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어떻게 연기자들 재발견의 장이 되었나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종영했다. 대본에서부터 연출, 연기까지 나무랄 데 없는 오랜만에 보는 '삼박자 드라마'였던 <사이코지만 괜찮아>였다. 디즈니와 팀 버튼을 섞어 놓은 듯한 박신우 감독의 공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연출에, 잔혹동화의 형식으로 사회적 편견을 깨나가는 휴먼드라마이면서 동시에 달콤살벌한 멜로와 스릴러를 오가는 완성도 높은 대본, 그리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만들어낸 연기까지 더해진 작품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이 작품이 꺼내놓은 많은 연기자들의 재발견이다. 김수현은 검증된 배우로서 드라마 전체의 중심을 굳건하게 잡아 주었고, 그 위에서 서예지가 이렇게 연기를 잘 했었나 싶을 정도로 펄펄 날았다. 그리고 그 위에 드라마의 따뜻한 정서를 만들어낸 오정세의 미친 존재감이 자리했다.

 

서예지가 이런 연기의 재발견이 가능해진 건 고문영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었다. 고문영은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였고, 어떤 면에서는 멜로드라마의 공식 속 상투적 설정들을 대부분 깨준 캐릭터이기도 했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공주임을 거부하고 위기에 처한 남자를 구해내는 매력적인 마녀(?)의 강렬한 인상을 만들었고, 일은 물론이고 사랑에 있어서도 온전히 주도권을 이끌어가는 여성 캐릭터였다는 점에서 고문영은 서예지의 연기에도 날개를 달아주었다. 마치 그 안에 있었지만 꺼내놓지 못했던 거침없는 면모들을 서예지는 고문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발산하는 모습이었다.

 

오정세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거의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상찬도 부족할 지경이다. 자폐를 갖고 있지만 드라마 속 그 어떤 인물들보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심지어 많은 복잡해 보이는 어른들의 문제를 아주 단순한 어린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명쾌한 답을 던져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보호를 받던 인물이(어찌 보면 보호가 필요하다 막연히 치부되던) 이제 동생들을 보호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던 인물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인물이 되어 결국 동생을 떠나 독립하는 그 과정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였다. 오정세는 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은 상태라는 인물을 과하지 않게 연기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후반부에 이르러 시청자들로부터 "살살 연기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소름 돋는 반전을 이끌어준 문영의 엄마 박행자 역할의 장영남은 그 웃는 연기만으로도 드라마를 순식간에 살벌한 스릴러로 만들었고, 강태(김수현)의 친구 재수 역할의 강기둥이나, 이렇게 귀여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앙징맞은 연기를 보여준 승재 역할의 박진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웃음으로 가볍게 바꿔주는 연기자들이었다.

 

밥 한 끼 차려주며 미소를 지어주는 것만으로도 엄마의 푸근함을 전해주었던 배우 김미경과 그 딸 역할로 아련한 짝사랑에서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설렘을 안겨준 배우 박규영, 세속적인 출판사 대표지만 미워할 수 없는 상인 역할의 김주헌, 괜찮은 정신병원의 다소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원장 역할의 김창완, 거의 환자 역할로 누워 있는 연기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극의 무게를 확실히 잡아준 이얼, 그리고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운 환자 역할을 했던 모든 배우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반짝반짝 빛났던 연기자들이었다.

 

좋은 배우들이 있어 좋은 작품이 가능했던 것이지만, 그것은 거꾸로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좋은 배우들의 진가가 발휘된 면도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래서 괜찮은 연기자들을 줄줄이 내어놓았다. 아마도 다음 작품에서 이들이 출연한다면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들어줄 정도로.(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우리가 자폐 오정세를 통해 위로받은 까닭

 

"배 째-" 자신의 엄마가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 형제의 엄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문영(서예지)이 자꾸만 자기 집에서 떠나라고 하자 상태는 그렇게 말한다. 그건 상태가 생각하는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자신들을 떠나라고 하는 문영 때문에 고민하던 강태가 상태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상태는 떠날 수 없는 이유로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하는 거고, 떠나도 같이 떠나야 한다고 한다. 자신들만 떠나면 문영이 혼자 남게 된다고 하며 그러면 안 된다며 그래도 떠나라고 하면 "배 째!"라고 하면 된다고 한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는 애초 보호를 받아야 할 자폐를 가진 형처럼 처음엔 등장했지만 어쩐지 갈수록 그가 동생들을 보호해왔다는 걸 알게 해준다. 문영의 엄마가 박행자(장영남)였다는 게 밝혀지고, 그가 문영의 집을 찾아와 강태와 문영을 궁지로 몰아넣을 때 그 위기에서 동생들을 구한 건 다름 아닌 상태였다. 그는 책으로 박행자의 머리를 내려쳐 쓰러뜨리고는 외친다. "내 동생들 괴롭히지 마!"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가 박행자의 머리를 내려친 책이 '세계명작동화집'이라는 사실이다. 갖가지 동화들을 뒤집어 새롭게 해석하고 잔혹동화를 통해 동화들이 부지불식간에 심어주는 왜곡된 시선들을 비틀어 보여줘 온 것이 이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였다. 그래서 매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미녀와 야수', '양치기 소년', '의좋은 형제' 같은 동화들이 부제로 달려 있지만 그 회차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그 동화의 메시지를 뒤집는 것이었다.

 

읽음으로써 효용가치를 지니는 '세계명작동화집'이 박행자를 내리치는 흉기로서 효용을 갖게 된다는 그 설정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것도 다른 이도 아닌 자폐를 가진 채 보호 받아야할 존재로 여겨졌던 상태의 손에 의해 동생들이 보호됐다는 상황이라니. 동화 속 이야기대로라면 문영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강태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고 구해내는 게 흔한 구도였을 게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이 동화의 틀에 박힌 구도들을 깨버린다.

 

상태와 강태가 위급한 상황에 몰렸을 때 문영이 나타나 엄마와 대결하고 문영 역시 위기에 처했을 때 상태가 그들을 구한다. 강태가 아닌 문영이나 상태가 구원자이자 보호자로 등장하는 이 구도는 동화 속에서 늘 약자로 그려지던 여성이나 장애를 가진 존재가 사실은 너무나 편견어린 시선으로 상투화되어 그려지곤 했다는 걸 드러내는 대목이다. 상황이 모두 정리되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강태가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미러링하고 문영이 키스를 해줘야 깨어난다고 상태가 말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 회를 남긴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는 사실상 이 드라마의 메시지에 해당하는 캐릭터였다. 그는 자폐를 가진 형 캐릭터였지만 잘 들여다보면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는' 그런 존재였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들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함으로써 오히려 문제의 해결에 쉽게 도달한다.

 

사실 어른이 되는 일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다만 해야 할 말과 행동을 피하지 않고 하는 존재가 어른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상태는 어른이지만 아이의 그 순수함을 잃어버려 어쩌면 어른이라 말할 수 없는 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이 어떤 존재인가를 말해주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이런 점은 문영의 엄마가 강태의 엄마를 살해함으로써 갈등하게 되는 강태와 문영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 해답을 상태가 전해주는 대목에서도 발견된다. 박행자가 '서쪽마녀' 같은 나쁜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된 상태가 그가 준 둘리엄마 인형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버리겠다는 강태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이유로 상태는 "둘리엄마는 잘못한 게 없어. 그거 준 사람이 나쁘지 둘리엄마는 안 나빠. 얘는 잘못한 거 없어. 버리지 마."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는 문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영의 엄마가 나쁘지 문영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상태는 둘리엄마 인형을 통해 마치 어린이의 목소리로 전한다. 근데 그 말의 의미는 웬만한 어른들보다 낫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사이코'로 지칭되는 인물들은 이 작품 속에는 꽤 많다. 문영이 그렇고 괜찮은 정신병원의 그 많은 환자들이 그렇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 사이코는 그 지칭이 너무나 과할 정도로 왜곡된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걸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상태가 있다. 그는 어린이의 목소리로 어른인 척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어른의 말과 행동을 보인다. 우리가 그를 통해 감동하고 어떤 위안을 느끼게 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사이코'가 반전을 통해 던진 질문

 

아마도 한껏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만 알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단 몇 초 간 보여준 반전에 소름이 돋았을 게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정신병원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가 가슴에 나비 브로치를 한 채 운전을 하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 브로치는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옷에 달고 있던 것이고, 고문영(서예지)의 엄마가 옷에 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 브로치는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가장 환자를 배려하던 수간호사가 바로 그 살인범이자 살해된 줄 알았던 고문영의 엄마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한편 문영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홀로 아파하며 이를 숨기려 했던 강태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제는 가족이라고 서로를 챙기기 시작한 강태와 문영, 상태는 괜찮은 정신병원에 같이 출근하다가 상태가 그린 벽화에 누군가 그려놓은 거대한 나비 그림 앞에서 굳어버렸다.

 

나비가 보면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만 했던 상태는 이제 도망치지 않고 맞서겠다 마음먹고 조금씩 나비를 습작하기 시작하던 터였다. 그래서 벽화에 나비를 스스로 그려 넣는 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살인범이 그려 넣었을 그 벽화의 나비 그림은 상태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협박처럼 보였다. 상태는 다시 공포에 질렸고 그래서 그 그림이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달고 있던 브로치 문양이라는 걸 말했으며 문영은 그제야 자신의 엄마가 강태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걸 알아챘다.

 

물론 아직도 박행자가 살인범이고 고문영의 숨겨진 엄마인가는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브로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그 살인과 연루된 어떤 인물이고, 결코 평범한 이는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이 상황은 그래서 나아가 괜찮은 정신병원의 오지왕(김창완) 원장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 나비가 '프시케'라 불린다고 상태에게 말했던 오지왕 원장이 아닌가. 고문영의 엄마는 어린 시절 그 나비 브로치를 보여주며 '프시케'라고 했고 그건 '사이코'의 어원이라 말한 바 있다.

 

박행자가 결코 사람 좋은 수간호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의외로 만만찮다. 그것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간호해주는 수간호사가 더 문제적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여기서 환자의 위치와 이를 지켜주는 간호사의 위치는 역전된다. 이 드라마가 화두처럼 내세우고 있는 '괜찮다'는 대상이 바뀌게 된 것. 괜찮지 않아 보였던 환자들은 사실 드라마 속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꽤 괜찮은 이들이었다는 게 밝혀진 바 있지만, 너무나 괜찮아 보였던 수간호사가 이렇게 전혀 괜찮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강태나 문영 그리고 상태는 '사이코'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가족으로 끌아 안았다. 심지어 강태는 부모 간의 벌어진 비극조차 혼자 삼켜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병원 바깥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번 편에서 학대받아 다른 자아를 갖게 된 환자의 사연은 이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어려서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딸을 방관하고 무당집에 버리고는 수십 년이 지나 간 이식을 해달라고 나타나는 아버지를 어찌 괜찮다 말할 수 있을까.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너무나 괜찮은 작품인 건 수간호사의 반전 같은 극적 장치들을 가져오고 강태와 문영 그리고 상태가 드디어 가족으로 묶이게 되는 그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연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어떤 기준이 온당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과연 괜찮은 건 무엇이고 괜찮지 않은 건 무엇인가.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상처 입어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상처를 주고도 평범한 채 살아가는 이들인가.(사진:tvN)

'사이코', 오정세가 만들어내는 멜로 그 이상의 가치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11회 부제는 '미운 오리 새끼'다. 매회 동화를 부제로 가져와 동화가 제시하는 교훈과는 다른 해석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 드라마가 '미운 오리 새끼'를 가져와 던진 질문은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동생 강태(김수현)와 자신이 좋아했던 동화작가 문영(서예지)이 가깝게 지내는 걸 형 상태(오정세)는 용납하지 않는다. 강태는 문영에게 상태가 가진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며 자신은 형 옆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영에게 자신의 옆에 있어 달라고 한다. "내가 형 옆에 있을 테니까 넌 그냥 내 옆에 있어."

 

그래서 문영은 상태를 찾아와 작업을 같이 하자며 세 사람이 함께 지내려 애쓴다. 하지만 상태는 요지부동이다. 동생 강태를 "내 거"라고 말한다. 그런 상태에게 문영은 "강태는 강태 거"라며 말다툼을 벌이지만 그런 이야기가 상태에게 먹힐 리 없다. 상태는 강태가 동생이지만 문영은 "남"이라고 선을 긋는다.

 

"형한테 나는 유일한 가족이야. 그런 나를 너한테 빼앗기고 혼자가 될까봐 형이 두려워하고 있어." 강태는 형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 문영과 가까워지면 자신은 버려질 지도 모른다 두려워하는 것. 그래서 강태는 말한다. "날 뺏기는 게 아니라 함께 있어줄 한 명이 더 생기는 거라고. 남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거라고 믿게 해줘야지."

 

강태는 형에게 둘리 가족을 이야기하며 고길동이 왜 둘리와 도우너 같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걸 빗대 '보호자'와 '어른'은 '남'이어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설득시킨다. 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강태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형이면 형답게 좀 굴어!"라는 말에 상태는 생각이 많아진다. 잠든 강태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걸 보며 상태는 '강태의 행복'에 대해 생각한다.

 

자폐를 갖고는 있지만 그는 자신이 형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자신만의 돈 통에 꼭꼭 숨겨둔 비상금을 꺼내 강태에게 돈가스를 사준다. 형답게 돈가스를 잘라주고 물수건도 건네준다. 그리고 자신의 돈가스를 동생에게 덜어주고는 돈 통에서 꼬깃꼬깃한 용돈도 꺼내 준다. 동생 강태를 행복하게 해주고픈 형의 마음이 묻어난다.

 

그 곳까지 따라온 문영이 상태에게 자신도 용돈을 달라며 자신은 용돈 줄 사람도 함께 밥 먹어줄 가족도 없다고 했지만 상태는 뿌리치며 강태에게 집에 가자고 한다. "나도 오빠 같은 오빠 갖고 싶다고!" 문영의 그 말은 상태의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빨리 와 문강태!... 고문영! 빨리 와! 둘 다 안와?" 상태는 드디어 형으로서 동생이 좋아하는 문영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강태는 상태에게 '미운 오리 새끼'에서 다르게 생겼다고 차별받아 오리가 떠나게 되지만, 만약에 엄마가 미운 오리를 끝까지 사랑해줬다면 어땠을까를 묻는다. 그리고 어른이 잘 품어주면 오리든 백조든 다 같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아마도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담으려는 또 하나의 메시지일 게다.

 

어린 시절 아픈 상처를 입고 평범한 삶을 살기 어려워진 건 강태와 문영만이 아니다. 상태는 그 트라우마로 자폐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자폐여도 형으로서 동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동생이 사랑하는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상태가 문영이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조금 달라도 가족이 될 수도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상태 역시 자폐를 갖고 있어도 누군가의 가족으로 함께 행복할 수 있다. '어른'이라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강태와 문영 사이의 멜로를 중심축으로 갖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 멜로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건 바로 상태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자폐라는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그가 괜찮은 형이고 나아가 괜찮은 어른처럼 보이는 지점은 멜로 그 이상의 먹먹한 감동을 준다. 평범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연 상태보다 더 괜찮은 어른일까를 스스로 자문하게 만든다.

 

이 중요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상태라는 역할은 오정세라는 빛나는 배우를 만나 생명력을 얻고 있다.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되기도 하는 이 캐릭터가 조금은 낯설지만 따뜻하고 때론 귀엽게 그려지는 건 오정세의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오정세여서 더 괜찮고 더 감동적인 상태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했으니.(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