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이젠 백종원 사단이 움직인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 그대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달라진 풍경이 딱 그렇다. 창동의 닭강정집, 피자집, 파스타집의 솔루션은 백종원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조언들이 더해져 완성되어가고 있다.

 

물론 그 중심을 잡아주는 건 당연히 백종원이다. 그리고 솔루션을 더하는 인물들도 백종원의 지시를 받거나 혹은 그의 부탁으로 투입된 이들이다. 그래서 이는 마치 한 마디로 '백종원 사단'처럼 보인다.

 

닭강정집이 가진 문제는 잡내가 여전히 난다는 것과 닭강정이 양념치킨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마늘소스에서도 마늘장아찌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백종원은 잡내 제거를 위해서 밑간이 중요하고, 다진 마늘을 사서 쓸게 아니라 생마늘을 다져 써야 마늘장아찌 냄새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닭강정이 양념치킨과 다른 점이 크리스피하다는 걸 알려주며 물엿보다 설탕을 넣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런 숙제들의 점검과 새로운 솔루션에는 백종원이 아닌 이른바 '서당개 협회' 김성주와 정인선이 나섰다. 그런데 이들도 서당개 3년(?)에 보통 수준 그 이상이었다. 잡내는 잘 잡혔지만 여전히 마늘 소스에서 나는 마늘장아찌 냄새를 김성주는 찾아냈고 바삭함이 없어 닭강정보다 양념 없는 튀김이 더 맛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물엿과 설탕을 비교하는 실험을 통해 솔루션을 알려줬다.

 

피자집에는 백종원과 인연이 있는 이탈리안 셰프지만 한식까지 두루 마스터한 파브리가 찾아가 이탈리안 정통 피자 솔루션을 제공했다. 아직까지 완벽한 한국어 구사를 하지 못했지만 가르쳐주려는 열정과 배우려는 열정은 그런 장벽을 간단히 뛰어넘게 했다. 대충 이야기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사장님은 파브리를 통해 기본적인 토마토 소스부터 토핑하는 법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에서 먹는다는 참치 피자와 살라미에 리코타 치즈와 고추기름을 얹는 독특한 피자까지 전수받았다.

 

파브리의 도움은 피자집에 그치지 않았다. 뚝배기 파스타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메뉴를 내놓았던 파스타집은 백종원의 제안대로 미트볼 파스타를 연구했고 여기에 파브리는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식감이 좋은 미트볼 레시피를 알려줬다. 맛은 잡았지만 멀리서부터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로 만들기 위한 특색이 필요했고, 결국 거대한 미트볼을 만들어 시선까지 잡아끈 파스타가 완성됐다.

 

그리고 여기에 창동에서 오래도록 살았던 이승기가 특별출연했고, 파스타집을 찾아 보통 손님의 입장에서 솔직한 맛 평가를 해주었다. 비주얼에서도 맛에서도 완성된 그 파스타에 이승기는 아란치니에 밥이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더했고 미트볼도 사각보다는 동그란 게 더 커 보인다고 얘기해줬다.

 

사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 원맨쇼에 기대는 면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문제점 지적과 솔루션이 가게를 완전히 탈바꿈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이번 창동편을 보면 백종원 혼자가 아니라 그를 중심으로 하는 사단이 움직이고 그들의 '십시일반' 도움들이 더해져 가게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달라진 스토리텔링은 그간 반복되며 패턴화된 것처럼 보이게 했던 이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훨씬 다채롭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건 한 괜찮은 가게의 탄생을 위해서 꽤 많은 이들의 도움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걸 얘기해준다는 점에서 의미 또한 충분하다 여겨진다.(사진:SBS)

'골목식당', 힘겨워도 긍정하는 청년들의 열정 한 스푼이라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은 도봉구 창동의 닭강정집 사장님들은 빚만 6천만 원이란다. 이제 서른 세 살의 19년 지기 친구이자 동업자 사장님들은 푸드트럭을 하며 3천만 원 빚을 졌고, 닭강정집을 내면서 또 3천만 원 빚을 냈다고 했다. 닭강정집은 애초 하려고 낸 집도 아니었다. 푸드트럭의 주방으로 계약을 했는데 계약 후 3일 만에 코로나19가 터졌다는 거였다. 결국 푸드트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그래서 닭강정집을 냈다는 것.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간간이 손님들이 찾아와 닭강정을 사갔지만 그 정도 손님으로 운영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손님들과 이 젊은 사장님들은 꽤 가깝게 대화를 나눴다. 사장님들의 응대가 살가워서인지 손님들도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복날이라고 아마도 '삼계탕 대신' 닭강정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게를 찾은 손님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사장님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방과 후 하교하는 학생들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가게를 찾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을 평소 사장님들이 어떻게 대해왔는가가 거기서는 느껴졌다. 백종원은 김성주 그리고 정인선과 그런 사장님들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면서 "참 말 많다"고 말했고, 김성주와 정인선은 두 사람의 살가운 응대와 입담에 빠져들었다.

 

사실 대출한 빚이 있는데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코로나까지 겹쳐 결코 웃을 일이 있을 법 하지 않는 가게. 그런데도 이 청년 사장님들은 애써 서로 대화를 나누며 농담을 던지고 찾는 손님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장사를 했다. 백종원도 또 김성주와 정인선도 이들이 장사수완이 분명 있을 거라 믿게 된 건 바로 그런 긍정 마인드가 바탕이 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실력은 부족했다. 미리 손질한 닭을 반죽에 넣어두는 것 자체가 잘못 배운 것이라고 백종원은 지적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삼투압 때문에 닭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된다는 거였다. 아마도 대박 닭강정집에서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따라한 듯 싶었지만, 그건 바로 바로 소진되는 대박집에서나 맞는 방식이었던 거였다.

 

맛도 평이했다.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마늘간장 양념이 그나마 낫다고 했지만 그것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백종원의 얼굴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이 가게를 찾았을 때 사장님들이 그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응대에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다. "날씬하시다"는 말부터 시작해 옷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던져 마음을 풀어놓고, 백종원의 지적에도 곧바로 웃으며 고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요리에 "열정 한 스푼, 마음 한 스푼"을 넣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해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소개한 골목식당들을 보면 요리 실력이 근본적인 문제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것보다는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마인드가 문제였고, 잘못된 요리법이나 가게 운영은 바로 그 엇나간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된 건 요리에 대한 부분은 백종원이 충분히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지만, 그렇게 준 솔루션도 마인드가 바탕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닭강정집 사장님들의 수준 미달 실력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이 웃으며 요리 관련 문제들은 "우리끼리 하면 되는 거고"라고 말한 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는 주방점검을 하다가 갑자기 마늘간장 소스의 솔루션을 슬쩍 보여주는 것으로 이 가게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6천만 원의 빚에 한 사장은 5월에 결혼을 했지만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결코 쉽게 긍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마음을 다하는 청년 사장들의 긍정마인드는 꺾이지 않았다. 요리가 맛이 없다는 평가를 들어도 "감사하다"고 하고, "우리끼리"라는 백종원의 말에 <미생>의 한 대목처럼 "우리라고 하셨어"라고 말할 정도로.(사진:SBS)

생방송 적응한 '백파더', 이젠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예측 불가 쌍방향 소통 요리쇼'. 이것이 MBC 예능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 마!>를 소개하는 문구다. 이 문구에는 생방송과 소통 그리고 요리라는 키워드들이 들어있다. 첫 방송 때만 해도 생방송이 낯설어 거의 방송사고 수준으로 1시간 반을 보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백파더>는 이제 어느 정도는 적응한 모습을 보인다.

 

초반에 어떻게든 진행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 무너져버린 양세형은 이제 진행 자체를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백종원도 마찬가지다. 진행을 해보려 한들 '예측 불가'한 상황들이 속출하고 그러니 차라리 조금 내려놓고 하는 편이 낫다 여기게 된 것이다.

 

의외로 이렇게 내려놓고 심지어 요리 좀 하시는 분들은 이 방송이 "재미 없다"며 "다른 방송 보라"고까지 말하는 백종원의 멘트는 그가 방송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 스스로도 1시간 반 동안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하는 걸 알려주는 요리쇼가 갖는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자 대한민국 모든 분들이 요리를 하는 '요리 강국' 운운했던 거창한 <백파더>의 초반 기세는 꺾였지만 그래서 조금은 편안해진 방송이 됐다. 이제 백종원은 자신이 차근차근 알려주는 지극히 간단한 식빵 토스트 레시피에도 불구하고 식빵을 통으로 태워먹거나 버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요린이(요리+어린이) 앞에서 그다지 당황하지 않는다.

 

대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래도 잘했어요"라고 토닥여주고는 알려주고픈 레시피를 차근차근 이어나간다. 그런데 이렇게 조금은 생방송에 안정된 모습 속에서 여전히 백종원과 양세형의 입을 쩍 벌리게 만드는 인물이 있다. 구미 요르신이라 불리는 출연자다.

 

계란 프라이 하나를 제대로 못하고 두부 김치도 태워먹어 사모님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라면에는 자신이 있다며 백종원이 알려준 '절대 망하지 않는 라면'을 끓여 먹어본 뒤 자신이 끓인 것보다 맛이 없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요르신은 라면을 끓일 때도 백종원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이웨이'를 가는 모습을 보였고, 식빵편에서도 식빵에 식용유를 들이 붓고, 마요네즈를 묻힌 쪽을 프라이팬에 굽는데다, 심지어 고추장을 바르고 청양고추를 얻은 토스트를 만드는 '괴식'을 선보였다. 마침 백종원이 요르신을 위해 마요네즈에 청양고추를 얹은 토스트를 알려줬지만 요르신은 따르지 않았다.

 

그런데 백종원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며 망치고 나서는 요리를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는 요르신은 의외로 이 프로그램이 배출한 스타가 됐다. 매회 요르신이 어떤 놀라운 실패(?)를 보여줄 것인가를 기대하게 된 것.

 

요르신의 거듭된 실패에 양세형은 "이번 연예대상 신인상을 노리시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했고 백종원은 아예 스튜디오로 "모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건 물론 직접 옆에서 요리를 가르쳐 드리려는 마음이겠지만 방송으로서도 그만큼 요르신에 대한 기대 역시 적지 않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요리쇼'라는 모토를 세워놓은 <백파더>는 예능적인 재미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요르신처럼 요리 왕초보지만 백종원 잡는 캐릭터가 탄생해 재미를 주고, 그래서 요리 못하는 이들도 요르신을 보며 어떤 위안과 용기(?)를 얻는 건 나름 의미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는 의구심은 굳이 생방송을 고집하며 이 간단한 요리를 이토록 어렵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점이다. 요르신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요리 초보들의 모습에 놀라워하는 백종원과 양세형의 모습이 주는 예능적인 웃음에 치중되면서, 요리 정보에 대한 집중이 분산되는 건 <백파더>가 가진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사진:MBC)

'맛남의 광장'이 꺼낸 못난이 특산물들, 유통의 개선이 필요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멀쩡한 특산물에 '못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걸까. SBS <맛남의 광장>이 찾아간 여주는 우리에게는 쌀 산지로 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쌀만큼 많이 나는 것이 가지였다. 전국 가지의 4분의 1 물량이 여주에서 난다는 것.

 

그런데 그 곳을 찾은 백종원과 김희철도 또 시청자들도 놀라게 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잘 자란 커다란 가지가 '못난이'로 불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다소 아담해 보이는 가지가 상품이 된 까닭은 규격화된 포장박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전국적으로 규격화된 박스에 들어가는 작은 가지만이 상품성이 있다는 사실에 백종원은 말이 안된다며 마트에 갈 때마다 불만이 그렇게 작은 가지들만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상품이었다는 것.

 

가지를 생산하는 젊은 사장님은 '못난이 가지'가 상처나고 휘어진 것이나 기준보다 작거나 기준보다 큰 것이라고 했다. 물론 맛의 차이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격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상품이라고 불리는 작은 가치가 하나 당 현재 가격으로 300원 정도인 반면, 잘 자라 덩치가 큰 '못난이 가지'는 150원에서 100원이라고 했다.

 

백종원은 잘 키워서 잘 자란 상품이 못난이 소리를 듣고 있으니 속상하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사장님은 날씨가 좋아서 더 빨리 자라거나 일손이 부족해 미처 수확하지 못해 더 자란 가지들 때문에 '못난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백종원은 중국에서는 가지가 더 커서 다양한 요리를 해먹을 때 더 좋다고 했다. 게다가 마트에 가서 가지를 사려고 할 때 너무 작아서 지금이 제철이 아닌가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는 것.

 

김희철은 "감자도 예뻐야 돼 가지도 예뻐야 돼..." 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꺼내놓았다. 사실 <맛남의 광장>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알게 된 사실이었을 게다. 너무 잘 자란 특산물들이 오히려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된 건 유통 과정에서 생겨난 일들이었다. 마트에서 잘 진열된 것들만 상품으로 보다보니 감자도, 고구마도 가지도 모두 예뻐 보이는 것이 상품이 되고, 그래서 그것들만 팔려나가면서 그렇지 못한 것들이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

 

강원도 못난이 감자와 해남 대왕고구마가 이렇게 못난이 취급을 받으며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맛남의 광장>이 알려주고 유통까지 연결해줬던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가치가 된 바 있다. 그렇게 소개된 못난이들(?)은 소비자들이 순식간에 몰려 완판 되는 '예쁜이들'이 되지 않았던가.

 

결국 유통과정에서 '못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멀쩡한 특산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건 농민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유통을 바꾸는 것도 결국은 소비자다. 그 정보를 올바로 알고 '못난이'들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그런 문화가 생겨난다면 유통도 변화할 테니 말이다. 좀 못생겼다고 심지어 너무 잘 자랐다고 천대받고 버려지는 특산물들이 있다니. 소비자들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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