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 시대, tvN이 보인 한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던 걸까. tvN 드라마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시청률이다. 월화드라마의 자리를 확고하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이 무려 9.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이후, <혼술남녀>는 그나마 5% 최고시청률을 기록해 체면을 차렸지만 <막돼먹은 영애씨15>2.2%로 주저앉았다.

 

'안투라지(사진출처:tvN)'

물론 시즌15를 맞는 <막돼먹은 영애씨>가 가진 tvN에서의 상징성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tvN 월화드라마가 <또 오해영> 같은 드라마로 확보한 이 편성시간대의 보편성과 화제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나름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

 

새롭게 시작한 <안투라지>는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지며 시청률 0.7%까지 떨어졌다. 지금껏 tvN에서 최저시청률을 기록한 <잉여공주>를 밑 돌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건 종영한 <더 케이투>. tvN이 확고히 잡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서 5% 시청률을 유지했다.

 

tvN이 새롭게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은 김은숙 작가가 쓰고 공유가 출연하는 <도깨비>. 하지만 이 작품은 122일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따라서 2주 간의 공백이 생기게 됐다. 이 빈 자리를 채우는 건 tvN의 변함없는 간판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이번 주 금요일은 이례적으로 아예 <삼시세끼>어촌편3를 정주행하는 편성표를 내보였다. 따라서 낮 12부터 밤 11시까지 <삼시세끼>어촌편31회부터 6회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금 tvN의 고민은 드라마가 최소한 지금까지의 tvN표 드라마 브랜드를 유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원인은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시청자들의 눈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가 있다. 하지만 오락 채널인 tvN은 아예 이를 담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채널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른바 시사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통틀어 가장 선전하고 있는 건 JTBC. <뉴스룸>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갈아엎으며 9%를 유지하고 있고, <4시 사건반장>이나 <5시 정치부회의>까지도 각각 2.9%, 4.0%로 기존 시청률의 두 배 이상을 넘어섰다. <썰전>은 최순실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무려 9% 시청률을 냈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역시 2%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6%까지 치솟았다.

 

JTBC가 거둔 성과는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며 얻게 된 방송사의 신뢰도는 향후 JTBC의 드라마나 예능, 교양 같은 여타의 프로그램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때 TV 뉴스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JTBC <뉴스룸>은 이 시대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역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뉴스와 시사 같은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 국민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것이란 걸 확인시켜줬다.

 

한 때 tvN의 승승장구는 평시에 그만한 재미와 의미를 담보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이 채널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의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현재, tvN은 속수무책이다. 오락으로 전문화된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게 보이는 한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tvN은 예능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형식에 시사적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시청자들이 마음껏 웃기도 힘든 시국이 아닌가. 이럴 때 JTBC가 가진 <썰전>같은, 그 시국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면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번 정권의 CJ에 대한 압박의 증거들을 보면 왜 tvN이 이런 시사 소재의 프로그램을 예능의 형식을 통해서라도 갖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 이해가 된다. 심지어 <SNL코리아> 같은 예능에서의 시사풍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드라마가 시시해진 이유

 

종영한 <더 케이투>에 대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던 이정진은 자신이 맡은 악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현 시국 이야기를 꺼냈다. “전개, 스토리보다는 시국이 아쉽다. 저희 드라마에 나쁜 사람이 많이 나오는데 별로 안 나빠 보인다. 차라리 저희 드라마는 착하다. 나랏돈을 쓴 게 아니라 자기 돈을 쓰지 않았냐. 그리고 전 국민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두 윤아만 괴롭혔지.”

 

'뉴스룸(사진출처:JTBC)'

아마도 인터뷰를 한 기자는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평소에 뉴스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정진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했다. “아니다. 그 전엔 정치에서 여당, 야당도 몰랐다. 요새 뉴스가 너무 버라이어티 하니 그렇다. 뉴스를 안 볼 수가 없지 않나. 돈 받고 극장에서 해도 웬만한 흥행 영화보다 잘 될 것 같다.”

 

이 짤막한 인터뷰 내용에 담겨진 것처럼, 사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가 심지어 시시하게 여겨진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저건 드라마일 거야 했던 그런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연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7시간의 비밀같은 뉴스의 타이틀은 거의 한 편의 영화제목을 방불케 한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성형외과이야기나 심지어 프로포폴같은 단어들은 대통령이라는 지칭과 만나면서 엄청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정진의 말대로 이런 뉴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이번엔 2011년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하지원)이다. 김은숙 작가의 히트작인 이 드라마에서 길라임은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현빈)과 영혼이 바뀌는 캐릭터다. 아버지가 화재 사고로 죽고 맨주먹을 살아온 털털한 스턴트우먼. 그녀는 김주원이라는 재벌2세를 만나고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JTBC <뉴스룸>은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2011년 초부터 차움병원을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왜 하필 길라임이었는가,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캐릭터와 박 대통령 사이의 심리적 동질감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그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실 누군가가 가명으로 당대에 화제가 되는 드라마의 주인공 이름을 쓰는 경우는 흔하다. 그것은 애정의 표현일 수도 있고 그저 어떤 가명이라도 찾다가 문득 떠오른 이름일 수도 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과 길라임이라는 어쩌면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면 보다 중요한 일들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그 이름의 연관성보다 대통령에 붙은 길라임 같은 단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떨까 실로 비애스럽다.

 

<더 케이투> 같은 드라마에서도 대통령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게 실종되고 정치 쇼만을 일삼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봤던 장면들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더더욱 시시한 느낌을 준다. 그것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걸 생생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이 무색한 현실, 그들의 상식에 열광하는 까닭

 

보편 타당, 옳다고, 상식이라고 판단했던 내 생각이 그게 아니라고 판단되면 내 판단의 근거 모집단은 나랑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다수인 곳이었을 뿐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향한 조롱, 공격은 그들을 더 뭉치게 하고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의 부정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꾸준한 설득, 논리, 매너 그리고 힘들어도 열심히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95% 정도가 가진 생각은 상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특별대담(사진출처:JTBC)'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윤종신의 글이 화제다. 이 글은 우리 시대가 접하고 있는 상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고, 또한 마침 있었던 미국 대선에서 모두의 상식을 뒤엎고 공화당 후보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결과를 염두에 둔 듯한 글이다. 윤종신의 이 글에는 상식이 무너진 현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노력과 그럼에도 꾸준히 설득논리’, ‘매너로 살아가겠다는 자기다짐이 들어있다.

 

윤종신이 올린 이 글이 화제가 되고, 많은 대중들의 공감대를 일으킨 건 아마도 지금의 시국에 대한 소회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에게 상식을 묻게 만들었다. 대단한 어떤 일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상식적인 것들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게 됐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아주머니에 의해 착복되고 농단된 국정운영은 그 많은 정책들에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상식은 무너졌다.

 

정치나 경제 사안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국정이라는 것이 대단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소양들을 갖춘 이들만이 파악되는 어떤 것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그것이 일종의 은폐였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JTBC <뉴스룸>에서 교차 편집해 보여준 최순실과 차은택 같은 인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전횡을 일삼을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연설과 담화 내용을 보면 이런 점들은 확연히 드러난다. 창조경제문화융성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마치 어마어마한 국가적 사안들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허탈하게도 결국 특혜와 관련이 있었던 내용들이었다.

 

결국 바리바리 각종 좋은 문구들로 된 포장을 뜯어내고 나면 그 안에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뉴스룸>이 이런 포장들을 떼어내고 그 어마어마해 보이는 정치적 경제적 사안들을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로 풀어내 실제는 이런 것이었다고 밝혀주지 않았다면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은 은폐됐을 지도 모른다. 현재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바로 이 점에 있다. 정치나 경제 사안처럼 거대담론으로 보이는 일들 역시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 안에 있는 것이고 결국 그 사안들을 위해 세금을 낸 국민들이 납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간단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최근 <썰전>에 나와 총리를 하라면 하겠다. 대신 조건이 있다. 대통령이 총리에게 모든 실권을 넘겨주고 자신은 의전만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총리를 하겠다. 모든 행정 각부의 임무를 총리에게 넘겨주겠다는 대통령 조건이 있으면 국민과 국가를 위해 14개월 정도 희생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유시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그가 항상 상식에 근거해 갖가지 사안들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이야기하고, 물 타기 하듯 논지를 흐리고, 갖가지 전문용어를 동원해 실상을 가리는 논제들에 대해 그는 서민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 논리의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역시 상식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으로 긴급하게 마련된 특별 대담 2016 미국의 선택 그리고 우리는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명쾌하게 이 사안을 정리했다. “세계1차대전 이후 미국이 100여 년 동안 지구촌의 자율방범대장을 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이젠 집안일에 신경 쓰라는 미국 국민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대선 이후 치러질 정상들 간의 외교 회담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 집안에서 왕따 당하는 리더를 어느 나라 정상이 제대로 대해주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국민의 걱정과 근심의 근원지다. 책임 총리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그다지 중요하다 여겨지지 않을 상식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윤종신의 상식에 대한 고민, <뉴스룸>의 상식적인 추론을 통한 합당한 문제제기, 유시민의 복잡해 보이는 사안을 상식으로 풀어내는 명쾌함. 이들에게 쏟아지는 대중적 열광은 상식이 무색한 현실의 갑갑함을 에둘러 드러내주고 있다.

<뉴스룸>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건

 

JTBC <뉴스룸>이 시청률 9%(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요즘은 화제성 지수니 뭐니 해서 시청률의 의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뉴스룸>에 있어서 시청률은 중요하다. 어찌 보면 결국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를 열어놓고 박근혜 정부의 갖가지 전횡이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이 시청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청률에는 단순한 수치적 기록이 아니라 그간 억눌려왔던 민심들과, 숨겨져 온 허수아비 정부에 대한 울분과, 이런 문제적 사안들을 쉬쉬해온 이들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이 드리워져 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이 열린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뉴스룸>의 행보를 보면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엄청난 국가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뉴스를 쥐고는 있지만 거대 권력 앞에서 제대로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리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 행보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차적으로 이어져 결국 지금의 드라마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 국가기밀 유출 증거 제시,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는 증거 제시,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이미 그녀의 부친인 최태민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술술 풀려나온 그녀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정관계 인사들과 그들의 압력으로 출연된 대기업의 자금들이 그녀의 측근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들이 줄줄이 보도되었다. <뉴스룸>은 이미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통해 대부분의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이를 뉴스화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정부의 대응에 맞춰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처럼 보였던 연설문문제가 대응-맞대응을 거치면서 점점 거대한 사안으로 커질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국민들에게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극적인 효과를 만들었고, 그래서 더더욱 <뉴스룸> 앞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점차적으로 확대된 지지기반은 <뉴스룸>이 계속해서 더 구체적인 사안들을 보도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여타의 다른 방송사 뉴스들도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그래서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그것보다 중요했다.

 

<뉴스룸>이 몇몇 증거들을 갖고도 사안의 중대함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이 뉴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 덕분이다. 그것은 상식에 기반 한 추론이다. 8일 보도된 우병우 전 수석, 최씨 의혹 모를 수 있나?’라는 아이템으로 채워진 팩트체크를 보면 <뉴스룸>이 가진 추론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잘 알 수 있다.

 

이 팩트체크에서는 검찰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우병우 때문에 흘러나오는 전직 민정수석이 요새 검찰총장보다 더 세다는 이야기를 화제로 던지며 추론의 포문을 열었다. 먼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대통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치라는 걸 조직도를 통해 설명한 후, 그 업무 중에는 대통령 측근 감찰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당연히 해야 할 그 일이 수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 수석이 이미 알고서도 묵인했으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실상 허수아비였다고 추론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러면서 뉴스는 여기에 마치 드라마의 한 대사 같은 뉘앙스를 담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난 9<신동아>에 우 전 수석이 했던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여러 사건을 접해 세상 보는 눈이 다를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우 전 수석이 저는 세상에 도() 통한 사람이라고 할까요..”라고 답했다는 것. 앵커는 그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통. 그러니까 어떤 일에 통달했다는 얘기입니다. 도통함이 왜 하필 최순실 사건에서는 통하지 않았을까요?”

 

또 당시 인터뷰에서 권력의 생리를 보여준 <펀치>라는 드라마를 언급하는 기자에게 우 전 수석이 답했던 검찰총장도 2년짜리 권력이라고. 그게 지 자리고 지 거냐? 국민이나 대통령이 거기 잠시 앉아 있어라이런 거지, 지 권력이냐고요?”라고 했던 말에 대해서도 앵커는 짧게 한 마디를 붙인다. “이런 걸 부메랑이라고 하죠?”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도하면서 상식적인 추론을 통해 그 문제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분석해주고, 때로는 촌철살인의 사이다 발언으로 속 시원함까지 안겨주는 뉴스라니.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을 서서히 지지기반으로 끌어 모으면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 묻히지 않고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게 해준 <뉴스룸>의 드라마틱함은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 같은 <뉴스룸>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건 결코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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