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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가 또 뒤집은 반전, 사이코패스는 이승기였나

 

반전에 또 다시 반전이라니. 맞은 자리를 또 맞은 것 마냥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런데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범죄스릴러는 역시 반전의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tvN 월화드라마 <마우스>는 정바름(이승기)이 본래 자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전환되는 반전을 선사했다.

 

첫 번째 반전은 정바름이 뇌 이식 수술을 받은 후 깨어나 새장 속의 새의 목을 잔인하게 꺾어 창밖으로 던져 버리는 장면에서 생겨났다. 길거리에서 약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바른 순경이 바로 정바름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살인 충동을 점점 느끼게 되는 정바름은 그 이유가 사이코패스 살인자인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믿게 만든 건 살해된 줄 알았지만 살아있었던 대니얼 리(조재윤)였다. 그는 성요한의 뇌가 이식되어 정바름의 뇌를 잠식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 살인본능을 억제하려면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럴 바에는 '죽어 마땅한 이들'을 살해하라고 했던 것. 하지만 거기에는 누군가의 지시가 존재했다. 다음 살인 대상을 알려주는 누군가의.

 

하지만 두 번째 반전이 숨어 있었다. 정바름은 자신이 성요한의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뇌와 싸우고 있다고 여겨왔지만, 사실은 정바름이 진짜 사이코패스였고 성요한은 그걸 막으려 했던 인물이라는 게 그의 집에서 나온 여러 증거들에 의해 드러났다. 오봉이(박주현)에게 줬던 목걸이에 달린 팬던트가 고양이 이빨로 만든 것이었고(아마도 정바름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것), 고무치의 형 고무원(김영재)의 팬던트와 봉이 할머니의 브로치도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었다.

 

결정적인 건, 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느꼈던 이상한 기분의 실체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 뒷마당 화분 아래에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그 안에는 실종됐던 아이 김한국의 시신과 여러 살인사건들의 사진들이 벽 한 가득 붙어 있었다. 정바름은 그 살인을 벌인 자가 성요한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충격에 빠졌다.

 

그러고 보면 수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 이재식을 갈대숲에서 잔인하게 죽이고 숨어 있던 정바름에게 고무치(이희준)가 던진 말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사람 죽이고 싶어서 콘셉트를 그렇게 잡았냐? 그래봤자 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야 이 새꺄!" 이 대사는 마치 '다크 히어로'나 된 것처럼 여겨지던 정바름의 실체를 말하는 대목이니 말이다. 게다가 정바름을 키웠던 이모(강말금)가 아들과 함께 그의 눈치를 보며 도망치듯 마을을 떠난 이유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모는 아마도 정바름의 실체를 알고 있었을 거라는 것.

 

<마우스>가 보여준 이중 트릭은 이 작품이 연쇄살인마 같은 가해자들이 별다른 고통 없이 살아가는데 비해 피해자들은 평생을 상처 속에 사는 그 현실을 가져와 어떻게든 저들을 처단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것이 결국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다를 바 없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욕망과 현실 인식이 부딪치는 것. 시청자들은 잠시간 정바름이 다크히어로처럼 '죽어 마땅한 이들'을 처단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지만, 그가 다름 아닌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걸 드러냄으로써 그것 역시 잔인한 살인에 불과하다는 걸 충격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정바름의 친구였지만 마술을 돕다가 상자 속에서 피투성이로 발견된 치국(이서준)이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가 깨어났다는 소식은 이제 각성한 정바름에게는 충격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의 실체가 공개될 수 있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중 트릭으로 반전에 반전을 더함으로써 20부작 드라마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후반부 스토리가 다시금 쫀쫀해졌다.

 

첫 번째 반전에서도 이승기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주효한 면이 있었다. 워낙 바른 이미지를 갖고 있던 터라 그가 사이코패스가 되어간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인물에 대한 바른 이미지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라는 상황에서 이승기의 바른 이미지는 법이 집행하지 못하는 걸 해주는 '정의의 사도'처럼 그려진 면이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반전으로 그가 진짜 사이코패스라는 게 밝혀지면서 시청자들은 또 다시 충격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얼얼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바로 이런 과감한 반전으로 드라마가 긴장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과, 이를 통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도 더 깊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적 복수의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그것이 결국 살인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두 번의 반전을 통해 메시지 속에 녹아들었으니 말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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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의 질문,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희대의 범죄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고 그래서 감형 받아 만기 출소한 후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은 체포된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후회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가슴을 치고, 그 후유증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조두순의 만기 출소를 두고 벌어진 대중들의 공분을 보라.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 등장한 성범죄자 강덕수(정은표)는 그 현실의 인물을 드라마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만기 출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피해자였던 오봉이(박주현)는 공포에 질려버린다. 오래도록 갖가지 무술을 익힌 건, 그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건 어쩌면 피해 후유증으로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이었을 게다.

 

법이 잡아넣어도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고, 심지어 다시 풀어주어 또 다른 잠재적 범죄를 야기하게 만드는 현실. <마우스>는 아마도 이런 현실에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일침을 가하고 싶었던 듯하다. 사이코패스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고 점점 사이코패스의 본능이 살아나는 정바름(이승기)이라는 문제적 인물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이코패스 잡는 사이코패스의 탄생.

 

이 설정은 마치 연쇄살인마를 사냥하는 소시오패스 덱스트 모건을 다룬 미국드라마 <덱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우스>는 <덱스터>처럼 다소 경쾌하게(?) 이 사안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더 무겁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법은 정의로운가. 죽어 마땅한 이를 살해하는 건 과연 잘못인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정바름이 강덕수를 추격해 그가 범행했던 대로 똑같이 그를 처단하는 이야기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탄생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그의 살인을 감춰주거나 덮어주려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강덕수에게 끌려갔던 아이는 다리 밑 버려진 캐비넷 속에 자신을 숨겨주고 그를 살해한 인물이 정바름이라는 걸 알면서도 묵인한다.

 

강덕수와 사투를 벌였던 오봉이는 그의 사체 옆에서 천 원짜리 지폐를 발견하고 그를 죽인 인물이 고무치(이희준)라 생각하며 그래서 자신이 범인으로 몰려도 입을 다문다. 한 피해자 아이가 고무치에게 그 지폐를 주면서 가해자를 죽여 달라고 의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지폐는 정바름이 증거보관소에서 꺼내 갔다가 현장에서 흘린 것이었다.

 

현장 근처에서 피투성이가 된 오봉이를 발견했던 최홍주(경수진)는 그를 차안에 옮겨놓은 후 그가 강덕수를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손에 칼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리 밑에서 강덕수가 죽어가고 있는 걸 확인한 최홍주는 그러나 오봉이의 부탁대로 앰블런스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최홍주의 칼과 피묻은 옷을 숨겨 놓는다. 그 역시 강덕수의 죽음이 정당하다 여긴 것.

 

<마우스>가 정바름을 사이코패스 뇌에 잠식당해 점점 사이코패스화 되어가는 인물로 세운 건, 법이 처결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고 있다. 정바름은 과연 잔인한 사이코패스인가, 아니면 법이 행하지 못하는 정의를 비로소 수행하는 인물인가. 최란 작가는 정바름이라는 문제적 인물과 그의 살인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에둘러 말하고 있다.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피해자들의 고통을 충분히 헤아릴 정도로.

 

애초 먹구렁이가 들어있는 상자 속에 쥐가 들어가, 오히려 쥐가 먹구렁이를 공격하는 장면은 그래서 정바름의 변신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면, 우리의 불안한 사회를 은유한 것이라 보인다. 먹구렁이가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 쥐들은 그저 두려움과 공포를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선량한 이들을 상징한다. <마우스>는 그 쥐의 반격을 통해 우리네 사법 정의의 현실을 묻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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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이승기가 던지는 질문, 범죄자는 탄생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입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감정을 콘트롤하는 MAOA 유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연쇄살인마가 되는 상위 1%의 사이코패스는 MAOA 유전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죠.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것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미래의 사이코패스 미래의 전쟁광,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첫 회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되돌려 보게 만든다. 유전학 박사이자 범죄학자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는 연구를 성공시킨 대니얼 리(조재윤)가 내한해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대목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새삼 가늠하게 한다. 연쇄살인마 '헤드헌터'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거리고, 심지어 정치 쟁점화되면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 대니얼 리의 연구가 말해주는 건,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사회가 만든 것이 아닌 탄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

 

바로 이 대니얼 리의 전제는 <마우스>라는 드라마가 희대의 살인마 헤드헌터 한서준(안재욱)을 검거한 후에도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아내였던 성지은(김정난)은 바로 그 한서준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 살인을 저지르던 성요한(권화운) 역시 정바름(이승기)과 고무치(이희준)에 의해 붙잡혀 사망하게 됐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요한에게 맞아 함몰된 채 사경을 헤매던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점점 이상한 장면들이 떠오르고, 범죄자들의 생각을 읽게 되는 등의 변화를 갖게 된 것. 바른 생활 청년의 대명사처럼 살아왔던 정바름이 그렇게 변화한 건, 놀랍게도 성요한의 뇌 일부분이 그의 뇌에 이식되면서였다. 그 뇌수술은 대통령 비서실장 최영신(정애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교도소에 있던 한서준에 의해 이뤄졌다.

 

여기서 <마우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바른 생활 청년이던 정바름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후,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런 변화를 이겨내고 자신의 본 모습을 지켜낼 것인가. 드라마 첫 장면에 등장했던 먹구렁이를 오히려 공격하는 마우스(쥐)라는 시퀀스는 다름 아닌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마우스의 의미였다. 그건 현재 정바름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정바름을.

 

정바름은 한서준이 자신의 뇌에 성요한의 뇌를 이식한 사실을 알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런 살의와 감정들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도소에 자청해 들어가 한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고무치가 정바름에게 왜 그랬냐고 다그치자, 갑자기 돌변하는 정바름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만일 정바름이 자기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뇌 이식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면 그건 그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런 이식을 결정한 자와 행한 자의 잘못일까. 사이코패스가 유전자로 인해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논쟁적이다. 범죄 역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대니얼 리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래서 그런 유전자를 가진 태아를 낙태시키는 방식으로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만드는 것처럼, 죽을 위기에 처한 정바름을 살려내기 위해(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논리 또한 개입되어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했다는 사실은 정반대로 생명을 위해 '잠재적 범죄자'를 탄생시킨다는 논쟁적 지점을 끄집어낸다. 정바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그는 과연 진짜 사이코패스가 될까, 아니면 그걸 이겨낼 것인가.(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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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작가와 시청자들의 두뇌게임, 누가 프레데터인가

 

도대체 프레데터는 누구일까.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 최란 작가가 펼쳐놓은 시청자들과의 두뇌게임이 흥미진진하다. 단연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진짜 프레데터(살인마)일까 하는 점이다. 이제 6회까지 진행됐을 뿐이지만, <마우스>는 초반부터 성요한(권화운)이 프레데터일 거라는 정황들을 너무 대놓고 보여준 바 있다.

 

연쇄살인마였던 아버지 한서준(안재욱)처럼 의사인데다, 수술을 하는 데 있어서 전혀 감정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나, 그 집에 어쩌다 가사도우미로 가게 된 봉이 할머니(김영옥)가 지하에서 벽 한 가득 붙어 있는 살인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고는 급하게 도주하고, 그 뒤를 따라왔던 성요한의 모습 등이 그렇다. 결국 봉이 할머니는 살해당했고, 드라마는 그 살인자가 성요한일 거라는 걸 노골적으로 암시했다.

 

하지만 스릴러 장르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이제 드라마 초반에 그렇게 쉽게 살인마의 정체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워진다. 성요한이 프레데터일 거라고 자꾸만 드라마가 몰아갈수록 시청자들은 그가 아닐 거라고 불신하게 된다. 마치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4회에서는 엔딩에 염소가면을 쓰고 납치된 아이 앞에 정바름(이승기)이 나타나는 장면을 보여줘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정바름이 살인마일 거라 추측하게 만든 그 소름 엔딩을 보여준 일주일 후 5회 방영분에서는 그것이 진짜 살인마를 자극하고 끌어내기 위해 정바름과 고무치(이희준) 그리고 셜록홍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홍주(경수진) PD의 가짜영상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렇게 한 번 꼬아놓자 정바름은 진짜 살인마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바른 순경처럼 보이게 됐다. 결국 다시 시청자들의 의심은 성요한이 프레데터일 거라는 쪽으로 움직이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성요한과 정바름이 대결하게 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성요한이라는 프레데터를 잡기 위한 정바름의 헌신처럼 보였다. 성요한의 집에서 자신이 찍힌 사진들이 지하 밀실 벽에 붙어 있는 걸 보고는 급히 집으로 달려가 그 집에 있던 오봉이(박주현)를 도망치게 하는 장면이나 일방적으로 성요한이 정바름을 둔기로 내리칠 때 마침 오봉이 전화를 받고 찾아온 고무치가 총을 쏴 성요한을 쓰러뜨리는 장면이 그렇다.

 

이 모든 장면은 결국 성요한이라는 프레데터를 정바름의 헌신과 고무치의 총격으로 붙잡게 되는 상황처럼 보였지만, 작가는 이것 역시 일종의 트릭이었다는 걸 엔딩에 보여준다. 병실에서 깨어난 정바름이 새장 속의 새를 꺼내 목을 비틀어 죽여 버리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 결국 진짜 프레데터는 정바름이었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벌어졌던 성요한이 했던 행동들과 말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주목해야 할 건 성요한이 프레데터일까 의심되던 순간에 항상 정바름도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도소에서 나치국(이서준)이 상자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등장했을 때, 성요한이 그 교도소에 찾아온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 자리에는 정바름도 있었다. 또 봉이 할머니를 추적한 인물은 성요한이 맞지만, 그 살해 현장에는 정바름도 있었다. 자신이 범인을 추적했다 말했지만 그건 정바름의 증언일 뿐이었다.

 

만일 정바름이 프레데터라면 성요한은 오히려 그를 추적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집 지하 밀실에 정바름의 사진이 있던 것도 그렇고, 유전자 검사를 한 사실이나 어머니인 성지은(김정난)을 찾아와 "알고 계셨죠? 아들이 살인마라는 걸."이라고 한 말에 오히려 단서가 있다는 것. 성요한이 말한 '아들'은 자신이 아닌 성지은의 또 다른 아들(한서준과 갖게 된 아들) 즉 정바름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정대로 생각해보면 성요한이 정바름을 추적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어린 시절 한서준의 아들(김강운)은 성지은이 재혼해 꾸리게 된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지은이 재혼해 낳은 아들(아마도 성요한일 수 있는)을 죽이려고도 했고, 결국 새 아빠를 살해했던 인물이니 말이다.

 

물론 아직 모든 걸 완전히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바름이 새를 죽여 버리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모든 사실들을 뒤집어 생각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추론일 뿐이다. 하지만 만일 이 추론대로 정바름이 프레데터라면 그 역할 캐스팅으로 이승기를 선택한 건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늘 바른 이미지의 이승기가 아닌가(게다가 극중 이름까지 정바름이다). 그러니 전혀 의심할 수 없는 이 인물을 통해 매회 예상을 뒤엎는 소름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또 한 주를 어떻게 기다려야 하냐는 볼멘 목소리들이 나올 만큼 소름 돋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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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의 묵직한 질문, 당신은 사냥감의 삶을 살아가는가

“너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니? 남조선은 하나의 커다란 사냥터고, 너는 그냥 사육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OCN 드라마 <트랩>에서 한 조선족 출신 청부살인자는 자신을 붙잡아둔 형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외부인’인 그의 시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한국이라는 지옥도의 풍경일 게다. 


<트랩>은 그 제목처럼 덫에 대한 이야기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냥꾼이 있고 사냥감이 있으며 미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이며 미끼는 또 누구인가. 처음 드라마는 그 사냥감이 바로 국민앵커로까지 불리는 유명 언론인이자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강우현(이서진)인 것처럼 보여준다. 어느 날 산장에 가족이 함께 갔다가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것. 아이는 사체로 발견되고 아내는 실종되었으며 강우현 또한 온 몸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구조된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그 사건은 강우현의 진술 내용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말대로 그가 피해자라는 걸 믿게 만들어놓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것이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드러내준다. 강우현은 사이코패스였고, 대한민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내 신연수(서영희)마저 이용하다 결국 죽였으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이까지 죽이며 자작극을 벌였던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권력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커다란 사냥터로 만들고 보통 사람들을 사육시키며 필요에 따라 사냥감이 되는 걸 그저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강우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 같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한 사이코패스다. 놀라운 건 이 인물은 저 친일파의 자손을 위시해 공고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조폭과 정치인과 경제인 의사 그리고 법조인들보다 더 영악하다는 점이다. 

권력의 카르텔의 얼굴마담 격으로 세워졌던 기업인 홍원태(오륭)를 왜 강우현으로 교체해야만 하느냐는 친일파 3세(이시훈)의 질문에 카르텔의 머리격인 김의원(변희봉)은 그가 이미 그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이 단 한 건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덫으로 몰아넣었죠. 정의, 신뢰, 동정, 연민이란 우리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주 교묘한 미끼로 말이죠. 그만한 사냥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강우현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나선 TV토론에서 정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파일러 윤서영의 절규어린 이야기를 그대로 이용하며 그 뱀의 혀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되는 거냐구요 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현실을 개탄했던 윤서영의 그런 질문을 교묘하게 강우현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는 소재로 이용하는 것. 그는 말한다.

“제 정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작전정당이냐구요? 작전 필요하면 하겠습니다. 언론인 출신이 사실과 진실을 호도한다구요? 네 저 언론인 출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입니다. 전 앞으로도 제 일에 모든 감정을 쏟아서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분노, 좌절, 슬픔, 고통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의 TV 토론을 보던 친일파 재벌은 “새 시대 백년반도의 왕이 나왔구나!”하고 강우현의 언변을 경탄한다. 

<트랩>의 엔딩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다. 물론 고동국(성동일) 형사가 저 권력의 사냥꾼들과 강우현을 대결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을 제거하며 강우현은 ‘트랩’이라는 탄저균에 중독시켜 해독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복수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봐온 커다란 사냥터가 된 우리네 사회의 진면목이 주는 씁쓸함과 끔찍함을 지워내지는 못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중대한 질문 하나를 화두처럼 갖게 됐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사냥감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도처에 숨어 있는 권력의 사냥꾼들이 헌팅그라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미끼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늘 힘들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기 보다는 그냥 원래 사는 게 그렇다며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 던져주는 거짓 희망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제 혀를 잘라 뱀의 혀로 만들어 놓고 끔찍하게 웃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거짓말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그 답을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다고. 먹고 자고 그저 버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믿으면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버티고 견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어쩌면 저들은 거짓희망을 얘기하면서 평범한 서민들은 늘 그렇게 사냥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트랩>의 강우현의 실체가 더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그래서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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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형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설의 정체

워낙 원작의 캐릭터가 좋아서일까. 아니면 이를 제대로 우리식으로 해석해낸 연기력 때문일까.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가 첫 회부터 강렬한 시선을 끌었던 건 역시 신하균이었다. 하지만 2회에 이르러 이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은선재라는 사이코패스 기자 역할을 연기하는 이설이다. 

우태석(신하균)이 나쁜 형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건 그보다 더 나쁜 연쇄살인범을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는 결코 잡을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자신이 보호해주겠다 했지만 연쇄살인범 장형민(김건우)과 대질심문을 하게 됨으로써 결국 증인 배여울(조이현)이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자책감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는 우태석은 결국 그를 처단해버린다. 난간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살리지 않고 떨어져 죽게 방치한 것. 

우태석은 이런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부인하지 않고 진술서에 쓰면서 스스로를 ‘나쁜 형사’라고 이름 붙인다. 어쩌면 그 트라우마 때문에 지속해왔던 형사 일을 그 연쇄살인범을 처단함으로써 마무리하려 했던 것. 하지만 상황은 엉뚱하게도 우태석을 영웅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연쇄살인범이 검사였다는 사실 때문에 이 문제가 검찰의 시스템의 문제로 비화되는 걸 막기 위해 검사라고 해도 엄정히 법집행을 하는 우태석이라는 영웅을 탄생시킨 것이다. 

첫 회에 일찌감치 법 절차를 무시하는 나쁜 형사 우태석의 탄생을 보여주고, 또 그것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으로 드라마는 깊은 몰입감을 만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인물이 향후에 비슷한 상황들을 맞이해 똑같은 방식으로 사적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건 어딘지 너무 뻔해지는 전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를 단번에 날리게 해주는 인물이 등장했다. 자신의 일가족이 모두 집에서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걸 신고한 은선재(이설)가 그 인물이다. 그가 증언을 하면서 전혀 슬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코패스라는 걸 간파해낸 우태석은 그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생각하고 그를 추궁한다. 그런데 은선재는 은근히 우태석과의 대결을 즐기는 눈치다. 그를 달콤한 말로 유혹하기도 하고 도발하기도 한다. 

심리학 박사이기도한 은선재와 형사로서의 탁월한 감을 갖고 있는 우태석이 팽팽한 말싸움으로 서로를 도발하는 장면은 그래서 긴장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죽은 부모들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찾아낸 우태석은 은선재에게 “학대당하지 않았냐”고 도발하고, 은선재는 이혼을 요구하는 우태석의 아내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그를 도발한다. 

팽팽한 긴장감이 최고조로 오르게 된 건 은선재가 살해현장에 죽어있던 반려견의 입안으로 증거품들을 넣고 화장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우태석이 그의 집을 찾아가 유골함을 빼내오자 칼을 들고 쫓아와 그와 은선재가 대치하는 장면이었다. 연쇄살인범들이 전리품처럼 여길 수 있는 그 증거품으로 은선재를 자극하던 우태석은 그 유골함에서 의외로 자신이 트라우마로 여기던 배여울의 이름표가 나오자 멘붕에 빠졌다. 

우태석이라는 나쁜 형사와 은선재라는 사이코 패스 기자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은 <나쁜 형사>의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과연 두 사람은 공조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을 도발하며 이용하려 들 것인가. 

놀라운 건 신하균과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를 만드는 이설이라는 배우가 이제 몇 작품을 하지 않은 무서운 신인이라는 점이다. KBS가 특집극으로 방영했던 <옥란면옥>이라는 2부작 드라마에서 연길에서 온 조선족 여인 영란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영화 <허스토리>에서도 딸 혜수 역할을 소화했던 배우다. <나쁜 형사>는 물론 신하균이라는 배우를 중심에 세운 드라마지만, 어딘지 이설이라는 무서운 신인을 발견하게 될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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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법정’, 사이다 정려원과 반가운 김여진의 등장만으로도

“내가 부장님을 흥하겐 못해도 망하겐 할 수 있죠. 어차피 나도 못 들어가는 특수부 부장님도 못 들어가야 공평하지 않겠어요?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며)웁스 쏘리. 죄송한 김에 야자타임도 잠깐 하겠습니다. 야 오수철. 만지지 좀 마. 너 왜 내가 회식 때 맨날 노래만 하는 줄 알아? 니 옆에 앉기만 하면 만지잖아. 그리고 굳이 중요한 일도 아니면서 굳이 귓속말 하면서 귀에 바람 좀 넣지마. 무슨 풍선 부니? 아 맞다. 너 처음에 회식할 때 내 얼굴 뽀뽀하면서 딸 같아서 그랬다고? 어우 이걸 친족 간 성추행으로 확 그냥.”

'마녀의 법정(사진출처:KBS)'

일상화 되어 있는 성추행과 성폭력. KBS 새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이 첫 회에 꺼내놓은 화두는 그 시작부터 강렬하다. 성추행과 성폭력을 막고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에게 단죄를 해야 할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라니. 회식 자리에서 찾아온 기자의 다리를 주무르고 어깨에 손을 얹고 피해서 나온 그 기자를 쫓아가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부장 검사. 자신도 그런 일상적 성추행을 당해왔지만 상사이기 때문에 덮고 넘어가려 했던 마이듬(정려원)은 그렇게 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분명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실감하곤 그간 억눌렀던 공분을 터트린다. 

결국 이 일로 마이듬이 좌천된 부서가 예사롭지 않다. 검찰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부서인 여성아동범죄 전담부서인 것. 거기서 그가 만나게 되는 여진욱(윤현민) 검사는 소아정신과 출신으로 타자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남다른 공감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 역시 부장검사의 성추행 사건에 피해자 쪽을 대변하다 이 부서로 오게 되었고, 그 부서를 직접 만든 인물은 민지숙(김여진) 부장검사로 마이듬의 엄마가 과거 성고문 사건을 폭로하려던 그 검사다. 

<마녀의 법정>이 첫 회의 포진만으로도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해졌다. 그것은 여성과 아동 관련 범죄를 본격적으로 세우는 법정드라마다. 부장 검사마저도 그게 범죄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 일상화된 폭력. 그래서 더더욱 잘 보이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그 어떤 범죄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건들을 이 드라마는 정조준하고 있다. 

많은 법정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검사는 최근 드라마들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직업일 게다. 이 모든 것이 적폐청산에 대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정 드라마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이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는 범죄들이다. 심지어 그것이 범죄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던 사건들. 

이런 점은 <마녀의 법정>이 그 어떤 사이코패스가 등장해 연쇄살인을 벌이는 드라마들보다 더 강렬한 이유다. 그런 사건들보다 더 빈번하게 일상 속에, 통상적인 관례라는 이름으로 혹은 그것이 당연한 사회생활이라고 치부되며 남모르는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던 사건들이기에 더 피부에 와 닿는 것. <마녀의 법정>은 그래서 마이듬과 여진욱이라는(이 두 성의 조합이 마녀다) 남다른 검사들이 마녀처럼 사회의 악과 싸우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사이다 검사로서의 면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정려원도 반갑지만,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한동안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김여진이 돌아왔다는 건 더더욱 반갑다. 게다가 이들이 KBS 새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 또한 반갑다. 그토록 많은 성폭력이나 성추행, 아동학대 같은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많았음에도 어째서 이제야 이를 정면에서 다루는 드라마가 나왔는지 그게 의아할 지경이다. 물론 드라마가 비뚤어진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떤 것이 범죄인가는 확연히 보여줄 거라는 점에서 <마녀의 법정>에 거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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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순’, 어째서 멜로에 대한 기대가 커진 걸까

본격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본격 장르물에도 멜로나 가족극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멜로의 틈입에 대해 시청자들은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며 비판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다. 최근 방영됐던 <피고인>이나 <보이스> 같은 본격 장르물이 멜로 없이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건 그래서다. 

'힘쎈여자 도봉순(사진출처:JTBC)'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의 경우는 멜로에 대한 기대가 훨씬 더 커지고 있다. 물론 이 드라마를 본격 장르물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힘쎈 여자 도봉순>은 여러 장르들, 이를 테면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스릴러 장르와 코미디, 게다가 가족드라마적 요소들과 멜로까지 복합적인 장르를 보인다. 

그래도 그 메인으로 깔려 있는 건 여자들만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사이코패스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그 사이코패스와 맞서는 강력계 형사 인국두(지수)와, 재벌가의 승계를 두고 벌어지는 테러 앞에서 위협을 느끼는 안민혁(박형식)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에 도봉순(박보영)이 양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히어로로 서 있는 구도. 

이미 도봉순은 자신이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힘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걸 각성했고, 안민혁과의 트레이닝을 통해 그 힘을 조절하는 방법도 배웠다. 그러니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사실상 이 드라마 상의 어떤 악역들에게도 없다. 수십 명의 조폭들을 단신으로 상대하며 모두를 병원 중환자실로 몰아넣는 그녀가 아닌가. 백탁(임원희)은 그래서 그녀 앞에 일찌감치 무릎을 꿇는다. 

그렇다면 이미 자신의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도봉순에게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드라마는 결국 주인공의 결핍을 욕망으로 삼아 그것을 어떻게 쟁취하는가에 따라 동력을 얻기 마련이다. 물론 여자들을 감옥 같은 철창에 가둬두고 마치 전리품처럼 여기는 사이코패스가 버젓이 살아있지만 그를 잡는 건 이 드라마의 한 과정일 뿐, 목표 그 자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도봉순은 사실 정의의 실현 같은 것에 목을 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그 자체로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것에 더 강력한 욕망을 갖고 있다. 힘이 세다는 것을 그녀는 숨기며 자라왔다. 여자가 힘이 세다는 것을 마치 무언가 대단히 잘못된 일인 양 받아들였던 것이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그녀는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던 것. 

우리가 <힘쎈 여자 도봉순>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도봉순의 멜로를 더욱 기대하게 되는 건 바로 그것이 그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에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숨기고 왔던 괴력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그런 그녀를 그 자체로 사랑하는 남자의 등장은 바로 도봉순이 꿈꾸는 것일 테니 말이다. 

<힘쎈 여자 도봉순>의 멜로는 그저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거기에는 남녀 간의 성별로 나뉘어지는 역할이나 선입견들을 깨는 요소가 들어가 있다. 남녀의 성역할에 따라 누가 누구를 보호해주고 보호받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사랑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멜로가 그려내려는 것이다. <힘쎈 여자 도봉순>이 스릴러 장르물의 틀을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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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27 23:42 신고 BlogIcon 달빛sho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봉순 너무 재밌어요. 정말 잘 작성하신 글이네요.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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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이 뭐길래...이준호·김재욱·엄기준, 주인공만큼 빛나는 존재감

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펄펄 나는 건 주인공 남궁민만이 아니다. 악역으로 등장해 이제는 남궁민과 짝패가 된 이준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제대로 얻었다. 그는 서율 이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나이 많은 부하직원들에게 안하무인격으로 반말을 하고 필요하면 폭력까지 일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윤하경(남상미) 대리 앞에서는 부드러운 면면을 드러낸다. 김과장과 대립하다가도 그가 죽을 위기에 몰리자 그를 구해주는 의외의 인간적인 면을 갖고 있어,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다. 

'김과장(사진출처:KBS)'

물론 이준호는 드라마 <기억>이나 영화 <스물> 등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춘 아이돌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하지만 <김과장>의 서율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하게 그에게 연기자로서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것은 악역이 주는 힘일 것이다. 드라마에 긴장감과 갈등을 부여하는 역할로서 악역은 제대로만 연기해내면 주인공만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지금껏 풋풋한 청년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준호가 서율이라는 안하무인 악역 캐릭터로 만든 반전 이미지는 그에게는 연기자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처럼 악역은 그간 발견하지 못했던 연기자의 새로운 결을 드러내게 해준다. 종영한 OCN <보이스>에서 중반 이후부터 등장해 마지막회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준 김재욱 역시 악역을 통해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등장만 해도 살벌한 느낌을 주는 모태구라는 악역은 조각 미남 김재욱의 이미지를 뒤집어 놓았다. 심지어 여성적인 느낌마저 주는 그 미남의 이미지가 거꾸로 살벌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재욱은 꽤 많은 작품들을 해왔다. 하지만 잘 생긴 외모는 오히려 연기자로서는 어떤 장애요소로 작용한 면이 더 크다. 다양한 연기를 해내기에는 그 외모가 주는 선입견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재욱 역시 모태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에게 부여된 이러한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고 볼 수 있다. 

역시 종영한 드라마 <피고인>에서의 엄기준 역시 차민호라는 악역을 통해 새삼 주목받았다. 사실상 <피고인>은 주인공인 지성과 악역인 엄기준이 서로 치고 받는 그 힘에 의해 끝까지 탄력을 잃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다소 과한 설정들과 개연성이 부족한 면들이 있었지만 그나마 끝까지 힘을 유지한 것도 지성과 엄기준이라는 배우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하고 뻔뻔하기까지 한 살인자 재벌2세라는 캐릭터는 지금의 대중정서가 공분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갖고 있었다. 그 요소들을 통해 엄기준은 냉철하고 냉혹한 악역을 만들어냈다. 어딘지 선해 보이는 엄기준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그래서 더 잔혹해지는 행동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더 강렬해질 수 있었다. 

악역은 그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연기자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깨는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만든 배우들을 보면 저마다 확실한 악역의 필모그라피가 있다. 남궁민이 주목을 받았던 것도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보여준 악역의 힘이 있었고, 유아인 역시 영화 <베테랑>에서의 악역이 있었다. 이준호, 김재욱, 엄기준 역시 이제 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악역이 부여한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드러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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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어째서 ‘보이스’에 눈을 뗄 수 없었나

“모든 사이코패스들이 살인마가 되는 건 아닙니다.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가정과 환경 사회에 영향을 받는 후천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한 인물의 예를 들어보죠.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유년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를 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이후에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어서 아주 걷잡을 수 없는 끔찍한 살인마가 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회에 가장 감추고 싶었던 비밀들이 이 시대의 범죄자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죠.”

'보이스(사진출처:OCN)'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에서 강권주(이하나)는 도주한 모태구(김재욱)를 격동시키기 위해 방송을 통해 그를 자극하는 말을 남긴다. 그런데 이 대사 속에는 살인마의 탄생이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요소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즉 선천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어떤 후천적인 악영향이 촉발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살인마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태생 그 자체보다 그 부모나 사회 같은 주변적 상황들이 중요하다는 것. 

모태구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탄생하게 된 건 결국 어린 시절 아버지 모태범(이도경)이 살인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서다. 모태범과 모태구의 잔학한 살인의 연대기는 그 이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살인마가 되어버린 모태구가 저지르는 살인들이 자신 탓이라고 여기는 모태범은 아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면서 그는 끝까지 아들 모태구에게 그가 ‘살인마’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라고 교육시킨다. 누군가를 죽여도 되는 특별한 존재로 교육받는 모태구는 이제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결국 모태구라는 희대의 살인마는 강권주의 이 격동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무진혁(장혁)에 의해 검거된다. 하지만 모태구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은 피해자라고 여길 지도 모른다. 결국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이 부모와 사회 탓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타인의 고통을 공감 못하는 인물이 심지어 재계인물이나 고위 공무원 그리고 검찰이나 경찰총장까지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갖게 되는 일은 실로 끔찍한 결과를 만든다. 

심각한 연쇄 살인도 살인이지만, 이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성운 통운 버스 사건 같은 비인권적 고용문제와 더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도 이어진다. 사고가 나면 그 보험금을 사측이 가져가는 계약을 해놓고 사고 위험이 있는 버스를 방치한 채 버스기사로부터 운행하게 만드는 그 충격적인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안전불감증과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사이코패스적 권력자들의 문제를 드러낸다. 칼 들고 사람을 찔러 죽이는 이들만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누군가 사고를 당할 위험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아무런 경각심 없이 방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 

<보이스>는 어쩌다 사이코패스적인 사회가 되어버린 현실에 ‘골든타임팀’을 투입해 희생자들에게는 절박한 그 골든타임을 지켜내기 위한 안간힘을 보여준다. 강권주와 무진혁의 절절함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건, 물론 그 끔찍한 사건들이 주는 충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우리 사회가 주는 불안감을 빼놓을 수 없다. 꽃다운 나이에 몇 백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인재로 인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 골든타임에 권력을 가진 자들은 무엇을 했던가. 그렇게 안타깝게 세상을 버려도 지켜주지 못하고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는 사회란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이코패스는 끝까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알지 못한다. 다만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그 사이코패스의 귓가에서 울려 퍼지며 그를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 <보이스>가 마지막에 보여준 최후장면은 그래서 정신병동에서 무수한 정신병자들의 손에 의해 난자되는 모습보다 어둠 속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희생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보이스>는 잔혹한 장면들의 폭력성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하려던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에 굳이 자막으로 일일이 그간 드라마 속에서 희생됐던 이들을 적어 넣은 건 그래서다. 

‘허지혜씨도 강국환 경사도 복님이도 아람이도 은별이도 박복순(심춘옥) 할머니도 낙원 복지원 희생자 분들도 그리고 성운 통운 버스에서 희생되신 분들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골든타임 안에 그분들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과 억울하고 안타깝게 희생되는 분들이 더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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