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일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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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에 관한 모든 것, ‘돌아온 일지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3. 12. 00:09
퓨전사극 ‘돌아온 일지매’의 실험성과 한계 “빅뉴스입니다. 빅뉴스!” ‘돌아온 일지매’에서 소문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배선달(강남길)에게 차돌이(이현우)가 달려와 이렇게 외쳤을 때, 순간적으로 이 퓨전사극은 현대극과 사극 사이의 경계를 넘어섰다. 하긴 시작부터 도심 속의 일지매를 보여주었으니, 이 조선시대에 등장한 영어는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일지매’가 넘어서는 경계는 단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사극이라고 지칭하기가 애매해진) 장르적으로는 액션과 멜로의 경계를 허물고 있고, 시청 소구층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매체적으로는 만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퓨전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돌아온 일지매’. 그 실험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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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는 왜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2. 11. 09:31
‘돌아온 일지매’, 그 모성 부재의 세계 ‘돌아온 일지매’에서 심마니의 딸로 살아가던 달이(윤진서)는 우연히 만나게 된 일지매(정일우)에게 대뜸 이렇게 말한다. “자식. 너 예쁘게 생겼다. 계집애 같애... 일지매. 무슨 이름이 계집애 같애... 눈썹이랑 코, 입 모두 여자 애 같애.” 그녀의 아찔한 도발에 일지매는 진짜 계집애(?)처럼 답한다. “놔라. 부끄럽다. 멋쩍다.” 그런데 다음 시퀀스로 일지매는 아예 달이의 옷을 입고는 마을로 내려가 닭을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장한 일지매는 어찌 보면 이 사극에서 생뚱맞아 보인다. 왜 굳이 여장까지 해 보일까. 재미있어서? 일지매가 본래 꽃미남의 원조라서? 고우영 원작의 ‘일지매’를 보면 그 얼굴은 고우영 화백이 즐겨 그리던 여성 캐릭터의 얼굴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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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일지매’의 책녀, 그 기능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29. 12:41
동화(同化)를 버리고 이화(異化)를 선택한 책녀, 그 효과는? ‘돌아온 일지매’는 기존 사극과 달리 이른바 책녀라 불리는 내레이션이 극 중간에 끼여든다. 드라마에서 내레이션은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의 내면적 독백을 드러내는 일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은 극에 대한 몰입을 더욱 강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책녀처럼 등장인물 밖에서 극을 설명하듯 개입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내레이션은 몰입을 통한 동화(同化)보다는 이화(異化)의 기능을 위한 것이다. 지금 ‘돌아온 일지매’의 책녀에 대해 쏟아지는 논란의 실체는 바로 이 동화와 이화의 부딪침이다. 드라마를 몰입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사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동화를 방해하는 책녀의 틈입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책녀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위치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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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며 만화 보는 재미를?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28. 10:28
‘꽃남’과 ‘돌아온 일지매’, 원작만화에 가까워진 드라마 물론 원작이 만화이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캐릭터들 역시 순정만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인물들이다. 초부유층 자제들인 F4의 일상은 무대회, 별장, 파티 같은 순정만화 속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분명 고등학생이지만, 신화고등학교가 재학생들에게 주는 파격적인 특혜로 인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따위는 발견할 수 없다. 왜? 만화 속에서 그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으니까.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멋진 꽃미남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비일상적인 모습들이다. F4의 리더인 구준표(이민호)와 스포츠카를 타고, 분위기 있는 꽃미남 윤지후(김현중)와 함께 말을 타고, 식사를 할 때도 하녀들의 시중을 받거나 주방장의 특별 서비스를 당연한 듯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