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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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이 현 시국에 읽히는 방식대중문화 비평 2025. 1. 18. 11:08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 했습니다. 죽은 동지들의 참담한 비명이 귓가를 맴돌고 눈앞을 떠돌았습니다.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을 알았습니다. 대한제국을 유린하는 일본 늑대의 우두머리, 늙은 늑대를 반드시 죽여 없애자고.” 우민호 감독의 영화 ‘하얼빈’은 이러한 내레이션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안중근(현빈)이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살아돌아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관에서 봐야 그 압도적인 스케일이 느껴질 법한 그 광경은 실제 두만강의 풍경은 아닐게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얼음 위를 홀로 걸어나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들 것 같은 느낌으로, 그 곳을 걷는 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마음은 지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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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과 상생이주의 영화 대사 2024. 4. 8. 17:18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파묘’ “불과 물은 상극이다. 쇠의 상극은 나무다. 그러니까 불타는 칼의 상극은 물에 젖은 나무다.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에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이 ‘험한 것’과 마주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그런 말을 한다. 풍수사답게 음양오행의 불, 물, 쇠, 나무에 대한 해석으로 흙에서 튀어나온 험한 것과 대적하는 모습이다. 상덕이 말하듯 음양오행에서는 이들 요소들의 관계를 상극과 상생으로 표현한다. 즉 물은 나무를 키워주고 나무는 불의 연료가 되며 불은 흙을 만들고 흙에서 쇠가 만들어지며 쇠는 물을 담을 수 있게 한다. 즉 상생 관계다. 반면 물은 불을 꺼주고 불은 쇠를 녹이며 쇠는 나무를 베어버리고 나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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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심’, 권력 투쟁의 이유동그란 세상 2022. 6. 18. 16:15
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이 보여주는 정치와 민심 과연 권력 투쟁은 무얼 목적으로 하는 걸까. 종종 선거에서 우리는 공약보다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하는 현실을 바라보곤 한다. 당선되면 국민을 위해 무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 왜 자신이 당선되어야 하며 경쟁자가 낙선되어야 하는가를 강변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애초 당선을 위해 내세워졌던 선심성 공약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정권을 잡아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정치인들의 변명이지만, 권력 투쟁 속에서 이기기만을 위한 대결을 벌어다 보면 정작 이들이 왜 정권을 잡아야 하는가를 까마득히 잊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지점에 이를 데가 적지 않다. KBS 월화드라마 을 보다보면 정치에 대한 이런 단상들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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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2', 이 K-좀비에 전세계 시청자들이 들썩이는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20. 4. 2. 10:50
민초의 다이내믹함과 애환이 더해진 한국형 좀비의 매력 “가 다시 한 번 를 넘어섰다.” 포브스의 칼럼니스트 폴 타시는 에 대해 그런 파격적인 표현을 담은 호평을 내놨다. 그는 “솔직히 말해 시즌2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전체를 파괴하는 질병 확산은 사실 현재 보고 싶은 내용이 아닐 수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16세기 한국의 환경에 초점을 맞춰 제작된 좀비물은 진정으로 경이적인 시리즈”라고 극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팬데믹에 들어선 상황이지만, 마치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조선 좀비와의 사투를 다룬 는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 그 새로운 세계관을 확산시키고 있다. 좀비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서구의 것이지만, 조선 좀비로 재창조되면서 새삼 한국 좀비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