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교양, SBS에 밀려버린 이유

 

지난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내보낸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잘못된 우리네 사법 정의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정의의 부조리는 이 한 편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으며 그간 한숨으로 침묵하던 서민들의 공분을 터트렸다. 그 후속편으로 나간 ‘죄와 벌-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 역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사모님의 뒤에 놓여진 의사-변호사-검사의 커넥션을 파고들어 ‘그들만의 사법’이라는 충격적인 문제를 꺼내놓았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최근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른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공분’을 잡아내고 있다. 이전에 방영된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스캔들’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영훈국제중학교의 비리를 파헤쳤다. 물론 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이미 뉴스 보도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도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이 밝힌 대로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4월 ‘의문의 형 집행정지’편에서 다룬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똑같은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영향력의 차이를 낳았을까.

 

여기에는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진 특유의 연출 방식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김상중을 진행자로 세워 증거들을 하나씩 분석하고, 복잡해 보이는 사건 기록들은 재현 방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안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달효과가 그만큼 뛰어나다. 물론 어떤 아이템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시사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또한 그 소재를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핵심을 정리해주는가도 관건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 외적인 문제다. 즉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결국은 그 방송사 프로그램의 의제설정 기능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즉 MBC의 <시사매거진 2580>이 ‘사모님 사건’을 다뤘음에도 의제설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방송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것은 지난 정권에 들어선 김재철 전 사장에 의해 MBC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공신력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다. 대중들은 지금도 사회적 의제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의혹 문제나 5.18관련 왜곡 문제 같은 사안에 이렇다 할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PD수첩>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현재 MBC 뉴스 시사프로그램이 주는 실망감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슈가 사라져버리고 점점 연성화된 아이템만을 다루는 MBC 뉴스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감이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기자와 PD들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데스크들의 아이템 사전검열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지금 MBC의 기자, PD들은 아예 이슈아이템을 다루지조차 않는 검열로 인해 심지어 무기력증에 도달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뿐만 아니라 <현장21>이 다룬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편으로 또 한번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이 잘 이행되고 있는가를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예병사들이 술을 마시고 안마시술소를 들락거리는 장면을 포착해낸 것. 이 사안은 일파만파 커져 결국 국방부가 나서 전면 수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국방부는 만일 문제가 있다면 ‘연예병사 제도’의 존폐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어찌 보면 SBS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함께 하고 있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면 MBC는 어떨까. 최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MBC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사실 방송사에 대한 신뢰와 호감은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이슈메이킹이나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이 상실된 보도는 그래서 MBC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 때 <PD수첩>이 이끌고 <100분토론>이 밀어주던 MBC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려운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정형돈 돈가스 논란, 무엇이 문제일까

 

‘연예인 돈가스’라는 말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은 정형돈을 떠올렸을 것이다. 정형돈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도니도니’라는 제품명, 게다가 정형돈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돼지의 이미지가 그를 마치 돈가스의 대명사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형돈이 이름을 걸고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누구나 이 제품의 사업주가 정형돈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홈쇼핑에 직접 나와 물건까지 팔았으니...

 

정형돈(사진출처:현대홈쇼핑)

검찰이 함량 미달 돈가스를 판매해 7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한 축산물가공업체 대표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 그 때 떠올랐던 ‘연예인 돈가스’라는 실명이 거론되지 않던 검색어는 그렇게 유야무야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한 케이블 채널의 기자간담회에서 정형돈에게 던져진 질문은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형돈은 “그 부분은 회사와 따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서 답변 드리기는 곤란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고 한다. 과연 이런 대응방식은 옳았던 것일까.

 

사실 이런 식의 연예인이 참여한 상품 판매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연예인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혹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체로 이름을 빌려주고 적당한 홍보를 해주며 제품 판매액의 몇 프로를 이익으로 가져가는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형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아마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정형돈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이름을 빌려주고 상품을 파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제품 판매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도니도니’라는 돈가스를 사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형돈이라는 인물이 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회사와 따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 제품에서 정형돈의 이름과 ‘도니도니’라는 상품명은 알아도 그 회사명이 뭔지는 잘 모른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물건을 팔았다면 그 물건의 하자가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해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검찰의 함량 측정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모양이다. 즉 냉동상태의 돈가스의 무게를 그대로 재지 않고 흐르는 물에 녹이고 튀김옷을 제거하고 물기까지 짜낸 후 중량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제기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등심 함량이 162g이라면 다른 걸 빼고 실제 등심의 함량이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문제는 이번 돈가스 논란으로 불거진 연예인을 내세운 상품 마케팅이 정형돈에게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로부터 허위, 과장, 기만 등을 이유로 백지영-유리, 김준희, 진재영 등이 징계를 받은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런 연예인 홈쇼핑이나 쇼핑몰 관련 문제들은 이슈화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꽤 많은 수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터넷을 쳐보면 피해사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연예인이 관련된 상품 마케팅에는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광고비가 결국은 제품 가격을 높여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을 내세워 하는 상품 마케팅이 결국 과도한 연예인 마케팅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번 정형돈의 경우에도 홈쇼핑과 정형돈에 무려 35%나 떼주는 바람에 원가절감 차원에서 함량을 속였을 것이라고 검찰은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홈쇼핑에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른바 방송인이 다된 전문가들을 출연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종편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집단 토크쇼에 출연하는 변호사, 의사, 요리사 등등의 속칭 전문가들이 속속 홈쇼핑의 쇼 호스트로 투입되어 상품 판매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신뢰성을 상품 판매에 활용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진짜 전문가인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되는 방식은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방송인으로서 재미적인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든 방송인이든 자신의 명성을 빌어 어떤 상품의 대박을 기록했다면, 그만한 책임감도 똑같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연예인의 명성은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들로부터 받은 명성을 이용해 대중들을 속이는 행위는 어떠한 변명에도 용납되기가 어렵다. 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관리까지가 책임의 범위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그 연예인의 얼굴을 보고 그 말을 믿고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따라서 연예인이든 방송인이든 사업에 연루될 때는 훨씬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저 얼굴 빌려주는 것이라고 뛰어들었다가는 그 얼굴에 먹칠하는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거듭된 실패와 논란, JYP 신뢰하락의 원인

 

이대로 가다간 국내 3대 기획사의 하나로 지칭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로 불거진 JYP 소속 아이돌 스타 캐릭터 상품 사업 논란은 작금의 JYP가 처한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JYP의 주장처럼 속사정을 전혀 몰랐을 수 있다. 그리고 손해를 영세 하청업체들이 떠안은 것은 계약서 상에 명시된 대로 판매수익에 따른 정당한 것이었을 게다. 따라서 이를 가지고 섣불리 ‘갑의 횡포’니 ‘을의 눈물’이니 말하는 건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제 아무리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해도 사업이란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해당자의 책임이 아닌가.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하지만 다른 회사도 아니고 JYP다. 국내 3대 기획사로 손꼽히고 해당 연예인들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히트곡을 갖고 있는 가수들이다. 물론 최근 들어 가요계의 흐름이 아이돌 그룹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바뀌면서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신곡을 발표했던 2AM도 과거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한때 닉쿤의 음주운전으로 최근 활동을 재개한 2PM은 도쿄돔 사진 조작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한때 국민적인 반향까지 만들었던 원더걸스는 미국 활동을 접고 국내로 복귀했으며, 미쓰에이의 수지가 영화, 드라마, CF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지만 음악적인 그룹 활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항간에 ‘JYP를 수지가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나돌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래도 JYP인데 그것도 대표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2PM의 의류앨범이 5천여 장을 찍었으나 겨우 140여 장이 팔렸다는 <뉴스데스크>의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다. JYP의 이름을 믿고 투자한 영세 의류업체로서도 당혹스러운 일이었을 게다. 결국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판매수익만 계산해 460여만 원을 받은 해당업체는 재고 처리도 하지 못하고(2PM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아닌가) 1억여 원의 손해를 떠안게 되었다고 한다. <뉴스데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라 JYP의 또 다른 캐릭터 상품을 만든 업체들(티셔츠, 캐릭터 칫솔)도 각각 1억여 원, 2천만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업체까지 줄줄이 경영난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일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JYP는 국내 기획사들 중에서 갑일 것이다. 수많은 을들이 달라붙어 사업을 꾀하려한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논란을 통해 드러난 것은 생각만큼 갑으로서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일련의 무리한 투자가 가져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2009년 JYP USA로 시작해 2011년 말에 JYP크리에이티브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섰던 미국진출은 상당한 적자를 기록하며 결국 문을 닫았다. JYP크리에이티브는 2012년에만 17억 8천만 원의 적자를 냈고, JYP USA는 지난 3년간 무려 103억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것보다는 소소하지만 그래도 약 11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JYP푸드도 2012년 한 해 14억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그 와중에도 영화 진출을 위해 설립한 JYP픽처스를 설립했지만 역시 지난해 7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500만 불의 사나이>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JYP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겉으로 보기엔 여전히 3대 기획사라는 갑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무리한 투자로 손실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이야 언제든 새로운 기회를 통해 벌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JYP에 계속해서 불거져온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비의 미국진출에서 생겨났던 수많은 잡음을 비롯해서, 박진영에게 계속 불거져 나온 표절 논란(결국 ‘썸데이’는 표절소송에서 박진영의 패소로 끝나버렸다), 무엇보다 미국진출이나 영화 진출 혹은 푸드 사업 진출 등의 거듭된 실패가 가져온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는 상장사인 JYP엔터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뉴스데스크> 보도를 통해 불거진 캐릭터 상품 사업 논란의 대상이 된 2PM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상장사인 JYP엔터가 아니라 비상장사인 JYP 소속이다. 따라서 이번 문제로 JYP엔터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최근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생겨난 이른바 ‘갑을 정서’에서 불통이 튀었다는 점을 두고 볼 때 무관하다 할 수도 없다. 사실상 같은 JYP에 대한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을 그저 일회적인 소소한 해프닝이라고 바라보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그간 JYP가 겪은 일련의 논란과 추락의 과정들을 지켜봐온 대중 정서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JYP는 이제 좀 더 행보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사업 확장이 문제가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며, 일련의 논란들이 야기한 JYP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이미지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3대 기획사로서 JYP가 대중문화에 해온 일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중들과의 신뢰 구축과 함께 좀 더 민첩한 위기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MBC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가 오는 11월부터 시간대를 9시에서 8시로 당기기로 결정했다. 시청자들의 생활패턴에 큰 변화가 있다고 판단해 달라진 패턴을 반영했다는 것이 MBC측의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의 변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는 시청률 하락일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지난해 평균 11% 대의 시청률에서 올해 5%, 심지어 3% 대 시청률까지 곤두박질쳤다.

 

'MBC 뉴스데스크'(사진출처:MBC)

MBC는 이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 그 시간대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8시에 SBS가 뉴스를 먼저 하기 때문에 9시대의 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KBS가 9시 뉴스를 고집하면서도 20%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MBC의 시간대 변경의 변을 무색하게 만든다.

 

실제로 8시로 <뉴스데스크>가 옮겨간다고 해도 시청률 반등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들이 많다. 이미 주말에 8시 방영되는 <뉴스데스크> 역시 시청률에서 3-4%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방영되는 <SBS 8시뉴스>는 9-11%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말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주중 8시에 SBS와 맞붙게 될 MBC <뉴스데스크>가 쉽게 시청률 회복을 하기 어려울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SBS 8시뉴스>는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8시라는 파격적인 시간대를 편성하고도 평균 5-7%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SBS 8시뉴스>를 폐지하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역전되었다. <SBS 8시뉴스>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뉴스데스크>는 끝없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세대 중 20-40대의 시청률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이 <뉴스데스크>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시청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시간대가 아니다. 그것은 MBC라는 방송사의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뉴스 프로그램은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않지만 그 방송사의 상징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된다. 결국 방송사가 가지는 매체로서의 공신력에 의해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40년 만의 시간대 이동은(그것도 시청률에 밀려) 작금의 MBC가 대중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잃고 있는가를 스스로 보여주는 일이다.

 

사실 과거 MBC 뉴스만큼 철저히 대중들의 편에 서서 그 목소리를 담아내던 뉴스도 없었다. 권력과 잦은 부딪침을 겪은 것도 단연 MBC 뉴스의 몫이었다. 그만큼 대중들은 MBC 뉴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단 몇 년 사이에 그 지지는 비아냥과 조롱으로 바뀌었다. 날선 언론으로서의 비판 의식은 사라진지 오래고, 최근에는 지나치게 친 정부적인 뉴스로 보수화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은 MBC가 갖고 있는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다. MBC가 해야 할 것은 방송의 시간대 변경 같은 프로그램 외적인 변화가 아니다. 방송이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하는 방송편성과 프로그램의 내적인 변화가 있어야 MBC에 대한 대중들의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 방송사의 공신력이 생긴 이후에야, 예능이든 드라마든 다른 영역의 시청률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에서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큰 법이다. 제 아무리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도 그걸 품는 방송사에 대한 지지가 없다면 냉담한 반응만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이것이 현재 <뉴스데스크>를 포함해 MBC의 모든 프로그램이 난항을 겪고 있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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