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이 깬 주말드라마의 공식들

KBS 주말드라마는 우리에게 오래도록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해왔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 시간대에 들어가는 주말드라마는 기본이 시청률 20%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건 선입견이다. 요즘은 작품이 시원찮으면 곧바로 채널이 돌아간다. 채널도 많아졌고 볼 것도 많아진 탓이다. 주말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잘 된다는 건 옛날이야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주말드라마가 주로 다루는 가족극의 형태는 이제 현실성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과거의 주말드라마는 두 개 혹은 세 개의 가족을 보여주고, 그 안의 인물들이 서로 관계로 얽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안이한 전개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던가 아니면 그 가족 속에 깃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면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제 중간 기점을 돌기 직전인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이토록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 시간대는 여전히 그간의 가족드라마가 가진 익숙한 코드들을 다뤄야 이물감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 다루는 방식을 달리 해줘야 지금의 시청자들의 달라진 시선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소현경 작가가 이미 <찬란한 유산>을 통해 성공적인 실험을 보여줬던 것처럼 연속극과 미니시리즈가 겹쳐진 장르적 혼재를 보여준다. 매회 사건이 이어지며 다음 회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하면서도 동시에 미니시리즈가 갖는 분명한 메시지들을 곳곳에 박아 넣었다. ‘출생의 비밀’ 같은 연속극의 주요 소재를 가져와 우리 사회가 가진 금수저 흙수저의 계급문제를 비틀어 보여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것은 소현경 작가가 가진 특유의 경력과 성장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소현경 작가는 그 시작을 연속극으로 했던 작가다. 하지만 소현경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찬란한 유산>같은 미니시리즈가 접목된 연속극의 실험을 보여줬고, <검사 프린세스>, <49일>, <투윅스> 같은 로맨틱 코미디와 장르물까지를 섭렵했다. 그러면서 <내 딸 서영이> 같은 주말드라마를 성공시킨 소현경 작가는 한 마디로 연속극과 미니시리즈 같은 장르물을 모두 다룰 줄 아는 작가로 성장했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느껴지는 뚝심과 자신감 같은 건 이런 과정들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주말드라마가 가진 틀에 박힌 가족주의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극으로서의 면면을 드러내는 이례적인 작품이다. 그것은 진짜 딸을 바꿔치기 하는 범죄 행위가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뿌리 깊은 핏줄의식과 그로 인해 판이하게 나눠지는 빈부와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를 문제의식을 갖고 다루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다. 기존의 가족드라마들이 대부분 흔한 신데렐라 판타지 같은 걸로 다루던 문제를 <황금빛 내 인생>은 처참하게 망가지는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흔히들 주말드라마는 밝아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젊은 청춘이 항상 등장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있으며, 혼사 장애의 갈등도 코믹한 유머가 동반된다. 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은 다르다. 이 드라마는 어떤 면에서 보면 요즘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본격 드라마가 가진 비극성 같은 걸 그려내고 있다. 이것 역시 소현경 작가가 깨버린 주말드라마의 공식 중 하나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족의 양태가 달라지면서 그 가족을 담아내는 주말드라마 역시 다른 모습을 요구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황금빛 내 인생>은 앞으로 주말드라마들이 어떤 변화를 담보해야 비로소 달라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달라진 가족 양태 속에서도 주말드라마가 지속 가능한 유일한 길이 될 지도 모르겠다.(사진:KBS)

‘조작’, 남궁민의 코믹과 진지로 풀어낸 사회극

이건 남궁민이라는 배우를 아예 작정하고 만든 작품일까 아니면 어떤 장르물도 남궁민이 소화하면 그만의 색깔을 내는 걸까. SBS 월화드라마 <조작>은 그의 전작이었던 <김과장>과 더불어 마치 ‘남궁민표 사회극’ 2부작을 보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한 지점을 정확히 파고 들어가 툭툭 건드리며 결국은 거대한 적폐를 치워내는 소시민 영웅의 이야기. 그래서 <조작>은 바로 그 남궁민이라는 배우의 독특한 색깔과 더불어 기대감이 생기는 작품이다. 

'조작(사진출처:SBS)'

이른바 찌라시라 불리는 애국신문과 권력과 결탁한 거대 언론 대한일보의 대결. 애국신문이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내세우는 애국신문의 한무영(남궁민)과 정론인 양 권위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사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 대한일보의 구태원 상무(문성근)의 대결. 아마도 현실이라면 이런 대결의 결과는 뻔할 것이다. 힘 있는 언론이 영세한 인터넷 타블로이드 하나 무너뜨리는 게 어디 대수일까. 

하지만 <조작>은 바로 이러한 적폐언론에 대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반감을 끄집어내 한무영이라는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거대 권력과 싸우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언론이 흘러가는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는 적폐언론을 무력화시키는 게릴라식의 대적이 된다.

적폐청산에서 그 대상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사법정의와 언론인 것은 그것이 일종의 엇나간 권력의 쌍둥이처럼 공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된 사법이 무고한 이들을 희생자로 삼을 때, 언론은 그것을 기정사실인 양 조작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잘못된 사법과 언론은 마치 짝패처럼 기능한다. 권력 유지를 위해 기능하면서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며.

<조작>은 그래서 한무영이라는 좌충우돌 돈키호테 기자가 중요하다. 물론 현실성은 그다지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이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판타지가 드라마에 대한 가장 큰 몰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적당히 눙치며 들어가는 코미디적 요소와 이 사회적 문제를 건드릴 때는 심각해지는 진지한 요소의 결합이다. 

대한일보에 의해 살인자 누명을 쓴 채 5년 째 복역 중인 윤선우(이주승)가 재심을 요청하지만 받아들여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자신의 무고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한무영과 공조하는 과정은 전혀 현실적이지가 않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건 다름 아닌 한무영이라는 캐릭터가 은근슬쩍 넘어가는 코미디적인 접근이다. 스스로 윤선우의 인질이 되어 탈주한 후 마치 인질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한 방송을 내보내는 척하는 모습이 그렇다. 

그것은 말 그대로 한무영 스스로 말하는 이른바 찌라시, 기레기의 방식이다. 하지만 대한일보의 구악을 이미 목도하고 그것이 실제 우리네 언론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그 찌라시, 기레기라는 지칭이 반어적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저런 돈키호테식 행동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정반대로 진실을 조작하는 적폐언론이야말로 찌라시, 기레기라는 것.

한무영의 코믹함과 진지함은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그 양면적인 결을 통해 제대로 그려진다. 남궁민은 이미 <김과장>을 통해 우리가 확인했듯 코미디적인 과장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서도, 동시에 절절한 진지함을 순간적으로 드러낼 줄 아는 배우다. <조작>에서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대체불가로 다가오는 건 그 캐릭터와 그의 연기의 결이 너무나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남궁민은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향후 또 다른 남궁민표 장르물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웃긴데 섬뜩하고 짠하기까지, ‘품위녀’의 정체가 궁금하다

제목은 <품위 있는 그녀>인데, 거기 등장하는 이들은 그다지 품위 있어 보이지 않는다. 강남의 부유층으로 살아가는 그녀들은 한정판 명품백에 패션모델이나 입을 듯한 옷을 입고 브런치를 즐기거나 요가를 하고 마음수련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건 멀리서 보면 꽤 있어 보인다. 심지어 품위까지.

'품위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이 살아가는 진면목을 들여다보면 품위는커녕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의 천박함이 묻어난다. 앞에서는 언니 동생 살갑게 굴지만 뒤에서는 그 언니의 남편과 바람이 나고, 꽤 그럴 듯한 레지던스를 갖고 있지만 대담하게도 그 곳에서 내연남과 불륜에 빠진다. 사장 직함을 갖고 있는 남자들은 골프를 치며 바람 필 궁리나 하고 있고, 그 남자들의 아내들 역시 성형외과에서 보톡스를 맞거나 요트를 빌려 젊은 남자들과 한바탕 질퍽한 술판을 벌인다. 이들에게서 품위를 찾기는 어렵다. 

그들과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이는 우아진(김희선)도 크게 보면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자인을 전공해 스스로 악세사리를 만들어 달고 다니지만 그건 예술에 대한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예술가를 발굴해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예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가치를 높여 더 비싼 값에 작품을 소유하려는 투자의 의미가 더 강하다. 자신이 그렇게 키운 팝아트 화가가 남편과 바람이 나는 줄도 모르고. 

시아버지인 안태동(김용건) 회장의 생신파티에서 그 우아해 보이는 우아진이 걸맞지 않게 구성진 트로트를 부르며 우스꽝스런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 멀리서 그럴 듯하게 보이는 이들의 삶이 가까이서 보면 코미디에 가깝다는 걸 제대로 그려낸다. 그들의 삶이 위악스럽게 여겨지고 나아가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건 그 전혀 다른 이중성 때문이다. 

그 저택으로 안태동의 간병인으로 들어온 박복자(김선아)는 품위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구성진 사투리를 쓰는 모습에 뽀글 파마를 하고 명품백과는 전혀 인연이 없어, 안태동이 명품백을 사주자 화장실에서 소리 내어 눈물까지 흘리는 인물이다. 애초부터 그저 간병인이 아니라 이 저택의 안주인을 노리고 들어온 그녀는 절실하다. 온 몸을 던져 자신을 내보내려는 이들과 대항하고, 저택의 안주인이 되려 제 몸을 다치게 하는 자작극을 벌이기까지 한다. 

허술한 듯 보이는 인물이 어느 순간 정색을 하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저는 하녀가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섬뜩하다. 그것은 간병인이라는 위장이 벗겨지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늘 상명하복으로 체계화되어 있던 이 저택의 시스템이 위협을 받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쫓으려는 이 저택의 며느리들 앞에서, 그녀는 안태동 회장을 온 몸을 던져 구하는 자작극을 벌인 끝에 회장의 마음을 돌린다. 얼굴에 멍투성이인 그녀가 병원을 박차고 나와 저택으로 돌아온 후 그 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장면은 그래서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부유층 그녀들이 그 위악스런 모습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어떤 불편한 섬뜩함을 주는 반면, 이 가난하고 처절한 박복한 여인의 모습은 정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겉으로 보면 섬뜩한 미저리의 이미지지만 어딘지 이 절박함에서 짠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도대체 이 짠함의 정체는 뭘까. 

그것은 이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현실들을 거의 축소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택의 권력 시스템을 보라.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의 경계가 명확하고,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신봉건주의적 세계가 그 안에 펼쳐져 있다. 태생적으로 부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이는 회사에서는 잠이나 자고 내연녀와 바람이나 피면서도 잘 살아간다. 반면 그 못가진 채 태어나 신분을 뛰어 넘으려 하는 자는 몸은 물론 심지어 영혼까지 팔아야 한다. 

<품위 있는 그녀>는 그 장르가 그래서 복합적으로 걸쳐져 있다. 이 강남의 부유층들이 하는 짓들은 풍자적인 의미로 웃음이 터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극의 한 편을 본 것마냥 마음이 불편해지고, 그 세계로 뛰어든 박복자는 공포영화의 한 인물처럼 섬뜩하지만 또 그 절박함에서 짠한 비극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딱 그렇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웃기지만 불편하고 섬뜩하지만 짠한 그 현실이 <품위 있는 그녀>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낭만닥터>도 피해가지 않는 멜로의 족쇄

 

사랑해요.”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강동주(유연석)가 윤서정(서현진)에게 불쑥 그렇게 말하자 윤서정은 오글거림을 못 참겠다는 듯 그러지 마라하고 정색한다. 타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공과 사는 구분하자는 윤서정. 그래서 병원사람들이 눈치를 챈 것 같다며 두 사람은 짐짓 대판 싸우는 모습을 가짜로 연출하기도 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물론 드라마 첫 회부터 강동주의 마음이 윤서정에게 있었다는 건 다소 급작스럽게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그러니 이런 달달한 상황이 언젠가 시작될 거라는 건 시청자들도 알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달달해진 <낭만닥터 김사부>에 남는 아쉬움은 뭘까.

 

그건 아무래도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성 같은 것들이 이 달달한 멜로에 의해 희석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목이 지시하고 있듯이 김사부(한석규)라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의사의 다소 낭만적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귀기울여야할 이야기들을 그 기획의 의도로 갖고 있다. 그간 김사부가 던진 한 마디 한 마디가 답답한 현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었으니.

 

<낭만닥터 김사부>는 돌담병원이라는 현실의 축소판 같은 공간을 통해 기득권 세력들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고발하기도 하고, 갑작스레 벌어진 위기 상황을 통해 제대로 된 콘트롤 타워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걸 거듭 강조했다. 요즘 같은 답답한 시국에 이런 이야기들은 그 울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낭만닥터 김사부>도 역시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피해갈 수 없는가 보다. 그것이 이야기상 개연성이 없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멜로보다는 좀 더 사회성 짙은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건 왜일까. 사적인 멜로가 주는 달달함이 지독한 현실을 접하고 있는 작금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강동주와 윤서정의 달달한 멜로 전개가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느슨해졌다. 긴박하게 굴러가던 돌담병원의 응급실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물론 강동주와 도인범(양세종)이 수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보다 강동주와 윤서정의 멜로 상황과 그걸 눈치 채고는 눈을 찡긋 해주는 오명심(진경)이나 기묘한 눈빛을 던지는 장기태(임원희)의 다소 코믹스런 장면들이 더 많이 채워졌다.

 

이렇게 되면서 바로 드러나는 건 김사부의 분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김사부는 신회장(주현)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는 심장수술을 접으려고 하고 그러다 결국 신회장 스스로가 수술 강행을 결정함으로써 상황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갔다. 강동주와 윤서정 멜로의 급 전개는 김사부를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게 했다.

 

물론 이건 잠시 쉬어가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몰아치며 긴박감 넘치는 사건들을 통해 통쾌한 김사부의 일침을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너무 느슨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멜로는 당연히 존재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 이 드라마가 지향하려는 방향성을 매회 잊지 않고 밀고 나가는 힘이 중요하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주제의식과 조금은 쉬어가는 달달한 멜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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