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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 염정아가 그리는 겉만 번지르르한 저 괴물들 실체

안타깝게도 혜나(김보라)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혜나의 죽음으로 인해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본격적으로 이른바 대한민국 0.1%라는 이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실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했지만, 병원장 손자의 수술을 해야 한다며 혜나를 타 병원으로 이송시키라 명령한 강준상(정준호). 그는 환자를 보는데 있어서도 권력이 우선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고 잔뜩 위세를 떨고 있지만 그 실체는 당당하지 못한 욕망덩어리라는 것.

강준상이 죽음에 이르게 만든 혜나는 그러나 다름 아닌 자신의 숨은 딸이었다.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그런 선택을 한 강준상은 향후 이 진실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이미 혜나가 강준상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아이러니한 선택을 보며 혀를 끌끌 찾을 게다. 제 욕망이 제 발등을 찍는 강준상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겉만 번지르르한 저들의 실체를 그려내는 인물은 다름 아닌 한서진(염정아)이다. 그는 잘 나가는 의사 아내에 전교 1등 하는 아이의 엄마지만, 그 실체는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욕망을 위해 뭐든 하는 인물이었다. 본명인 곽미향을 버리고 한서진이 된 것도 그런 이유. 그는 그렇게 속인 채 강준상이 사귀던 혜나의 엄마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서진이 딸의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을 위험한 인물이라며 경계하면서도 결국 전교 1등을 만들어내자 그를 믿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도 그가 얼마나 표리부동하며 또 욕망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잘 드러낸다. 그는 김주영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딸을 다시 맡아달라고 하고서, 그게 성사되자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띠우는 인물이다.

혜나의 죽음은 한서진의 이런 면을 또다시 드러내게 만든다. 그 날 혜나가 딸 예서(김혜윤)와 다퉜다는 사실을 알고는 혹 딸이 혜나를 죽인 게 아닌가 의심하는 한서진은 증거가 될 수 있는 혜나의 핸드폰과 노트북을 망치로 때려 부숴 청소차에 버리는 ‘증거인멸’을 했다. 그리고 그 날 혜나가 이복자매라는 사실을 말하며 예서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던 진진희(오나라)를 찾아가 괜스레 살갑게 굴며 그 사실을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게다가 김주영과 만난 한서진은 이 사건에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나누고, 엉뚱하게도 황우주(찬희)가 용의자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아이가 살 수 있다면 다른 아이의 희생은 당연한 듯 선택하는 한서진. 이 모습은 한 명의 어른이 아니라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의 모습이었다.

혜나의 사망 때문에 모인 SKY캐슬의 부모들이 모여 집단으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드잡이를 하는 풍경은 그 괴물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낸 풍자적 장면이 되었다. 평소 근엄한 척, 우아한 척 했던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이만을 지키겠다는 이기심에 다른 집 아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게 드잡이로 이어진다. 저만 살아남기 위해 하던 볼썽사나운 짓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수임(이태란)이 “아이가 죽었는데...” 어른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는 일갈은 그들의 실체를 실감하게 만드는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한서진은 필요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기도 하고, 다른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하는 모습으로 <SKY캐슬>이 겨냥하고 있는 저들의 실체를 제대로 풍자하는 인물이다. 번지르르한 말들로 포장되지만 화가 나면 불쑥 튀어나오는 “아갈머리를 찢어버린다”는 상스러운 말이 그 실체인 괴물. 그가 어디까지 밑바닥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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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푸른 해’, 아동학대자들에 대한 응징 그 양가감정

누가 봐도 아동학대를 해온 부모라는 게 뻔해 보이지만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그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그 광경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건 인지상정이 아닐까.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에서 아동학대를 당해온 하나를 친딸이라며 개장수 고성환(백현진)이 굳이 데려가는 그 모습을 보는 차우경(김선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형사 강지헌(이이경)은 위험할 때 누르면 자신이 찾아가겠다며 아이의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채워주며, 고성환에게 자신들이 항상 주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장면은 <붉은 달 푸른 해>라는 문제작이 제기하고 있는 질문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동학대는 그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는 가해사실을 부인하기도 하고, 그걸 은폐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은 다시 그 부모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과연 이런 부모들을 부모라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를 차에 태우고 가는 길에 고성환은 “그걸 말했냐”고 물었고, 아이는 얘기하지 않았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하면 어떻게 될 거라고 했냐고 되묻는 고성환에게 아이는 “목을 비틀어 죽여 버린다”는 끔찍한 말을 했다. 아이가 당한 학대와 그걸 숨기려던 이유가 이 대화 속에는 들어 있었다. 

하나가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놀이터에서 놀다 아이들이 발견한 죽은 새를 하나가 묻어주는 장면은 그 학대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예감하게 해준다. 하나는 죽은 무언가를 묻어주었거나 묻는 장면을 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죽은 새를 그렇게 묻어줬던 게 아닐까. 

결국 개장수 아빠와 집으로 가게 된 하나는 그 날 밤 끔찍한 소리를 듣고는 차우경에게 전화를 건다. 차우경은 아이가 또 학대를 당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 밤에 차를 몰아 하나의 집까지 달려오지만, 아이가 들은 소리는 개장수 아빠가 끔찍한 응징을 당하는 소리였다. 그걸 보게 된 차우경 또한 그 응징자에 의해 납치됐다. 강지헌은 과연 차우경과 하나를 구해낼 수 있을까.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와 그 부모를 응징하는 누군가를 보는 감정은 그래서 복합적이다. 그런 부모도 부모냐며 공분을 일으키지만 그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는 장면에서는 시원하다기보다는 끔찍함을 느끼게 된다. 이건 어쩌면 우리가 뉴스 등을 통해 아동학대 사건을 들여다볼 때 느끼게 되는 양가감정이다. 심지어 죽이고픈 살의까지 느껴지는 분노가 피어오르지만, 그런 살의가 갖는 불편함 또한 느껴지기 마련이다. 

‘부모 같지 않은 부모’들을 응징하는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붉은 달 푸른 해>라는 제목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 붉어서 해인 줄 알았는데 달이었다는 것이고, 푸르러서 달인 줄 알았는데 해였다는 의미. 부모인 줄 알았는데 끔찍한 아동학대범이었고, 반대로 잔혹한 연쇄살인범인 줄 알았는데 끔찍한 아동학대범들을 처단하고 아이를 구해내려는 이였다는 것. 차우경은 과연 어느 쪽일까. 또 미스터리한 인물인 이은호(차학연)는?(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 만일 김보라가 정준호의 딸이라면 벌어질 수 있는 일

매회 새로운 반전의 연속이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는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가 학교에서 라이벌로 생각하는 혜나(김보라)가 어쩌면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정준호)의 숨겨진 딸일 수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과거 강준상의 첫사랑이 혜나의 엄마인 김은혜(이연수)였던 것. 강준상의 어머니인 윤여사(정애리)는 한서진과의 대화에서 그 첫사랑을 떼어놓은 당사자가 바로 한서진이었다는 걸 드러낸 바 있다. “내가 두 손 두 발 든 애비 첫사랑까지 떨어뜨려 놨지 않니.”라고 한서진에게 말했던 것. 

드라마 말미에 중증 환자인 김은혜가 강준상에게 전화를 걸며 “긴히 꼭 부탁드릴 일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은 그래서 향후 어쩌면 혜나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지 않을까 예감하게 만든다. 죽음을 예감한 김은혜가 강준상에게 혜나가 본래 당신의 딸이라며 부탁하려 하는 게 아닌가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출생의 비밀’ 코드를 가져온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이런 예측이 그대로 맞는다면 이 코드는 의외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단지 숨겨진 딸이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비교점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그 비교의 대상은 예서와 혜나다. 둘은 이미 라이벌이라는 게 드러났고, 공부는 둘 다 잘 하지만 성격이나 인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학교생활의 단면을 통해 보여진 바 있다.

인강으로 수업을 때우려는 교사에게 혜나는 문제제기를 했고, 그런 혜나를 예서는 “뭐가 문제냐”며 맞섰다. 수업시간에 아예 딴 공부를 하는 예서가 인강으로 해도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자, 혜나는 “학비가 얼만데 수업시간에 인강을 듣냐”며 “선생님 월급은 왜 받으세요?”라고 묻는다. 이처럼 혜나와 예서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비교 점은 결국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가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SKY캐슬에 사는 아이들은 그 부모들의 영향 아래 사실상 학대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살아간다.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심지어 편의점을 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한서진의 둘째 예빈(이지원)이 그렇게 도둑질을 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된 이수임(이태란)은 현장에서 예빈을 붙잡아 편의점 주인에게 사실을 털어놓지만 의외로 그 주인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한서진이 먼저 그 사실을 알고 주인에게 돈을 주며 아이가 도둑질을 하는 걸 그냥 내버려둬 달라고 했던 것. 

예빈이 하는 이 스트레스 해소행위(?)를 이수임은 ‘도둑질’이라고 얘기했지만, 한서진은 ‘스트레스를 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서진의 교육방식은 후에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될 것임을 예고편은 보여준 바 있다. 예빈이가 “엄마는 내가 왜 도둑질을 하는지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예고편을 통해 보여진 것. 결국 어떤 생각과 교육관을 갖고 있는 부모이냐에 따라 아이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상황들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혜나가 그 엄마의 부탁대로 강준상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면 그 새로운 관계의 화학작용은 어떤 변화들을 만들어낼까. 혜나도 그 지옥 같은 예서, 예빈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 아니면 오히려 혜나로 인해 예서, 예빈의 삶이 바뀌게 될까. [SKY 캐슬]이 굳이 출생의 비밀 코드를 활용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목적은 이 다른 부모를 만났을 때의 다른 화학작용이 만들어낼 변화들을 통해 부모의 교육관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이 출생의 비밀 코드가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미스터 션샤인’ 변요한과 김민정, 어른 없는 세상의 청춘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나를 낳아주신 부모의 뜻에 따라야 하는 걸까. 심지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게다. 나이가 많다 해도 어른다운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이들을 어른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는 부모라면 그 길을 막아서고 저항하는 것이 진정 후대가 할 수 있는 부모를 위한 일이 아닐까.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김희성(변요한)과 쿠도 히나(김민정)가 취한 삶의 자세가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하는 일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고 거기에 반기를 든 자식들이다. 김희성의 아버지 김안평(김동균)은 비겁한 기회주의자다. 그의 조부 역시 독하디독한 악덕 지주였다. 조선사람 중 그들의 땅을 안 밟아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만석꾼 부자지만, 김희성은 이런 부모와 집안으로부터 도망중이다. 

도망치듯 일본으로 떠나 유학을 하다 돌아와서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글로리호텔를 숙소로 살아간다. 저잣거리 국밥집에서 갑자기 물세례를 받아도 그게 조부 혹은 아버지 때문일 거라 여기며 그저 허허 웃는 인물이다. 부모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그는 그래서 탕진하듯 청춘의 시간을 축내며 일을 하지 않는 룸펜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부모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에게 고애신(김태리)이라는 인물이 가슴에 들어온다. 그가 그저 반가의 애기씨가 아니라 밤이면 총을 들고 나서는 의병 스나이퍼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김희성은 조금씩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활동을 돕기 시작한다. 고애신이 자신을 위장하려 입은 옷을 똑같이 차려 입고 거리로 나감으로써 그 옷을 유행시키고 그래서 그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한다. 가진 건 돈뿐인 아버지의 이름 석 자라, 그걸 이용해 돈을 빌리러 다니고 그 돈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쿠도 히나(김민정)는 더 지독한 부모를 두었다. 그는 바로 뼛속까지 친일파인 이완익(김희성)이다. 쿠도 히나는 그래서 세 가지를 빼앗겼다. 자신의 엄마와 청춘 그리고 이양화라는 본래 자신의 이름이 그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은 뺏기지 않겠다고 자신을 단련시켜왔다. 딸을 일본인 거부에게 팔아치운 아버지가 다시 그를 찾아와 여전히 그를 이용해먹으려 하지만, 그는 그를 더 이상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도모하려는 일들을 막기 위해 글로리호텔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그건 의병활동을 알게 모르게 돕는 일이 되어간다. 

그런데 <미스터 션샤인>은 왜 하필 이런 김희성과 쿠도 히나 같은 부모에 저항하는 청춘들을 인물로 세우게 된 걸까. 그건 어쩌면 그 개화기라는 시대가 양산한 친일파들이 했던 처참한 일들이 실제하고,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금까지 청춘들에게 대물림된 힘겨운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국정을 농단함으로서 그 아픈 현실은 고스란히 후대의 몫이 되어버리는 그 현실은 그러고 보면 그 기원이 이미 저 개화기 시절부터가 아니었던가 싶다.

시대를 다룬 드라마는 그 시대를 가져와 현재를 얘기하기 마련이다. 김희성과 쿠도 히나 같은 인물에게서 ‘어른 없는 세상의 청춘’을 떠올리는 건 그래서다. 올바른 선택이 아닌 개인적 욕망과 치부를 위해 누군가를 짓밟는 선택을 해온 어른 없는 세상은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져왔다. 지금의 청춘들이 물려받은 치열한 현실은 그 어른 없는 세상이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김희성과 쿠도 히나 같은 인물이 남다른 청춘의 초상으로 보이는 이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둥지탈출’의 걸림돌, 연예인 자녀 출연의 불편함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를 만든 김유곤 PD가 tvN으로 이적해 만든 <둥지탈출>은 전작과 유사하면서도 조금 달라진 관찰카메라의 시점을 제공한다. 유사한 점은 연예인(정치인도 포함)의 자녀들이 조그만 촌 동네를 찾아가 체험을 한다는 점이다. 달라진 점은 자녀의 연령대가 20대(10대도 포함)라는 것이고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들끼리 독립해 떠나는 여행이며 국내가 아닌 해외라는 점이다. 

'둥지탈출(사진출처:tvN)'

확실히 연령대를 바꾸고 해외로 떠나 그들끼리 여행을 해나가는 과정은 다르지만 그 느낌은 <아빠 어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그들을 들여다보는 부모들의 시선이 스튜디오 촬영분으로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부모 눈에는 여전히 아이다. 그래서 하다못해 숙소를 하나 정하는 일을 성공해내거나 잘못된 선택으로 조금 힘든 길을 가게 되는 장면을 보는 부모들은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를 보듯 기쁨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둥지탈출>의 관전 포인트는 그래서 저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가 그러하듯이 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자식들의 행동들을 애정을 갖고 보게 만드는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 집에서 봤을 때는 그저 평범해 보였거나 내성적이었던 아이가 막상 바깥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하자 나오는 전혀 다른 모습은 그래서 부모를 놀라게 하고, 만일 시청자들 역시 그 부모의 시점을 공유하게 된다면 그러한 놀라움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부모의 시점을 공유한다’는 그 전제가 과연 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연예인 자녀들이 출연하는 방송에 있어서 시청자들이 먼저 갖게 되는 건 불편함이다. 과거 김유곤 PD가 이끌었던 육아예능이 한창 트렌드가 되었을 때만 해도 연예인 자녀의 출연은 오히려 그 일상적인 스타의 모습과 어우러지는 친근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연예인 가족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그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편함으로 바뀌었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방송출연의 기회가 너무나 쉽게 주어지고 그를 통해 연예인이 되는 경우도 생겨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둥지탈출>은 연예인 자녀들이 해야 할 미션들을 더 힘겹게 구성했다. 오르기도 쉽지 않은 네팔의 산꼭대기에 있는 마을에 그들의 정착지를 꾸렸고, 거기서 살아가는 것도 그들 스스로 해결하는 것으로 룰을 정했다. 결국은 부모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된 것도 이런 연예인 자녀의 출연에 대해 느끼는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한 것과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첫 방송이 나온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유곤 PD는 출연자들의 부모 입장이 되어 보기를 바랄 것이지만, 시청자들은 거꾸로 연예인 자녀들의 해외여행을 통한 독립 과정을 왜 봐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특히 20대 청춘들이 현재 겪고 있는 힘겨운 현실들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독립 여행이라는 것조차 너무나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물론 <둥지탈출>의 아이들을 마치 내 아이들처럼 여기며 바라본다면 충분히 그 과정이 주는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의외의 사건들과 부딪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흐뭇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타인의 아이들(그것도 여유 있는)을 바라보며 흥미진진하거나 흐뭇해할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둥지탈출>은 과연 이 심리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Posted by 더키앙

‘쌈마이웨이’, 그래 우린 모두 꿈이 있었어

“나처럼 살지 마라.” 아버지의 이 한 마디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담겨져 있을까. 이제 지긋한 나이, 그 세월을 살아온 분이 자신처럼 살지 말라는 말은 사실 그 삶을 부정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것은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자식에게만은 자신 같은 삶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하는 말만큼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없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의 고동만(박서준)은 스스로를 흙수저라 부른다.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아버지 고형식(손병호)에게 그 답답한 속내를 토로한다. “나한테 아버지처럼 살라고 하지 마라. 죽을 똥 싸면서 나 같은 놈 또 만들어야하나 잘 모르겠다. 걔가 흙수저라고 나 원망할까봐.” 하지만 흙수저 청춘의 부모 역시 당연히 흙수저 부모다. 그들 역시 스스로 흙수저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그들에게도 꿈이란 게 있었다. 

영업부장으로 새파란 사장 앞에서 잔뜩 고개를 조아리고 갑질을 감내하는 아버지를 본 고동만은 거기서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상사에게 당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한 번도 못해봤던 생각. 아버지는 그저 아버지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그 역시 한때는 자신처럼 꿈이 있던 청춘이었을 거라는 생각. 그래서 소주 한 잔을 따라드리며 꿈이 뭐였냐고 묻자 아버지는 말한다. “내 꿈은 파일럿이었다. 지금은 그냥 너희들이 내 꿈이다.”

그 아버지가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한다. “난 이제 와서 파일럿은 못해도, 넌 사고라도 한번 칠 수 있잖아.” 그리고 아들이 흙수저라고 한 그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지 허세 섞인 한 마디를 덧붙인다. “너 흙수저 아니야. 아버지 앞으로 20년은 더 벌거야. 뒤에 아빠가 딱 있으니까 한번 날아봐라. 들이받고 덤비고 깨져도,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봐.”

<쌈마이웨이>는 가진 것 없는 현실이 만들어낸 ‘쌈마이’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청춘들의 부모들 이야기 역시 그 울림이 적지 않다. 족발집 딸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만(안재홍)의 집 사람들에게 설움 받는 딸 백설희(송하윤)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지만 그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주만에게 자신의 딸을 많이 사랑해주라고 부탁하는 설희 엄마가 그렇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무대에 선다는 소식에 한 달음에 달려오는 최애라(김지원)의 딸바보 아빠가 그렇다. 

가진 것 없이 키워서 흙수저가 되어 현실에 나간 자식들 앞에서 이 부모들은 모두 죄인처럼 살아간다. 자신은 꿈을 지워버리고 흙수저 현실을 살아가며 자식만큼은 그 삶을 반복하지 않고 그들의 꿈을 키워가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흙수저라는 말 속에 이미 들어 있듯이 그 굴레는 고스란히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쟁적인 현실은 이제 정년퇴직을 앞둔 부모 세대가 계속 자식들을 위해 취업전선에 나서야 하고, 그 자식들 역시 이렇게 가중된 경쟁 속에서 취업난을 겪는 이중고로 이어지고 있다. <쌈마이웨이>의 고형식이 아들 고동만에게 던지는 격려가 슬프고도 먹먹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우린 모두가 꿈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현실을 알아버리고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 꿈은 이제 아빠, 엄마가 되어간다. 자식들을 대신 꿈이라 치부하며.

Posted by 더키앙

현 시국을 예감한 듯, <낭만닥터>가 정조준한 것들

 

참 이상하죠? 우리 모두가 도윤완이 틀렸다는 걸 아는데, 지금 누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다 아는데, 왜 그는 지금도 저 자리에서 저렇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걸까요?”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돌담병원의 여원장(김홍파)이 툭 던지는 이 말 한 마디는 의외로 현 시국과 중첩되면서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끔 이런 대사를 누군가의 캐릭터를 통해 던질 때마다 문득 문득 놀라게 된다. 이 드라마는 현 시국을 예감이라도 했던 걸까.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돈이 실력이고 부자 엄마가 스펙이고 다 좋은데, 그래도 최소한 양심이 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6중 추돌 사고 에피소드에서 사고를 내고도 부모가 권력자라고 그 치마폭에 숨는 2세에게 윤서정(서현진)이 던지는 이 일갈은 또 어떤가. 현 시국에서 누군가 SNS에 올렸다는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던 그 기가 막힌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가.

 

병사’. 군대에서 구타가 의심되는 환자의 사망진단서에 병사라 적어놓고 주치의인 강동주(유연석)에게 사인을 하라고 내미는 도윤완(최진호) 원장의 그 장면에서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최근 물대포에 맞아 안타깝게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기막힌 사망진단서가 떠오르지 않던가.

 

우리 모두가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잘못된 것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저들은 지금도 저 자리에서 저렇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걸까. 여원장의 토로는 마치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현실을 두고 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어째서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야기들은 그저 드라마가 아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정조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현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드라마 같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낭만닥터 김사부>가 애초부터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조리한 점들을 조목조목 담아내려 작정을 했었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시국은 사실상 우리 사회가 가진 부조리의 총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정조준한 것들의 과녁이 되고 있다.

 

어떻게든 권력으로라도 몰아붙여 김사부(한석규)와 돌담병원을 무너뜨리려는 도윤완 원장의 기도는 신회장(주현)이 깨어남으로 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기 위해 도윤완 원장은 이제 김사부와 강동주를 이간질하기 시작한다. 강동주 부친의 사망과 김사부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

 

이것 역시 탄핵의 사유가 명명백백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거짓 진술과 말 바꾸기로 시간 끌기를 기도하며 마지막까지 상황을 뒤집으려 하는 현 정권을 고스란히 닮았다. 극한으로 몰리자 병원폐쇄를 기도하는 도윤완 원장 같은 이들에게 애초부터 환자나 생명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다만 권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목적일 뿐. 도의나 명분이 없는 그들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물불 안 가리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지키는 것.

 

하지만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일까. 배를 띄우는 것도 가라앉히는 것도 결국은 물이다. 환자나 진정한 의사가 없는 병원이 있을 수 없고 국민 없는 권력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를 통해 조금은 낭만적이지만 뒤틀어진 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일침을 날리는 김사부에게 지지하는 마음을 갖는 건 그래서다. 한 환자의 부름에 의해 지어진 그의 이름처럼, 그는 우리 시대의 사부 역할을 하고 있다.

 

참 이상하죠? 우리 모두가 도윤완이 틀렸다는 걸 아는데, 지금 누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다 아는데, 왜 그는 지금도 저 자리에서 저렇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걸까요?” 여원장의 질문 속에 답이 있다. 이미 우리는 그들이 틀렸다는 걸 알고 있고 또 잘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점점 많은 이들이 그것을 인지하는 것으로 인해 배를 띄우던 물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또 현 시국이 어떤 결말을 낼 것인지는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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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아 좋다, <공항 가는 길>의 감성멜로

 

오랜만에 보는 정통 감성멜로다. 아주 천천히 전개되는 것 같지만 감성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어찌할 도리 없이 넘쳐 흘러내리는 그런 감정의 경험. KBS 새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멜로는 지금껏 드라마들이 첫 회에 폭풍전개를 쏟아 붓는 그런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터트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젖어간다고 할까.

 

'공항 가는 길(사진출처:KBS)'

첫 회 최수아(김하늘)와 말레이시아에 딸 효은(김환희)을 유학 보내며 딸의 룸메이트인 애니의 아빠인 서도우(이상윤)와 얽히는 과정은 그래서 조금은 느슨한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딸들을 해외에 두게 된 부모로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최수아와 서도우가 인연을 갖게 된다는 점은 신선했다.

 

최수아가 노트북으로 화상통화를 할 때, 효은의 노트북에 비춰진 반대편 책상 애니의 노트북을 통해 서도우가 고국을 그리워하는 딸을 위해 한국의 갖가지 풍경들을 담아주는 장면을 보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각각 다른 공간에 놓여 있지만 부모에서 딸들로 또 그 딸들을 위하는 부모들끼리의 마음이 오가는 것이 그 장면에 한꺼번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수제맥주집을 찾았다가 해외에 딸을 보내고 자신이 그런 자리에 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최수아에게 서도우가 전화를 걸어 딸들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위로해주는 장면도 두 사람의 관계가 동병상련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금씩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 최근 드라마들을 보면 마치 조급증에나 걸린 것처럼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첫 회의 기세가 드라마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맥락 없이 남녀가 우연히 만나 그 해프닝이 첫 회에 일찌감치 사랑으로 발전하는 드라마들은 너무 성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마치 이미 정해진 짝짓기 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공항 가는 길>은 그런 점에서 보면 차근차근 진행되어 무리함이 없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이 드라마가 밋밋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첫 회 중반 이후를 지나면서 고국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은 애니가 절망하고 그러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서도우와 그가 애니의 아빠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스튜어디스 최수아는 그래서 드디어 미묘한 관계의 선을 넘기 시작한다.

 

해외에 딸을 보낸 부모의 공감대가 딸을 잃은 아빠, 그것도 그 딸에 대한 애정이 지극했던 아빠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물론 서도우도 최수아도 모두 결혼한 기혼남녀지만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 서도우는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자신이 견디기 힘들다며 딸을 거기 묻어달라고 말하는 아내 김혜원(장희진)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워한다. 최수아는 기장인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사내 연애로 결혼했지만 직업적 특성상 같이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회사에서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예 모른 척 지나치기 일쑤. 서도우와 최수아의 평탄치 않은 결혼생활은 두 사람의 관계를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멜로의 틀을 보이는 것 같지만 <공항 가는 길>은 그 접근 방식이나 인물의 심리 묘사가 디테일해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미 결혼한 사이에서 갖게 되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들이 그저 불륜의 느낌을 준다기보다는 일상에 던져진 파문이나 삶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운명적인 경험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다.

 

가을에, 무엇보다 김하늘이라는 배우와 정말 잘 어울리는 감성 멜로다. 물론 그 감성이 어느 정도의 선까지 나갈 것인가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잔잔한 바다 밑으로 격정적으로 흘러가는 조류들이 뒤엉키듯 그 감정들이 점점이 묻어나는 <공항 가는 길>의 감성 멜로는 의외로 우리를 위로해주는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은 그것이 어떻게 치유되는가에 대한 과정으로 이 감성 멜로가 그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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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유재석도 울컥하게 한 취준생의 현실

 

경찰관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다인양은 말하기 창피하다며 고민을 꺼내기를 꺼려했다. 그 고민은 공부하러 온 건데 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한창 누군가를 사랑할 나이지만 안돼 공부하러 왔으니까라며 짐짓 명랑하게 말하는 다인양의 이야기에 유재석은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지는 듯 했다. ‘좋아하는 감정조차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거기서 본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특집에서 유재석이 고민 상담을 하기 위해 나간 곳은 노량진. 취업준비생들이 다니는 학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유재석이 기다리는 나쁜 기억 지우개천막에 들어온 다인양과 태은양은 너무나 밝았고 또 씩씩했다. 경찰차만 봐도 피가 끓는다고 했고 그 차는 꼭 내가 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고도 했다. 그만큼 경찰관이 되고자하는 그녀들의 꿈은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그 꿈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는 그녀들의 현실은 유재석으로 하여금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만들었다.

 

한창 밝게 웃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나이. 경찰이 되고 싶다는 태은양은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퇴직금 받은 것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힘든 일을 묻는 유재석에게 의식주가 가장 힘들고, 가족 앞에 떳떳하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다는 그녀는 알고 보니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이었다. 미래를 위해 떨어져 지내지만 남편은 꼭 될 거라고 용기를 준다고 했다. 세탁기 돌리다가도 운다며 눈물이 많아졌다 웃으면서 이야기를 건네는 태은양이었지만 그 웃음에는 물기가 가득했다.

 

마음 가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참동안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놓은 다인양은 그 사람과 이제 서로 인사도 안한다며 좋아했던 기억들을 지우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또 방해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모든 게 낯설고 힘들었던 때에 힘과 의지가 됐던 친구이니 어찌 그 좋아했던 기억들을 쉽게 지울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엄마한테 너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웃으며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사람에 대한 감정을 접는다는 건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 어려운 일을 짐짓 밝은 모습으로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그 착한 마음이 유재석에게는 고스란히 느껴졌을 것이다. 결국 마음이 자꾸 간다는 걸 그녀는 지우겠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도 그는 알아차렸다.

 

좋아하는 사람을 잊게 해주세요.’ 다은양이 쓴 지우고픈 기억은 이 한 줄뿐이었지만 그 한 줄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꿈을 위해 감정까지도 참아야 하는 현실을 보며 유재석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취업에 간절하게 만들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는 것조차 감수하고, 심지어 좋아하지만 만나지 않겠다고 결심할 만큼.

 

이런 취준생들의 아픈 현실을 지워주는 지우개는 불가능한 일일까. 그 아픈 현실 속에서도 오히려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을 먹으며 감정조차 포기하는 이 착한 청춘들이 좋은 기억으로만 살 수 있는 현실은 요원한 일일까. 그들이 너무나 밝게 웃으며 이 나쁜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녀들과 함께 웃었지만 유재석이 마음 깊은 곳으로는 결코 웃지 못한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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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여유 뒤에 숨겨진 그들의 부지런함이란

 

웬일일까. 나영석 PD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자주 프로그램에 등장해 이 일 저 일 시키고, 참견하던 <삼시세끼> 정선편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촌편 시즌2의 이 차승원과 유해진은 거의 쉬는 법이 없다. 늘 무엇이든 손에 일을 잡고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할 기세다.

 


'삼시세끼 어촌편2(사진출처:tvN)'

밥 먹고 만재슈퍼에 슬슬 마실을 다녀온 참에 차승원은 본격적으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다. 배추를 썰고 절이고, 무와 부추, 양파 등 야채에 고춧가루와 새우젓, 액젓을 넣어 김칫소를 만든다. 찹쌀풀을 만들어 넣어 걸쭉해진 속을 배추에 일일이 발라주고 장독에 쟁여두자 두고두고 꺼내먹을 김치가 완성된다.

 

그 와중에 유해진은 박형식을 데리고 방파제에 달라붙어 있는 배말을 따고 통발에 잡힌 놀래미를 꺼내온다. 김치를 담그고 난 차승원은 쉬지 않고 저녁을 준비한다. 유해진은 불을 피우고 밥을 안치고 차승원은 유해진이 따온 배말을 넣은 배말 시래기국을 뚝딱 만들어내고 놀래미도 소금과 라임을 뿌려 직화구이로 내놓는다.

 

아침에도 유해진은 눈 뜨자마자 통발을 확인하러 나간다. 수확 없이 그가 돌아오는 동안 차승원은 칼국수를 해먹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미리 해놓는다. 눌은밥에 찌개를 재탕해서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유해진은 갑자기 판대기를 가져와 고양이 벌이를 위한 캣타워를 뚝딱 뚝딱 만들어낸다.

 

물론 방송이 빈 구석 없이 빽빽하게 편집한 탓도 있겠지만 유해진과 차승원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차승원의 일은 끝이 없다. 유해진과 박형식이 바다낚시를 나가고 잠시 다리를 뻗을 법도 한데 그는 살뜰히도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한다. 하다하다 혹여나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올 걸 대비해 칼을 갈아두기도 한다.

 

이렇게 부지런히 일을 하니 나영석 PD로서는 굳이 이런저런 지시나 참견을 할 필요가 없을 터다. 흥미로운 건 티 안 나는 집안 일이 실은 하루 종일 해도 끝이 없다는 사실이다.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러고 보면 차승원고 유해진이 만재도에서 풍족한 저녁을 챙겨먹고 술 한 잔의 여유를 보여줄 수 있는 이유가 드러난다. 하루 종일 이렇게 끊임없이 준비하고 손을 놀려 놓으니 그런 여유도 느낄 수 있는 것.

 

미리미리 밀가루 반죽을 해놓으니 칼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고, 배말을 한 가득 따오니 시원한 배말 시래기국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전날 던져놓은 통발이 아니었다면 박형식이 스테이크 같다며 먹었던 커다란 놀래미 구이도 언감생심이었을 게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이 어디 있나. 그만큼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있기에 그런 여유도 맛보는 것이다.

 

이들의 부지런함을 보며 집 안과 밖에서 늘 무언가를 손에 놓지 않고 계실 부모님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냥 당연히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집이 그런 무수한 손길들에 의해 가능해진 여유라는 것. 바깥양반 참바다 유해진과 안사람 차줌마의 재게도 움직이는 부지런한 모습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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