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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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미친 존재감의 비결이주의 인물 2024. 6. 24. 19:44
‘벚꽃동산’으로 27년만에 연극 무대에 선 전도연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서도 빛나는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 있다. 배우 전도연이 그렇다. 최근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 원작을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재해석해 내놓은 연극 ‘벚꽃동산’의 무대에 선 전도연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 엔딩까지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건 전도연이 자신의 삶을 투영해내 몰입해낸 연기라는 점에서 관객들 또한 빠져들게 만들었다. 어째서 이 배우가 지금껏 영화, 드라마, 연극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하며 대중들을 울리고 웃겼는지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무대 위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은 농노해방이 일어났던 1861년 이후 러시아의 혁명시기를 배경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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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2를 봐야 비로소 한국판 ‘종이의 집’의 진가가 보인다동그란 세상 2022. 12. 14. 11:05
처음부터 이랬다면 한국판 ‘종이의 집’의 결과는 달랐을 지도 사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트1은 성공작이라 말하긴 어려웠다. 일단 기획이 애매해 보였다. 워낙 유명한 원작인지라, 리메이크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었다. 원작에 충실하다면 새로움이 없다 비판받을 것이고, 원작에서 벗어난다면 팬들의 원성을 들을 수 있을 터였다. 결국 비교의 부담에서 파트1이 선택한 건 원작의 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거였다. 물론 차별점은 있었다. 통일을 앞둔 한반도라는 설정이 있었고, 공동경제구역에 신권 지폐를 찍는 조폐국이 등장한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사실 이 설정은 이 리메이크의 중요한 차별점이고, 하필이면 이 유명한 원작을 한국에서 리메이크하게 된 납득되는 근거였다. 아쉬웠던 건 파트1이 그 차별점을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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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나요동그란 세상 2021. 9. 29. 17:17
‘오징어 게임’, 456명과 456억 사이 (본문 중 드라마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어린 시절 공터에서는 흙바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당시에는 오징어 가이상이라 불렸다)을 하곤 했다. 맨몸으로 공수를 나눠 부딪치는 게임은 꽤 과격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선사했다. 밥 냄새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저녁 시간이 되어 엄마들이 아이 이름을 불러서야 겨우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으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 이 어린 시절의 게임들을 모티브로 가져와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변주해낸다. 빚에 쪼들리면서도 경마 같은 도박을 통해 일확천금만을 꿈꾸는 기훈(이정재)은 이혼 당한 후 힘겹게 생업으로 버텨가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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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사냥감이 되어버린 청춘 이제훈의 선택은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20. 4. 27. 15:32
‘사냥의 시간’, 도망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은 정확한 시간적 배경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라는 것이고, 또다시 벌어진 금융위기로 인해 일상이 처절하게 파괴된 상황이라는 걸 황량한 거리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특정한 시공간을 적지하지 않고 있어서인지 이 영화는 암울한 미래의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은유한 가상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윤성현 감독은 어떻게 그런 공간들을 헌팅하고 축조한 것인지 현재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의 공간 같은 그 느낌을 포착해낸다. 분명히 우리가 어디선가 봤던 공간이지만, 영화가 연출하고 편집해낸 영상 속 그 공간은 그 현실과 살짝 뒤틀려 있어 보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