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선 백종원

흑백요리사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가 화제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폭발했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음식 문화권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흑백요리사’에 충격을 받은 눈치다. 중식, 일식 같은 요리들이 완고한 원조의 틀 안에 갇혀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쳐왔던 것이 일종의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흑백요리사’는 한식을 굳이 내세우지 않고도(한식은 물론이고 일식, 중식, 이태리요리 등등의 셰프들이 모였다) 한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저마다 타국의 요리법을 가진 셰프들이지만, 한식의 식재료인 묵은지나 홍어 같은 걸 과제로 내주자 자연스럽게 응용되고 퓨전화된 한식들이 등장했다. 한식의 특징이 뭐든 ‘비벼내는’ 것에 강점이 있다는 걸 ‘흑백요리사’는 보여줬고 거기에 해외에서도 반응들이 쏟아진 것이다. 

 

‘흑백요리사’는 물론 최종 우승자가 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이나 에드워드 리 같은 무수한 셰프들을 스타로 배출했지만, 그 중심을 딱 잡아준 심사위원으로서 백종원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맛은 주관적인 것이라 순위를 매기긴 쉽지 않은 영역이다. 결국 이 흑백으로 분류되어 참여한 유명한 100명의 셰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쟁을 하는 이 프로그램이 가능해진 건, 그 주관적이라고 해도 그 결과에 선선히 모두가 납득할만한 상징적인 존재가 절대적이다. 미슐랭 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인 모수의 오너 셰프인 안성재가 맛에 있어서 ‘익힘의 정도’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심사위원으로 그 권위를 부여받았다면, 백종원은 자타공인 요리에서부터 다양한 음식 경험 나아가 사업에 이르기까지를 두루 꿰뚫고 있는 국내 음식 콘텐츠에 관한 한 상징적인 존재로서 심사위원의 자격을 인정받았다. 이들이 서게 되면서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 이미 인정받고 있는 셰프들이 이 서바이벌을 긍정하며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백종원의 존재감은 음식은 물론이고 방송인으로서도 전문가라는 걸 보여준다. 그는 먹성 좋은 먹방의 달인답게 심사가 아닌 진심으로 먹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으로 웃음을 주고, 전 세계의 음식들을 먹어본 경험치를 바탕으로 블라인드 심사에서도 재료가 뭔지, 어떤 방식을 썼는지, 의도는 뭔지를 단박에 파악해내는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특히 블라인드 심사에게 그가 먹는 장면은 그 자체로 밈이 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건, 역시 그것이 프로그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로 연결되어지는 지점까지 나아가게 한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실제 요식업계가 들썩일 정도로 여기 출연한 셰프들의 음식점들이 대호황을 누리게 되었는데, 백종원은 출연한 셰프들을 자신의 유튜브에 출연시켜 이들을 다시금 조명시키기도 했다.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방송은 방송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새로운 경향이 됐다. 한때 방송이 현실과 유리된 여가나 오락 정도로 여겨져 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백종원을 비롯해, 오은영, 강형욱 같은 전문가들이 방송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게 된 건 그래서다. 이들 전문가들은 각자의 영역 안에서 현실에 변화를 이끄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을 방송과 접목해 현실을 바꿔나가는 일들을 한다. 그 중에서도 백종원은 프랜차이즈 대표이면서 요리연구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가로 뛰어들어 그 시너지를 만든 인물이다. 그가 해온 방송들을 들여다보면 음식이라는 그의 전문 영역들이 방송과 만나 어떻게 현실을 바꿔왔는가가 새삼 실감난다. 

 

그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쿡방을 통해 재미있는 음식연구가이자 방송인 정도로 대중들과 눈을 맞췄지만,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종원의 3대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하면서 그의 존재감을 순식간에 각인시켰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그저 먹방, 쿡방에 머물러 있던 음식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의 영역을 확장해 사업의 영역으로 넓혔다는 것이고 나아가 상권으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푸드트럭’이 창업 청춘들의 미래를 바꿔줬다면, ‘3대천왕’은 지역 맛집들에 손님들의 줄을 세웠다. 그리고 ‘골목식당’은 불황에 힘겨워 하는 서민들의 식당을 솔루션을 통해 호황으로 바꿔주고 나아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방향으로까지 나갔다. 2018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 백종원이 참석해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몇 년 사이에 급상승했다. 

 

물론 백종원이 방송을 통해 현실에 변화를 준 건 상권 살리기만이 아니다. 그는 요리 문화에 대한 변화 또한 이끌었다. ‘집밥 백선생’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집밥’의 개념을 바꿔 놓았다. 과거 집밥이 막연하게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집에서 해먹는 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놓았고 따라서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만들었다.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에 뛰어들어서는 ‘백종원 시장이 되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예 예산이라는 지역 상권을 살리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자체들에게 자극을 줘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들이 이를 모델로 삼으려는 흐름까지 만들었다. 

 

백종원의 이런 현실까지 바꾸는 방송은 당연히 비즈니스적인 접근이 전제된 결과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사업가로서 그에게 방송은 그저 여가가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방편이 되기도 하는 셈이니 말이다. 항간에는 그래서 방송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것은 유튜브 같은 개인방송이 일상화되고 그것이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영상의 새로운 시대에 흐름일 수 있다. 즉 누구든 저마다의 영역을 고도화하고 전문화하는 그 정점은 결국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그것이 지금은 개인방송 같은 영상을 통해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백종원이 그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바로 이 시대의 변화다. 누구나 자신만의 전문적인 영역을 갖게 된다면 그걸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들어와 있다. (글:국방일보, 사진: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계급 대결부터 팀워크, 먹방까지 다 잡은 음식 오디션

흑백요리사

이건 마치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오마카세라고나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탑8 결정전은 이른바 ‘레스토랑 미션’으로 펼쳐졌다. 팀을 나눠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에게 어느 팀이 더 매출을 높게 올리는가에 따라 1등은 전원 생존, 꼴찌는 전원 탈락 그리고 그 중간팀들은 미션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본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의해 일부가 생존하는 팀 미션이었다. 

 

이 미션은 지금껏 요리 대결을 펼치는 여타의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음식만 잘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레스토랑 운영 또한 잘 해야 살아남는 미션이다. 메뉴 선정에서부터 가격 정책 같은 경영적인 마인드 또한 필요한 미션이라는 것. 백종원이 심사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으로 보이는 이 미션에서 그 승자는 최현석 셰프가 이끄는 팀이 가져갔다. 그런데 그 승리의 이유를 들어가보면 애초 이 곳을 찾을 손님들을 예상하고 그 성향을 분석한 후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잡은 것에서부터 이미 승패가 갈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제작진이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돈을 줄 거라는 사실에 착안해 최현석 셰프는 이 레스토랑이 일반적인 음식점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미션에 걸맞는 ‘플렉스’할 수 있는 메뉴를 구상했고 가격정책도 고가를 선택했다. 물론 이를 받쳐주는 음식의 퀄리티가 담보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이러한 정책적 결정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건 결과가 알려주었다.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이러한 레스토랑 운영에 관련된 미션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채로운 재미를 추구하고 준비했는가가 느껴진다. 애초 흑백을 갈라 계급 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백수저 요리사들의 동기부여를 강력하게 만든 것도 신박한 선택이었지만, 미션이 진행되면서 지나친 계급 갈등으로 가기보다는 마치 바둑대결처럼 특정 미션에 따라 백수저도 떨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 것도 언더독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린 지점이었다. 

 

이를 테면 철가방 요리사와 여경래 셰프가 1:1 대결을 벌여 결국 흑수저인 철가방 요리사가 승리하는 장면은 이 흑백 대결의 계급 갈등이라는 것이 동기부여의 차원 그 이상으로 첨예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철가방 요리사는 넙죽 여경래 셰프에게 예우의 마음을 담아 절을 했고, 여경래 셰프는 선선하게 “후배들이 잘 해야 한다”며 이번 상황에서는 후배가 더 잘해서 이긴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이 흑백이 바둑 게임 같은 의미의 흑백이라는 걸 드러내줬다. 이보다 더 훈훈한 대결이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제작진이 훈훈한 상황만을 염두에 두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건 탑8 결정전에서 팀을 3팀으로 나눠놓고는 각 팀에서 한 명씩 투표를 통해 방출해 또 하나의 팀을 꾸리라는 새로운 룰을 더해 놓는 장면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자신이 나가겠다고 말하고 나간 팀원들이 있었지만 투표에 의해 방출되어 새로 꾸려진 팀은 언더독으로서의 투지를 불태우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제작진이 얼마나 출연자들을 룰을 통해 쥐락펴락 하고 있는가가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또 레스토랑 미션에서 주목되는 건, 그 곳을 찾은 손님들을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들로 채우고 그들을 길다란 한 테이블에 앉혀 놓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니 자연스러운 먹방이 연출된다. 어떤 이가 먹으면 그 먹는 모습을 보고 다른 이들이 주문을 하거나 하지 않는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먹방에 먹방을 이어붙여 만들어낸 시너지라고 볼 수 있다. 한 편에서는 주문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쿡방이 이어지고, 때론 잘못된 음식을 바로잡아 손님의 마음을 다시 끌어내는 백전노장들의 노하우가 시전되기도 한다. 

 

그렇게 톱8이 결정됐고, 이제 톱2를 결정하기 위한 두 가지 미션 중 하나인 ‘인생의 요리’가 펼쳐졌다. 여기서 ‘흑백요리사’는 이제 톱8의 인생 스토리가 곁들여진 음식을 접하게 되고, 스토리텔링이 갖는 재미와 더불어 이들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보다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모카세의 칼국수집 이야기나, 나폴리 맛피아의 할머니 게국지 이야기는 이들의 요리는 물론이고 이들 인물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먹방이니 쿡방이니 요리 서바이벌이니 하는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지나간 트렌드처럼 여겨져왔던 건 사실이다. 워낙 많이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게 있을까 싶었던 것. 하지만 ‘흑백요리사’는 실로 다채로운 맛의 미션들을 다양하게 내놨다. 1대1 흑백대결은 물론이고, 팀워크와 팀불화가 명확히 보이는 팀미션, 편의점 재료로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요리 대결에, 레스토랑 운영 미션을 통해 쿡방과 먹방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보여주는 미션 등등. 그 하나하나의 미션들이 정성스럽다. 마치 코스로 하나씩 내놓는 오마카세 같은 음식 서바이벌의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잘 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2주 연속 1위는 물론이고 이미 SNS에는 여기 나온 요리사들의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많이 나와 흔해졌다고 해도 어떻게 요리해내느냐에 따라 그 맛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흑백요리사’는 보여주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골목식당', 준비된 자 돕는 백종원과 태도까지 고치는 백종원

 

"이런 쌀국수가 어딨어요? 고기를.. 야 씹을수록 맛있잖아요. 이렇게 고기를 삶자마자 쌀국수를 말아주는데 없어요. 고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는 맛이 그리웠거든. 와 이러면 뭐 천하무적이지." 백종원의 그 말을 들은 베트남 쌀국수집 사장님은 울컥했다.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3년 3개월 동안이나 매일 12시간 뼈를 고아가며 정성스레 만들었던 국물이 사실은 불필요한 일이었다는 걸 백종원의 그 "맛있다"는 한 마디가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김성주와 정인선을 쌀국수집으로 보내, 다른 가게에서 공수한 곰탕과 설렁탕 국물을 쌀국수집 국물과 비교하게 했고, 결국 3시간 정도를 우려도 국물 맛은 괜찮을 수 있다는 솔루션을 줬다.

 

백종원은 매일 12시간씩 뼈를 고아가며 했던 사장님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라 '정성'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런 정성은 이제 그 시간을 줄여 다른 쪽으로 더 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강서구 등촌동 골목에서 베트남 쌀국수집의 사례는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훈훈함을 전해줬다. 이런 준비된 집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지금 식당에서 열 몇 시간씩 일을 해야 돼. 그래서 나가서 회사 가서 8시간 정도 일을 하면, 일용직을 뛰더라도 8시간 일을 하면 돼. 그러면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100만 원도 못 벌어. 그래도 나는 이게 너무 좋아서 하고 싶어 이런 의지가 있어야지. 그래도 할 거예요?"

 

반면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하는 말은 잘 안 되는 가게의 솔루션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사장님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묻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3주 동안 이 가게는 청소를 다시 하고 안 나오던 온수를 나오게 설치하고 배수관도 새로 만드는 등 아예 처음 가게를 오픈하는 것과 같은 과정들을 보여줬다. 심지어 시장을 함께 가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구매하는 것까지 백종원이 동행했다.

 

그리고 겨우 3주가 흐른 후에야 달라진 가게에서 사장님이 내놓은 돼지고기조림 덮밥에 대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됐다. 물론 백종원은 이 가게사장님이 젊은 창업인들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의지는 있지만 제대로 배울 길이 없어 주먹구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이 가게를 염두에 두고 초보사장님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베트남 쌀국수집처럼 어느 정도 노력을 해왔고 그래서 준비가 된 가게에 솔루션을 주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떠먹여주고 나아가 의지나 태도, 마음가짐까지 고치는 건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물론 백종원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건, 그런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장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그 전에 이런 가게를 굳이 솔루션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백종원이 인성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 아닐까. 먼저 이런 가게 선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가끔씩 나눠지는 호불호는 바로 이런 출연 가게 선정에서부터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사진:SBS)

'골목식당', 백종원도 언급한 무의지 사장님 떠먹여주기의 불편함

 

"알면서 안했으면 화를 내거나 하겠는데 전혀 모르는 거예요. 전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난감해했다. 백지상태의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가게의 위생상태가 최악이었다.

 

의자, 심지어 메뉴판조차 찌든 때로 끈적끈적한 상황. 게다가 가게 내부에서는 오래도록 묵은 냄새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장님의 의지가 의심되는 부분이었다. 아침에도 닦았다면서 그런데 "닦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닦아도 닦이지 않는다. 그 말에 백종원은 황당해 했다. 그건 거꾸로 말하면 닦이지 않는 걸 놔뒀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안 닦이니 놔뒀다는 건 장사를 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 아니겠나.

 

그래서 답답해하던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음식 좋아해요?"하고 물었다. 그 질문에 사장님은 망설임 없이 바로 "좋아해요"라고 답했지만, 백종원이 느끼기에 그 가게의 상태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위생상태도 문제지만, 온수도 나오지 않고 배수관도 대충 만들어져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백종원의 말대로 이런 집에서 생물을 다루는 연어새우덮밥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메뉴나 음식은 차치하고 먼저 가게부터 가게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백종원의 조언이었다.

 

그 후 일주일의 시간 동안 가게에 설치된 카메라에 비춰진 사장님의 모습은 모든 기기들을 끄집어내놓고 청소를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찌든 때가 가득한 바닥을 4일 째 닦아도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 온수 문제나 배수관 문제 같은 건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었다. 결국 소식을 들은 백종원이 다시 나섰다. 백종원은 바닥청소보다 싱크대 배수관 문제나 자칫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전기배선들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그리고 바닥은 그렇게 닦는다고 해서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결국 전문업체를 불러 바닥을 갈아냈고, 온수 문제와 배수관, 전기배선 등을 모두 수리를 받았다. 그렇게 해준 것에 대해 백종원은 젊은 창업자들이 이번 기회에 이 집을 통해 기본을 배울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렇게 도움을 주고 다시 찾은 가게에서 구석에 여전히 남아 있는 거미줄을 본 백종원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로 설치한 수전에 호스가 연결되지 않아 물을 대야에 담아 뿌렸다는 이야기에 백종원은 또 다시 허탈해졌다. 수도꼭지를 떼서 호스를 연결하면 되는 걸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또 다시 사장님의 의지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건 가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부족을 드러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백종원의 사장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만 사장님에게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종종 드러내는 가게 선정 문제를 언급했다. 전혀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 왜 굳이 "멱살 잡고 끌고 가냐"는 시청자들의 이야기가 당연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 얘기와 함께 백종원은 직접 사장님의 멱살을 잡아끄는 시늉까지 해보였다.

 

그건 다분히 여러 가지 의중이 담긴 말과 행동이었다. 먼저 시청자들의 불만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공감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었고, 무엇보다 그렇게까지 함으로써 사장님이 잘 보이지 않는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모르는 건 가르쳐 줄 수 있지만, 의지가 없는 사장님을 도와주는 건 본인도 힘들고, 시청자들 또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번 강서구 등촌동 골목의 다른 두 집, 추어탕집과 베트남 쌀국숫집과 이 가게가 극명하게 다른 지점이 무엇인가가 드러난다. 그 집들도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집 사장님들은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어쩌다 시어머니의 추어탕집을 떠맡게 되었지만, 그 맛을 찾기 위해 각고의 고생을 한 추어탕집 사장님과,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창업했지만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가게에서 거의 생활하다시피 하면서도 새벽부터 밤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는 베트남 쌀국숫집 사장님. 부족하지만 그 의지만큼은 백종원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조차 도움을 주고픈 마음이 생기게 하지 않았던가. 백종원이 멱살까지 잡는 시늉을 해가며 의지를 끄집어내려 한 부분이 공감이 간 이유였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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