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와 GD, 혁신보다 중요한 건 대중들에 대한 배려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두 개의 풍경. 영화와 음원이 향후 어떻게 제작되고 또 어떤 경로로 유통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이 두 개의 풍경 속에 녹아들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와 지 드래곤의 USB 앨범이 그것이다. <옥자>는 영화관을 통한 상영과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방영을 하게 되는 국내 최초의 영화가 됐고, 지 드래곤의 USB 앨범은 물론 이전에도 이벤트 성격으로 몇몇 아티스트들이 내놓긴 했지만 CD시대에서 USB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 속에서 두 명의 아티스트가 저마다의 혁신적 방식을 들고 나왔지만 그것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봉준호 감독이 기존의 시장이 가진 입장들을 대부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이 새로운 혁신적 방식을 추구했다면, 지 드래곤은 USB 앨범을 음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음콘협(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의 해석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은 멀티플렉스 3사가 <옥자>를 보이콧한 사실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자신 역시 “멀티플렉스의 수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멀티플렉스를 제외하고 자동차 극장까지 포함해 100여 곳에서 상영되게 되는 <옥자>가 오히려 멀티플렉스 이외의 극장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에도 “독립영화 코스프레”를 하고 싶지 않다며 다만 진정한 마음으로 “우리가 그간 잊고 지냈던 정겨운 극장들”이 알려지는 건 반갑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음콘협이 내놓은 입장에 대해 지 드래곤은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그저 ‘음반이다/아니다’로 달랑 나뉘면 끝인가”라며 “LP, 테이프, CD, USB 파일 등 포인트가 다르다. 정작 제일 중요한 것은 겉을 포장하고 있는 디자인적인 재미를 더한 그 형태가 아니라 그 누가 어디서 틀어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음악, 내 목소리가 녹음된 바로 내 노래”라고 말했다.

대부분 지 드래곤의 이런 입장에 대해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그 USB 앨범이 음원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링크’ 형태로 되어 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대중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즉 음원이 아니라 링크로 되어 있다면 그저 음원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지 굳이 왜 USB 앨범을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고, 이어 링크 형태라면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정의되는 음반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사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넷플릭스 동시 방영이나 지 드래곤의 USB 앨범 같은 선택은 현재 이미 우리가 들어와 있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소비 방식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어쨌든 향후 우리의 대중문화 유통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선택은 항상 기존 시스템과의 갈등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갈등에서 사실상 혼란을 겪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소비자인 대중들이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하는 대중들에 대한 배려는 더더욱 중요한 일이다.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영화와 음원 시장의 두 풍경이지만,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런 혁신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겸손과 과신의 차이는 아티스트가 대중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 하는 그 태도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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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줘>, ‘좋아요’ 누를 수밖에 없는 6인6색 매력

 

영화 <좋아해줘>의 제목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서 따왔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아요’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것은 의례적인 클릭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심어린 관심의 표명이기도 하고 나아가 애정어린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많은 마음의 표현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게 ‘좋아요’ 하나밖에 없다는 건 SNS가 가진 한계지만 어쨌든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이 연결고리를 통해 ‘먼저’ 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화 <좋아해줘>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문법에 충실한 <좋아해줘>의 이야기는 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채로운 사랑의 양상을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러브 액추얼리>식을 따르고 있다. 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구성되다가 함께 겹쳐지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SNS라는 소재가 뻔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한류 스타 노진우(유아인)과 스타작가 조경아(이미연),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장애를 가진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연애고수지만 마음이 따뜻한 신입 PD 장나연(이솜), 나이들었지만 어딘지 어리바리한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과 그녀와 동거하게 되는 자칭 연애전문가이자 요리사 정성찬(김주혁). 이들의 멜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SNS를 활용한다. 노진우는 조경아의 SNS 사진을 통해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이수호와 장나연은 SNS로 밀당을 한다. 함주란은 정성찬이 코치하는 대로 SNS에 사기 사진(?)을 올려 관심있는 남자의 주목을 끌려한다.

 

SNS를 통해 벌어지는 멜로의 이야기가 가진 참신함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들 6명의 배우들이 마치 진짜 자신들의 모습인 양 보여주는 6색의 매력이다. 유아인은 역시 톱스타답게 허세로 똘똘 뭉친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과 박력을 겸비한 매력을 선보이고, 이미연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털털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동주>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눈물 연기가 매력적인 강하늘과 <마담 뺑덕>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드러내는 이솜의 연기도 돋보인다. 또한 <1박2일>과 일련의 나영석 PD 예능에서 각각 빛났던 김주혁과 최지우의 빵빵 터지는 로맨틱한 웃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것은 개봉 시기다. 만일 이 영화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정도에 개봉되었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작년 한 해 동안(심지어 연말까지) 극장가를 달군 장르들은 사회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일종의 복수극들이었다. <베테랑>에서부터 <내부자들> 그리고 <검사외전>까지. 이런 상황이니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멜로물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복수와 분노로 들끓는 영화들에 조금 지쳐 있다면 <좋아해줘> 같은 마음까지 밝아지는 편안한 영화가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면면을 보기만 해도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톡톡 터트리며 그간 무거웠던 우리네 감성을 가볍게 털어주는 듯한 유쾌함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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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는 왜 <헤이트풀8>에 아날로그를 고집했을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은 결코 일반 관객들에게 쉽지만은 않은 영화다. 그것은 영화가 어렵다거나 지루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껏 멀티플렉스관에 상영되곤 하던 빠르게 전개되는 자극적인 영상과 속도감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출처 : 영화 <헤이트풀8>

영화 시작에 눈 덮인 예수상에서 카메라가 천천히 빠져나오며 저 뒤편으로 펼쳐지는 새하얀 설원 위로 말들이 끄는 마차 한 대가 화면 앞까지 달려오는 롱테이크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 속 카메라는 여러 공간과 시간 속 인물들을 넘나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한 공간에 붙박아 놓고 그 안에 담겨진 내밀한 이야기들을 반전에 반전으로 드러내보여주려 한다.

 

눈보라 때문에 한 잡화점에 모이게 된 8명은 저 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들은 결코 선과 악으로 구분될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이 아니다. 무언가 숨겨진 속내들이 있고, 그것은 그들의 출신이나 갖게 된 직업 그리고 나아가 피부색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이처럼 저마다의 욕망들을 갖고 모이게 된 8인이 벌이는 죽고 죽이는 살벌하지만 그 타란티노 특유의 농담이 섞인 살육전은 미국의 역사와 절묘하게 중첩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마치 <저수지의 개들>을 다시 보는 듯한 기막힌 타란티노식 심리극이 총잡이들의 사투로 풀어지는 흥미진진한 긴박감을 만들어내지만 사실 거의 1시간에 걸친 도입 부분의 인물들에 대한 길고 긴 수다와 농담들은 미국의 문화나 역사를 잘 모르는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놀라운 건 무려 167분에 달하는 런닝타임을 갖고 있는 이 영화가 그 긴 시간 동안 보여주는 이야기의 공간은 좁은 잡화점 한 곳에 거의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단지 타란티노가 이 영화를 울트라 파나비전 70(Ultra Panavision 70) 렌즈에 70mm필름으로 찍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고집스런 선택으로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는 미국의 영화관에 영사기를 세워 돌리기 위한 막대한 투자가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놀랍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카메라와 필름의 질감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아날로그적인 건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그렇기도 하거니와 그것을 그저 총잡이들의 스펙터클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심리극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그 대목이다.

 

울트라 파나비전이라는 어찌 보면 과거의 스펙터클 영화를 찍어내던 방식을 가져오지만 결과적으로는 작은 잡화점 안에 카메라를 세워놓았다는 건 그래서 아이러니다. 아마도 타란티노에게는 울트라 파나비전도 저 <벤허>의 질감이 보여줬던 것처럼 이제는 스펙터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아날로그적 감흥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헤이트풀8>은 그래서 마치 잘 짜여진 대본을 갖춘 한 편의 연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란티노의 이 옛 방식을 고집한 촬영은 그래서 지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 마찰을 빚는다.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고 또 어찌 보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3D에서 4D까지 나가며 관객들을 태울 준비가 되어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과 아날로그 방식의 <헤이트풀8>은 그래서 마치 일대 대결을 벌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단 몇 초 동안 자극에 자극을 이어가는 작금의 영화들의 시각적이고 순간적인 현란함에 옛날 방식의 어찌 보면 ‘진짜 영화’들이 그리워지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그 감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타란티노식의 핏빛 농담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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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쥐나는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무모한 시도처럼 보인다. 이 시대에 순애보를 얘기하는 것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2%를 넘지 못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어떤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겨진다. 이 시대는 이제 이런 사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걸까. 그저 즉물적이고 직설적이며 감각적인 사랑의 시대. JTBC <사랑하는 은동아>가 주는 아련함과 그리움은 도무지 공감되기 힘든 걸까.

 


'사랑하는 은동아(사진출처:JTBC)'

제목이 벌써 <사랑하는 은동아>다. 세련되지도 않고 어찌 보면 너무 구시대적인 느낌마저 주는 제목. 그래서 선뜻 들여다보지 않았던 시청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한 번 보고 빠져들게 되면 이만큼 늪처럼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드라마도 없다. 마치 과거 우리네 가슴을 먹먹하고 훈훈하게 했던 옛 사랑이야기에 대한 기억들이 방울방울 피어나는 것만 같은 느낌. 일드 <러브레터>를 보며 느꼈던 기억 같기도 하고, 윤석호 PD의 계절 드라마가 주던 기억의 숨은그림찾기를 보는 듯한 기억 같기도 한 그런 느낌.

 

이야기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어린 시절 우연히 만나게 된 은동이를 한 남자가 잊지 못하고 20여년 넘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이야기. 몇 차례 만나서 사랑이 깊어갈 즈음, 갑작스런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은동이(김사랑)와 운명처럼 다시 만난 지은호(주진모)가 그 옛 사랑의 기억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촘촘히 들어가 있는 장치들은 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이야기에 촉촉한 감성의 비를 내려준다. 자서전이라는 장치는 마치 <러브레터>의 연애편지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에 쥐가 나게 만든다. 은동이 자신이 은동인 줄 모른 채 지은호에게 들은 은동이와의 사랑 이야기를 적어나간다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설렘과 먹먹함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옛 사랑의 기억이 자서전의 글귀들 속에 들어가게 되고 그것이 하나의 단서가 되어 다시 지은호와 은동이를 이어준다는 설정도 그렇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상대방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서도 이미 달라진 상황(은동이는 이미 결혼했고 아이까지 있다)으로 인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중요한 장치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뭐든 즉각적으로 연결하고 이뤄지고 헤어지는 디지털 시대의 사랑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까이 있어도 그 사람이 그리운 그런 사랑. 마음이 있어도 그 마음을 맘대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 그래서 가슴 한 켠이 무너지지만 그런 아픔조차 넉넉히 감당해내게 하는 사랑. 어찌 보면 너무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한 걸음씩 거리가 유지되어 있어 더더욱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는 사랑 이야기.

 

시청률은 낮지만 그 낮은 시청률로 모든 걸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드라마가 <사랑하는 은동아>다. 일단 첫 회를 보게 되면 끝까지 빠져서 볼 수밖에 없는 이 드라마는 그 느릿느릿하지만 가슴을 후벼 파는 진중한 사랑의 이야기로 이 시대에 잊고 있던 진짜 사랑의 기억들을 되살려 놓고 있다. 지은호가 은동이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마치 그녀가 된 듯 가슴에 먹먹함이 느껴졌던 것처럼. 은동이의 잊혀진 기억이 지은호의 순애보로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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