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이승기의 액션만으로도 꽉 찬 한 시간

 

이미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그 기대감만큼 불안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여러 차례 국내 드라마들이 이른바 ‘액션 블록버스터’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이 실패했던 전적들이 있어서다. <로비스트(2007)>, <태양을 삼켜라(2009)>,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2010)>, <도망자PLAN B(2010)>, <아이리스2(2013)> 그리고 비교적 최근작인 <THE K2(2016)>까지. 이들 이른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내세웠던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그만한 결과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러니 250억이 투입된 액션 블록버스터 <배가본드>에 대한 우려가 생길 밖에.

 

하지만 첫 회만 보면 <배가본드>는 꽤 성공적인 액션 블록버스터가 될 거라는 예감이다. 일단 먼저 눈에 띄는 게 주인공 차달건 역할을 연기하는 이승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다. 액션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이승기는 모로코 현지에서 테러범과 마주해 보여준 격투신과 추격 신을 통해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도망치는 테러범을 뒤쫓는 파쿠르 액션은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건물 꼭대기에서 달리는 차 위로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그 차에 매달려 가다 차 안으로 들어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결코 쉬운 액션이 아니었다. 유인식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특히 고생했다”며 “안전한 장면에선 직접 연기를 했는데,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신, 차에 매달려 가는 신에선 이승기가 직접 연기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배가본드>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명쾌하다. 유도, 주짓수, 검도, 복싱 등등 종합무술 18단의 유단자로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며 무술감독을 꿈꾸던 차달건이 조카가 탄 여객기 추락사고의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 여기에 국정원 요원인 고해리(배수지)가 함께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국방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단순명쾌한 구도지만, 그렇기 때문에 몰입이 쉽다. 유일한 가족 조카의 죽음이 만들어내는 차달건의 확실한 동기가 있고, 비행기 사고로 위장된 무기업자들의 테러가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에서 고해리 같은 요원의 동기까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그래서 이 단순명쾌한 이야기를 어떻게 실감나게 보여줄 것인가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까지 장영철, 정경순 작가와 합을 맞춰왔고 <미세스캅>과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작품으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인식 감독은 <배가본드>의 실감나는 액션 연출로 확실한 볼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차달건의 캐릭터를 짧게 보여주는 갖가지 스턴트 액션으로 이 작품이 가진 볼거리의 예열을 했다면, 비행기 추락 신에서부터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장면들이 촘촘히 채워졌다.

 

금요일 저녁이라는 시간대에 복잡한 스토리보다는 시원한 액션과 볼거리로 채워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건 이미 이 시간대에 처음 편성되어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던 <열혈사제>가 입증한 바 있다. 만일 첫 회 같은 밀도의 볼거리들을 꽉꽉 채워 보여줄 수 있다면 <배가본드>는 어쩌면 <열혈사제>의 성공을 재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배가본드>는 이 압도적인 몰입감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승기의 액션만으로도 한 시간을 꽉 채워준 <배가본드>가 만일 성공사례로 만들어진다면 우리에게도 이제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더 이상 실패의 늪이 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줄 수 있을 게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갖게 된 볼거리에 대한 욕망 또한 영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도.(사진:SBS)

‘로비스트’가 가진 묘미와 딜레마

일주일 내내 사극이 방영되는 요즘, 현대물로서 ‘로비스트’의 가치는 오히려 더욱 빛난다. 실제로 매번 과거의 역사 속 드라마들의 시간대를 보다보면 늘 같은 밥상에 물리듯 싫증도 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로비스트’는 입맛을 돋워주는 별미 같은 드라마가 된다. 무엇보다도 보는 맛이 일품인 드라마다. 그 색다른 코스요리는 먼저 스케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보는 맛이 일품인 드라마
드라마들이 국내의 가정집들을 오가고, 기껏해야 지방 정도의 공간을 이동하던 것에 비하면 ‘로비스트’는 스케일이 큰 드라마다. 해외로케를 한 드라마들은 종종 있었지만 이처럼 해외에 상주하면서 찍은 드라마는 일찍이 없었다. ‘로비스트’라는 직업상 국제적인 면모를 띨 수밖에 없는 것. 드라마가 이동하는 공간은, 동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부터 시작해 미국의 뉴욕, 워싱턴은 물론이고 키르키즈스탄까지 광대하다.

단순히 장소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도 새롭다. 로비스트라는 직업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말.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미국 정보국 인물들과 마피아들, 거기에 연루되는 무기 거래상들 그리고 국정원 요원들까지 드라마가 보여주는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들이다. 그 속에 서로 다른 이유로 로비스트가 되어가는 해리(송일국)와 마리아(장진영)의 뒤얽히는 이야기는 지금껏 우리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이라는 점에서 참신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드라마는 동해안 북한잠수함침투사건이나 린다 김 사건 같은 실제 벌어졌었던 사건들을 드라마 속에 풀어놓는다. 물론 허구적인 상상력이 곁들여진 것이지만 뉴스의 한 장면으로 보았던 그 사건들은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연된다. 이미 알고 있던 사건의 심층적인 재연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된다. 이것은 최근 들어 사실에 허구의 상상력을 부여하는 팩션이 열풍처럼 유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토리를 앞서는 볼거리
이런 정도로만 봐도 ‘로비스트’는 블록버스터 드라마로서 사전에 치밀한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록버스터는 흔히 사이즈가 크다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있는데, 좀더 정확히 얘기한다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이것 또한 ‘로비스트’가 현재 달라지고 있는 매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한 드라마라는 걸 말해준다. HDTV의 보급과 점점 커져서 홈 시어터로 가고 있는 TV, 그리고 이제는 국외까지 넓어진 시장에 맞게 좀더 큰 스케일에 대한 요구 등을 이 드라마는 정확히 수용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드라마의 블록버스터화는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블록버스터화 되다보니 생기는 문제점들도 있다. 먼저 블록버스터는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볼거리 욕구를 자극시키는 영상들을 잡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로비스트’가 소재로서 보여준 동해안 북한잠수함침투사건이나 첫 회에 미리 보여준 키르키즈스탄에서의 총격전은 스토리보다 그 볼거리가 더 중요한 장면들이다.

보통의 드라마가 스토리를 먼저 구성하고 거기에 맞는 장소를 헌팅 하는 순서로 작업된다면 블록버스터 드라마는 때론 그 순서가 역전된다. 먼저 볼거리가 되는 장소나 설정을 먼저 구상하고 그 위에 스토리를 얹는 것이다. 해리가 마리아에게 총을 겨누는 미국에서의 대면장면 같은 것은 그 장면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볼거리가 먼저 구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총을 겨눠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스토리의 인과성 이상으로 더 어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장면은 여러 번, 예고장면을 통해서 방영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게 사실이다.

블록버스터의 딜레마
이것은 볼거리를 강조해야 하는 블록버스터들이 어쩔 수 없이 갖는 딜레마일 것이다. 그리고 실상 그 볼거리만으로도 드라마는 충분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너무 반복되면 문제가 된다. 스토리 속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 선이 시청자들에게 이입되기도 전에 계속되는 볼거리에 짓눌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극중인물들은 자칫 볼거리에 압도당한 수동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볼거리 속에 끼워 맞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로비스트’는 기획이나 제작, 그리고 소재까지 잘 만들어진 드라마다. 특히 몸을 아끼지 않는 송일국과 장진영, 그리고 선과 악의 이중적인 면을 특유의 카리스마 연기로 소화하고 있는 허준호, 비운의 주인공, 한재석 게다가 놀라운 연기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김미숙까지 연기자들의 호연이 두드러지는 드라마다. 하지만 가끔 이 연기자들의 연기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스토리 자체가 자연스러운 극적 긴장감으로 가지 못하고, 볼거리 설정 속에서 연기력으로 장면을 소화해내야 하는 연기자들의 고충이 언뜻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볼거리 많은 색다른 맛의 드라마, ‘로비스트’가 가진 딜레마다.

‘태왕사신기’와 ‘로비스트’, 두 블록버스터의 의미

수목은 이제 말 그대로 안방극장의 밤이 되어 가고 있다. 430억을 들인 MBC의 ‘태왕사신기’와 120억을 들인 SBS의 ‘로비스트’, 두 블록버스터가 맞대결을 벌이며 제각각 갖고 있는 색깔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학을 얘기할 수 있는 영상은 물론이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라인, 연기자들의 혼이 실린 연기가 어우러진 이 두 작품은 의미 있는 기획은 물론이고 완성도 면에서도 우리 드라마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것이 분명하다.

‘태왕사신기’, 전혀 다른 사극의 가능성
‘태왕사신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왔던 사극과는 전혀 다른 사극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의 만남으로서 존재했던 사극은 역사라는 틀 속에서 좀체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혹자는 사극이 역사를 벗어버리면 왜곡이 된다 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극은 사실과 허구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최근 사극의 경향이 상상력을 더 요구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변용은 이제 사극의 존재 이유가 되고 있다.

다만 필요해진 것은 사극이 과거처럼 역사교육의 한 도구로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음은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짜 역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교육계다. 사극이 교육계가 못하던 일들을 해왔다가 이제 안 한다고 해서 그게 비난받을 일일까. 사극은 태생부터 교육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역사보다 드라마에 더 충실해진 ‘태왕사신기’는 지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앞으로 등장할 사극들의 향방을 가름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 특별한 사극이 앞으로 바꾸어놓을 첫 번째 것은 사극이 여타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그저 즐기면서 보는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드라마가 될 거라는 점이다. CG 활용이 주는 상상력의 자유는 더 다양한 층위의 퓨전사극 혹은 환타지사극들의 출현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한 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사극들이 도래할 것이고 그것은 어쩌면 진정한 역사교육(역사적 사실 외우기가 아닌 사관을 기르는)에 더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로비스트’, 전혀 다른 드라마의 가능성
이제 단지 4회만 방영된 상황이지만 ‘로비스트’가 보여주는 상상력의 폭은 과거 드라마들보다 훨씬 넓어졌다. 드라마는 동해 북한 잠수함 침투 및 로버트 김 사건 같은 우리에게 익숙하게 알려진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끌어온다. 이른바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엮어진 팩션이라는 말인데, 그렇다고 해서 실제 사건이 이야기 전개에 족쇄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실제 사건은 허구에 좀더 현실감을 부여할 뿐이다.

동해의 작은 동네에서부터 벌어진 사건은 이역만리 미국에서의 엇갈린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까지 이어지며 자유로운 공간이동을 한다.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 공간이동이 자유로워지자 사건 전개 역시 틀에 박힌 스토리구조에서 벗어나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마리아(장진영) 가족이 동해안 작은 시골구석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겪게되는 일련의 과정은 하나의 가족 모험드라마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로비스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무기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두 캐릭터의 설정 역시 흥미롭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총을 든 해리(송일국)와 어느 날 아버지가 총에 맞는 장면을 본 마리아는 무기에 대한 입장 때문에 후에 사건 속에서 부딪칠 것이 자명하다. ‘로비스트’는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가진 볼거리에 나름의 의미와 재미요소를 두루 갖춘 드라마라 생각된다.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이런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등장하는 이유는 더 많은 볼거리와 다른 이야기, 좀더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능하게 해줄 틀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처럼 블록버스터화 되어가는 드라마의 변화는 안방과 극장 양쪽의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 화질을 갖춘 블록버스터가 홈 시어터와 함께 안방을 극장으로 만든다면, 극장은 결과적으로 테마파크화가 가속될 가능성이 크다.

블록버스터의 덫에 걸린 MBC

45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 퓨전 사극, 한류스타의 별 중의 별, 배용준 출연, 한일 동시 방영 가능성 등등 ‘태왕사신기’라는 불가사리는 태생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여기에 각종 소문이란 쇠를 먹고 점점 몸을 불려왔다. 몸이 커질수록 관심과 기대도 커졌다. 그런데 거대한 몸체를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태왕사신기’가 또 방송일을 연기했다. 이번으로 무려 4번째. 이에 대한 각종 의혹과 추측은 점점 더 이 불가사리의 몸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제작사와 방송사의 기존 관계 구조에서 볼 때 이것은 너무나 예외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주제작사의 몸피가 커졌다고 하지만 방송사가 질질 끌려 다닐 정도였을까.

시청자들의 기대를 잔뜩 갖게 만들고서 계속 연기를 거듭하는 제작사와 그것을 이례적으로 용인하면서 대체 드라마를 찾는데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서 MBC노조가 표현한 ‘대국민 사기극’이란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태왕사신기’는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했던 거대한 몸집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그 파장은 일파만파일 수밖에 없다. 일차적인 피해자인 MBC는 그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일주일 내내 MBC는 내세울만한 이렇다할 드라마가 실종된 상황이다. 먼저 월화의 상황을 보면 ‘태왕사신기’의 급작스런 연기로 인해 급히 8부작 드라마로 편성된 ‘신현모양처’는 시청률을 기대하기보단 시간을 버텨주는 형국이 강하다. 그나마 더 연장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뒤에 와서 얘기지만 지금 방영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쩐의 전쟁’이 애초 MBC에 제안되었다 ‘태왕사신기’와 겹쳐 SBS로 가게됐다는 점에서, 수목 드라마의 어려움도 이 거인 드라마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말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에어시티’는 60억이 투여된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시청률은 10% 내외를 오가는 저조한 상황이다.

한때 ‘주몽’이란 대작 드라마로 드라마왕국이란 칭호가 어울렸던 MBC는 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일까. 그 해답도 바로 ‘주몽’이란 대작 드라마에 있는 것 같다. ‘주몽’은 시청률로서 월화의 밤을 거의 방영기간 내내 독식해왔다. 그 파급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주몽’의 앞뒤에 방영되는 ‘뉴스데스크’와 ‘개그야’의 시청률이 동반상승 되었음은 물론이고 MBC 방송사 전체의 이미지도 높아졌다. 한류와 맞물려 킬러콘텐츠로서의 대박 드라마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진 상황에 ‘주몽’은 ‘역시 돈 들이면 된다’는 선례를 남겼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돈 들이면 드라마가 될까. 이것은 블록버스터의 환상이다. ‘주몽’은 돈 들여서 된 드라마가 아니다. 퓨전사극만이 가질 수 있는 아기자기한 스토리들로 엮어내는 역사적 영웅의 환타지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화되는 드라마의 한 편에서 스토리는 부재하고 몸집만 커지는 드라마가 결국 전체 드라마 시장을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왕사신기’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전혀 알 수 없기에 거기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최근 대작 드라마들의 양상을 보면 블록버스터가 흔히 빠지는 함정, 즉 볼거린 있어도 스토리는 없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분명한 건 시청자들은 볼거리보다는 스토리에 더 열광한다는 점이다. ‘태왕사신기’가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규모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참신한 연출과 다양한 소재발굴, 작가군의 양성 등으로 드라마의 완성도에 투자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작시스템이 하루빨리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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