅이 의외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여자를 잘 모르는이승기가 여자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이야기는 <꽃보다 누나>의 핵심적인 재미이자 의미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승기라는 시점을 통해 여배우들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면서 동시에 여성성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이 여행은 이승기의 성장담과 여배우들의 배우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발견을 동시에 그려낸다. 이승기와 여배우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하고, 그 시작점으로서의 이 된 짐승기는 최적의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센 이미지 뒤에 숨겨진 섬세함과 세심함을 보여주는 윤여정과,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소녀 같은 김자옥, 우아함과 지혜로움을 동시에 드러내주는 김희애, 그리고 털털하면서도 붙임성 좋은 사근사근함을 보여주는 이미연까지. 이승기의 빈 구석은 그녀들의 현명함을 끄집어내주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저마다 스크린과 TV를 통해 배우로서의 페르소나를 가진 네 명의 여배우들을 재발견한다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여성성의 특별함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다. 보호본능처럼 그 여성성을 끌어내게 만드는 이승기의 허당기는 윤여정이 눈물을 쏟을 만큼 큰 웃음을 주는 <꽃보다 누나>의 핵심적인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이 중요했던 만큼, <꽃보다 누나>에서 이승기는 단연 주목되는 인물이다. 비록 누나들의 구박을 받고 있지만 바로 거기서부터 이 예능의 동력이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심상찮은 tvN 전성시대 케이블 트렌드 만드나

 

이명한 CP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꽃보다 할배>가 펄펄 날더니 이어 <응답하라 1994>는 후속작의 부진 같은 우려는 일찌감치 깨버리고 전작의 아성마저 뛰어넘어버렸다. 그에게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 그리고 이 두 작품에 모두 단단한 밑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이우정 작가 모두 KBS 시절부터 함께 잔뼈가 굵어온 동생들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금 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2%만 나와도 대박이라 부르던 케이블이 이제 7%는 기본이고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노리고 있다니.

 

'응답하라 1994(사진출처:tvN)'

오는 29일 밤은 어쩌면 그래서 케이블 채널의 새로운 기록이 달성될 지도 모르는 분위기다. <응답하라 1994><꽃보다 할배>의 후속인 <꽃보다 누나>가 연속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이 형국.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 아니던가. KBS <해피선데이>의 최전성기 시절의 그림이다. 앞에서 신원호 PD<남자의 자격>이 당겨주고 뒤에서 나영석 PD<12>이 밀어주던 그림. 그래서 이명한 CP가 조심스럽게 기대하는 두 자릿수 시청률은 그리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2년 전 이명한 CPCJ로 이적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케이블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씩 생기고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보편적 시청층을 겨냥하기보다는 여전히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상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에는 이른바 케이블 라이크한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제 아무리 좋은 기획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이명한 CP여전히 케이블 라이크한 프로그램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보편적 시청층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tvN으로 대변되는 CJ의 케이블 운영은 그렇게 보면 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초창기에는 일단 채널을 알리기 위해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마니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취했지만 어느 정도 채널에 대한 인지도가 생기기 시작하자 노선을 서서히 바꾸어왔던 것.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불리는 KBS <해피선데이> 출신 제작진들을 대거 스카우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송창의 대표로 상징되는 초창기 PD들이 케이블의 존재를 알렸다면, 이제 그 기반 위에서 이명한 사단이 특유의 보편적 마인드로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tvN의 약진은 또한 KBS 시스템에서는 좀체 시도하기 어려운 참신한 도전들이 일상적으로 시도되는 케이블의 분위기가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12>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KBS의 분위기 속에서 <꽃보다 할배><응답하라> 시리즈는 나오기 어려운 콘텐츠임에 분명하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를 떠올려 보라. 과연 KBS에서 예능 PD에게 드라마를 과감하게 맡길 수 있었겠는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지상파만큼 안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려는 젊은 PD들에게는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 고마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tvN의 약진은 그 중심에 심지어 스타 PD와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몇몇 제작자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그리고 이우정 작가가 없었다면 이처럼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게다. 이명한 CP는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장점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신원호 PD 같은 경우에는 어떤 장르를 주던 기본 이상을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나영석 PD는 비슷한 분야 안에서 브랜딩 하는 능력이 뛰어나죠.” 여기에 예능에 정서적인 살을 붙이고 톡톡 튀는 캐릭터를 만드는데 탁월한 이우정 작가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는 드림팀이 구성되었던 것.

 

고무적인 것은 <꽃보다 할배><응답하라> 시리즈가 단순한 콘텐츠의 재미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꽃보다 할배>는 뒤늦게 실버 파워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오히려 지상파에서 이 트렌드에 뛰어들게 만들었으며,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 복고 트렌드를 전면에서 이끌어냈다. 즉 프로그램을 만든다기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꽃보다 누나><응답하라 1994>의 합동작전은 과연 지상파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요즘은 지상파 예능에서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만일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들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어쩌면 케이블이 지상파를 압도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이 일은 실현 가능한 일이 될 것인가.

<1박2일>, 제2의 전성기를 위한 전제조건들

 

<1박2일>이 시즌3를 선포하면서 누가 남고 누가 떠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수근, 유해진, 성시경, 김종민은 하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엄태웅과 차태현은 잔류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된 것은 새로운 멤버로 누가 들어갈 것인가다. 항간에는 장미여관의 육중완, 샤이니 민호 그리고 존박이 새 멤버 물망에 올랐다고 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렇게 멤버 교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캐릭터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매번 어떤 장소로 가서 하룻밤을 지내는 형식의 반복이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그저 단발의 웃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묶어두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캐릭터다. 일일이 <1박2일>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만, 이를테면 이수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 많은 사건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수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과거 경북 영양에서 현지 주민과 하룻밤을 지냈던 미션이다. 허름한 시골집, 불빛도 별로 없는 어두운 그 곳에서 현지 주민과 함께 하룻밤의 교감을 마치고 떠나는 길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이수근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김종민 하면 <1박2일> 초창기에 혼자 낙오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김C 하면 혹한기 대비 캠프에서 한겨울에 홀라당 벗고 박스에 의지하던 모습이 떠오르며, 강호동 하면 입수를 외치며 한 겨울 계곡 얼음물에 뛰어드는 모습이 떠오른다.

 

캐릭터는 단지 인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1박2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하차가 아쉬운 것이고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하지만 <1박2일> 시즌3의 경우에는 멤버 교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이 너무나 익숙해진 프로그램 형식이 다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일이다. 단지 멤버가 바뀌고 제작진이 바뀐다고 이미 익숙해진 프로그램을 참신하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시즌2가 확인시켜 준 바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핵심은 이 프로그램의 소재인 ‘여행’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여겨진다. 과거 <1박2일>이 시작하는 단계에서만 해도 텐트를 치고 야외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여행은 대중화되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박2일>로 인해 여행의 트렌드가 바뀐 지 오래다. 이른바 ‘아웃도어’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이 열풍에 그저 편승하는 것으로는 <1박2일>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채워주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행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 어찌 보면 이것이 <1박2일>의 진정한 목표일 수 있다.

 

<무한도전>이 여행 버라이어티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1박2일>은 거기에 우리네 팔도의 지역 특성과 아웃도어 개념을 덧붙여 여행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도 더 세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빠 어디가>가 아빠와 아이의 여행으로 세분화됐고, <꽃보다 할배>는 어르신들의 여행으로 세분화됐다. 그렇다면 새 시즌을 준비하는 <1박2일>의 여행은 어떻게 과거의 <1박2일>과 또 여타의 여행 버라이어티와의 차별화를 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1박2일> 시즌3의 성패가 달려 있다.

 

<1박2일>의 새 시즌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형식과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다변화할 것인가다. 복불복은 <1박2일>의 핵심적인 감초지만 이것이 너무 전면에 내세워질 때는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색채가 흐려지는 단점이 있다. 시즌2에서 늘 문제로 지목됐던 것은 과도한 게임이었다. 복불복은 다큐처럼 찍어지는 초창기 리얼 버라이어티의 안전장치처럼 사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재미에 대한 강박의 소산물이라는 것. 하지만 요즘처럼 관찰예능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의도적인 복불복은 ‘리얼’의 느낌을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다변화는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여행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냈던 ‘대학생 생활백서’ 같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 발굴이 절실하다 여겨진다. 여행의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1박2일>을 기존 여행의 틀로만 한정짓지 않는다면 더 많은 소재와 스토리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카메라 연출에 있어서도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최근 경향인 관찰 카메라 형식을 도입하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프닝을 위해 일렬로 멤버들을 세워놓고 찍는 방식은 너무 식상해졌다. 좀 더 자연스러운 다큐적인 오프닝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고, 과정을 찍는 방식도 좀 더 현장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형태가 리얼감을 높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중민 EP가 밝힌 것처럼 “친구와 여행은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을 소재”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늘 여행을 꿈꾸고 또 여행을 다녀와서도 또 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욕망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여행이라는 좋은 소재도 똑같은 형식과 스토리만을 반복해서는 진력이 나기 마련이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콘셉트를 가지고 돌아올 것인가. 이것이 <1박2일>에는 멤버 교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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