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이’, 무엇이 이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가로막나

“왜 짐이 이것 밖에 안 되냐?” 이젠 헤어져 자신의 짐을 챙겨달라는 백설희(송하윤)에게 김주만(안재홍)은 화가 났다. 그건 아마도 그녀에게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리라. 무려 6년 간 사귀면서 그녀가 자신을 위해 산 물건들이라는 것이 한 박스도 안 되는 싸구려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토록 살뜰히도 챙겼던 그녀가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백설희는 결국 김주만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하지만 그렇게 빠져나간 백설희의 빈자리를 김주만은 톡톡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매 순간 자신에게 최선을 다했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녀가 없는 자리가 마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프고 허전하고 멍할 수밖에. 

그들이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김주만이 자신을 따르던 인턴 장예진(표예진)의 집에서 어쩔 수 없이 외박을 하고 들어온 것이었지만, 그것만이 이별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미 이전부터 그들 관계는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지나치게 김주만만을 챙기고 자존감이 바닥인 백설희. 그녀의 사랑은 헌신적이지만, 그런 헌신은 김주만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온통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서 어떻게든 그녀를 현실적으로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6년 간을 뛰고 또 뛰었지만 그다지 바뀌지 않는 현실. 최고는 아니어도 “중간” 정도를 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녀가 말하는 ‘소소한 행복’은 그에게는 어떤 무력감을 주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주만과 백설희의 이별은 서로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챙기려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서로 사랑하고 챙기는 것이 행복으로 이어지겠지만, 그것이 무거운 현실 앞에 서게 되자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 백설희를 위해 김주만은 전셋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 애써왔고, 김주만을 위해 백설희는 그를 챙겨도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 이들의 이별이 남다른 아픔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쌈마이웨이>는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쉽게 부숴버리는 현실을 담고 있다. 그들은 그저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을 꿈으로 여기고, 최고는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의 행복을 원하지만 그건 번번이 갑질 하는 현실 앞에 무너진다. 그 현실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청춘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비열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쌈마이웨이>는 이런 현실에 대한 청춘들의 ‘돌려차기 한 방’을 그리려 한다. 그래서 일찍이 가난한 현실 때문에 접었던 무도의 꿈을 고동만(박서준)은 다시 걸어가려 하고, 스펙이 없어 접었던 아나운서의 꿈을 최애라(김지원)는 다시 꿈꾼다. 그렇다면 김주만과 백설희는 이 현실 앞에 무너진 사랑 앞에서 어떤 ‘돌려차기’를 보여줄까. 그깟 현실 따위 훌훌 털어내고 다시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까. 

고동만과 최애라의 꿈이 작게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김주만과 백설희의 사랑이 그 현실 앞에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성공과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바깥에서 얼마든지 꿈을 꾸고 사랑할 수 있기를. 저 부조리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시스템이 그들을 무릎 꿇게 하지 않기를.

‘뉴스룸’ 손석희도 머쓱, 숙연해진 이효리의 생각·노래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기는 싫다. 어떤 뜻인지는 알겠는데 이거 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아닌가요, 혹시?”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이효리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순간 손석희는 기분 좋은 당혹감을 느꼈을 법하다. 그래서 농담을 섞어 질책하듯 이효리에게 말했다. “질문한 사람을 굉장히 머쓱하게 만드시네요...” 라고.

'뉴스룸(사진출처:JTBC)'

<뉴스룸>의 손석희와 이효리. 어찌 보면 쉽게 보지 못하는 조합이다. 과거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비되곤 하던 이효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이효리는 그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말하는 것에 있어서도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속에는 듣는 이들을 공감시키고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천하의 손석희 앵커까지. 

새로 낸 신보의 선 공개곡인 ‘서울’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전한 서울에 대한 생각은 그녀가 지난 4년 간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잘 드러내주었다. “서울을 미워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사실은 “서울이 어두웠고 나빴던 게 아니라 서울에 살 때 제가 뭔가 좀 어둡고 답답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울’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춤에 대해 이야기하며 손석희 앵커가 “요가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수긍했다. 과거 같으면 그런 평가를 부인하려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 보니까 요가랑 춤이랑 그렇게 완전히 다른 게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육체, 몸을 가지고 뭔가를 표현하는 거니까.” MBC <무한도전>에서 그녀가 춤 선생으로 소개했던 김설진 현대무용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과거 그녀가 보여주려는 춤을 췄다면 이제는 자신의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춤을 추고 있다는 느낌.

손석희 앵커는 새 앨범에서 ‘변하지 않는 건’이라는 곡의 가사를 소개했다. ‘변하지 않은 건 며칠 전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식빵. 여전히 하얗고 보드랍기만 한 식빵.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해. 변하지 않은 건 너무 위험해.’ 손석희 이야기처럼 그건 마치 ‘환경문제’를 의미하는 가사처럼 들렸지만 이어지는 가사는 그것이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줬다. ‘얼마 전 잡지에서 본 나의 얼굴. 여전히 예쁘고 주름 하나 없는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이상한 저 얼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물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놓고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걸 이야기하는 가사. 그리고 한 마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변하지 않는 걸 위해 우리는 변해야 해.’

손석희 앵커는 또 다른 곡인 ‘다이아몬드’를 소개하며 ‘그대여 잘 가시오. 그동안 고생 많았다오. 그대여 편히 가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오.’라는 가사의 대상이 누구냐고 물었다. 어찌 보면 남녀 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효리는 그 곡을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 기사를 읽다가 쓰게 됐다고 말했다. “어떤 권력이나 무슨 기업에 맞서 싸우시다가 힘없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게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그분들에게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으로 이 곡을 썼다고 했다. 

손석희 앵커는 굉장히 뭉클해하며 그 ‘숙연한’ 가사에 의미를 더해주었지만, 정작 이효리는 그것이 거창한 일로 비춰지는 걸 저어하는 눈치였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전했을 뿐이라는 것. 사회적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온 이효리에게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참여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효리의 그 단순한 답변에 손석희 앵커는 또 한 수 배운 얼굴이었다. “사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죠”하고 덧붙였다. 

<뉴스룸>을 통해 보여진 이효리의 모습에서는, 지난 4년 간 그녀가 말한 ‘모순덩어리 삶’에 대한 깨달음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훌쩍 성장한 그녀가 느껴졌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때론 그렇게 꿈꿀 수 있는 것이 불가능을 가능하게도 한다는 걸 그녀는 어느새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발표한 노래 속에 그녀의 삶이 담겨지는 것이 가능해졌으니.

‘쌈마이웨이’, 그래 우린 모두 꿈이 있었어

“나처럼 살지 마라.” 아버지의 이 한 마디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제 지긋한 나이, 그 세월을 살아온 분이 자신처럼 살지 말라는 말은 사실 그 삶을 부정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것은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자식에게만은 자신 같은 삶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말만큼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없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은 스스로를 흙수저라 부른다.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아버지 고형식(손병호)에게 그 답답한 속내를 토로한다. “나한테 아버지처럼 살라고 하지 마라. 죽을 똥 싸면서 나 같은 놈 또 만들어야하나 잘 모르겠다. 걔가 흙수저라고 나 원망할까봐.” 하지만 흙수저 청춘의 부모 역시 당연히 흙수저 부모다. 그들 역시 스스로 흙수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그들에게도 꿈이란 게 있었다. 

영업부장으로 새파란 사장 앞에서 잔뜩 고개를 조아리고 갑질을 감내하는 아버지를 본 고동만은 거기서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상사에게 당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한 번도 못해봤던 생각.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그 역시 한때는 자신처럼 꿈이 있던 청춘이었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소주 한 잔을 따라드리며 꿈이 뭐였냐고 묻자 아버지는 말한다. “내 꿈은 파일럿이었다. 지금은 그냥 너희들이 내 꿈이다.”

그 아버지가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한다. “난 이제 와서 파일럿은 못해도, 넌 사고라도 한번 칠 수 있잖아.” 그리고 아들이 흙수저라고 한 그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지 허세 섞인 한 마디를 덧붙인다. “너 흙수저 아니야. 아버지 앞으로 20년은 더 벌거야. 뒤에 아빠가 딱 있으니까 한번 날아봐라. 들이받고 덤비고 깨져도,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봐.”

<쌈마이웨이>는 가진 것 없는 현실이 만들어낸 ‘쌈마이’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청춘들의 부모들 이야기 역시 그 울림이 적지 않다. 족발집 딸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만(안재홍)의 집 사람들에게 설움 받는 딸 백설희(송하윤)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지만 그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주만에게 자신의 딸을 많이 사랑해주라고 부탁하는 설희 엄마가 그렇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무대에 선다는 소식에 한 달음에 달려오는 최애라(김지원)의 딸바보 아빠가 그렇다. 

가진 것 없이 키워서 흙수저가 되어 현실에 나간 자식들 앞에서 이 부모들은 모두 죄인처럼 살아간다. 자신은 꿈을 지워버리고 흙수저 현실을 살아가며 자식만큼은 그 삶을 반복하지 않고 그들의 꿈을 키워가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흙수저라는 말 속에 이미 들어 있듯이 그 굴레는 고스란히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쟁적인 현실은 이제 정년퇴직을 앞둔 부모 세대가 계속 자식들을 위해 취업전선에 나서야 하고, 그 자식들 역시 이렇게 가중된 경쟁 속에서 취업난을 겪는 이중고로 이어지고 있다. <쌈마이웨이>의 고형식이 아들 고동만에게 던지는 격려가 슬프고도 먹먹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우린 모두가 꿈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현실을 알아버리고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 꿈은 이제 아빠, 엄마가 되어간다. 자식들을 대신 꿈이라 치부하며.

‘윤식당’,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공간·시간·인간

“저런 곳에서 지낼 수 있다면...”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이 주는 가장 큰 로망은 바로 그 공간이 주는 판타지가 아닐까. 요즘 같은 황금연휴에 여행은커녕 일을 하고 있거나, 여행을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 TV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윤식당>의 그 발리의 외딴 섬이 주는 막연한 로망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게다. 단 며칠이라도 모든 걸 잊고 울려대는 전화기 따위는 커버린 채 바닷바람 맞으며 해먹에 누워 느긋한 독서와 낮잠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윤식당(사진출처:tvN)'

“저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하지만 <윤식당>이 주는 로망이 단지 공간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 공간에 깃들여진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 <윤식당>이 그 섬에서 연 가게도 원할 때 열고 원할 때 닫는 그 여유가 없다면 이 곳 도시의 치열한 회사생활과 다를 게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이 <윤식당>의 사장님 윤여정은 장사로 돈을 벌려는 그런 욕망이 거의 없다. TV프로그램이기 때문이지만, 자신이 만든 요리를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기만을 바란다. 그래서 기다리다 오랜만에 손님이라도 올라치면 접시에 더 정성을 깃들이고 덤에 덤을 얹어준다. 그리고 하는 말이 “맛있게 먹어주니 너무 고맙다”는 것이다. 이런 사장이 있는 가게에 여유가 없을 리 없다. 그리고 희한한 것은 이렇게 여유를 갖고 하는 장사에 오히려 손님들이 더 몰린다는 점이다. 손님들도 안다. 돈 벌려고 장사하는 것과 진짜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려고 애쓰는 그 차이를.

“저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하지만 무엇보다 <윤식당>의 가장 큰 로망은 윤여정 사장님으로부터 느껴지는 좋은 사람들이다. 보조인 정유미를 잘 한다 잘 한다 다독이고, 영업과 마케팅을 맡은(?) 이서진이 신 메뉴를 얘기할라치면 처음에는 손사래를 치다가도 나중에는 본인이 더 나서서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적극성을 보인다. 처음 여는 가게라 긴장과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손님이 많아 정신없이 바쁠 때 활짝 펴지는 그 얼굴을 보면 시청자들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새 내 장사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사장님이라니. 

아이디어 많고 추진력도 좋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척척 대처해내 기댈 수 있는 상무, 이서진의 든든함도 그렇고,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그리도 잘 아는지 말 하지 않아도 척척 옆에서 준비를 해주고 마음을 써주는 정유미 보조의 싹싹함, 그리고 가장 연장자지만 아르바이트라는 위치에 맞게 늘 손님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신구의 친절함까지 <윤식당>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일하고픈 그런 좋은 느낌을 준다.

연휴를 맞아 어딘가 떠나지 못하고 심지어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윤식당>이 보여주는 공간, 시간, 인간에 대한 로망은 아마도 누구나 꿈꿔왔을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삶이 그 소망하는 대로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이 세 가지라는 걸 말해준다. 괜찮은 공간에서 여유 있는 시간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소망. <윤식당>이 우리를 꿈꾸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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