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

"로스트로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줄줄이 장한나에게 음악을 사사했던 세계적인 스승들의 이름들을 읽어나가던 건방진 도사 유세윤. 하지만 그는 그런 세계적인 스승들의 이름조차 자신은 잘 모른다며 심지어 "그래서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무릎팍 도사'의 PD들 이름을 대면서 자신이 존경하는 분들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농담이다. 하지만 바로 이 농담에 '무릎팍 도사'만의 화법이 숨어있다. 어떤 계층이나 어떤 타 분야의 인물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 정도의 명사들이 오더라도, 거의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려는 노력. 이것이 '무릎팍 도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다.

장한나라는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음악가를 앞에 앉혀두고 '무릎팍 도사'가 제 눈높이에서 맘껏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MC들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무릎팍 도사, 강호동은 '무식한' 콘셉트의 캐릭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세계적인 스승들의 사사를 받는 장한나에게 "레슨비는 얼마나 내냐"고 물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식함이 캐릭터의 콘셉트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질문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 토크쇼는 답변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웃음을 주는 포인트는 주로 질문을 통해 제시되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명사들에게 던져지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질문은 그러나 그저 웃음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 낮은 수준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장한나의 모습은, 우리가 연주회장에서 보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 즉 보통사람과 똑같은 진솔한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이것은 권위의 해체가 주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클래식이라는 어딘지 특정 부류들만 향유할 것 같은 문화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소통의 물꼬를 트게 해준다. 악보를 펼쳐놓고 장한나와 무릎팍 도사가 함께 입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이런 동질감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한 편 나머지 두 명의 MC들도 저마다의 기능을 갖고 있다. 건방진 도사 유세윤은 건방지다는 콘셉트 외에 조사하고 준비하는 MC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것은 메인 MC인 무릎팍 도사의 '무식함'을 보조하는 것이면서, 토크쇼의 정보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크 콘셉트가 건방짐이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은 뒤틀리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건방진 도사가 하려는 얘기의 뉘앙스는 '내가 당신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방지고 도발적인 얘기들이지만 캐릭터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웃음으로 승화되고 결국 명사와의 동등한 눈높이를 만든다.

올밴은 '꿰다 논 보릿자루' 캐릭터다. 그는 아무 말도 안하고 멀뚱멀뚱 이 토크쇼를 관전하고 있다가 가끔씩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해댄다.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사사해주면서 나중에 그 배운 것을 또 다른 후학에게 가르치라는 장한나의 스승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이것이 바로 청출어람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강호동에게 "빌려간 15만원 빨리 돌려 달라"고 말한다. 이것은 강호동과 올밴의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와 비교해 세계적인 거장들과 장한나 사이의 숭고하기까지 보이는 관계를 오히려 돋보이게 한다.

'무릎팍 도사'가 구사하는 낮은 자들의 화법은 그 세계 속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다. 상상해보라. '무릎팍 도사'에 나오기 전, 우리가 상상해왔던 장한나의 모습과, '무릎팍 도사'에 나와 실컷 웃고 떠들고 난 후, 우리가 발견한 장한나의 모습 사이의 차이를. '무릎팍 도사'는 물론 하나의 웃음을 지향하는 토크쇼에 불과하지만, 그 토크쇼가 보여주는 독특한 화법으로 인해서 알게 모르게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 문화적 차이 같은 벽을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것. 이것은 '무릎팍 도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며 또한 수직적 체계가 무너지고 수평적 체계의 다양성으로 향해가는 현 사회가 소통해야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패턴화된 예능의 게스트 전략, 그 한계

‘무릎팍 도사’에는 초창기에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이제는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스트가 문을 열고 “여기가 혹시...”하고 묻고 거기에 맞춰 무릎팍 도사와 건방진 도사 그리고 올밴이 춤을 춘다. 강호동이 게스트를 안아서 자리에 앉혀주고 먼저 하는 것은 탁자를 꽝 내리치며 기선을 제압하는 일이다. 소리를 빽빽 지르는 그 기세는 보는 시청자의 마음까지 건드릴 정도, 그러니 그 앞에 앉은 게스트의 마음은 오죽할까.

이것은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기 전, 분위기 선점을 위한 포석이자, ‘무릎팍 도사’라는 세계로 들어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패턴은 따라서 ‘무릎팍 도사’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한 달라져서도 안될 형식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토크의 세계로 들어와서는 말이 달라진다. 토크쇼의 묘미가(작금의 리얼 토크쇼 경향에는 더 그러하지만) 돌발적인 어떤 발언이 주는 의외성에 있다면, 이야기 속에서도 늘 존재하는 어떤 패턴은 토크쇼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무릎팍 도사’에서는 강호동과 건방진 도사 유세윤의 도발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심지어 언짢게 만드는 질문들과 깐죽거리는 말들이 게스트를 자극하고, 본격적인 낚시질이 시작된다. 이제 이 토크쇼에서 한 형식으로 잡혀있던 게스트의 ‘고민’은 그저 요식행위로 변한 지 오래다. 그것은 실제 고민이 아니라 때로는 자랑이기 십상이고, 말미에 가서 제시되는 해결방안도 마찬가지다.

낚시질이 어느 정도 무르익는 시점에서는 이제 게스트에게서 감동 포인트를 끄집어낼 순서다. 인생 역정에 어려운 시절이 없는 이들이 있을까. 그것을 슬쩍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토크쇼의 분위기는 숙연해질 정도로 역전된다. 그리고 분위기를 다시 띄우는 이야기가 오고간 후, ‘고민해결’로 토크는 끝이 난다. 이 ‘무릎팍 도사’의 패턴들은 형식적으로도 꽤 창조적이고 게스트의 진면목을 끄집어내는데 있어서도 꽤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미 정착되고 반복되면서 드러나게 되는 패턴은 자칫 토크쇼의 의외성을 제거할 위험성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패턴화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들어선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그 패턴화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밥 먹고 게임하고 밥 먹고 게임한다’는 비아냥섞인 비판들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비슷한 여행 버라이어티를 추구하지만 ‘1박2일’이 대민 접촉과 장소의 다양화를 통해 패턴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그 폐쇄적인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인해 더 패턴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게스트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는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무릎팍 도사’ 역시 패턴화의 한계를 게스트를 통해 넘어서려 하고 있다. 프로골퍼 신지애의 출연은 한동안 계속 되었던 연예인 출연의 홍보적 성향을 어느 정도는 일소해 줄만큼 참신한 면이 있었지만, 고정화된 패턴의 틀 안에서 머무는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무릎팍 도사’나 ‘패밀리가 떴다’가 구사하는 게스트 전략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자칫 게스트에만 집중해 프로그램의 색깔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치지만 문제는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 패턴의 문제는 패턴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예능 속에서 보이는 달라진 시대의 화법

1인 토크쇼의 부활을 알리며 화려한 게스트로 기대를 모았던 ‘박중훈쇼’는 기대만큼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1인 토크쇼가 일종의 복고주의 토크쇼라면, 그저 과거의 토크쇼를 답습하는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중훈쇼’는 전형적인 1인 토크쇼의 예상 가능한 ‘친절한 질문들’과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짜여진 핑퐁식 대화로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모셔놓고도 지루한 시간만을 연출했다.

박중훈의 ‘친절한 질문들’에 게스트들도 정답에 가까운 얘기만을 반복했다. 그나마 정우성은 그 틀을 깨려고 꽤나 노력한 면이 있지만 다른 게스트들의 답변은 거의 예상 가능한 것들뿐이었다. 그 게스트들이 ‘박중훈쇼’에 출연한다는 것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갖고 있는 신비주의의 속살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쇼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려고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담화는 아침 토크쇼의 수준을 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그 신비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박중훈쇼’의 초특급 게스트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갑자기 언급된 프로그램이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다. ‘무릎팍 도사’가 그토록 섭외하려고 했으나 끝내 고사한 장동건이 ‘박중훈쇼’에 등장했다는 것이 그 표면적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이유는 이 초특급 게스트들이 ‘박중훈쇼’보다는 차라리 ‘무릎팍 도사’에 나와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가정이지만 만일 이들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면 상황은 꽤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탐문식 질문들 속에서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도 꽤 버거워하는 그 신비주의의 틀을 일부 깨뜨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박중훈쇼’에 출연한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자신들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신비주의의 껍질은 그런 강변 하나로 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더 본질적인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박2일’에 출연해 강호동의 리드 하에 신비주의의 탈출에 성공한 박찬호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박2일’박찬호 특집은 ‘무릎팍 도사’의 버라이어티쇼 버전과 같다. 강호동은 스포츠 선수로서의 선후배를 들먹이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나갔고, 게임을 통해 때론 박찬호를 자극했다. 거기에 화답하듯 박찬호는 강호동을 업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서슴없이 옷을 벗고 차가운 계곡 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이 둘이 함께 계곡 물 속에서 자존심 대결을 하는 장면은 강호동과 박찬호의 성공적인 만남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1박2일’을 만나 동네형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강호동 속에 꿈틀대는 ‘무릎팍 도사’의 근성이었다.

‘박중훈쇼’의 화법과 장동건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냉담함은 거꾸로 ‘1박2일’과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의 화법과 박찬호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과 정확히 대조된다. 말로 아무리 자신이 보통사람임을 얘기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는 좀체 깨지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되지 않은 어떤 틈입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보여졌을 때 깨지는 것이다. 늘 그렇게 의외성을 갖고 있는 강호동의 화법이 왜 지금 시대에 통하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장동건-박중훈식의 토크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강호동-박찬호식의 토크시대다.

개인 브랜드화 되어가는 예능인들, 그 숙제

올해 방송3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 유재석 투맨쇼의 연속이었다. 비록 강호동은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대상을 받았고, 유재석은 SBS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이 두 인물은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늘 중심에 앉아 있었다. 시상식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마지막 대상 시상을 할 때면 누가 상을 타게 되든 서로 박수를 쳐주고 상대방이 상을 타는 것을 진정으로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경쟁자이면서 진정한 동료였고, 친구이자 스스로 말하듯 스승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올해 연예대상을 거머쥔 강호동, 유재석의 투맨쇼는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이제 예능의 트렌드에 있어서 방송사가 가지던 변별력을 이제는 한 개그맨에 의해 나눠질 수도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년 각 방송사마다 흔히 말해 미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올해도 다르지 않다. 방송3사가 강호동과 유재석을 연예대상에 앉힌 것은 각 방송사들의 미는 프로그램을 이들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MBC의 ‘황금어장’, KBS의 ‘1박2일’,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그것.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과연 강호동과 유재석 없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무릎팍 도사’는 면전에서도 상대방의 곤란한 질문을 천연덕스레 던질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강호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었고, ‘1박2일’ 역시 강호동의 강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패밀리가 떴다’는 모든 제작진들이 인정하듯이 늘 든든한 유재석이라는 개그맨이 있어 비로소 빛을 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은 이제 거꾸로 되었다. 한 개그맨의 능력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고 때론 한 방송사의 예능을 웃기고 울리기도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유재석과 강호동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방송3사의 연예대상을 통해 볼 수 있었듯이 이제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예능인들은 바로 다른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개인기량이 뛰어난 예능인들, 예를 들면 유재석, 강호동을 비롯한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박미선, 신봉선 등등은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약을 했다. 예능인 개개인들의 브랜드가 방송사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든 이들이 투여되면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연예대상을 탄 ‘1박2일’, ‘무릎팍 도사’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는 모두 형식실험이 가지는 파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프로그램들이다.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여행이라는 코드를 가져와 야생 버라이어티로 거듭나게 한 프로그램이며, ‘무릎팍 도사’는 리얼 토크쇼로서 게스트의 지평을 넓혔으며, ‘패밀리가 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여행이라는 코드에 판타지 설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쇼를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실험적인 형식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전적으로 유재석, 강호동 같은 스스로를 브랜드화 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예능인들의 기량에 힘입은 바가 크다. 프로그램들은 점점 캐릭터쇼와 리얼리티쇼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를 프로그램마다 바꾸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고정된 캐릭터 속에서 조금씩의 변주가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예능인 개개인의 브랜드는 그만큼 중요해졌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방송사의 차원을 넘어서 올 한 해 예능의 트렌드이자, 지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함께 한 인물들을 새로운 브랜드가 되게 끌어준 것은 더 중요한 공로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 걸출한 두 예능 영웅들의 연예대상 수상은 반갑고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한 예능인의 기량이 한 프로그램, 나아가 한 방송사의 예능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연예대상을 통해 보여준 이들의 수상은 하나의 숙제를 던져준다.

유재석과 강호동만큼 그 뒤를 이어줄 새 예능인들의 발굴이 그것이다. 당장의 유재석과 강호동이 그렇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언젠가는 이경규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브랜드화된 예능인들의 방송사를 넘나드는 활약은 그만큼 캐릭터 소비를 빠르게 만든다. 따라서 그들은 지금 이 최정상에 섰을 때가 오히려 위기가 될 위험성도 있다. 새로운 모습을 늘 준비해야 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올해를 빛내주었던 가수들이나 배우들 같은 새로운 예능인들을 끄집어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최고의 순간에 이 같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이들의 롱런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드는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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