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끝낸 <삼시세끼>, 어촌편은 블록버스터다

 

이미 실험은 끝났다? <삼시세끼>를 처음 런칭할 때까지만 해도 나영석 PD는 이 예능 실험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콘셉트로 내세워질 만큼 확실히 손에 잡히는 요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시세끼> 강원도편이 대성공으로 끝난 만큼 스핀오프로 돌아오는 어촌편은 이미 대박이라는 얘기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거기에는 그만한 합당한 근거들이 있다. 첫째, 캐스팅이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삼시세끼> 강원도편의 이서진과 옥택연 그리고 줄줄이 이어진 게스트들의 면면이 약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이번 어촌편은 캐스팅이 톱 클래스급이다.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까지. <무한도전>의 고정 게스트라고 여겨질 만큼 나올 때마다 살벌한 노동강도를 보여주는 차승원이고, 티저에도 나왔듯이 나는 <12>이야라고 이미 예능판을 충분히 경험한 유해진이 아닌가. 여기에 예능의 손이 한 번도 타지 않은 프린스 장근석의 동참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인다.

 

고생하면 할수록 짠해지면서도 웃음이 나게 만드는 차승원이고, 그 고생 속에서도 끝없는 특유의 농담으로 좌중을 쓰러지게 만드는 유해진이다. 이들을 보필하는 장근석은 지금껏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 왔던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망가짐의 미학(?)’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 5차 예고 동영상으로 통해 보여졌듯이 만재도에 들어간 세 사람은 못생김(?)’을 먹고 못생겨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대박의 근거는 어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살풍경에서 나온다. 바다는 강원도편의 유유자적하는 농촌의 환경과는 사뭇 다르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몰아친다. 그런 배경은 <삼시세끼>의 새로운 느낌과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낚시를 해야 하고, 바람 속에서 불을 지펴 무언가를 해먹어야 한다. 노동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주는 정서나 느낌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 예능 특유의 따뜻하고 훈훈한 관계가 이런 어촌의 살풍경 속에서 오히려 더 드러날 것이라는 게 세 번째 대박의 근거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보여졌듯이 문밖을 나서면 파도와 바람이 불어 닥치는 만재도지만 그 문 안에서의 세 사람은 뒹굴뒹굴 누워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부린다. 문 밖의 살벌함과 문 안의 따뜻함.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현실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나영석 PD의 예능이 늘 그러하듯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성공한 작품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원도편이 성공적인 실험의 성격이 강했다면 어촌편은 블록버스터다. 출연자들도 또 카메라에 담기는 환경도 강원도편과는 급이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은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금요일 밤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정착 예능의 시작, <삼시세끼>의 성공비결

 

도대체 이 세계의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마음 훈훈하게 만들었을까. 과거 나영석 PD<12>유목 예능(?)’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삼시세끼>는 이른바 정착 예능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아무 것도 하는 일 없고, 그저 잠시 멈춰서 있는 것처럼 보인 이 <삼시세끼>라는 정지의 시간은 우리가 그토록 바쁘게 움직이고 이동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시켰다. 거기에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시간들이 비로소 손에 잡히는 기적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유목 예능이나 정착 예능이나 도시를 떠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두 다른 성격의 예능은 시간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준다. ‘유목 예능은 끝없이 움직이고 이동함으로써 도시의 삶이 우리에게 부여한 시간의 일상화를 깨는 힘을 발휘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살아온 도시인들에게 여행의 의미는 바로 그 일상 탈출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삼시세끼> 같은 정착 예능은 그렇게 부유하며 끝없이 바쁘게 떠돌 듯 시간을 살다보니 정작 손에 잡히지 않고 하나로 묶여지지 않는 시간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찾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도시를 떠나 정선의 한 공간에 들어간 두 남자는 가을에서 겨울까지를 지내며 도시에서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시간들을 한 웅큼 잡아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쌓여가는 것들. <삼시세끼>라는 정착 예능이 놀라웠던 것은 그 쌓여가는 시간을 우리 앞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집 한 쪽 옆으로 가득 메워져 수수노예들을 양산했던 거대했던 수수밭이 어느 순간 다 거둬져 그 수수가 껍질이 벗겨지고 빻아지고 수수부꾸미로 재탄생하는 그 과정은 시간이라는 마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작은 상자 속에 누워있던 밍키가 어느새 훌쩍 자라 집을 기웃거리는 동네 개들을 쫓아내며 제법 역할을 하게 만든 것도 그 시간의 힘이고, 처음에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던 밥상이 차츰 채워지며 이 초보 농부들에게도 그 밥상을 더 채우고픈 마음을 들게 만든 것도 그 시간이 가능하게 한 일들이다.

 

여행과 농사는 마치 인류가 유목을 하다가 정착함으로써 문화를 만들어냈던 그 원천이다. 멈춤으로써 사람은 비로소 그저 산개하고 날아가 버리던 시간을 축적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삼시세끼>는 물론 그것을 의도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정착을 통해 하나하나 쌓여진 시간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들인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찾아왔던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기억 하나하나는 그 삼시세끼집 구석구석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최지우가 담가놓았던 김치를 서진과 택연이 꺼내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서진이 갖다놓은 화목 난로에 먼저 도착한 택연이 불을 피운다. 하다못해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 넣을 때마다 그들은 어쩌면 어르신들이 오셨을 때 끓였던 곰탕과 고아라와 택연이 그 앞에서 알콩달콩 보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시간의 진정한 의미다. 우리는 어쩌다 보니 도시에서 살며 시간의 향기를 잃어버렸다. 매일 매일 반복적으로 시간을 쓰고 하루를 보내다보니 정착해 있어도 그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점점 잊게 된 것이다. 물론 잠시 동안의 피곤을 풀어주는 왁자지껄함이 있지만 그것도 어떤 손에 잡히는 시간의 묶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삼시세끼>는 그 시간의 묶음으로 한 다발 우리에게 선사했다.

 

<삼시세끼> 같은 정착 예능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그만큼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우리들의 마음 한 구석이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삼시세끼 먹는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시간의 진정한 의미인지도 모른다. 화려한 메뉴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와 진정한 소박한 한 끼를 나누는 그 진정한 시간에 대한 희구. <삼시세끼>가 이토록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 이유다.

 

이만한 파괴력 가진 라인업 찾기 힘들다

 

<미생><삼시세끼>가 모두 종영했지만 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끝이 없다. <미생>은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윤태호 작가가 시즌2의 연재를 시작할 거라는 이야기는 즉각 기사화되어 인터넷을 달군다.

 

'미생(사진출처:tvN)'

웹툰과 드라마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 시즌2가 드라마화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CJ E&M과 시즌2 계약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웹툰 시즌2가 작품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드라마화가 결정된다고 해도 제작상의 문제, 이를테면 캐스팅이나 비용적인 문제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이후에나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tvN은 좀체 <미생>의 그 화제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예능판 패러디로 <미생물>2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은 여러모로 <미생>이 만들어낸 tvN 콘텐츠에 대한 존재감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도다.

 

이런 상황은 <삼시세끼>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망한프로그램인 양 등장했지만 의외로 엄청난 성과를 낸 <삼시세끼>는 본래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제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가을 시즌이 끝나고 어느 정도는 휴지기를 가져가는 게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여기서 쉬지 않고 스핀오프로서 어촌편을 기획해 촬영에 들어갔다. 차승원, 유해진, 장근석 같은 출연자들의 면면만 봐도 이 어촌편은 거의 블록버스터급으로 진화한 모습이다. 정선에서 했던 <삼시세끼>가 소소한 일상의 특별함을 잡아냈다면, ‘어촌편은 그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바다가 주는 그 힘을 느끼게 해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이 <삼시세끼>가 어촌편의 스핀오프를 제작함으로써 tvN이 이미 금요일 저녁에 구축해 놓은 시간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미생>, <삼시세끼> 그리고 <슈퍼스타K6>로 이어지는 황금의 tvN 라인업은 시청자들의 금요일 밤 시청 행태까지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를 찾기보다는 tvN에 고정되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

 

<미생><삼시세끼>가 모두 시즌을 마감했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그 힘을 유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로그램의 성패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편성시간대의 헤게모니를 가져오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tvN 입장에서는 <미생><삼시세끼>의 흐름을 어떻게든 이어나가야 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과연 <삼시세끼> 어촌편은 그 흐름을 계속 잇게 만들 수 있을까. <미생> 신드롬이 만들어낸 tvN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정도 이어질 수 있을까. 만일 <미생>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또 한 번의 <삼시세끼><미생>의 황금 라인업은 가능할 수 있을까. <미생><삼시세끼>tvN이 못 버리는 카드가 된 이유다.

 

스타 파워에서 콘텐츠 파워로 돌아선 현재, 연예대상의 딜레마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 첫 번째는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tvN <꽃보다 청춘><삼시세끼>. 나영석 PD는 올 한 해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족족 연달아 히트를 치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두 번째는 외국인 예능 트렌드를 연 JTBC <비정상회담>이다. 호사다마라고 잘 나가는 만큼 논란도 무수히 쏟아졌다. 기미가요 논란에 이어 에네스 카야의 총각행세 논란이 지금도 뜨겁다. 하지만 논란이 뜨겁다고 프로그램이 거둔 성과까지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이렇게 먼저 비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떠오르는 것처럼, 올 한 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다지 큰 성과나 시도를 보이지 못했다. 이미 브랜드가 확실한 MBC <무한도전>이나 KBS <12>이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는 것과, 베끼기라고 비판받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원조 육아예능인 MBC <아빠 어디가>와의 경쟁에서 오히려 앞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 SBS <정글의 법칙>이 화제성은 떨어졌어도 일관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일관되게 가져왔다는 게 지상파 예능의 성과라면 성과다.

 

이렇게 되다보니 연말 연예대상을 치러야 하는 지상파 3사는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뚜렷한 성과가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가, <무한도전>이나 <12> 같은 이미 이전부터 사랑받아왔던 프로그램들이 수상을 하게 될 경우 시상식이 자칫 그 나물에 그 밥같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상식은 자칫 그 방송사의 올해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걸 자인하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벌써부터 유재석 밖에 상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상줄 사람이 없는상황보다 더 심각한 건 올 들어 바뀐 예능의 트렌드다. 즉 스타 MC 중심으로 흐르던 과거의 예능 트렌드가 올해는 거의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유재석이니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같은 스타 MC들의 활약이 시상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올해는 스타 MC가 있다고 해도 그걸 만들어내는 PD나 작가의 파워가 없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들이 투입된 프로그램의 추락을 통해 알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유재석은 KBS <나는 남자다>를 성공시킬 수 없었고, 강호동은 MBC <별바라기>, KBS <우리동네 예체능> 그 무엇도 성공이라 말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사실상 지상파가 올해 고전하고 비지상파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이러한 스타MC 파워가 약해지고 콘텐츠 파워가 강해진 트렌드 변화 때문이다. 지상파는 여전히 스타MC에 투자함으로써 추락의 길을 걸었고, 비지상파는 환경 상 스타 PD나 작가에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콘텐츠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다면 나영석 PD가 만드는 tvN <삼시세끼>를 만일 시상한다면 누구에게 상을 줘야 할까. 이서진도 대상이 되겠지만 단연 그걸 만든 나영석 PD에게 상이 가는 게 정상적일 것이다. <삼시세끼> 같은 관찰카메라의 진짜 파워는 그걸 만들어내는 제작진의 섬세한 관찰과 발견,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타 MC에 기대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대신 주목받는 건 스타 PD. 그만큼 누가 나오느냐보다 누가 만드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그러니 이렇게 변화된 예능 트렌드 속에서라면 응당 연예대상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스타 MC가 상을 받아가고도 대중들이 그다지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아니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MBC <아빠 어디가>처럼 아이들에게 상을 주기가 애매한 그런 상황들은 이번 연말 시상식에서도 불을 보듯 뻔히 보게 될 장면들이다. 무언가 새로운 형식의 쇼를 보여주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달라진 예능 트렌드에 맞게 시상에도 변화를 주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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