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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불륜을 통해 가정을 이루는 게 불가능한 까닭

 

"망상에 빠진 건 그 여자가 아니라 나였어. 이제 모든 걸 알아버렸다고. 당신한테 난 지선우 대용품일 뿐이었다는 걸. 그 여자한테나 가."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한소희)은 결국 이태오(박해준)를 떠나며 그렇게 일갈했다. 그리고 이런 여다경의 선택은 결국 벌어질 일이었다. 어쩌면 그의 믿음은 내가 하는 건 불륜이 아닌 로맨스라는 망상 위에 세워진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태오. 나랑 잤어." 지선우(김희애)의 그 한 마디가 촉발시킨 것이지만, 사실 여다경은 늘 불안해했다. 이태오가 아들 준영(전진서) 때문에 지선우와 만나는 것도 왠지 불안했다. 혹여나 그것이 이태오의 지선우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애써 그걸 부인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지선우와는 다르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한 번 깨져버린 신뢰는 노력한다고 해서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다경은 지선우와 잔 게 "사고 같은 것"이었다는 이태오의 변명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침을 차려주고 일하러 나가는 남편은 배웅했다. 하지만 그렇게 금이 간 신뢰는 계속해서 여다경을 흔들었다. 지선우가 아들과 함께 고산을 떠났다는 게 사실인가를 확인하러 일부러 그 집을 찾아갈 정도로.

 

지선우는 결국 여다경을 만나 그가 망상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는 걸 일깨워줬다. 지선우가 쓰던 속옷이나 향수 같은 것들이 자신이 쓰던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다경은 부인했던 현실이 실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지선우는 여다경이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태오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사태는 여다경이 이태오와 불륜을 저지르고 그래서 지선우의 가정을 파괴한 후 자신과 다시 가정을 꾸린 그 지점에서부터 예고된 일이다. 자신은 그것이 로맨스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결국 불륜이었다. 즉 이태오는 그 순간 배우자에 대한 신뢰를 깬 것이고, 그건 여다경이라고 해서 벌어지지 않을 일은 아니었다. 여다경이 늘 가진 불안의 실체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어쩌면 제2의 지선우의 위치에 들어가며 자신은 다를 거라 애써 부정해 왔던 것이니 말이다.

 

<부부의 세계>에서 파경에 이른 여다경과 이태오 부부의 이야기는 그래서 불륜으로 이뤄진 부부의 연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가를 드러낸다. 그건 마치 불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내로남불'하며 자신들은 다를 거라 강변하지만, 작은 틈 하나만으로도 애초부터 존재했던 불신의 그림자는 틈을 비집고 나와 이들을 덮어버린다.

 

<부부의 세계>가 여다경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내려 한 건 불륜이 얼마나 허망한 망상인가 하는 것이다. 그는 사랑이라 여길지 몰라도 그가 사랑한다 믿는 이가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그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여다경이 처음에는 가해자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그 역시 망상의 피해자였다는 걸 드라마는 그 파국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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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김희애, 졸렬한 망언 박해준에게 짜릿한 비수를

 

“남편 때문에요. 바람 폈거든요 이 사람.” 숨 막히게 몰아치는 지선우(김희애)의 반격이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비수처럼 날아가 남편 이태오(박해준)와 그와 바람을 핀 여다경(한소희) 그리고 그 부모들인 여병규(이경영), 엄효정(김선경)의 가슴에 꽂혔다. “임신한 거 부모님은 아직 모르시나봐 다경씨?” 그 말에 여다경이 무너졌고, “이 댁 따님이요. 내 남편이랑 바람펴서 임신했다구요. 회장님은 그것도 모르고 거액을 투자하신 거구요.”라는 말에 그의 부모님은 얼어붙었다.

 

애써 부인하는 이태오의 졸렬한 모습에 여다경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 지선우는 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독설을 퍼부었다. “봤지? 끝까지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 그게 바로 이태오란 남자야. 네가 좋아서 물고 빨고 했던 게 겨우 저런 놈이라구.” 그래도 딸이라고 입조심하라며 화를 내는 여병규에게도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당신 딸부터 조심시켰어야죠. 남의 남편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한테 함부로 껄떡대면 안 된다. 암만 몸이 달았어도 남의 가정 파탄내는 건 나쁜 년들이나 하는 짓이다.”

 

단 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순식간에 공기를 바꿔놓았다. 남편의 불륜과 그걸 알면서도 묵인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에 절망하던 지선우였다. 게다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미행하게 했던 민현서(심은우)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박인규(이학주)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지선우를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또 남편의 재정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또 홧김에 맞불륜을 저질렀던 남편 친구 손제혁(김영민)이 집까지 찾아와 은근히 그를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남편의 불륜 동영상을 우연히 찍은 파일을 줬던 환자 하동식(김종태)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무너지는 그 순간들을 겪은 지선우지만 그는 결코 거기서 무너지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민현서로부터 여다경이 집으로 들어갔다며 이제 남편과의 불륜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선우는 그걸로 이 일을 덮고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 공원에 앉아 차분히 그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리하고 그는 결심했다. 자신이 받은 것만큼 고스란히 돌려주겠다는 것. 더 이상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것. 그래서 여병규의 집을 찾아가 낱낱이 불륜 사실들을 폭로해버렸다.

 

지선우의 이런 과감하고 도발적인 선택은 지금껏 많은 불륜을 소재로 했던 우리네 드라마들이 보여줬던 것들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대부분의 불륜 소재 드라마에서는 피해자가 눈물 흘리고 힘겨워 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혼자 떠나거나 헤어지는 것 정도가 그 대처하는 모습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는 이처럼 피하는 모습이 아닌 정면으로 부딪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태오는 지난 번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는 망언에 이어 또 한 번의 망언을 던진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가족까지 버릴 생각은 없었어.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그 망언에 지선우는 허탈해졌다. 그걸 ‘사랑’이라 부르는 남편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선우는 자신이 저지른 맞불륜을 털어놓는다. “나 제혁씨랑 잤어.” 그러면서 처음엔 복수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하다 보니 짜릿하더라”는 비수를 던진다. 그런 짓이 결코 사랑일 수 없다는 걸 말하는 대목이었다.

 

<부부의 세계>가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그간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그려온 답답한 전개와는 사뭇 다른 속도감과 치고받는 난타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 휘발되지 않게 되는 건, 지선우라는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심리를 담아내고 무엇보다 그의 대처방식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는 것으로 그려진다는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와 메시지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피해자만이 감수하곤 했던 아픔을 가해자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그 선택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통념이니 성차별 같은 것들이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든 현실이 존재한다. 시청자들은 지선우의 선택을 통해 그 잘못된 현실을 뒤집는 통쾌함을 느끼고 있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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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김희애, 저질 밑바닥 박해준에게 살벌한 저주를

 

바닥 중에서도 이런 바닥이 없다. 아내 몰래 오래도록 바람을 피우고 친구들도 속이게 만든 것도 모자라, 집을 담보로 심지어 아들의 보험까지 건드려 빼낸 돈으로 내연녀의 명품 가방을 사주는 그런 인간. 게다가 어머니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상주가 되었지만, 상가에서조차 내연녀와 몰래 차 속에서 밀회를 나누는 그런 바닥 중의 바닥이 바로 이태오(박해준)의 실체였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이런 남편의 실체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무너져가던 아내 지선우(김희애)가 아들 때문에 갈등하던 마음을 다잡고 복수를 결심하는 과정을 담았다. 단지 다른 내연녀와 불륜을 맺었다는 사실보다 그를 더 아프게 하는 건 그를 속였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심지어 사랑까지도.

 

지선우에게 이태오가 프러포즈할 때 차에서 흘러나오던 스팅의 ‘My one and only one’은 상가 주차장에서 이태오가 몰래 밀회를 나누는 내연녀의 차에서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노래 속 ‘only one’은 거짓이었다. 지선우에서 내연녀 여다경(한소희)을 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태오는 여다경과 빨리 정리하라는 설명숙(채국희)에게 뻔뻔하게도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고 말했다.

 

<부부의 세계>는 지선우가 겪는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서 시청자들을 온전히 그의 입장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이태오의 그 이중적인 면면들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무너지고 분노하는 지선우와 똑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갖는 분노감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건 이런 관점과 그 관점을 제대로 증폭해 보여주고 있는 김희애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 덕분이다.

 

여기에 지선우의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든 건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이태오의 어머니다. 그가 이미 이태오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들을 두둔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마저 공분하게 만들었다. 그 역시 남편의 불륜을 겪었던 인물이었지만 자기 아들만 생각하는 모습 때문이다. “자식 앞날 생각해 용서하고 살라”는 그에게 지선우는 선언한다. “이혼할 겁니다. 빈털터리로 쫓아낼 거구요. 이 동네 다시는 발도 못 붙이게 만들 겁니다. 준영이 영원히 못볼 거예요.”

 

하지만 이태오의 어머니는 그 불륜이 지선우의 탓이라는 몰상식한 말을 던진다. “바늘 끝 하나 안 들어가는 너랑 사느라 내 아들도 고단했다. 오죽하면 그래. 네가 숨 쉴 틈만 줬어도 한 눈 안 팔았어.” 그 장면에서 지선우가 이태오의 어머니와 눈을 맞추고 던지는 저주들은 마치 살벌한 스릴러의 한 대목처럼 그려진다.

 

밑바닥을 보여주는 이태오와 그 사실을 알고 절망하는 지선우를 더더욱 분노하게 하는 그 주변사람들. 책방에서 우연히 만나 팽팽한 대결구도를 보여주는 지선우와 여다경. 그리고 이제 이혼을 결심하고 이태오에 복수하기 위해 민현서(심은우)를 여다경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지선우... 이 일련의 과정들은 이제 복수극의 서막이 올랐다는 걸 말해준다. 제목은 <부부의 세계>지만 그 어떤 스릴러보다 팽팽한 긴장감과 폭발력을 보여줄 지선우의 복수가 갈수록 기대된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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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기관차 같은 ‘부부의 세계’, 우리가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정체

 

어딘가 심상찮은 반응이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19금에도 불구하고 2회 만에 9.9%(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1회 시청률 6.2%로 JTBC 역대 첫방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만들고 있는 것. 두 자릿수 시청률은 기정사실이고, 과연 이런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2회 만에 이런 몰입감을 만들어낸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건 지선우(김희애)의 완벽하다 믿었던 세계가 거짓투성이였다는 게 밝혀지며 여지없이 부서지는 이야기가 만들어낸 파괴력 덕분이다. 단 하나의 사랑을 약속했던 남편 이태오(박해준)는 끝까지 거짓말을 했고, 그의 친구들과 자신이 절친이라 믿었던 설명숙(채국희) 같은 병원 동료까지 그 거짓을 도왔다.

 

워낙 불륜 소재가 드라마에 많이 등장해서인지 그 자체로는 이제 식상하게조차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는 불륜 그 자체보다 이것을 자신만 모르게 모두가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첫 회만으로는 어째서 이태오의 동창 손제혁(김영민)이나 그의 아내 고예림(박선영), 그리고 지선우의 회사 동료이자 절친이었던 설명숙 그리고 이태오의 비서 장미연(조아라)까지 이 배신에 가담했는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2회를 통해 이들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손제혁은 이태오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아내가 있는 데도 성적 농담을 공공연히 던질 정도로 성 윤리가 없는 인물인데다 이태오에게 무슨 일인지 마음의 앙금을 갖고 있었다. 또한 설명숙은 혼자 살아가며 선우를 위하는 척 걱정하는 척 했지만 알고 보면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이태오의 불륜을 알면서도 숨기며, 스스로 완벽하게 살아간다 여기는 지선우의 삶을 비웃듯 즐기고 있었던 것.

 

<부부의 세계>는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지선우가 알게 되고 심지어 설명숙에게 “행동거지 똑바로 하라”고 엄포를 놓는 장면을 2회도 되지 않아 전개시켰다. 흔한 불륜 코드 드라마들이 그 사실을 알아채고 또 그걸 드러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질질 끄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 전개다. <부부의 세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설명숙을 이용해 이태오에게 불륜녀인 여다경(한소희)의 임신 소식을 전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이제 거꾸로 이 모든 사실을 안 지선우가 자신을 속인 이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역전된 상황을 연출하는 것.

 

흥미로운 건 환자로 신경안정제 처방전을 얻기 위해 내원했던 민현서(심은우)와 지선우가 어떤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그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사실이다. 처음 봤을 때 지선우는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민현서를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처럼 여기며 선을 그었지만, 자신의 처지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는 그에게 남편의 불륜 정황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처방전을 내주겠다는 조건으로 그에게 이태오를 미행하게 하고 결국 그 불륜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지선우는 답답한 마음에 술 한 잔 하러 민현서를 찾았다가 마침 폭행을 당하고 있는 그를 구해준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지선우와 민현서가 진심을 나누는 사이로 변해가는 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건 지선우가 생각했던 익숙하고 완벽해 보이던 세계의 위선을, 민현서라는 낯선 세계의 인물과의 새로운 관계와 대비하려는 의도다.

 

시청자들은 저들의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이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는 걸 위태롭고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설명숙이 속내를 숨긴 채 그 위선적 세계를 즐기듯 들여다보는 악취미에 어떤 분노를 느끼면서도, 민현서처럼 솔직하게 그 위선을 지선우에게 말하는 인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갖게 되는 것.

 

<부부의 세계>는 지선우를 둘러싼 위선과 진실이 밝혀지고, 설명숙 같은 그간 절친으로 여겼던 인물 대신 동지적 관계를 갖게 된 민현서 같은 인물과의 새로운 공조를 단 2회 만에 전개시켰다. 이런 빠르고 거침없는 전개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만일 이 폭주기관차 같은 속도의 전개와 그 속에서 변화하는 관계들의 부딪침과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부부의 세계>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게 치솟지 않을까 싶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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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진짜 소중한 걸 잃어버린 이상윤

 

“한 순간의 감정으로 한 세상을 잃었어. 네가 뭘 잃었는지 몰라?” SBS 월화드라마 <VIP>에서 박성준(이상윤)의 엄마 한숙영(정애리)은 그렇게 말한다. 아들이 부사장의 딸 하유리(표예진)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걸 털어놓자, 한숙영은 그런 일이 아들에게 또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자신 역시 내연녀로서 아들을 낳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한 때의 엇나간 욕망이 어떤 불행한 결과를 만드는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성준은 과연 하유리를 사랑했던 것일까.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이자 자기연민이었다는 건 아내 나정선(장나라)이 행사 도중 사고로 다쳤을 때 단박에 드러난다. 나정선이 쓰러지자 그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놀라 행사도 뒤로 한 채 하유리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를 병원으로 옮겼고, 꼬박 나정선을 지켰다. 그는 순간 알았을 게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지고 있는지를.

 

하유리 역시 조금씩 흔들린다. 박성준과의 부적절한 만남이 점점 힘겨워지고 그가 여전히 나정선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 사고를 통해 확인하고 더더욱 흔들린다. 게다가 행사 중 VIP 중 한 남자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걸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과연 박성준의 이런 행동과 하유리의 이런 흔들림이 말해주는 건 뭘까. 이들은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 어쩌면 자기연민에 빠져 그걸 사랑이라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VIP>는 이러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일의 세계에서의 진정한 성공 또한 묻는다. 박성준은 하재웅 부사장(박성근)의 내연녀들과 차명계좌를 관리하면서 그 인맥으로 이사 자리까지 오르지만 그것은 과연 진정한 성공이었을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노력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사내 정치와 인맥을 통해 갖게 된 자리. 그것 역시 그의 허망한 욕망에 불과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사랑과 성공에 대해 던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평범하지만 저마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제시된다. 부모덕에 명품으로 치장하며 살아왔지만 사업이 망한 후 명품들을 모두 처분하고 옥탑방으로 이사 오게 된 이현아(이청아)는 그런 자신을 한 걸음 뒤에서 이해하고 응원하는 차진호(정준원)를 만나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는 과거 성공에 목말라하다 배도일(장혁진)에게 성추행당할 뻔한 일을 겪지만, 이를 폭로하고 새 삶을 선택한다.

 

육아 때문에 번번이 휴직을 하다 만년사원이 된 송미나(곽선영)는 어떻게든 승진하기 위해 배도일의 엇나간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그건 오히려 그를 더 힘겨운 늪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남편 이병훈(이재원)은 아내를 위해 진짜 남편 역할을 함으로써 관계는 회복된다. 성공은 아니지만 그들은 사랑으로 행복해진다.

 

VIP라는 수직적 세계에서 저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그 욕망이 저들의 삶을 뿌리째 쥐고 있지만 저들은 그것이 사랑이자 성공이라고 착각한다. 보통의 샐러리맨들도 그 세계로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고, 그렇게 되면 막연한 사랑이나 성공까지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허망한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박성준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신의 진짜 소중한 ‘세상’을 잃어버린다.

 

“네가 처음 정선이 데리고 왔을 때 참 다행이다 싶었어. 정선이가 바르고 고운 아이라 그렇긴 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어. 그 애가 너의 세상이 되어준 것 같아 그래서 그랬어. 이 아이라면 네가 나처럼 허공에 뜬 삶이 아니라 땅에 제대로 뿌리박고 살 수 있겠다 싶어서 그게 참 좋았어.” 한숙영의 이 말은 박성준이 하고 있는 사랑이니 성공이니 하는 것들이 그저 허망한 신기루라는 걸 잘 말해준다. 저 멀리 있는 VIP라는 막연한 신기루를 향하는 삶. 정적 가까이 있는 진짜 VIP는 못 보는 바보 같은 삶.(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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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불륜만큼 장나라를 힘겹게 하는 서열 사회의 갑질

 

SBS 월화드라마 <VIP>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자신의 생일에 알파카가 보고 싶다고 말하면 그런 곳이 척척 섭외되어 하루를 온전히 원하는 대로 지낼 수 있는 VIP와 그 아이의 세계. 다른 하나는 그 말 한 마디에 알파카 농장을 찾아내고 그 곳에 VIP와 아이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갖가지 세심한 준비를 하는 세계. 그 전담팀의 에이스인 이현아(이청아)의 말대로 VIP의 아이는 시키는 것도 창의적이다.

 

나정선(장나라)은 아이를 사산하고 그 충격으로 오랜 나날을 지냈지만, 그 와중에도 성운백화점 VIP 전담팀에 출근해 일을 했다. 그 일에는 VIP 자녀의 생일을 위해 알파카 농장을 찾아내고 온전히 그 아이를 위해 하루를 챙기는 일도 있었으리라. 아이를 잃은 고통을 갖고도 그는 VIP의 아이를 위해 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이 두 세계가 갖고 있는 룰이다.

 

VIP의 자녀들은 이렇게 전담팀이 나서서 생일까지 챙겨주지만 전담팀의 송미나(곽선영)는 두 명의 아이를 돌보는 육아 때문에 번번이 휴직을 하는 바람에 승진하지 못하고 여전히 사원이다. 그러다 덜컥 셋째 아이까지 갖게 되자 송미나는 아이를 지울 결심까지 한다. 물론 실행에 옮기진 못하지만 그의 절실함은 심지어 배도일(장혁진) 이사의 검은 제안까지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재웅 부사장(박성근)을 끌어내리려는 배도일은 송미나의 이런 절실함을 이용한다. 그래서 일부러 행사 중 하재웅 부사장의 숨겨진 딸인 온유리(표예진)가 하재웅의 아내 이명은(전혜진)에게 모욕을 당하는 장면을 찍어 배도일에게 넘긴다. 하지만 오히려 하재웅이 온유리를 숨겨진 딸이라 밝힘으로써 상황이 역전되고 위기에 처한 배도일은 송미나에게 전담팀의 스파이 역할을 계속 시키려 한다.

 

배도일은 공모자로 송미나를 끌어들이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하려 하지만, 그걸 목격한 송미나의 남편 이병훈(이재원)은 배도일을 어쩌지 못한다. 전담팀에게는 고객으로서의 VIP도 있지만, 회사 조직에서 결코 대항할 수 없는 VIP들도 있다. 송미나는 배도일이 자신을 회사에서 쫓겨나게 할 수 있다는 으름장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 성추행 현장을 목격한 남편조차 말리는 아내 때문에 분풀이조차 하지 못한다. 이것이 두 세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방식이다.

 

나정선은 남편 박성준(이상윤)이 온유리와 불륜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사실을 온유리의 아버지인 하재웅 부사장에게 폭로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다. 하재웅은 박성준과 딸이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일을 덮으려 한다. 그러니 나정선만 힘겨운 상황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하재웅은 전담팀에 갓 들어온 온유리에게 나정선을 포함한 팀원들을 ‘밑엣 사람’이라 칭하기도 한다. 온유리는 갓 들어온 팀원이 아니라 VIP의 자녀가 된다. 나정선은 아마도 불륜만큼 이 서열구조가 더 괴롭지 않았을까.

 

<VIP>가 담고 있는 두 개의 세계는 어떤 인간적인 관계에 의해 굴러가지 않는다. 그건 단지 돈과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또 그런 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서열이 나눠지고 그 역할이 구분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모양이다. VIP 전담팀이라는 비정상적인 조직 자체가 그걸 말해준다. 그러니 저들이 가진 여유만큼 우리들은 숨이 턱턱 막힌다.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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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이상윤의 구토에 담긴 의미는 뭘까

 

박성준(이상윤)이 누군가에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나러 간다. 어느 카페 박성준이 어떤 여자와 마주하고 있는 그 상황은 SBS 월화드라마 <VIP>가 지금껏 궁금하게 만들었던 불륜녀의 정체를 드러낼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그 낯선 여자에게 박성준은 봉투를 꺼내 내민다. “부사장님이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십니다.” 그 말은 박성준이 부사장의 내연녀들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다른 여자가 생긴 게 아니냐며 자신은 헤어질 수 없다는 내연녀에게 박성준은 “부모님은 모르시게 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은근히 협박하고, 결국 내연녀는 비밀유지서약서에 사인한다. 카페 밖에서 내연녀를 보내고, 박성준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구토를 참지 못한다. 골목으로 달려가 토악질을 해댄다.

 

그의 구토에는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일까. 아니 그는 왜 구역질을 느낀 걸까. 그건 자신이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환멸과 자괴감, 분노 같은 것들이 뒤섞여 생겨난 구토일 게다. 회사 일이 아니라 회사 상사의 더러운 뒤까지 닦아주며 살아내야 하는 자신이 못내 참기 힘들었을 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VIP>가 지금껏 그려온 이야기가 박성준 자신의 불륜 사실과 그와 관계한 불륜녀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들이다. 타인의 불륜을 처리해주며 구토감을 느낄 정도의 인물이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게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의심하게 된다. 박성준은 과연 불륜을 저질렀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불륜을 관리해주다 앙심을 품은 이에 의해 그런 문자까지 아내가 받게 만든 것일까.

 

비밀유지서약서가 버젓이 등장한다는 건, 이 VIP와 그를 보좌하는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어떤 일들에도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제조건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과연 박성준은 자신의 불륜이 아니면서도 VIP와의 관계 때문에 아내에게조차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내 나정선(장나라)에게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문자가 왔고, 그것이 바로 나정선의 자리에서 보내졌다는 걸 알고는 박성준이 그 날의 CCTV 자료를 빼간 것도 너무 깔끔한 일처리가 오히려 눈에 띈다. 그것 역시 VIP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조처가 아니었나 의심될 정도로.

 

물론 이건 추정일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 흐름 상 박성준이 불륜남이 아닐 거라는 심증이 자꾸만 생겨난다. VIP 전담팀을 굳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삼고 같은 사무실에 남편 박성준과 아내 나정선을 나란히 세워놓은 건 그들이 하는 일(VIP를 관리해주는 일)과 그들의 사적인 삶이 겹쳐졌을 때 어떤 파장을 만들어내는가를 보기 위해서다. VIP이기 때문에 불륜이 용인되고, 심지어 그걸 관리해주는 박성준은 그런 일이 실상 VIP 전담팀이라는 그럴 듯한 부서가 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심지어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정선과의 관계에도 조금씩 균열을 만들어낸다. 나정선 또한 그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문자 하나가 만들어낸 작은 균열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함께 그 일을 하는 동료들을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만든다. 만일 박성준이 불륜이 아니었고 그것이 VIP를 관리하는 일의 하나였다는 게 사실이라면 나정선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국 핵심은 무엇이 VIP라는 존재들에 이토록 윤리와 도덕 바깥으로 나가도 관리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그건 결국 VIP들을 위해 발급된다는 카드에 붙어 있는 번호표가 그들의 서열이 되는 것처럼, 돈이 만들어내는 힘이다. 자본주의 세상 깊숙이 들어와 살다보니 돈에 의해 서열이 나뉘고 심지어 비윤리적인 것까지 관리되고 용인되는 VIP의 세계를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세계가 참으로 기이하고 부조리하다는 걸 ‘불륜’이라는 코드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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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장나라 앞에 놓인 진실, 볼 것인가 덮을 것인가

 

빨간 약을 먹을 것인가 파란 약을 먹을 것인가. 영화 <매트릭스>에 나온 이 유명한 장면은 철학적 논제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믿던 세계에 안주할 것인가. SBS 월화드라마 <VIP>에 이 소재가 등장했다. 성운백화점의 사활이 걸린 보석상 티포네를 이끄는 VIP 다니엘(이기찬)이 기습방문하고, 그와 연인 리아(김소이)를 맞게 된 나정선(장나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파란 약을 먹으면 믿고 싶은 세계에 남을 수 있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 수 있죠.” 나정선과 온유리(표예진)를 초대해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한쪽에 켜져 있는 TV에서 나오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빨간 약, 파란 약 이야기가 테이블에 올랐다. 잠시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 차에 우연히 나정선이 엿듣게 된 리아의 통화내용 때문이었다. “다니엘한텐 전문 CEO 체제로 가자고 얘기할 거야. 그럼 그 때 날 CEO로 올려주면 돼. 그래. 내가 CEO가 되면 티포네를 매각할 거야. 작업 마무리 되면 알려줘.”

 

리아가 연인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다니엘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정선이 나서려 하는 걸 다니엘이 막아서며 그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이미 리아가 그런 마음을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리아가 그만큼 절실했다. 그래서 그 진실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 식사자리에서 나정선과 다니엘은 <매트릭스>의 빨간 약 파란 약 이야기를 빗대 진실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꺼내놓는다.

 

“전 이 영화보고 주인공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란 약을 먹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다니엘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세계에 안주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고 보면 그가 거울 공포증을 갖고 있어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쓰러진 것도 그의 이런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나정선은 그런 다니엘에게 말한다. “저도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뭐가 더 나쁜 걸까. 진실을 모르고 사는 삶을 과연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VIP와의 자리라는 걸 깜박 잊어먹은 듯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거기에는 아마도 자기가 현재 처한 상황이 이를 부추겼을 게다.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애써 덮으려 하지 않았던가.

 

리아는 이 문제가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라며 “원하는 게 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그러자 옆에서 듣고만 있던 온유리가 “원하는 걸 가지면 괜찮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이들은 영화의 소재를 통해 타인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애써 자신에게 맞는 논리와 명분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

 

하지만 남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 그토록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나정선에게도, 정작 자신에게 그 질문이 던져지자 혼란스러워진다. “정선씬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 어떤 걸 택할 것 같아요?”라고 묻자 “전 잘 모르겠어요. 근데 현실에 파란 약이 과연 존재할까요? 현실에서 진실은 결국 드러나잖아요.”라고 답한 것.

 

이 짧은 장면은 <VIP>가 담으려는 많은 이야기들을 잘 드러낸다. 그건 진실을 마주하느냐 아니면 외면하느냐의 이야기이고, 그것이 불륜 같은 사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나아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과연 나정선은 자신이 처한 불륜의 진실, 나아가 이 현실이 갖고 있는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사적인 이야기와 사회적인 이야기가 기묘하게 엮어져 있는 <VIP>의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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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이청아의 시선으로 보니 또 달라지는 흥미로운 관점

 

도대체 불륜녀는 누구인가. SBS 월화드라마 <VIP>가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박성준(이상윤)을 의심케 하는 불륜의 대상이 누군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소위 말하는 불륜드라마라는 건 아니다. 결국 하려는 이야기는 이들이 일하는 백화점 VIP 전담팀으로 대변되는 돈과 서열에 의해 굴러가는 우리네 사회이고, 거기서 나정선(장나라), 이현아(이청아), 송미나(곽선영) 그리고 온유리(표예진) 같은 여성들이 겪어내고 이겨내야 하는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들을 좀 더 집중하게 만들고 섬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만들어진 ‘불륜’이라는 장치는 중요하다. 바로 이 장치를 통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가는 줄 알았던 나정선이 어느 날 받은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문자 한 통에 의해 새삼 주변 사람들을 살피게 되는 건, 이 불륜이라는 장치가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

 

나정선은 그래서 오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현아를 의심하고, 워킹맘으로 고군분투하다 승진에서 누락되어 어떻게든 승진하려 애쓰는 미나를 의심하며, 소파승진 소문이 나도는 새롭게 팀원으로 들어온 온유리를 의심한다. 그렇지만 나정선의 의심(이건 시청자들의 의심 그대로다)은 번번이 엇나간다. 현아가 그 불륜녀일 거라 의심했지만 그가 아니라는 게 금세 드러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대신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나정선의 시선을 따라 VIP전담팀이 새롭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VIP를 위한 최고의 응대는 때론 그들의 불륜도 용인하는 것들이다. 심지어 그것이 알려지는 걸 막아주는 일도 그들의 일이다. 그것을 일로서 받아들일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그것이 막상 자신의 일로 다가온 나정선은 혼돈에 빠져버린다. 돈과 지위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심지어 도덕적 잣대조차 무색하게 받아 들여왔지만, 그런 불륜이 자신의 문제가 되어버리자 모든 게 엇나가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건 배우자의 불륜 때문에 겪는 아픔을 경험하고 그 대상자를 찾는 시선을 통해 <VIP>가 그려내려는 우리네 세상의 부조리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나정선의 시선으로 VIP전담팀을 새삼 들여다보던 그 관점이 슬그머니 이현아의 시선으로 옮겨간다는 점이다. 나정선이 이현아에게 남편인 박성준에게 여자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현아 역시 사무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는 밤 늦게 사무실에서 박성준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걸 목격하고, 그 대상이 송미나였는지 혹은 온유리였는지 궁금해진다.

 

이현아의 시선으로 바뀌자 <VIP>의 색깔은 훨씬 더 시원시원한 걸크러시의 느낌으로 바뀐다. 나정선이 이런 불륜의 문제조차 덮어버리고 감수하려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시청자들 역시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늘 거침없고 당당한 이현아는 이런 문제를 두고 전전긍긍하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도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나정선이 문 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고민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인물이라면, 이현아는 달려가서라도 그 문을 활짝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려는 인물이다.

 

이현아의 시선으로 본 VIP전담팀의 풍경이 다르게 느껴지는 건, 그가 부족한 것 없이 살아왔지만 지금은 사업을 실패한 엄마 때문에 모텔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으로 떨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회사에 보관되어 있는 VIP들의 물건들에 손을 댔다 박성준에게 들킨다. 부족함 없이 살 때는 그토록 당당했던 그의 모습은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바닥을 드러낸다. 그는 이렇게 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걸 체감한다. 그러니 이런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VIP전담팀의 풍경이 나정선과 같을 리가 없다. 그는 돈으로 굴러가는 현실의 시스템을 절감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싶은 그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의심한다.

 

<VIP>가 흥미로운 건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다. 물론 전면에 등장해 있는 불륜 코드와 누가 불륜녀인가를 의심하고 추리해가는 과정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는 동인이 되긴 하지만, 그로 인해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는 현실이 실제 이 드라마가 드러내려는 목적이다. 나정선의 시각에서 이현아의 시선으로 옮겨지고 또 다른 인물로 옮겨가면서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는 현실. 그 입체적인 관점을 통해 <VIP>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허위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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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VIP' 반응, 불륜을 통해 담아내는 사회적 의미

 

SBS 월화드라마 <VIP>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청률도 그렇지만, 이 작품이 단지 불륜만은 아니라는 징후들이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상황도 그렇다. 사실 불륜을 소재로 한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륜 드라마’가 되는 건 아니다. 불륜을 소재로 담으면서도 그것을 통해 색다른 사회문제나 의미를 가진 드라마들 역시 존재했기 때문이다.

 

<VIP>는 분명 초반 불륜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느 날 갑자기 나정선(장나라)에게 온 문자 하나가 그 시작점이었다.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문자. 그 후 나정선은 남편 박성준(이상윤)을 의심하고 그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려 하기도 하고 그 뒤를 따라가기도 한다. 또 그 ‘여자’가 누구인가 사무실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을 하나둘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발각된 박성준은 나정선의 의심이 사실이라고 털어놓고 평생 사죄하며 살겠다고 하고, 고통스럽지만 나정선 역시 용서하려 노력해보겠다 말한다.

 

이런 전면에 드러난 스토리만을 두고 보면 <VIP>는 불륜을 다룬 드라마가 맞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불륜 소재만을 자극적으로 펼쳐놓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건, 나정선과 박성준을 부부이면서 한 팀의 팀장과 차장으로 구성해놓고 있는 점이나, 또 그 팀이 다름 아닌 백화점 VIP를 전담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어째서 이 드라마는 VIP 전담팀이라는 구체적인 직업의 세계를 가져왔고 그 팀에 부부가 팀장과 차장으로 있는 설정을 해놓은 걸까.

 

그건 우리네 관계가 공과 사를 구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것이 구분되지 않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나정선과 박성준이 어느 VIP 고객과 자연스런 인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사적인 부부의 저녁을 가장해 앉아 있을 때, 그 고객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불륜을 맺고 있다는 걸 발견한 부부의 시선은 애매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하는 공적인 일은 VIP들을 케어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들의 사적인 불륜 같은 것들조차 숨기고 감춰주는 것이 그들의 일이 된다.

 

그래서 공적인 일로서는 그걸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사적으로 들여다보면 용납하기 어려운 불륜일 뿐이다. 이미 박성준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나정선은 그래서 그 VIP의 불륜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다. 저들의 불륜은 넘어가면서 내게 닥친 불륜을 넘어갈 수 없게 만드는 차이는 그것이 내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돈으로 얽혀져 있어 불륜마저 그 힘에 의해 덮여지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위계 구조가 들어가 있다.

 

이런 일들은 이 VIP 전담팀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에게 모두 발생하고 있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온유리(표예진)는 하재웅 부사장(박성근)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가난을 넘어서려 하는 인물이다. 공적인 위치를 사적인 관계를 통해 넘어서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 이현아(이청아)는 정선과 입사동기이고 친구였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휴직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와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 역시 무언가 회사 내 위계구조 안에서 일을 겪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이 정선과의 사적인 관계 또한 바꿔놓고 있는 것.

 

송미나(곽선영)는 육아 때문에 회사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워킹맘으로 사적인 문제로 공적인 위치에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회사에서 승진해 정당한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하지만 두 아이를 낳으며 육아휴직을 하면서 승진이 누락되어 6년째 사원이다. 훨씬 더 절실해진 그는 그래서 공적 관계를 넘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할 것처럼 위태롭게 보인다. 결국 그는 집을 나가겠다 선언한다.

 

VIP 전담팀을 굳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설정한 건, 이런 돈과 지위로 결정되는 위계가 심지어 윤리적인 부분까지 넘어서는 걸 가장 잘 극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VIP라는 이유로 저들은 군림하고 뭐든 하대하며 누리려 한다. 저들은 선을 넘는 일조차 당연하듯 행하고 거기에 죄책감도 별로 느끼지 않지만, 이들을 대하는 전담팀은 다르다. 그들은 VIP를 응대하는 일이 자신의 업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저들을 목격한 이들의 삶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VIP>는 그래서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건드린다. 그건 우리가 그간 별로 의심하지 않고 살아왔던 우리네 사회의 위계구조다. 돈 있는 이들이 결국 VIP로 불리고 군림하는 사회. 하지만 VIP의 의미 그대로 진정으로 ‘아주 중요한 사람’이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 이런 부분들을 이 드라마가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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