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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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과 최민수, '모래시계'에서 사극악역으로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6. 17. 09:43
한 때 귀가시계라고 불렸던 '모래시계'는 고현정과 최민수에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고현정의 순수하고 가녀린 이미지와 최민수의 강인하면서도 남성적인 이미지는 이 작품을 통해 빛을 발했죠. '모래시계'가 1995년도에 방영되었으니 벌써 14년이나 흘렀군요.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나 공교롭게도 이 두 배우는 나란히 사극에서 악역을 맡았습니다. '태왕사신기'에서 화천회 대장로로 분한 최민수는 실로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쇠를 긁는듯한 낮은 목소리에 음침한 눈빛과 구부정한 몸 동작이 주는 섬칫한 느낌은 이 사극을 끌어가는 힘을 만들어주었죠. 그리고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에서 고현정은 미실이라는 희대의 여걸이자 팜므파탈로서의 악역을 소화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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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사극, 더 이상 정통은 없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2. 16. 10:10
퓨전사극, 팩션... 상상력이 역사를 앞지르다 사극은 이제 역사책을 들춰보기보다는 역사의 빈 자리를 찾아다닐 지도 모르겠다. 2008년도에도 여전히 퓨전사극의 바람은 거셌다. 상반기를 주도한 ‘이산’과 ‘왕과 나’는 기존 왕 중심의 사극에서 ‘나’ 중심의 사극으로 위치이동을 실험했다. ‘이산’은 정조를 다루되, 왕으로서의 정조가 아닌 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의 정조를 다루었고 ‘왕과 나’는 왕 중심이 아닌 김처선이라는 내시의 눈을 빌어 역사를 바라보았다. 이러한 시점의 위치이동은 대중들의 달라진 역사에 대한 의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왕조중심의 역사만이 정사로서 인정받는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탓이다. 확실히 달라진 점은 과거라면 사극의 역사왜곡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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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과 스포츠가 닮은 점, 다른 점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0. 30. 16:15
사극, 왜 경합에 빠질까 ‘바람의 화원’에는 그림 경합이 매번 등장한다. 신윤복(문근영)이 화원 승급을 두고 ‘단오풍정’을 그릴 때도 경합이 등장하고, 청국에 보낼 그림을 두고 ‘군선도’를 그릴 때도 김홍도(박신양)와 장벽수(김응수)의 경합코드가 등장한다. 또 동제각화의 명을 받고 김홍도와 신윤복이 주막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며 이것은 어진화사 경합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어진화사 경합의 풍경을 보면 하나의 스포츠가 연상된다. 화제를 내린 왕이 있고, 그 시험을 진행하는 예조판서가 있으며, 감독관으로 홍국영이 있다. 그리고 선수들로 김홍도-신윤복팀과 이명기(임호)-장효원(박진우)팀이 있다. 예조판서가 등장해 “이번 경합은-”하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스포츠의 그것과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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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넘은 현대극, ‘베토벤..’의 가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9. 26. 10:01
독특한 소재 클래식, 우리 식으로 풀어내 현대극이 사극을 넘었다. ‘주몽’이후, 현대극과의 경쟁에서 연전연승하던 사극불패 신화가 깨졌다. 그것도 고구려 사극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작 ‘바람의 나라’와 퓨전사극의 새로운 역사를 열 ‘바람의 화원’과 동시에 맞붙은 결과이다. 물론 ‘바람의 화원’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베토벤 바이러스’의 완승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본래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기 마련인 사극의 시청률 경향을 봤을 때, 이제 11%대를 넘기고 있는 ‘바람의 화원’이 17%대를 향해 가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상승곡선을 꺾기는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청률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현대극의 부활을 알리는 하나의 지표로서 ‘베토벤 바이러스’의 가치를 논하기 위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