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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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 사극도 이런 역사적 식견을 드러내는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11. 11. 13:34
사극의 진화, 에 이은 사극의 전형은 아마도 왕이 명을 내리고 신하들은 일제히 “통촉해 주시옵소서!”하며 외치는 장면이 아닐까. SBS 에는 그런 장면이 없다. 아니 아예 왕은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동시대를 다뤘던 KBS 에서 그래도 공민왕도 나오고 공양왕도 나오며 공민왕의 어머니인 명덕태후도 나오는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이다. 왕이 전면에 나오지 않자 대전의 모습도 거의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도당의 풍경이다. 도당은 고려후기 최고의 정무기관으로 도평의사사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보다 중요한 건 이 도당이 지금 현재의 국회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왕이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 시대, 그 실세는 도당3인방이라고 불리는 이인겸(최종원), 길태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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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민초의 눈으로 ‘용비어천가’를 쓴다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10. 6. 09:44
'육룡', 이방원만큼 무휼, 이방지가 기대되는 까닭 오늘 첫 방영되는 SBS 사극 의 등장인물에는 반가운 이름이 들어가 있다. 바로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전작이었던 에서 세종 이도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던 무사 무휼(조진웅)이다. 세종 이도가 글을 세운 문의 힘을 보여준 캐릭터라면 그런 그를 칼을 통한 무로써 지켜주는 인물이 무휼. 무휼은 한글 창제의 이면을 다룬 가 사변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액션 활극으로서 시청자들의 시각적 쾌감을 줄 수 있게 해준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무휼이 훨씬 젊어진 얼굴(윤균상)로 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무휼 옆에는 또 한 명의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이 드라마에서 땅새(변요한)라고 불리는 이방지다. 이 캐릭터 역시 에서 강채윤(장혁)의 무술스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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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 한석규만 봐도 흥미로운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9. 25. 10:33
한석규의 왕 연기, 어떤 점이 달랐을까 확실히 믿고 보는 배우 한석규는 달랐다. 에서 욕하는 모습조차 인간미로 소화해낸 한석규 덕분에 우리는 지금까지 사극을 통해 봐왔던 왕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글을 창제하고 배포한 세종의 그 격의 없는 왕의 모습에서는 저잣거리 백성들을 향하는 그 낮은 자세가 느껴졌다. 교과서 속에 박제되어 있던 세종은 그렇게 한석규를 통해 재해석됐고 비로소 살아있는 인물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돌아온 은 한석규의 영조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왕의 면면이 평이할 리가 없다. 따라서 한석규가 해석해낸 영조는 자상한 면과 광기어린 면이 뒤섞여 있는 왕이다. 그 광기를 은 맹의라는 비밀문서를 통해 보여준다. 노론과의 결탁을 뜻하는 그 맹의에 수결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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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지랄'로 풀어낸 소통의 사극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2. 24. 09:21
소통에 더 갈급한 세상, '뿌리'의 선택 "지랄하고 자빠졌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지랄'이라는 대사는 극 전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화두다. 어린 세종 이도(송중기)가 죽은 아버지 앞에 오열하며 "지랄하지 말라고 그래!"하고 소리칠 때, 그 '지랄'은 이도의 뒤통수를 때렸다. 복잡한 말 장난 같은 이념과 철학의 대결구도 속에서 고뇌하고 힘들어할 때, 이 어린 백성의 한 마디 '지랄'은 오히려 이도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뭐가 그리 복잡한가. 저리 힘들어하는 백성이 있는데. '지랄'. '마구 어수선하게 떠들거나 함부로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뜻한다. 하지만 이 사극의 대사 속에서 사용되는 '지랄'은 이런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럴 듯한 논리가 아닌 직관적으로 사태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