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어느 멋진 날’, 재미와 감동에 배려까지 모두 잡은 콩트 콘셉트

초등학생이 단 한 명인 초등학교.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섬, 녹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 섬을 배경으로 한 특집을 한다는 사실은 섣부르게도 그 감동적인 풍경을 예고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이 찾아와주면 소원이 없겠다던 한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원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생이 달랑 한 명이고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그 섬은 많은 이들이 떠나는 섬이고 외지인의 방문도 별로 없는 곳이 아닌가. 그 곳에서 <무한도전>이 ‘어느 멋진 날’을 보내겠다는 그 선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일 수밖에.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제로 녹도의 유일한 초등학생 찬희와 껌딱지처럼 그와 붙어 다니는 여동생 채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고 한 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했다. 오빠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하는 동생. 또래 친구가 오빠밖에 없어 어디든 따라다니는 동생의 모습은 한없이 귀여우면서도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게 느껴지게 했다. 

특히 우편배달부가 되어 편지를 전하는 양세형이 육지에서 섬으로 전해진 딸의 편지를 어르신에게 읽어주는 대목은 먹먹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한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오셨고 또 자식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홀로 섬에서 지내시는 어르신. 물론 자신은 그 곳에서 이웃들과 언니 동생 하며 살아가는 그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시지만, 그런 말에서조차 자식들을 위한 배려가 묻어난다. 

그런데 이 녹도를 배경으로 한 특집을 <무한도전>이 ‘어느 멋진 날’이라는 콩트 콘셉트로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사실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면 ‘방문자’의 입장에서 녹도 주민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그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콩트 콘셉트로 애초부터 녹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로 <무한도전> 멤버들과 게스트로 찾은 서현진이 일종의 역할극을 했던 것. 바로 이 지점은 이 특집이 녹도 주민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다. 그들의 삶을 그저 바라보며 눈물을 뽑아내기보다는 그 삶 속에 살아가는 일원으로 좀 더 담담하게 그 따뜻한 녹도에서의 하루를 전할 수 있었던 것. 

유재석과 서현진이 찬희와 채희의 선생님으로 ‘산중호걸’을 안무와 함께 부르고, 정준하가 <윤식당>을 그대로 패러디해 ‘전식당’을 차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파전과 김치전을 내놓으며 수다를 떨고, 박명수가 간호사로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일종의 ‘웃음치료’를 선보이며, 양세형이 우편배달부로 어르신들에게 뭍에서 온 편지를 전하는 그 장면들이 훨씬 명랑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콩트 콘셉트 덕분이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예능이 감동을 전할 때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집을 지어 주거나 선물을 주면서 그 반응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공익적인 느낌을 주는 예능을 할 때 너무 관찰자의 시점으로 접근하면 자칫 대상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멋진 날’의 콩트 설정은 그런 점에서 보면 배려가 돋보인 선택이었다. 외부자의 시선이 아닌 동문의 시선으로 녹도의 삶을 전할 수 있었다는 그 지점이 이 특집의 웃음과 감동을 더 깊게 해주었다.

본격 리얼리티 시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식상함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는 일요일 밤으로 편성시간대를 옮겨 무려 18.5%(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냈다. 하지만 tvN에서 새로이 시작한 <공조7>은 1.2%로 시작해 0.9%까지 떨어지는 시청률 추락을 기록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미운우리새끼>는 최근 새로운 예능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이른바 ‘관찰카메라’라 부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이라면, <공조7>은 <무한도전>부터 시작되어 한 시대를 풍미해왔으나 지금은 시들해진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다. 

'공조7(사진출처:tvN)'

<미운우리새끼>의 승승장구와 <공조7>의 추락은 그래서 다분히 예능 프로그램의 사라져가는 한 시대와 새롭게 도래한 또 다른 시대를 말해주는 듯하다. <미운우리새끼>는 <아빠 어디가>부터 <나 혼자 산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거쳐 온 관찰카메라 형식, 즉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가 성큼 도래 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빚에 몰려 녹녹치 않은 현실을 버텨내면서도 채권자의 집 4분의 1을 월세로 살아가는 이상민의 이야기나, 김흥국의 생일파티를 위해 정수기 모양으로 소주를 대신 채운 이른바 ‘정주기’를 준비하고 파티에 참석한 한영과 미묘한 썸을 타는 김건모의 이야기 같이 특별한 미션 없이 일상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미운우리새끼>가 주는 묘미다.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형식에 스튜디오에서 아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어머니들의 시선은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보편적인 시청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반면 <공조7>은 한때 연예인 캐릭터 쇼로 예능의 대세가 됐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고 있다. 이경규, 김구라, 은지원, 박명수 같은 쟁쟁한 예능 스타들을 포진시키고 다양한 미션들을 시도한다. 그런 미션들을 통해 일단 캐릭터를 세우는 것이 이 형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조7>은 이제 시작한 지 4회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관심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미션을 통한 캐릭터 설정은 너무 요원한 일이다. 또한 미션들이 놀이공원에서 두 사람씩 짝을 이뤄 공조를 하며 놀이기구를 타고 게임을 하는 형식은 이제 너무 식상한 패턴이다. 다음 회에 예고된 ‘먹방’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자극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런 시도는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일밤>, <런닝맨> 등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왔던 것들이다. 이래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가 없다. 

최근 그나마 이러한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캐릭터쇼가 새롭게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은 JTBC <아는 형님>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결국 자리를 잡은 건 스튜디오형 리얼 콩트에 가까운 ‘형님학교’라는 형식이 그나마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연 <공조7>은 과거의 캐릭터쇼 설정 속에서도 이런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

사실 진짜 리얼한 일상을 보게 된 마당에, 억지로 부여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의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이미 레전드가 되어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지만, 그로부터 뻗어 나온 <런닝맨> 같은 미션형 리얼 버라이어티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공조7>은 이렇게 달라진 시청자들의 예능에 대한 취향을 먼저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역시 '무도'의 명성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었다

예능의 신이 도와준 건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배드민턴 셔틀콕을 박명수가 채로 상대편 쪽으로 보낼 때 마침 얼굴에 땀을 닦던 전진의 손에 정확히 그 셔틀콕이 들어가는 장면은 마치 영상을 거꾸로 돌린 것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이미 인터넷에 레전드 짤방으로 유명해진 이 기적 같은 장면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 끝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어느 할머니집의 제설작업을 하다 장난삼아 빈 생수병을 주먹으로 되받아쳤는데 그게 하필이면 지붕을 타고 길의 머리에 똑 떨어지는 장면은 또 어떻고. 흔히들 ‘예능의 신’이 강림하셨다는 표현이 무색한 장면이다. MBC <무한도전>이 가진 7주간의 방학 그 마지막으로 방영된 ‘몸 개그’ 특집은 실로 예능인들이라면 누구나 혀를 내두를 기막힌 장면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졌다. 

너무 의도한 것처럼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저 운에만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이전에 다른 출연자가 의외의 몸 개그로 빵빵 터트리고 나면 더더욱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 몸 개그는 그래서 그저 넘어지고 엎어지고 물에 빠지고 뒹구는 것만으로 웃음을 주는 그런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의도를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몸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상황 자체에 몰입함으로써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웃음의 방법이다. 

‘춘향뎐’ 특집에서 그네를 타다 물속으로 넘어지고 엎어지는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일종의 ‘몸 개그 대결’에서 정준하가 그네를 탈 때의 몸 개그는 그저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다. 정준하가 발을 밑으로 내려 물통에 걸리게 하려 준비하는 장면은 다시금 ‘몸 개그 특집’을 통해 보며 유재석이 설명해주지 않았다면 그저 지나쳤을 장면이다. 그만큼 어떻게 하면 웃음을 줄 것인가를 그들이 매번 고민했다는 것이다. 

물론 때로는 진짜 ‘예능의 신’이 도와줘 전혀 의도치 않은 장면들이 속출하며 빵빵 터지는 날도 있었겠지만, 그것 역시 어찌 보면 그들의 웃음에 대한 집착과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명장면들이었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뽑은 몸 개그 레전드 1위에 등극한 ‘모내기 특집’에서 논두렁 위를 달리는 장면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그 미끄러운 논두렁을 아예 대놓고 몸 개그 판으로 생각하며 뛰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명장면이다. 

그러고 보면 폭설이 내린 강원도 산간에서 생수병이 마치 당구라도 치듯이 툭툭 날아다니다가 길의 머리 위에 똑 떨어져 웃음을 주는 그 장면 역시, 그들이 애써 홀로 사시는 할머니를 위해 제설작업에 나서는 훈훈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면이 아닌가. 그러니 몸 개그가 탄생하는 걸 그저 우연이거나 너무 쉽게 의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해 뭐든 하겠다는 <무한도전> 출연자들의 진심이 먼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고, 그 위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또 뛰는 노력이 얹어져 비로소 탄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11년을 달려왔던 <무한도전>은 최근 7주간의 꿀 같은 방학을 보냈다. 그 7주 중 4주간 방영된 레전드 특집들은 <무한도전>이 왜 그 같은 방학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를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온 몸으로 뛰었던 웃음을 위한 헌신. <무한도전>의 현재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었으니.

‘무도’, 3주 만의 재방송인데도 왜 이렇게 재밌었을까

겨우 3주가 흘렀을 뿐이지만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남긴 빈자리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3주 만에 그것도 과거에 방영했던 내용 중 재밌었던 부분을 다시 편집해 보여줬을 뿐이지만, 그 반가움은 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레전드편으로 꾸며진 재편집본 자체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을 분량들이었다. 첫 번째 시간으로 보여준 ‘캐릭터 쇼’ 베스트에서는 훨씬 젊었던 시절의 박명수와 유재석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한도전>을 떠났지만 과거 이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던 길, 노홍철, 정형돈의 모습이 등장해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공동4위로 올랐던 ‘정총무가 쏜다’편에서는 편의점에서 출연자들이 산 물건을 정준하가 계산할 때 노홍철이 귀신 같이 한 구석에 놓여진 빈 병을 발견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계산이 틀려야 정준하가 돈을 내기 때문에 노홍철의 이런 모습은 역시 브레인이자 사기꾼 캐릭터로서 맹활약했던 그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2위에 오른 ‘무한상사’편에서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드래곤이 과할 정도로 멋진 의상을 입고 출근하자, 정형돈이 데리고 가서 특유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촌스러운 의상으로 그를 갈아입히고 등장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패션 스타일과 자신감으로 평범 이하의 자신을 최고라 자칭하던 정형돈의 면면이 그리워지는 대목이었다. 

결국 ‘캐릭터 쇼’ 베스트 1위는 캐릭터 제조기라고 불리는 박명수에게 돌아갔다. ‘명수는 12살’ 특집에서 박명수는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옛 놀이를 하는 것으로 큰 웃음을 주었고 마지막에는 혼자 남게 되는 쓸쓸함을 보여 어떤 페이소스 같은 것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방송분에서 오징어(오징어 가이상이라고 불렸던) 놀이를 하는 중 ‘만근추(몸을 무겁게 해서 누가 건드려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무공)’를 흉내 내는 길이 정준하에게 한 방에 밀려 나가떨어지는 장면이 방영됐다. 길에 대한 새삼스러운 그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재방송이라고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간 3주 간의 공백기에 있었던 출연자들의 근황토크를 앞부분에 넣어 그간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지방 재배치’를 한 박명수의 이야기와, 쉬는 동안에도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스크린 야구장에서 유재석이 굴욕을 당했던 이야기들도 근황토크만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이 레전드편이 무엇보다 추억을 자극했던 건, 그 베스트 장면들 속에 등장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는 출연자들의 멘트들이 재방송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표현대로 <무한도전>은 일종의 ‘방학(?)’을 맞았다. 그런데 방학 기간 마치 친구들이 더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듯이 3주 만에 돌아온 <무한도전>은 재방송만으로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11년 간 달려온 그 길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은 그 길을 함께 해온 팬들에게는 추억이 돋는 시간이었을 게다. 물론 그 방송분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재미를 주었을 테고.

3주 만에 재방송 편집본만으로 느껴지는 반가움이 이 정도다. 그러니 이 방학이 끝나고 온전히 돌아올 <무한도전>에 대한 반가움은 또 얼마나 더 클 것인가. 물론 당장은 방학이 아쉬움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출연자들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또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맞을 수 있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게 3주 만의 레전드편을 통해서도 충분히 납득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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