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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사랑과 욕망의 완벽한 변주곡 “너는 어쩌다 나한테 와서 할 일을 다 해줬어.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고, 내 의지로는 못 했을 거야. 그래서 고마워. 그냥 떠나도 돼.” 스스로 죗값을 치르러 교도소를 선택한 오혜원(김희애)이 이선재(유아인)에게 건네는 이 말은 라는 드라마가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가 드러난다. 그것은 사랑과 욕망의 완벽한 변주곡이었다. ‘자기 자신까지도 욕망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오혜원의 법정 최후진술 속에는 젊은 날의 순수와 열정과 사랑을 잃어버리고 욕망의 끝단을 달렸던 자의 참회가 들어 있다. 그녀는 피아노에 대한 열정마저 접어버렸고 대신 상류층의 삶에 동화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그런 그녀 앞에 이선재가 나타났고 그가 들려준 피아노와 사랑의 속삭임은 그녀를..
, 연애도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놀라움 첫 연주를 마치고 CCTV 사각지대에서 격렬한 키스를 하다 자칫 무대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혜인(김희애)과 선재(유아인). 그리고 그 이상한 낌새를 따라 무대 위까지 올라온 혜인의 남편 강준형(박혁권). 그는 거기 어딘가에 분명 혜인과 선재가 밀회를 즐기고 있을 거라는 걸 감지하지만 쉽게 다가가지도 또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못한다. 아내인 혜인과 제자인 선재가 보통 이상의 관계라는 걸 이미 눈치 챈 그지만 화를 내기보다는 한 발 물러선 게 그가 한 일이다. 그는 아내에 대한 사랑보다 ‘자기애’가 더 큰 남자다. 교수로서 번듯한 제자를 하나 키워내는 일이 자신의 그 어떤 것보다 큰 공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사실은 아내의 탈선이 자신에게 고통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의 불륜, 사회극보다 더 신랄한 까닭 “그 사람들 기분 좋게 돈 쓰게 하고 또 돈 벌고 그런 걸 두루 돕는 게 내 일이야. 먹이사슬. 계급 그런 말 들어봤어?” 상류사회에서 혜원(김희애)이 당하는 갑질을 보고는 분노하는 선재(유아인)에게 그녀는 자신이 ‘우아한 노비’라고 말한다. 혜원을 하인처럼 막 대하는 서영우(김혜은)가 제일 꼭대기냐는 선재의 질문에 혜원은 이렇게 말한다. “꼭대기는 그 여자가 아니라 돈이다. 아니구나. 진짜 꼭대기는 돈이면 다 살 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마귀.” 도대체 이 마귀란 뭘까. 중년 여인과 청춘 사이에 벌어지는 불륜을 소재로 다루지만 를 단순한 불륜 치정극으로 바라보면 이 작품이 가진 다양한 결들을 놓치게 된다. 혜원이 조금씩 선재에게 허물어지고 결국 그의 품에 안기..
, 유아인과 김희애의 멜로가 절절한 까닭 “퀵 배달 하다 보니 매일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나거든요... 근데 선생님께서는 제 연주를 더 듣겠다고 하셨고... 어떻게 사는지도 물어보시고, 저와 함께 연주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전 그 날 다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 영혼이 거듭난 거죠.” 에서 선재(유아인)라는 가난한 청춘의 이 한 마디에는 자신을 알아봐준 혜원(김희애)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영혼’ 운운하는 것에 대해 혜원이 “과하다. 말하고 나니까 너도 오글거리지?”하고 묻자 선재는 정색하며 “아닌데요. 진심인데요.”라고 말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운명적으로’ 혜원이 선생님으로 정해졌다는 선재의 말은 이 불쌍한 청춘이 얼마나 타인의 관심에 목말랐던가를 말해준다. 그는 황송하게도 가..
, 진정 다 가진 드라마였던 이유 가 종영했다. 종영했지만 이 놀라운 드라마가 헤집고 간 파문은 꽤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듯하다. 우리네 드라마 현실에서 이처럼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성을 가진 작품을 시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성공하기 힘들다는 스릴러 액션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가족드라마의 문법을 성공적으로 묶어낸 작품. 게다가 그 안에 우리네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준엄하게 꾸짖는 시선까지 담아놓았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을 나눠 하루를 한 회 분량으로 풀어내는 형식미는 이 드라마의 시간을 훨씬 더 숨 가쁘게 만들었고 그 2주를 끝없이 뛰어다니던 장태산(이준기) 옆에 늘 함께 하는 딸 수진(이채미)을 판타지로 엮어내는 방식은 탈주극이 가족드라마의 테두리 안에 온전히 놓여질..
의 이종석, 진실과 진심을 보는 소년 만일 누군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는 바로 이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이러한 가정법의 드라마가 새로운 건 아니다. SF 판타지 장르에서나 판타지 멜로 등에서 자주 봐왔던 설정이다. 하지만 에는 이것과는 결을 달리 하는 새로운 이종결합이 시도되고 있다. 바로 사회극과 멜로다. 끔찍한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는 수하(이종석)는 바로 그 사건 현장에서 타인의 속내를 읽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그 장면을 목격한 혜성(김소현, 이보영)이 자신을 죽이겠다 협박하는 살인범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하를 위해 증언에 나서면서 수하의 사랑이 시작된다. 결국 범인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주겠다’는 어린 수하의 말 한 마디가 이 드라마의 사회극과 멜로가 엮어지는 부분이..
, 멜로가 사회적 메시지를 만날 때 “높은 담장 밖에서 너는 죄도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어. 하지만 난 아버지 땜에 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수연아 사랑하자.. 우린 사랑하자. 더 많이 사랑하자.” 에서 한정우(박유천)가 이수연(윤은혜)에게 키스하며 깔린 이 속 얘기에는 이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결을 잘 보여준다. 이 대사는 한정우와 이수연의 14년에 걸친 사랑을 압축하면서도, 동시에 이 사랑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수연이 죄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살인자(심지어 실제 살인자도 아니었지만)라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후 그 아버지 세대가 씌우는 주홍글씨는 이제 한정우의 몫으로 다가온다. 이수연이 사망한 것처럼 꾸..
, 피해자들을 위한 진혼곡 “내 딸이 죽었어요. 그놈들은 성폭행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했습니다. 내 딸이 죽었어요." 결국 성 폭행범을 제 손으로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버린 의 보라 엄마(김미경)가 던진 이 한 마디는 아마도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라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을 게다. 그녀를 찾아와 그녀에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고맙습니다.”라며 통곡한 또 다른 피해자 수연(윤은혜)의 어머니 김명희(송옥숙)의 절절한 말은 또한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보라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었을 게다. "나 대신 해준 건 고맙고, 나 대신 벌 받는 거 같아 미안하고.." 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멜로처럼 여겨지게 만들지만(또 멜로가 전면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절절한 그리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