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의 실험, 강호동에게는 각별한 까닭

 

이제 9월에 인터넷을 통해 방송될 <신서유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정서적으로는 부정적이다.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과거 <12>의 주축이었고 한 때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들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거의 바닥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영석 PD 같은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리는 스타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신서유기>에 대한 사전 반응이 그리 좋지 않은 건 출연자들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서유기(사진출처:CJ E&M)'

하지만 예고편이 살짝 공개된 이후의 반응을 보면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와는 달리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예고편이 올라오고 단 하루만에 100만 뷰를 넘어선 건 이런 뜨거운 반응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예고편 내용도 흥미롭다. 예고편 속에서 옛날 사람으로 표현된 강호동은 오히려 현재에 적응 못하는 예능인의 이미지를 캐릭터화 했다. 나영석 PD 다운 역발상이다.

 

과거 <12>의 전성기를 일요일 저녁마다 기다리며 봐왔던 시청자라면 이들이 다시 모여 떠난 여행이 못내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은 <12>을 나오면서 저마다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천상계에 있는 것처럼 잘 나가던 그들이 이제는 추락해 지상에서 떠도는 모습을 여행이라는 형식으로 잡아내면서 거기에 <신서유기>라고 이름붙인 건 기발한 승부수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신서유기>에 대한 기대가 큰 건 강호동일 것이다. 강호동은 방송 복귀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낸 것이 없다. 그게 너무 장기화되다보니 이제는 트렌드가 지나버린 옛날 예능인(?)’처럼 치부되는 경향까지 생겼다. 물론 이것은 강호동의 예능 스타일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스타 중심이 아닌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예능 현실에서는 스타일보다 어떤 프로그램과 PD를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한 일이 되었다.

 

강호동이 복귀하면서 했어야 할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뭐든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모험적인 선택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다소 무리하게 보일 수 있어도 늘 프론티어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성적표와 무관하게 강호동의 이미지가 세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리얼 버라이어티 트렌드가 지나가고 리얼리티쇼로 바뀌어가고 있는 와중에 복귀한 강호동은 여전히 옛 트렌드만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튜디오 토크쇼에서 캐릭터 쇼를 하는 야외형 버라이어티까지, 새로운 느낌이 별로 없었다.

 

<신서유기>는 강호동에게 그래서 각별한 도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방송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 들어가 있다. 이 작은 플랫폼 차이는 엄청난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진다. <신서유기> 예고편에도 보였듯이 아예 상품명을 대놓고 퀴즈를 하는 것이 가능하고, 거의 일상에 가까운 모든 것들이 과거 지상파나 케이블에서는 편집되었을지 몰라도 이 인터넷 방송에서는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호동에게 <신서유기>가 각별한 것은 1인 미디어 시대, 인터넷 방송 시대의 프론티어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일 강호동이 기존 플랫폼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면면들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다면 그는 인터넷 방송 시대에 기성 예능인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전범을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재미와 기대요소들이 <신서유기>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정서를 이겨낼 수 있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 플랫폼이 기존 방송 플랫폼과 다른 점은 상당 부분 클릭수가 가진 힘에 의해 콘텐츠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보던 이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 <신서유기>의 성패는 그 새로움이 관건일 수밖에 없고, 강호동이 거는 남다른 기대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삼시세끼> 박수칠 때 떠나야 시즌이 계속 된다

 

<삼시세끼> 시즌1은 총 11회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회는 감독판이니 사실상 10회가 마지막이었다. 10회로 끝났지만 <삼시세끼> 시즌1의 임팩트는 강렬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윤여정과 최화정이 손님으로 등장해 과연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이나 대접할 수 있을까 고군분투하던 이서진과 옥택연의 모습으로 시작해, ‘꽃보다 할배들과의 훈훈한 저녁시간, 고아라의 등장으로 시종일관 풋풋한 빙구 웃음을 날리던 옥택연 등등. 마지막을 윤여정과 최화정으로 끝내면서 깔끔한 수미쌍관을 이루며 시즌1을 마무리 지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골 삶이 뭐 그리 재미있을까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의외로 재미진 이 차도남 이서진의 시골 적응기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시청률도 급등했다. 5%대에서 시작했던 <삼시세끼> 시즌18.9%(닐슨 코리아)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삼시세끼>의 번외편처럼 만들어진 어촌편은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합류로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첫 회에 9.6%의 시청률을 낸 것은 시즌1이 이미 만들어낸 기대감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차줌마의 본격적인 요리 세계가 펼쳐지고 참바다 유해진의 바다낚시의 고충(?)이 그려지면서 시청률은 무려 13%까지 치솟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어촌편도 9회로 마무리되었다. 박수 받을 때 떠나는 모습을 견지한 것.

 

어촌편이 워낙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을 줘서인지 다시 돌아온 <삼시세끼> 정선편 시즌2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정선편은 어촌편과는 다른 이서진-옥택연의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시청률도 10% 선에서 안정적으로 나왔다. 이 이야기는 이제 <삼시세끼>라는 브랜드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반복되다보면 그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삼시세끼> 시즌2는 현재 14회까지 방영되었고 911일에 종영한다고 하니 총 19회가 방영될 예정이다. 지금껏 10회 정도에서 시즌을 마무리 지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물론 봄에 심었던 농작물들을 수확해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그림들이 여름에 나오기 때문에 시즌2의 이야기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게스트가 찾아오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니 그 패턴들이 너무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지만(이를테면 밍키가 새끼를 낳아 새로운 가족을 꾸린 것이나 새롭게 고정으로 자리한 김광규가 이서진이나 옥택연과 만들어가는 관계의 이야기 같은) 그 세끼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패턴이 유사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삼시세끼>처럼 정착해서 보여주는 예능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하기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요한 건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 짓고 일정한 휴지기를 둠으로써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이 휴지기의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 <꽃보다> 시리즈였다. <삼시세끼>가 끝나면 <꽃보다> 시리즈가 그 바톤을 이어받는 편성을 했기 때문에 나영석표 예능들은 매 시즌을 변주하면서 금요일 밤을 지속적으로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하중이 나영석 PD에게 쏠려 있는 것인지 새로운 <꽃보다> 시리즈의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신서유기>를 찍기 위해 중국에 다녀왔지만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판으로 만들어져 금요일 밤 나영석 PD표 예능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를 금요일에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전까지만 해도 tvN이 금요일 밤의 헤게모니를 온전히 쥐고 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금요일 밤 당연하게도 tvN에 채널을 고정하는 시청자들이 생겼다. 나영석 PD가 쉴 틈이 없는 이유다.

 

나영석 PDKBS 시절 매주 끝없이 준비해야 하는 방송 때문에 자신이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CJ로 와서는 시즌제를 활용하면서 적당히 끊어가는 휴지기를 통해 운용의 묘를 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나영석 PD의 상황은 과거 KBS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쉴 틈 없이 이걸 만들고 나면 다음 걸 또 만들어야 하는 과부하가 느껴진다.

 

PD도 프로그램도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고갈되기 마련이다. 물론 나영석 PD는 지금 다른 PD들과 작가들을 구성해 일정한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프로그램 전체를 다 자신이 만드는 게 아니라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는 여유를 갖기가 어려워졌다.

 

많은 이들이 <삼시세끼>가 롱런하기를 바란다. 여름편에 이어 가을편, 겨울편도 이어가기를 원한다. <꽃보다 할배>는 이 어르신들이 계속해서 여행을 떠나며 그 안에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란다. 또 나영석 PD에 대한 기대를 갖는 시청자들은 그의 새로운 예능이 계속해서 나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수 받는 시점에서 잠시 멈춰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삼시세끼><꽃보다> 시리즈만이 아닌 새로운 나영석표 예능도 가능하지 않을까



<신서유기>, 성패에 대한 모호함이 최대 가능성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이승기. 이번 나영석 PD의 새 예능 <신서유기>로 과거 <12>의 출연자들이 모였다. 과거 이들이 나영석 PD와 함께 <12>을 통해 거둔 성과는 예능에 있어서는 레전드에 해당한다. 시청률이 무려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12>국민예능이라고 부른 건 결코 과찬이 아니었다.

 


'나영석PD(사진출처:tvN)'

하지만 <12> 출연자들이 재미삼아 불렀던 오르막길 내리막길같은 노래자락처럼 이들은 모두 오르막길을 끝에서 내리막길을 맞이하게 됐다. 강호동은 세금 논란이 터지면서 잠정 은퇴를 선언했고 그렇게 1년을 쉬다 돌아와서는 달라진 예능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연전연패했다. 이수근은 불법도박으로 1년 반 넘게 자숙기간을 거쳐 다시 복귀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은지원과 이승기는 특별한 사건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금은 존재감이 많이 사라져버렸다. 대통령의 조카라는 위치는 은지원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고, 한때 드라마, 예능, 가요를 모두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으로 불렸던 이승기는 세 분야 모두에서 괜찮은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색깔이 불분명한 인물이 되어버렸다.

 

<신서유기>에 과거 <12> 멤버들이었던 MC, C 그리고 김종민이 합류하지 못한 건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MC몽은 고의 발치 군 기피 논란으로 여전히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고, C는 본래 예능 출연을 그리 원치 않았던 점도 있었지만, 그 역시 이혼 후 스타일리스트와 열애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종민은 여전히 <12>에 남아있기 때문에 참여가 불가능하다.

 

결국 <신서유기>가 그리려는 것은 그래서 나영석 PD 본인이 밝힌 대로 예전만 못한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저 <서유기>가 가진 이야기의 메타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즉 천상에 있던 존재들이 죄를 짓고 지상으로 떨어져 고행을 하면서 구원의 길을 걷는 것. 이들은 미생의 차원이 아니라 축생으로서 인간이 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영석 PD의 이런 출사표는 이들이 중국에서 찍을 촬영이 만만찮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신서유기>는 지금껏 나영석 PD가 해온 작업방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본인에게는 커다란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나영석 PD는 인물 캐스팅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곤 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 투입되었다가 세금 논란이 일면서 모두 통편집 되었던 장근석을 떠올려보라. 이번 <신서유기>는 그러나 출연자들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논란을 떠안고 시작하는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기회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즉 과거의 영광을 갖고 있던 출연자들이 현재의 초라한 모습과 마주할 때 생겨나는 가감 없는 이야기는 의외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애초에 얘기한대로 이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 안 되고 있는 그 자체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 불편한 모습에서도 어떤 진정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기는 것.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겠다는 건 물론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자유롭게 풀어내겠다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다분히 현재의 다변화된 채널 환경을 실험하겠다는 의지도 들어 있다. 이제 인터넷 개인 방송들로 확장된 방송 콘텐츠는 모두가 보편적인 시청층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출연자들이라도 인터넷을 통한 방송이 가능해진다.

 

여러모로 이번 프로젝트는 나영석 PD에게는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성공가능성을 한껏 높여놓고 출발하던 그가 아니었던가. 이와는 달리 그의 이번 프로젝트는 그 결과를 가늠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이 성패가 모호한 지점이 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 <신서유기>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스타만으론 힘겨워진 환경, PD 찾는 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연일 화제다. 유재석이라는 대어를 낚으면서다. 여기에 노홍철과 김용만과의 계약 사실까지 이어지면서 항간에는 MBC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이 FNC로 헤쳐모이는 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출연자들은 지금껏 특정 기획사에 소속되어 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표격인 유재석이 먼저 움직였다는 건 다른 출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만일 FNC<무한도전>의 나머지 출연자들, 정준하, 하하, 박명수가 합류하게 된다면 그 힘은 실로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함께 모여 다른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한 기획사 소속인 아이돌 그룹 같은 시너지를 만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레발(?)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김태호 PD 같은 훌륭한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건 콘텐츠 위에서다. <무한도전>10년 째 승승장구하면서도 여전히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었던 데는 김태호 PD의 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김태호 PD는 출연자들의 일상까지도 관리해나가는 일종의 매니저 역할까지가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훌륭한 제작자가 전제되지 않는 스타 MC들이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는 SM C&C. SM C&C는 강호동이라는 대어를 잡아 놓고도 그 효과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12>에서 같이 활약했던 이수근이 합류했지만 그 역시 불법 도박 혐의로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SM C&C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예능인은 신동엽과 전현무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활약하는 건 그들의 주 종목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보다는 개인 기량이 중요한 분야이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결국 강호동과 이수근이 어떤 숨통으로서 찾은 것도 나영석 PD. 나영석 PD가 준비하고 있는 <신서유기>는 과거 <12>의 멤버들이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을 전제로 깔고 있다. <서유기>의 내러티브를 차용해 바닥에서부터 인간이 되어가는모습을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FNC가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들을 품는 것이나, SM C&C가 일찌감치 강호동 같은 스타 MC를 끌어들인 것은 지금의 변화하는 콘텐츠 시장을 두고 볼 때 당연하고 현명한 선택이다. 이제 기획사들은 스타들만 갖고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들을 다양한 형태로 얹을 수 있는 콘텐츠를 이들 기획사들이 직접 제작하고 나선 건 그래서다.

 

최근 이 흐름은 지상파의 PD들까지 기획사들이 스카우트하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동네 예체능>, <두근두근 인도>를 연출했던 이예지 PDSM C&C로 이적한 건 단적인 사례다. 이제 스타만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PD들이 기획사에서는 그만큼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콘텐츠는 이제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기성 플랫폼에 맞출 필요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나영석 PD<신서유기>를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것이 그간 물의를 빚은 이수근 같은 출연자에게 그나마 편한 무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플랫폼과 상관없이 콘텐츠만 좋다면 어디든 세워질 수 있고 또 상품으로 가공될 수 있는 현 콘텐츠 시장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플랫폼 시대는 저물고 콘텐츠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간 홀로 지내던 유재석이나 <무한도전> 멤버들이 FNC에 합류하는 건 이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홀로 서서 방송사에 목매는 존재들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혹은 인터넷이든 상관없이 송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역시 필요한 건 훌륭한 PD. 아무리 유재석이라도 김태호 PD 없는 그를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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