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그래도 마음껏 꿈꾸라 말해주는 어른들이 있다는 건

 

"왜 사는 데 기를 써야 돼? 그냥 좀 살면 안돼? 새 아빠 보니까 사는 게 되게 쉽더라. 뷔페도 쉽고 여행도 쉬워 옷 사는 것도 쉽고 남일 같던 유학도 내일처럼 쉬워. 근데 아빠 봐. 월급날 겨우 치킨 사오잖아. 그거 먹으면서 세상 맛있는 척 좋아하는 척 하는 거 너 안 질리디? 난 물리던데. 기름 쩐 내 맡기도 싫어. 진절머리가 나."

 

tvN 새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인재(강한나)는 동생 달미(배수지)에게 재혼한 새 아빠로 인해 달라진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인재와 달미는 부모가 이혼한 후 각각 엄마와 아빠를 선택했다. 엄마를 따라간 인재는 부자 새 아빠를 만나 쉽게 성공을 거머쥔다. 반면 아빠를 선택한 달미는 여전히 그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인재와 달미로 대변되는 서로 상반된 선택을 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전면에서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역시 상반된 선택의 삶을 보여준 어른들의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깔고 있다. 달미의 아빠 서청명(김주헌)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미리 던져주는 어른이다.

핸드폰을 통해 스마트폰의 미래를 보며 그 변화가 만들 놀라운 세상을 가슴에 품었지만, 창업을 반대하는 아내 차아현(송선미) 때문에 현실은 샐러리맨 영업사원으로 대표에게 구타까지 당하는 서청명. 두드려 맞아서라도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게 가장의 역할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둘째딸 달미와 함께 살아간다.

 

회사를 그만두고 '온라인 배달 사업'을 일찍이 꿈꾼 서청명은 각고의 노력 끝에 투자까지 받게 되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순간 그의 손에는 딸 달미에게 가져다 줄 치킨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인재가 그토록 진절머리 난다고 했던 그 치킨. 하지만 아빠의 그 절실함과 노력을 봐왔던 달미로서는 그것만으로도 사랑을 느꼈던 그 치킨이다.

 

결국 성공의 문턱에서 무너져 내렸지만 달미는 아빠의 그런 모습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며 여전히 과거의 삶에서 머물러 있는 달미를 대놓고 무시하는 인재에게 '당당한 창업을 통한 성공'을 운운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가진 게 없고 인재 말대로 할머니에 빌붙어 사는 처지지만.

 

한편 고아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홀로 살아내야 했던 한지평(김선호)을 따뜻하게 보듬은 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도 <스타트업>의 또 다른 메시지를 담는 어른이다. 길거리에서 비를 맞은 채 갈 곳 없는 한지평을 자신의 가게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준 최원덕은 어려운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어른이다.

 

어떻게든 홀로 살아내야 했던 어린 한지평에게 따뜻함을 심어주는 인물. 대학에 합격해 떠나는 한지평은 신발까지 사주는 최원덕에게 그것이 은혜를 갚기를 바라는 것인 줄 알고 독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최원덕은 의외의 말을 건넨다. "약속해. 지평이 너 나중에 성공하면 연락하지 마. 부자 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 마.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마. 나 배알 꼬이기 싫으니까. 대신 힘들면 연락해. 저번처럼 비오는 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 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 매몰차게 떠나려던 한지평은 결국 돌아와 최원덕을 꼭 껴안는다.

 

<스타트업>이 본격적인 청춘들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기 전에 먼저 내보인 서청명과 최원덕이라는 어른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얼까. 서청명이 비록 손에는 치킨 하나를 들고 있어도 힘겨운 현실에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다면, 최원덕은 성공의 목적이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드라마는 적어도 청춘들이 시작도 않고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이 아니라 뭐든 도전할 수 있는 현실을 어른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딸이 그네를 타다 넘어져도 무릎이 까지지 않게 모래를 깔아줬던 서청명과 힘들 때 보금자리를 내어준 최원덕을 통해.(사진:tvN)

'브람스', 박은빈이 절감하는 시간의 장벽을 넘는 법

 

"정경씨랑 사이에 그러니까 그 시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채송아(박은빈)는 박준영(김민재)과 이정경(박지현)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채송아는 박준영을 사랑하지만 박준영과 이정경 사이에 오래도록 함께 해왔던 시간의 장벽을 절감한다.

 

그것은 채송아에게 뒤늦게 시작한 바이올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졸업 후에도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할 거라는 채송아에게 박성재(최대훈)는 아픈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아주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다른 친구들의 그 시간을 도저히 채송아는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고.

 

함께 한 시간은 실제로 헤어진 연인인 이정경과 한현호(김성철)에게도 여전히 오래도록 남아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정경과 연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한현호는 이수경(백지원) 교수의 채임버 단원에서 제외된다. 이수경 교수가 이정경을 데리고 있는 송정희(길해연) 교수와 알력이 있어서다.

 

이정경과 한현호는 헤어졌지만, 친구가 없어 홀로 술을 마시러 갔다는 이정경이 어느 술집을 갔는지도 정확히 알고 찾아온다. 그리고 술에 취해 쓰러진 이정경을 호텔방에 눕혀주고 방을 나선다. 헤어졌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은 그들 사이에 여전히 흐른다.

 

채송아는 박준영에게 연습하던 곡을 바꿀까 고민한다고 말한다. 잘 할 것 같았는데 해낼 수 없는 곡이란 생각에 자신이 없어져서란다. 박준영은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바꿔도 나아지지 않더라는 얘기를 꺼낸다. 놓아버린 곡에 대한 목마름과 괴로움과 그리움이 남는다고, 채송아는 그 말에서 박준영과 이정경 사이에 놓인 시간을 떠올린다. 바꾸려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박준영의 말이 그래서 채송아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늦게 시작했다고, 그만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고 꿈도 사랑도 늦었다 말하는 현실 앞에서 채송아는 우울하다. 그런 그에게 이수경 교수는 무리한 부탁까지 한다. 사고 싶은 물건을 중고거래로 사려는데 대전까지 직접 가서 물건을 받아오라는 것. 하지만 우울하게 대전까지 가는 길은 박준영이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이정경과 함께 할 연주 시간을 빼내 채송아와 대전까지 다녀오는 그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박준영과 채송아는 그들만의 시간을 쌓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공유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박준영의 엄마를 우연히 만나 그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채송아는 자신이 대전까지 온 진짜 이유가 이수경 교수의 그런 부탁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상처에 대한 시간들은 그들이 공유함으로써 위로받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시간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채송아를 통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늦게 시작해 꿈도 사랑도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보다 앞으로 이들이 꿈꾸고 사랑해갈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담아낸다. 늦은 꿈도 사랑도 없다며.(사진:SBS)

 

'청춘기록', 가난하다고 꿈도 사랑도 가난할까

 

"나 지금 하고 싶은 거 있는데 허락이 필요해." 사혜준(박보검)은 안정하(박소담)에게 그렇게 키스의 허락을 구한다. "허락할게." 안정하는 선선히 허락하고 두 사람은 키스를 한다. 그리고 안정하가 말한다. "생각해 봤는데 언제든 해도 돼. 나도 그래도 돼?" 그 말은 그가 얼마나 사혜준을 사랑하는가를 담아낸다. 그러자 화답이라도 하듯 사혜준 또한 자신의 사랑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넌 뭐든 돼."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사혜준과 안정하가 나누는 이 키스신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설렘과 기쁨 속에는 어딘가 슬픔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그건 뭐랄까 뭐 하나 제 맘대로 되는 게 없는 세상에서, 그들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서로에게만큼은 모든 걸 허락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서다. 그들의 사랑은 거창한 프러포즈도 아니고 화려한 장소나 심지어 좋은 차 안에서도 아니다. 아버지가 일하러 다닐 때 끌고 다니던 승합차에서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키스를 나눈다. 마치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허락'뿐인 것처럼.

 

물론 <청춘기록>은 드라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에는 사혜준이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드라마가 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의학드라마 <게스트웨이>에 캐스팅된 사혜준은 그 드라마 속에서 선배 의사(서현진)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누나 사귈래요?" 사혜준이 선배에게 그렇게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은 말 그대로 드라마 속 한 장면이다. 병원이고, 그는 의사다. 사혜준이 드라마 속에서 하는 사랑과 실제 현실에서의 사랑은 그만큼 다르다.

 

드라마 같은 허구 속 세계가 다르다는 건 사혜준과 진상 톱스타인 박도하(김건우)가 함께 영화를 찍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박도하가 톱스타이고 사혜준은 무명배우지만, 그 영화 속에서 사혜준은 재벌집 자제로 박도하를 잡아다 사정없이 폭력을 가하는 그런 인물이다. 현실에서야 태생의 수저에 따라 살아가는 수저가 달라지지만, 허구 속에서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한다.

 

<청춘기록>은 드라마 속에 드라마를 세움으로써 그 드라마는 현실이라고 강변한다. 즉 사혜준이 연기하는 드라마 속 세상과 그가 처한 현실은 다르다고 말하는 것. 이 트릭을 통해 <청춘기록>이 보여주는 현실은 '착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그런 생각이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괴물이라고 말하고,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 수 있다며 사혜준과 이민재(신동미)를 짓밟는 이태수(이창훈)는 그래서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골프장에서 우연히 그를 만난 김이영(신애라)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인과응보는 없다."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이들이 성공하고, 나쁜 자들이 벌을 받는 그런 현실은 없다고 드라마는 김이영의 목소리를 통해 전한다. 현실은 가난해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이들이 오히려 더 나쁜 상황에 처하는 일이 벌어진다. 잘난 척 해서 재수 없던 사경준(이재원)이 사기를 당한 후 하는 토로는 그래서 공감 가는 면이 있다. "야 남들 부러워하는 취직했어도 한 달 월급 부잣집 애들 명품가방 하나 값이야. 이 돈 모아 서울에 집을 살 수가 있냐? 부자가 될 수가 있겠냐.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겠지.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물론 <청춘기록>은 흙수저의 현실을 갖고 있는 사혜준이 저 드라마 <게스트웨이> 속 인물처럼 성공하는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그래서 드라마 속 허구를 현실로 만드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건 실제 현실에서는 좀체 벌어지지 않는 일이고, <청춘기록> 또한 하나의 드라마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드라마는 현실의 결핍을 다룬다.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것을 드라마는 꿈꾸기 마련이다. <청춘기록>은 그래서 청춘들이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꿈꾸고 그걸 실현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런 판타지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글쎄. 물론 현실은 척박하지만 그래도 꿈을 꾼다는 것. 그것이 청춘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원하던 꿈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꿈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니까. "넌 뭐든 돼"라고 말한 사혜준처럼, 가난해도 사랑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으며 충분히 행복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처럼.(사진:tvN)

가진 게 없다고 꿈도? '브람스'가 멜로에 담은 진짜 메시지

 

"저 언니 계속 꼴찌래. 서령대에서 바이올린 한다고 다 바이올리니스트인가?" 같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하지만 유명 변호사 딸 조수안(박시은)은 채송아(박은빈)를 그렇게 낮게 바라보며 해서는 안 될 말까지 꺼내놓는다. 구두를 가져오지 않아 채송아가 자신의 구두를 빌려주고 슬리퍼를 신고 무대 뒤에서 서 있는 동안, 조수안은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이 장면은 가진 것과 꿈 사이에 놓인 엄청난 현실적 격차를 그 자체로 보여준다.

 

뒤늦게 바이올린에 대한 꿈을 갖게 되어 다니던 경영대를 포기하고 4수 끝에 음대에 들어온 채송아(박은빈)에게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아해서"라는 것. 너무 좋아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라는 채송아는 연주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그래서 평생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그의 절친이자 바이올린 스승(?)이었던 윤동윤(이유진)은 자신이 바이올린을 접고 악기를 만드는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 더 이상 연주가 설레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제목에 들어간 '브람스'라는 단어에 담긴 것처럼 서로 엇갈린 남녀들이 겪는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그 멜로 속에 담겨진 또 하나의 메시지는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다.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좋아한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마다 설레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그가 좋아해 더 나아지려 노력하려는 바이올린 연주를 평가하고 때론 모욕적인 말로 그 꿈이 현실성이 없다고 짓밟는다. 그는 가난해 가진 것도 없고 재능이 특별난 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도 가난해야할까.

 

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 노력하면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박준영(김민재)은 안타깝게도 음악은 재능이 중요하지만 꿈을 꾼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재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에서 채송아는 그것이 마치 자신을 위로하는 말인 양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함께 걸어가며 나누는 대화 중 "재능은 없는 게 축복"이라는 박준영의 말에 채송아는 처음으로 정색하며 말한다. 좋아하고 노력해도 재능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데 재능 없는 사람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박준영이 "재능은 없는 게 축복"이라고 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재단의 후원을 받아 왔지만, 그것은 그에게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가난한 처지 때문에 또 사업에 보증을 잘못 서 끝없이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 때문에 그는 하고 싶어서 연주를 한 게 아니었다. 후원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를 했던 거였다. 그는 재능은 있지만 좋아서 연주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재단을 찾아와 자신의 아이가 오디션에 왜 떨어졌느냐고 따지는 지원 엄마가 그 날 그 현장에 있었던 채송아에게 자신의 아이의 연주가 어땠냐고 묻자 채송아는 이렇게 말해준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원이는요. 대단한 재능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요 어머니. 지금 오디션에서 붙느냐 떨어지느냐는 지원이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콩쿨과 오디션 중요하죠. 그렇지만 저는 지원이가 등수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어머니께서 지원이를 묵묵히 믿고 지켜봐주신다면 반드시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채송아는 "그렇게 재능이 있고 잘하는 걸 좋아하지 못하게 되면 안되잖아요."라고 말한다. 채송아는 알고 있다. 바이올린을 하는 데 있어 재능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재능이 있어도 '좋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힘겨워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박준영이 그런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디션, 합격, 성적 같은 것들로 누군가의 삶을 무례하게 재단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좋은 것을 하고 싶어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재능을 갖고 있어도 그걸 좋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것이 어디 꿈에 있어서만 그러할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조차 세상은 그가 가진 것들로 재단한다. 좋아해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저 혼자 포기하려던 채송아가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된 박준영에게 도저히 참지 못하고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각별히 슬프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어쩌다 우리는 꿈도 사랑도 가진 것에 의해 재단되는 세상에 살게 된 걸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래서 단순한 청춘 멜로로만 볼 드라마는 아니다. 거기에는 그들의 꿈과 사랑을 제 멋대로 가로막고 재단하는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이 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로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이 터지게 되는 건 그 음악 언저리에 어른거리는 냉정한 세상에 이토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신산한 삶이 느껴져서다.(사진:SB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