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무엇이 우리는 물론 외국인들까지 '윤며들게' 할까

 

'윤며들다.' 최근 배우 윤여정에 의해 젊은 세대들의 유행어가 된 말로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뜻이다. 영화 <미나리>로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미나리>에 여우조연상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해외에서는 'K할머니(K-grandma)'로 불리며 쿨하고 지혜로운 할머니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 상찬 받는 윤여정. 그의 무엇이 우리(는 물론이고 외국인들까지)를 '윤며들게' 한 걸까.

 

영화 <미나리>에서 손자인 데이빗(앨런 김)이 "할머니 같지 않다"며 처음엔 피했지만 나중엔 그 누구보다 따랐던 할머니 순자라는 캐릭터에 '윤며듦'의 단서들이 들어 있다. 데이빗이 그랬던 것처럼, 이 할머니는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딸을 보기 위해 바리바리 고춧가루며 멸치까지 싸갖고 찾아가는 전형적인 한국 엄마이면서도, 가난해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는 꼴을 보여주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딸에게 "바퀴달린 집에서 사니 재밌다"고 말해주는 보통의 엄마(할머니)와는 다른 인물이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윤여정에게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시라" 했던 것처럼, 윤여정은 순자를 자신에 맞게 해석해 연기했다고 한다. 그러니 거기에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가진 세상 쿨하고, 낙천적이며, 따뜻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할머니상'이 드리워질 수 있었을 게다. 외국인들조차 'K할머니'에 매료된 건 바로 윤여정이라는 특별한 어른의 진짜 면모들이 배우라는 그의 직업을 통해 순자의 캐릭터에 '윤며들어' 가능했던 일.

 

영화가 큰 성과를 거두면서 최근 윤여정이 방송 등에서 했던 말들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tvN <온 앤 오프>에 한예리가 <미나리> 홍보를 위해 온라인으로 해외의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한 윤여정이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외신의 질문에 한 답은 그의 정중함과 자신감을 잘 드러낸 대목으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분과 비교된다는 데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국사람이고 한국배우예요.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요. 저는 그저 제 자신이고 싶습니다. 배우들끼리의 비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칭찬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제 입장에선 답하기 어렵네요." 아마도 윤여정은 애써 정중하게 그 비교를 부인했지만,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는 그 지칭은 그 부인 때문에 오히려 해외에서는 윤여정을 더 독보적인 배우로 기억하게 했을 게다.

 

재재가 진행하는 SBS <문명특급>에서 윤여정이 한 주옥같은 말들 중에 사치와 도전에 대한 이야기 역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그는 늘 '생계형 배우'로 살며 쉴 때 쉬고 작품을 하고 싶을 때 하게 된 게 나이 들어서라며 그걸 '사치'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하고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 (작품을) 줬었는데, 돈 못준다 그랬는데 그냥 내가 좋아서 했고, 그게 사치죠. 그건 봉사활동이라고요 제가."

 

그의 사치는 이제 돈 안 받아도(심지어 <미나리>처럼 자신이 돈을 써도)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봉사활동이 사치라는 그 말 속에는 굉장한 미사여구가 전혀 없는 윤여정다운 쿨함과 따뜻함이 섞여있다. 그래서 그가 이번에 <미나리>가 성공하면 자기한테 돈 좀 줘야 한다는 말은 전혀 밉지가 않다. 거기에는 어른의 모습이 들어있지만, 저 순자처럼 전형적인 어른(이 어른은 때론 부정적인 모습일 때도 적지 않다)의 모습을 넘어서 있다.

 

또 그는 모두가 반대한 <미나리> 출연을 강행한 것에 대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도전'을 이야기했다. 이제 나이 들어 자기가 하고픈 대로 감독에게 이것저것 요구할 수도 있는 자신을 그냥 내버려두면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윤여정은 그래서 낯선 타향에서 자신을 전혀 모르는 스텝들 앞에 서는 도전을 선택한 것. 오롯이 연기로 인정받아야 되는 상황을 오히려 찾아갔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른이지만 전형적인 어른은 아닌 윤여정에게 '윤며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젊은 세대들은 전형성을 벗어난 세상 쿨한 이 새로운 어른에 '윤며들고', 나이든 세대들이 거기에 닮고 싶은 '롤모델'을 찾아낸다. 외국인들에게는 아마도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한국엄마의 그 따뜻함에 더해진 그들조차 고개가 끄덕여지는 독특한 K할머니에 '윤며들었을' 테고.

 

그리고 이런 강인한 생명력과 당당함, 자연스러움 같은 윤여정의 모습은 영화 <미나리>가 순자라는 할머니를 통해 그 이역만리까지 갖고 와 푸릇푸릇 피어나게 만든 '미나리'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아마도 미나리를 반찬으로 먹을 때마다 윤여정을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미 윤며들어버린 모든 이들은.(사진:SBS)

 

'우리, 사랑했을까', 사랑이 사치가 된 시대의 '맘마미아' 혹은 '응답하라'

 

JTBC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는 어딘지 <맘마미아> 혹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다 어느덧 서른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름처럼 사랑은 없다며 일 생계를 위한 노동전선에서 뛰던 노애정(송지효)이 어느 날 나타난 네 명의 남자와 멜로로 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가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맘마미아>처럼 이 네 명의 남자들 중 누가 아이 아빠인가가 궁금해진다. 게다가 현재 만난 네 남자와의 과거 풋풋했던 시절 관계들이 병치된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떠오른다.

 

노애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인물에게 '사랑은 사치'에 불과하다. 한국대 연영과를 다니던 시절 그래도 영화인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덜컥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학교도 마치지 못했던 그는 대학중퇴로 취업전선에서 번번이 무너진다. 그러다 영화사 엄지필름에 계약직 경리로 들어가지만, 덜컥 정직원이 되게 해주겠다며 내민 보증서에 사인을 한 일로 도망친 회사대표의 10억5천이나 되는 빚을 덜컥 뒤집어쓰게 된다. 잘못하면 가족까지 길바닥에 나앉게 될 형편에 사랑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그는 네 남자에게 얽히게 된다. 회사대표가 사채를 빌려 쓴 나인 캐피탈 사장 구파도(김민준)와 빚이 매개가 되어 얽히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 '사랑은 없다'를 쓴 천억만 작가를 찾았다가 그가 대학시절 헤어졌던 오대오(손호준)라는 걸 알게 된다. 또 그 작품에 캐스팅하려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선배 류진(송종호)을 만나려 하고, 딸 하늬(엄채영)가 전학한 학교의 담임선생님으로 예전 인연이 있던 오연우(구자성)를 다시 만난다.

 

어찌 보면 <꽃보다 남자>의 F4를 중년 버전으로 바꿔 놓은 듯한 인물 구성이지만, 여기서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대목은 노애정이라는 인물이 주는 현실 공감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사랑 따위는 사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 짠내 풀풀 캐릭터는, 한때 풋풋했지만 육아와 현실 살이에 꿈꾸는 일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중년여성들에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전반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따르는 이 작품은 그래서 노애정이라는 캐릭터가 다소 과장되어 있다. 그래서 그 캐릭터를 입은 송지효의 연기 역시 과잉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홀로 키운 딸 하늬와 엄마 최향자(김미경)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뒤로 갈수록 어떤 감정적 진폭이 커질 거라는 예감하게 만든다. 특히 하늬의 친 아빠가 누구냐는 사실은 네 명의 남자들 중 진짜 아빠가 되는 그 인물에게는 크나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사랑했을까>는 굉장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는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것조차 점점 잊고 살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정도의 드라마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노애정이라는 인물이 드디어 사랑받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해져 4대1의 멜로는 누구와 연결되는 것을 떠나서 그 자체로 위로를 주는 면이 있다.(사진:JTBC)

 

‘강식당2’, 백종원이 들어오니 눈에 띄는 진짜 식당과의 차이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tvN 예능 <강식당2>에서 백종원의 호통 앞에 쩔쩔매며 점점 얼굴이 굳어져 가는 강호동에게 이수근은 장난치듯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애써 웃어 보이지만 강호동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마치 때를 만났다는 듯 쩔쩔매며 혼나는 그를 슬슬 건드리는 이수근에게 강호동은 “이따 남아라”며 농담 섞인 한 마디를 쏘아놓는다.

 

사실 백종원이 경주의 이 강볶이 식당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호동이 요리를 하는 속도가 그렇게 느린 지 잘 몰랐다. 느리다기보다는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또 가끔 음식을 직접 홀까지 가지고 나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또한 사람이 좋은 강호동의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보였었다.

 

하지만 국수 주문이 한꺼번에 7개씩 들어오고, 국수 종류도 냉국수, 가락국수에 비빔국수까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보니 강호동의 행동은 너무 느리고 딴 짓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다 못한 백종원이 일일이 하나하나 지적하며 빨리 국수를 뽑아내라고 혼을 내는 모습은 그간 강호동이 너무 느긋하게 요리했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좀 더 연습을 해야 돼요”라며 막 만들어낸 비빔국수를 다음날부터 하자고 했던 강호동은 몰려드는 주문을 백종원의 지시에 따라 한꺼번에 국수를 뽑아내고 나서는 탈탈 털린 표정으로 “확실히 다르네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말일까. 그건 실제 식당을 영업하는 것과 자신들이 하는 것과 다르다는 뜻일 게다.

 

물론 안재현이나 피오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준비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다. 국수보다 이들이 만든 떡볶이나 김치밥이 더 빨리 나가는 건 그래서 사람마다 있을 수 있는 편차처럼 보였다. 지난 <강식당> 시즌1에서 조금 경험을 해본 적은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일이 낯설다. 생업을 하는 분들과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백종원이 점검을 하기 위해 찾아오면서 <강식당2>는 순간 <골목식당>의 분위기를 냈다. 강호동은 긴장한 얼굴이 역력했고, 당황해서 뭐부터 해야할 지 몰라 더 허둥대고 있었다. 백종원의 눈에는 모든 게 지적거리였다. 불필요한 동선을 만드는 기구들을 치우고, 한꺼번에 몰려올 손님들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니 강호동이 국수를 하나씩 만들어내서 다음 주문이 잔뜩 밀려 있는데도 손님들과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백종원에게는 영 탐탁찮게 여겨졌을 수밖에 없다.

 

“음식을 만들라고 했더니 예술을 하고 있네.” 백종원의 그 말은 실제 생업에서 뛰고 있는 분들에게 한가함은 사치라는 걸 잘 말해준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잖아요-”라는 말도 어딘지 생업의 치열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결국 백종원의 출연은 <강식당2>가 실제 식당의 상황과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드러내줬다. 그래서 ‘즐거움이 묻어나는’ 판타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차이들이 느껴지는 <강식당2>. 백종원의 출연이 만든 현실감이다.(사진:tvN)

청춘 보고서 <청춘시대>, 그저 달달한 멜로를 선택하지 않은 까닭

 

JTBC <청춘시대>에는 무려 다섯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윤진명(한예리), 정예은(한승연), 송지원(박은빈), 강이나(류화영), 윤은재(박혜수)가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캐릭터들이다. 연애가 사치일 정도로 여유 없는 짠한 청춘의 전형을 보여주는 윤진명,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나쁜 놈이란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정예은, 늘 인기 만점이지만 정작 남자친구는 없는 모태솔로 송지원, 제 몸 하나 맘대로 굴려 스폰서를 전전하며 막 살아가는 구질구질한 건 못 견디는 강이나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귀여운 새내기 윤은재.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하지만 무려 다섯 명의 이런 반짝이는 여주인공을 세우고 있는 드라마에 눈에 띄는 남자주인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남자를 초대해 벌인 이른바 수컷의 밤파티를 보면 이런 면들이 단박에 드러난다. 윤진명은 아예 파티에 참가하지 않았고, 정예은은 결국 그 나쁜 놈을 데려왔다. 강이나는 바에서 알게 된 어딘지 미스테리한 아저씨를 초대했고 윤은재는 벌칙이 싫어 자신을 따라다니는 선배 윤종열(신현수)을 데려왔다. 파티를 주도한 송지원은 역시 캐릭터에 걸맞게 한 사람도 초대시키지 못했다.

 

누가 봐도 청춘 멜로드라마라고 여길만한 <청춘시대>에 정작 남자주인공이 이렇게 없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나마 자신의 현실 때문에 남자를 자꾸 밀어내는 윤진명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이는 박재완(윤박)이 눈에 띄는 남자지만, 그 역시 이 드라마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종열 역시 조금씩 윤은재와 가까워지지만 남자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존재감은 아니다.

 

그렇다고 멜로의 애틋함이나 달달함이 없는 건 아니다. 윤진명과 박재완의 관계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은 알지만, 그 관계를 거부하는 윤진명의 현실이 너무나 공감가고 그렇게 밀려나면서도 늘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서성이는 박재완이 못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다른 남자의 외적인 요소에 아무 생각 없이 끌렸던 윤은재가 차츰 그녀의 옆자리에 있는 선배 윤종열에게 마음을 주는 모습은 한 마디로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이 묻어난다.

 

그런데 <청춘시대>는 이들의 멜로를 살짝 살짝 양념처럼 치고는 있지만 결국 에포크 하우스에 함께 살고 있는 여자 다섯 명의 이야기가 본맛이라는 듯 그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음을 공유한 그들이지만, 그들은 저마다 아픈 비밀스런 자신들만의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신발장 귀신을 이야기하며 그 귀신이 보인다는 송지원이나, 누군가 죽기를 바랐다는 윤진명(그녀는 식물인간인 자신의 동생이 죽기를 바란다) 그리고 속으로 누군가를 죽였다고 말하는 윤은재는 물론이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팔찌에 무언가 비밀을 갖고 있는 강이나도 모두 미스테리한 과거의 아픔들을 숨기고 있다.

 

멜로는 이들 청춘의 겉면이지만 <청춘시대>는 그 이면에 놓여진 청춘의 어두운 그림자들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이것은 <청춘시대>라는 드라마가 그저 달달한 사랑 타령을 하는 단순한 청춘 멜로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거기에는 일종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보고서 같은 아픈 현실의 이면들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져 있다.

 

어찌 보면 남자주인공이 이처럼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드라마로서는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결국 멜로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여성들에게 남자주인공이 누구냐 하는 건 가장 중요한 선택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춘시대>는 여자주인공들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반면 남자주인공들은 살짝 뒤로 밀려나 있다.

 

이것은 혹시 그저 청춘을 첫사랑같은 이야기로 다룰 수만은 없는 지금의 현실이 투영된 건 아닐까. 물론 그들도 사랑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청춘의 중요한 순간들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현실이 그걸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만일 쉽게 그럴 듯한 남자주인공을 내세워 달달한 사랑을 그려냈다면 훨씬 쉽게 대중성을 확보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청춘시대>는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다. 그건 달달할 뿐 현실을 마비시키는 거짓 판타지이니까. <청춘시대>가 대중성을 떠나 괜찮은 드라마라는 이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