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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이 지적한 건 김구라일까, '라디오스타'일까

 

최근 방송인 남희석은 SNS를 통해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김구라가 하는 방송의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김구라의 방송태도가 게스트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했고 출연자들이 김구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구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나서서 "김구라는 무례한 MC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희석의 공개 비판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예계에서 동료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불편한 지점을 느낀다면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흔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희석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하게 된 건 그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종업계 후배들과도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비판 이후 남희석은 이 SNS의 글이 갑자기 쓴 게 아니라 "몇 년을 지켜보고 고민하고 남긴 글"이라며 "콩트 코미디하다가 떠서 <라디오스타> 나갔는데 개망신 당하고 밤에 자존감 무너져 나 찾아온 후배들 봐서라도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약자들 챙기시길"이라 덧붙였다.

 

그저 해프닝처럼 보이고, 워낙 연예매체에서 동네 싸움 구경하듯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보도한데다, 남희석의 과거 흑역사 들추기까지 이어지면서 애초 비판의 초점은 상당부분 흐려졌다. 마치 그러는 자신은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이 되냐는 식의 인신공격으로 흘러갔지만 남희석의 지적은 김구라로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이건 <라디오스타>의 문제인지 아니면 김구라의 문제인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라디오스타>는 애초부터 김구라가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터넷방송으로 독설을 날리던 그가 '독설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로 들어와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그 흐름은 <라디오스타>의 흥망성쇠와 거의 닮았다.

 

애초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살짝 발을 얹는 정도로 시작한 <라디오스타>였다. 10분 남짓의 방송시간 때문에 할 이야기도 별로 못하고 끝나기 일쑤였던 <라디오스타>는 바로 그 마이너정서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들이 허용되었고, 대중적인 지지도 오를 수 있었다. 약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어서 보다 과감한 토크들이 가능했고, 시청자들도 그걸 허용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매체환경도 대중들의 정서도 상당부분 바뀌었고, <라디오스타>나 그 프로그램의 상징적 존재인 김구라의 위상도 바뀌었다. <라디오스타>는 이제 온전히 한 프로그램으로 자리했고 그것도 여기 출연하면 무명의 게스트가 단박에 스타로 등극하기도 하는 힘을 발휘했다. 김구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상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출연했고 <라디오스타>에서 그가 언급하고 심지어 독설을 퍼부은 연예인은 오히려 주가가 올라가는 기현상까지 만들었다. 그만큼 <라디오스타>도 김구라도 더 이상 약자가 아닌 권력자의 위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비판이나 독설이 순기능을 가지는 건 그 대상을 권력을 향해 쏟아낼 때다. 정반대로 비판과 독설을 하는 이가 권력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건 정반대로 약자를 핍박하는 방식으로 비춰지게 된다. 이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남희석이 쓴 "약자들 챙기시길"이란 말의 뉘앙스가 새롭게 들린다.

 

김구라는 자신의 캐릭터인 독설과 비판을 여전히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위상도 바뀌고 그래서 대중들의 정서도 달라진 <라디오스타>에 여전히 어울리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하는 <구라철>이나 한때 시사예능의 전면에 서 있었던 <썰전> 그리고 아쉽게 종영했지만 <막나가쇼> 같은 프로그램에서의 김구라는 여전히 핫하고 시원시원한 면이 있다. 그건 이제는 힘이 실린 그의 독설이나 비판이 합당한 대상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디오스타>는 어떨까. 낮은 위치도 아니고 한껏 기득권을 갖게 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제 갓 신인으로 등장한 이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놓고 홀대하는 김구라의 모습이 과연 시원함을 줄 수 있을까. 오래 방송이 지속되어오는 동안 시대가 바뀌었고 위상이 바뀌었다. 김구라와 <라디오스타>가 과거처럼 찰떡궁합이 되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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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형사', 손현주가 절치부심할수록 화력은 점점 세진다

 

"인생이 아주 그지 같아서 그런다 왜. 아주 그지 같아서. 잠이 안와. 염병."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새벽 4시가 다 됐지만 강도창(손현주)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에게 이대철(조재윤)의 사형집행은 엄청난 충격과 허탈감으로 돌아왔을 게다. 이대철의 무죄를 알고도 막지 못한 그였다. 그것도 5년 전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한 수사 때문에 사형수가 된 이대철이 아닌가. 내부고발에 배신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재심재판에 나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증언까지 했지만 권력은 더욱 공고했다.

 

살인범인 오종태(오정세)는 자신이 가진 재력으로 모든 걸 덮어버린 채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의 후원(?)으로 법무부장관 자리까지 올라간 유정렬(조승연)은 사건을 덮기 위해 이대철의 사형집행을 서두르고 결국 집행하게 만든다. 유정렬의 동생 정한일보 사회부 부장 유정석(지승현)은 언론을 통해 이대철의 사형집행을 마치 정의 실현처럼 꾸며내고, 검경은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말판 그 이상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니 이 공고한 권력을 강도창 같은 일개 형사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강도창은 잠을 못 잔다. 너무 억울하고 분한데다 자신의 삶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져서다. 그런데 이대철 사형집행을 두고 벌어진 줄다리기에서 무너진 이는 강도창만이 아니다. 그의 파트너인 오지혁(장승조)도 자신의 사촌형인 오종태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증명해내지 못했다. 또 강도창에 대한 의리로 5년 전 사건을 함께 추적해준 강력2팀 사람들도 모두 내부고발자 취급을 당하며 조직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철의 딸 이은혜(이하은)는 아버지의 사형 집행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깊은 상처를 갖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 강도창을 위시한 약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연대하는 그 모습들은 <모범형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인다. 강도창의 집을 찾아와 형사 일을 한 지 6428일이 됐다는 이유로 케이크에 불을 켜 축하는 강력2팀 사람들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오지혁이 그렇고, 아버지가 사형집행 당한 후 찜질방을 전전하던 은혜에게 다가가, 접근 금지 명령 때문에 아들에게 접근하지도 못하는 속사정을 드러내며 그에게 같이 지내자고 손을 내미는 강도창의 여동생 강은희(백은혜)가 그렇다. 이들 상처받은 약자들은 그렇게 다시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으쌰으쌰 힘을 낸다.

 

그리고 강도창의 집으로 들어온 은혜의 한 마디는 실의에 빠져 있던 강도창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근데 분해요. 그 사람 윤지선 선생님 죽인 그 사람. 그 사람은 편하게 잘 살고 있을 거 아녜요. 죄를 졌으면 벌을 받아야죠. 그 사람 때문에 우리 아빠가 대신 죽었는데. 아저씨가 잡아 줄 거죠?" 그 말 앞에서 강도창은 마음을 다잡는다. 반드시 잡겠다고.

 

본래 드라마의 극성은 주인공들이 곤경에 처할 때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강도창의 절치부심과 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약자들의 연대가 시청자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건 그래서다. 물론 이들의 연대에도 오지혁을 청소년 성매매로 엮어 경찰복을 벗게 하려는 오종태의 만만찮은 계략이 펼쳐지지만, 그럴수록 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이겨내고 저 권력자들에게 일격을 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개개인으로서는 힘없어 보이는 약자들이지만 모이면 다르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이렇게 바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결코 '거지 같은 삶'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를 바라게 된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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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비극을 담아 '화양연화'가 하려는 이야기

 

아련했던 청춘시절의 첫 사랑을 추억하고 그 설렘으로 현재를 변화시키는 드라마인 줄로만 알았다. 물론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는 그런 이야기를 건네고 있지만 윤지수(이보영)와 한재현(유지태)이 겪어온 끝없는 비극은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래도록 여동생 지영(채원빈)과 차별받아왔던 지수. 남자친구 재현이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아버지 윤형구(장광)가 공권력까지 동원해 그들을 막았고 결국 지수는 재현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백화점 붕괴 사고로 여동생과 엄마를 잃고 나서 재현을 떠났다. 군에 강제로 끌려간 재현을 만나러 갔던 그 날 여동생과 엄마가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던 것. 지수는 이 일로 재현을 원망하게 될까봐 이별을 택했다.

 

지수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엄마와 여동생이 사고로 죽었고, 아빠는 그 충격 때문이었는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중이다. 결혼에 실패해 이혼했고 부양하는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다 결국 자퇴를 하게 됐다. 그는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도우면서 살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학부모로 다시 만나게 된 재현이지만 대기업의 사위가 되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재현의 삶은 평탄했을까. 대학시절 그토록 약자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싸워왔던 그가 어째서 형성그룹 회장 장산(문성근)의 사위이자 사냥개가 되어 갖가지 비리들에 대한 죄를 온전히 뒤집어쓰고 있을까. 뒤늦게 밝혀진 것이지만 군 생활을 하던 도중 아버지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됐고 그 이유는 형성그룹 장 회장이 사주한 노조파괴에 프락치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이용당했기 때문이었다. 재현은 지금 장 회장에게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너무 먼 거리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여겼던 지수와 재현은 이로써 어쩌면 공동의 목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대학시절에 그러했던 것처럼 지수와 재현이 형성그룹과 맞서 약자들의 편에서 싸우는 그런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것.

 

<화양연화>는 지수와 재현의 삶에 드리워진 비극들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겪었던 아픔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1980~90년대 학생운동으로 겪은 아픔들은 물론이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같은 대형 사고들이 만들어낸 시대적 비극이 그러하다. 게다가 그 비극은 지금도 지속된다. 약자들은 여전히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돈과 권력을 쥔 이들은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하며 법 위에 군림한다.

 

그래서 <화양연화>의 지수와 재현이 그려나가는 사랑이야기는 적폐세력들과 싸우는 정의의 구현과 겹쳐진다.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피워가는 옛 사랑의 기억들은 그래서 당대의 순수했던 약자들을 위한 삶과 정의에 대한 불씨를 다시금 피워낸다. 과거에 이들의 사랑을 막아섰던 이들이 현재도 그들 앞에 서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목표를 사랑 그 이상으로 확장시킨다.

 

물론 이처럼 시대의 갖가지 비극들을 온전히 다 겪는 인물의 이야기는 다소 작위적인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드라마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기보다는 과거를 회고함으로써 느리게 전개되고, 그 비극이 계속 반복됨으로써 답답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온 중년의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이 이제라도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동시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이들을 막아 세웠던 부정한 현실들이 청산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우리네 시대를 관통하는 비극들을 통해 사랑과 정의의 문제를 연결시켜놓은 이 부분은 <화양연화>가 가진 색다른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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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는 시대의 문제의식들

 

"기회비용. 모든 걸 다 누리면서 살 수는 없어.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돼. 잘 선택해봐.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든지, 제일 두려운 걸 피하든지. 네가 한재현을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면 지명수배를 풀어주지. 계속 만나겠다면 잡아서 몇 년을 감방에서 썩게 할 거야. 넌 그 놈 옥바라지 나 하며 살아. 윤형구의 딸 윤지수가 아니라 한재현의 여자 윤지수. 욕심 많은 어린애처럼 양손에 떡 쥐고 울지 말고, 둘 줄 하나는 포기해. 한재현을 버리든가, 윤형구의 딸 윤지수를 버리든가."

 

대학시절 지수(전소니)에게 당시 검사장이었던 아버지 윤형구(장광)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는다. 자신의 딸이 운동권인 한재현(박진영)을 만나는 걸 탐탁찮게 여긴 그는 결국 그에게 수배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지수는 결국 재현을 망가뜨린다는 아버지의 으름장에 결심을 한다. 재현에게 이별을 선언한 것.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에서 재현과 지수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윤형구 같은 부모의 반대다. 그런데 그 부모의 반대는 단지 빈부나 신분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는 운동권이라는 재현의 선택이 그 반대의 진짜 이유다.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란, 약자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고 어찌 된 일인지 형성그룹의 사위가 된 한재현(유지태)은 그 그룹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윤지수(이보영)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약자를 위해 싸우던 한재현은 이제 그 약자들을 밟고 군림하는 삶을 살아가고, 한재현이 망가지는 걸 보지 않기 위해 이별을 선언했던 윤지수는 한재현이 버린 그 약자들을 위한 삶을 이어간다.

 

정반대의 위치에 서게 된 두 사람이지만, 한재현이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게 된 건 그 장인인 장산(문성근)이 자신 대신 그의 손에 피를 묻히게 했고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재현은 윤지수를 다시 만나면서 자꾸만 그 대학시절의 순수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미 결혼한 한재현과 이혼해 아들을 희망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윤지수의 사랑은 그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이뤄질 수 없는 없는 것이다. 한재현의 아내 장서경(박시연)은 자신도 외도를 하면서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대놓고 윤지수를 모욕주려 한다. 또 윤지수의 전 남편 이세훈(김영훈)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이혼을 했지만 다시 윤지수과 재결합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볼모로 잡으려 한다. 한재현과의 불륜을 공개해버리겠다며 협박해 윤지수를 굴복시키려 한다.

 

겉으로 드러난 대결 양상은 모두 불륜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재현과 윤지수를 둘러싸고 있는 건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한재현은 윤지수를 본 후 약자들을 짓밟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윤지수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한재현을 위해 그가 망가지지 않는 길을 선택하려 한다.

 

사실 멜로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가로막는 방해요인들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면이 있다. 고부갈등이 주로 등장하는 건 가부장제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것이고, 혼사장애는 빈부 격차나 새로운 신분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화양연화>가 가진 멜로를 통한 문제의식은 약자를 위해 살아가는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아닐까 싶다. 약자를 위해 살고 싶지만 강자들이 여전히 짓밟는 현실의 요원함.

 

과연 한재현은 윤지수가 과거와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막아내고 또 스스로 저버렸던 소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약자를 위해 강자와 맞서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은 한재현과 윤지수가 다시 사랑하는 멜로의 과정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화양연화>를 보며 우리가 기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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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가 야구를 빌어 전한 약자로서 잘 싸우는 법

 

“그 날 드림즈는 7연패 중이었는데 하필 타이탄즈 투수가 지금 강두기 선수 같은 국가대표 1선발 최소원 선수를 내보낸 거예요. 모든 팀들이 드림즈한테는 3승을 따내려고 오히려 좋은 선발 투수들을 다 내보냈거든요.” 텅빈 야구경기장에서 이세영(박은빈) 운영팀장은 이제 드림즈를 떠나게 된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아빠와 드림즈 경기를 보러오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야구 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약자에게 더 강한 상대들이 몰리게 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백승수는 “약체팀을 확실하게 이기는 건 비겁하긴 해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 현실을 수긍했다. 하지만 이세영이 백승수에게 하려는 이야기는 그 현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뒤에서 아저씨들은 감독 자르라고 막 소리도 지르고 정말 난리였죠. 근데 그때 엄상구 선수가 3점짜리 홈런을 쳤어요. 감독 자르라고 욕하던 아저씨들도 우리 아빠도 홈런 하나에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면서 울었어요. 다 큰 어른들이.” 그 이야기에 백승수는 한 마디를 더했다. “좋은 경기였네요.”

 

아마도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종영을 맞아 하고픈 이야기가 바로 이 ‘좋은 경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체될 위기에 놓였던 드림즈는 백승수와 이세영의 노력으로 IT회사 PF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PF 대표 이제훈은 백승수가 요구한 전원 고용 승계와 연고지 유지 그리고 팀명을 드림즈로 가져간다는데 모두 합의했지만, 보수적인 이사진들 때문에 백승수까지 함께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결국 드림즈는 살아났지만 백승수는 떠나게 됐다.

 

백승수는 이렇게 떠나는 일이 자신에게는 “익숙한 일”이지만, 자신이 “떠나는 곳이 폐허가 되지 않은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무언가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날 거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스토브리그>가 백승수라는 리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 메시지였다. 승패보다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

 

<스토브리그>는 섣부른 판타지를 말하기보다는 현실적이며 능동적인 선택을 이야기했다. 즉 자본과 권력의 힘이 팀 하나를 좌지우지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 현실의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말라는 것. 말 잘 듣는다고 바뀌는 건 없다는 것. 결국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들과 맞서야 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야구로 표현하면 단지 승패가 아닌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스토브리그>는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현실에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도 온다는 걸 드림즈의 2020년 코리안시리즈 진출이라는 해피엔딩에 담았다. 또한 백승수 단장이 드림즈를 나가 또 다른 종목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비록 어느 한 분야의 도전에서 물러나게 된다 하더라도 좋은 경기를 하는 사람은 계속 또 다른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러한 메시지는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거둔 도전과 그 성과의 스토리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애초 야구 소재에 신인작가의 드라마가 이만한 성과를 서둘 것이라 그 누가 생각했을까. 마치 이 드라마는 드림즈 같았다. 하지만 꼼꼼한 취재를 통한 리얼리티와 백승수 같은 판타지 캐릭터를 통한 시원한 한방의 스토리텔링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이신화 작가가 드라마를 런칭하기 위한 저만의 ‘스토브리그’를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 게다.

 

무엇보다 이신화 작가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건 야구 같은 특정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이를 보편적인 오피스드라마나 우리네 삶의 이야기로 은유하고 확장하는 필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를 흔히 인생에 비유하지만, 이신화 작가는 야구를 통해 약자들이라고 해도 잘 싸울 수 있고 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했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드라마 엔딩과 함께 마지막으로 써진 이 한 줄의 자막은 그래서 드림즈에 대한 것이면서, 이 드라마에 대한 것이며 나아가 힘겨워도 일상을 열심히 살아나며 버텨내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위로와 지지가 담겨 있었다. 약하다 해도 좋은 경기를 한다면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도울 거라는.(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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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남궁민이 보여준 약자의 위치에서의 당당함

 

“제가 나가고 나서도 또 다른 부당함이 있을 때 여러분이 약자의 위치에서도 당당히 맞서길 바랍니다. 손에 쥔 걸 내려놓고 싸워야 될 수도 있습니다. 우승까지 시키고 나가는 모습이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저희 쪽 선수가 돈에 팔려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망가진 팀을 만들지 않은 것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최소한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그런 팀 말이죠.”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남궁민) 단장은 자신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밝히며 그렇게 말했다. 이 말은 <스토브리그>가 백승수라는 인물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만년 꼴찌팀이었던 드림즈에 새로이 부임한 백승수가 해온 일들은 늘 우승을 향한 것들이라 이야기됐지만 사실 알고 보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던 팀을 정상화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여기서 비정상은 팀을 애초부터 키울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재송그룹이 해온 일련의 부당한 조치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드림즈 내부의 잘못된 관행과 부패도 있었다.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금품이 오가는 문제도 있었고, 코치진들 사이에 갈등과 연봉 협상을 두고 벌어진 선수들과의 문제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재송그룹의 갑질에 가까운 부당행위였다. 팀을 해체시키려는 의도로 전지훈련으로 해외는커녕 제주도도 못 가게 만드는 식의 모기업의 갑질이 그것이다.

 

물론 드림즈를 대놓고 해체시키지 못한 건 재송그룹이 지역주민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재송그룹은 이제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 강성그룹과 빅딜을 통해 쇼핑사업을 접게 되면서 더 이상 지역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것. 권경민(오정세) 사장은 어렵게 데려온 강두기(하도권) 선수를 타이탄즈에 이면계약으로 헐값에 트레이드시키고 드림즈 해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이면계약서를 찾아내 언론에 공개하는 내부고발을 함으로써 강두기 선수의 트레이드를 무산시켰지만 이제 백승수는 드림즈를 해체하려는 권경민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는 꼭 드림즈의 모기업이 재송기업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다른 모기업을 찾겠다는 것이다.

 

“권경민 사장은 재송그룹의 의지대로 드림즈를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한 쇼핑사업을 중공업회사로 모두 넘기기로 하면서 더 이상 우리 지역민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거죠. 재송그룹이 우리를 버리기로 한 이상 우리도 결정이 필요합니다. 드림즈 역사에서 투자 의지도 예의도 없던 재송그룹을 이제는 우리도 지워버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제멋대로 농단해버리는 현실 속에서 백승수 단장의 리더십이 빛난 건 그 잘못된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저들의 부당한 행위에 묵과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일찍이 권경민에게 “말 잘 듣는다고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부당한 것들을 부당하다 말하며 나설 때만이 그저 당하지 않게 되는 길이고 나아가 그 팀 자체가 망가진 팀이 되지 않는 길이라는 걸 백승수는 보여준 것이다.

 

사실 우리는 더 이상 대단한 성공이나 꿈을 이루려 하진 않는다. 다만 적어도 약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며, 부정한 일들이 자행되는 걸 막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절대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이제 그 갑을 을의 위치에서 바꾸겠다 선언하는 백승수의 리더십에 깊은 공감대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스토브리그>가 프로야구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백승수라는 인물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려는 이야기였고 우리가 그 행보에 응원의 마음을 가졌던 이유였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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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미투·약자·적폐 현실 담은 노희경 작가의 저력

노희경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경찰은 우리네 드라마에서 낯선 직업은 아니다. 흔한 형사물들 속에서 늘 등장했던 그들이 아닌가. 하지만 tvN 금토드라마 <라이브>에서 경찰은 우리에게 드디어 진짜 얼굴을 드러낸 느낌이다. 때론 딜레마에 빠지고, 매뉴얼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억울하게 당하며, 심지어는 올바르게 경찰 일을 해왔다는 것 때문에 중징계를 받기도 하는 경찰들. 영화 속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리경찰만 있는 것도 아닌,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라이브>는 담았다. 

노희경 작가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건, 경찰이라는 특정 직업을 깊이 있게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들을 포착해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성범죄를 다루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 미투 운동의 한 자락이 포착되고, 국회의원들의 음주운전 거부 사건 같은 걸 다루며 역시 사회적 사안으로 떠오르는 갑질 행태가 담겨지는 식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염상수(이광수)가 오양촌(배성우)을 구하기 위해 총기를 사용한 것 때문에 오히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력 다툼 속에서 희생양으로 내몰리는 일선 경찰의 문제가 담겼다. 그 사건에서 보이는 건 검경의 수뇌부들이 저지르는 적폐청산의 문제와,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힘 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균형을 잃은 언론의 문제다. 결국 약자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고도 늘 힘 있는 자들이 빠져나가는 구실이 되는 현실을 맞이하기도 한다.

‘최고의 경찰 부부’라고 자임하는 오양촌과 안장미(배종옥)가 둘 다 중징계를 받는 대목도 그렇다. 특히 안장미는 연쇄 성범죄자를 붙잡은 장본인이면서도 오히려 ‘늦게 잡았다’며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수뇌부를 차지한 남성 권력들은 비겁하게도 안장미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뒤로 숨어버린다. 이것이 <라이브>를 통해 노희경 작가가 전하려는 경찰의 진면목이었다. 

드라마 초반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을 강제해산시키는 장면으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라이브>가 그리려는 건 공권력으로서의 경찰들을 두둔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들은 결국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이고, 그래서 그 힘 있는 누군가의 잘못되고 비겁한 선택들이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경찰들까지도 모두 욕되게 하고 있다는 것. <라이브>가 비판하려는 건 그래서 그 잘못된 권력구조들, 경찰 수뇌부의 적폐에 대한 것이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염상수를 위해 그를 변호하는 오양촌이 ‘사명감’을 강조해왔던 자신을 후회한다고 말하며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는 대목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 일선에서 사명감이 아니라면 버텨내기 힘든 갖가지 더럽고 두려우며 때론 힘겨운 일들을 해나가고 있지만, 적어도 그 사명감 하나는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애꿎은 그들을 희생양 삼는 비겁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경찰들이 진짜 접하는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우리 사회가 가진 갖가지 문제들이 드러난다. 그 어느 때보다 적폐청산과 사회정의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요즘, <라이브>의 일선 경찰들을 통해 전하는 노희경 작가의 메시지는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마치 우리 사회의 환부를 경찰이라는 특정 직업군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 느낌. 노희경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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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기’, 김명민에 기대하는 약자 보호의 시선

KBS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은 이른바 ‘영혼 바꾸기’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사실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몸과 영혼이 바뀐 인물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은 이미 남녀가 바뀌는 경우까지 나온 바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난 기적>의 ‘영혼 바꾸기’는 흥미롭다. 도대체 무엇이 이 흥미로움을 만드는 걸까.

그 핵심은 ‘영혼 바꾸기’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바뀌어진 영혼이 만들어낼 ‘기적 같은 변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영혼이 바뀐 송현철(김명민)이다. 육체는 최연소 지점장에 탁월한 두뇌를 가진 고스펙의 소유자지만, 영혼은 정 많고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다. 그러니 영혼이 바뀐 송현철은 모든 걸 가진 인물이 된다. 능력도 있지만 마음도 따뜻한.

물론 전혀 다른 영혼과 육체가 하나로 묶여졌으니 정체성의 혼돈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이 없을 리 없다. 그래서 육체의 주인 지점장 송현철이 그간 해왔던 나쁜 짓들을 알게 된 주방장 송현철의 영혼은 이 육체의 주인공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은행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비리를 낱낱이 적어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짓들을 잔뜩 벌여놓은 육체의 주인을 대신해 그 잘못들을 되돌려놓으려 한다.

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친딸 지수(김환희)와 자신이 임대하고 있는(?) 육체의 아들 강호(서동현)가 싸움을 벌여 학교에 불려가자 송현철은 두 아이들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일으킨다. 친딸인 지수를 오히려 두둔하고 지수를 “못생겼다” 놀린 강호를 꾸짖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선혜진(김현주)이 강호의 잘못을 알고는 지수에게 사과하며 일이 잘 마무리되자, 송현철은 강호에게 자신이 지수 편을 든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한다. 제 자식만큼 타인의 자식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는 송현철의 착한 영혼이 슬쩍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이 착한 영혼 송현철에 대한 시청자들의 여러 가지 기대가 생겨난다. 그 하나는 악독한 지점장이었던 육체 송현철이 해왔던 비리들을 그가 되돌릴 거라는 기대다. 너무나 악독해 회사 나오는 게 지옥이라는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래서 조금씩 바뀌어질 이 은행의 풍경들은 바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기적이다. 

또 하나는 지금껏 도우미 취급을 하며 무시해왔던 아내 선혜진에게 송현철의 따뜻한 사과가 어떤 식으로든 보여지길 바라는 기대다. 영혼이 바뀌고 문득 송현철이 선혜진에게 물었던 “아침은 먹었어요?”라는 그 질문 하나가 그토록 뭉클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건 그간 지점장 송현철이 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기적 같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기적은 이 힘겨워도 가족 간의 사랑으로 버텨왔던 조연화(라미란) 가족이 육신은 죽었지만 송현철의 육신을 빌어 돌아온 아빠의 사랑이 온전히 전해지는 일이다. 그것은 가족애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동시에 가진 자가 된(육체 송현철로 다시 살아난) 송현철이 약자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은 기적 같은 일이 된 지 오래다. 가진 자가 약자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일.

영혼이 바뀌어 생긴 꼬이는 삼각관계 이야기보다, 그걸 무마하려고 신이 개입하여 무리하게 사랑을 엮는 이야기보다, 우리의 시선을 끄는 건 영혼이 바뀜으로 해서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일들이다. 바로 그 지점에 흔한 ‘영혼 바꾸기’ 설정을 가져온 이 드라마만의 특별한 감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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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대한민국을 피고로 세운 까닭

 

<소수의견>이 영화 시작과 동시에 자막으로 넣어놓은 특정한 사건, 사실과 관계가 없다는 얘기는 거꾸로 들린다. 오히려 그 자막은 이 영화가 특정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얘기처럼 보인다. 철거와 대치하는 원주민과 전경들, 그리고 투입되는 용역깡패들, 화염병과 물대포, 그리고 그 대치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 이런 풍경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굳이 용산참사를 얘기하지 않아도 우리네 현대사에서 이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사진출처: 영화 <소수의견>

철거는 아마도 포크레인으로 상징되는 우리네 도시들의 화려한 겉면 속에 남겨진 깊은 생채기일 것이다. 포크레인은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남긴다. 그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본래 있던 자연적인 상태가 뜯겨져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있던 자연적인 상태 위에 다른 걸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증거를 덮어버리려 하지만 그 상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포크레인이 뜯어낸 곳에서 두 명이 죽음을 맞이한다. 한 명은 경찰이고 다른 한명은 철거에 대항하던 원주민의 아들이다. 그런데 그 경찰을 죽게 한 이는 다름 아닌 바로 그 현장에 있던 원주민이다. 두 개의 관점이 쟁점화된다. 검찰은 경찰이 죽었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 이 사건은 원주민의 의도적인 살해라고 주장한다. 한편 변호인은 아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됐다는 사실을 밝혀 그 경찰의 죽음이 정당방위에 의한 것이라는 걸 납득시키려 한다.

 

죽은 두 아들들에게는 모두 살아있는 아빠들이 있다. 그래서 이 법정싸움은 당연히 이 아빠들 간의 대립이 될 법도 한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과잉진압을 하게 된 경찰의 뒤에는 그들을 그렇게 움직인 권력자들이 있고, 그 권력자들을 움직이는 건 그 철거가 가져올 이익이다. 그러니 마치 포크레인이 땅을 푸고는 서둘러 그걸 덮어버리는 것처럼 권력자들은 검찰이든 경찰이든 법이든 언론이든 뭐든 이용해 이 사건을 덮어버리려 한다.

 

그러니 법정싸움은 아빠들의 대립이 아니다. 그건 이 사안을 만들어내고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덮으려는 국가와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소수 개인의 대결이 된다. 대한민국을 피고로 세우는 발상은 이 사건이 어느 개인의 부딪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무수히 얽혀 있는 권력과 관계자들에 의해 생겨난 일이라는 걸 말해준다.

 

정작 아빠들은 자신들의 자식들이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입장에 서 있다. 죽은 경찰의 아빠가 이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고라고 말한 대목은 영화가 왜 대한민국을 피고로 세우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즉 아빠들이나 죽은 자식들은 서로 대립할 이유가 없었고 그런 죽음을 맞이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 그들을 대립하게 했고 희생되게 했다는 것이다. 그건 사건이 아니라 사고였다. 누군가에게 의해 내몰리면서 벌어진.

 

권력의 부패나 누군가의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는 자본화라는 이름의 개발은 국민을 희생자로 만든다. 도시화라는 미명하에 포크레인을 들이대고는 그 안에서 쏟아지는 서민들의 피눈물은 금세 마치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린다. 때로는 희생자는 가해자가 되어 법정에 세워지기도 한다. 약자로서의 서민들은 늘 소수의견취급 받는다. 얻어맞아 피를 흘리고 있지만 덮어버리면 무시되는 소수의견.

 

영화는 그 소수의견이 절대 무시될 것들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또 서민과 서민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고 그걸 통해 이득을 가져가려는 저 뒤편의 움직임들을 이 영화는 조망하게 해준다. 끊임없이 서민들의 이야기를 소수의견으로 치부하며 덮으려는 시도들이 영화 속에서 반복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한숨은 그것이 영화 속 극화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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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의 이성민, 서민들의 희망된 이유

 

세상의 모든 의사가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 같다면... 이 의사, 정말 특별하다.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한다. 수술금지 조치가 내려져 수술을 하면 징계를 먹을 것을 알면서도 당장 위급한 환자를 위해 메스를 들고, 쫓겨나듯 병원을 나가면서도 마지막까지 응급환자를 걱정한다. 사고 현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중증 부상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까지 이송해 아무도 손을 대려 하지 않자 본인이 수술을 해서 위기를 넘긴다. 심지어 다른 병원에서 위급한 환자를 도와달라고 하자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 환자를 구한다.

 

'골든타임'(사진출처:MBC)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의 모든 의사가 최인혁 같지는 않다. 최인혁이 구해놓은 환자가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공표되고 언론에 관심을 끌자, 그 때까지 나 몰라라 했던 외과과장은 그것을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 환자를 모두에게 평등한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발판으로 보는 것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과에게 책임을 넘기려고 하는 이 의사 같지 않은 의사들이 꽤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 응급실의 환자들이 처한 상황은 어쩌면 고스란히 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의학드라마에서 환자들이란 늘 약자로 존재했다. 따라서 그 약자를 치료해주고 새 생명을 주는 의사라는 존재가 더더욱 부각될 수 있었던 것. 바로 이 풍경은 영웅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힘겨운 약자의 목숨을 살리는 영웅들의 고군분투. 의학드라마 하면 늘 등장하기 마련인 천재 의사들은 그 영웅 신화의 재림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의학드라마에서 환자는 종종 소외되기도 한다. <하얀거탑>의 천재외과의 장준혁(김명민)이 그의 라이벌인 해외파 노민국(차인표)과 환자를 놓고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이렇게 소외되는 환자를 섬뜩하게 그려낸다. 여기서 환자는 그들의 입지와 대결을 위한 하나의 재료가 되어버린다.

 

<골든타임>에서도 환자가 처한 입장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온몸에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온 위급한 환자 앞에서 각과의 의사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로 수술을 미루다가 결국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장면은, 병 때문이 아니라 의사들의 책임회피로 환자가 죽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또 그것은 돈과 권력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VIP 환자가 들어오면 그 실적을 보이기 위해 서로 수술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그렇다. 이 씁쓸한 현실 속에서 의사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다. 그저 권력자일 뿐이다.

 

<골든타임>의 최인혁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그가 여타의 의학드라마에서 등장했던 천재적인 의사라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의 환자를 살리겠다는 그 의지는 병원이라는 권력 시스템과 체계를 뛰어넘는다. 도대체 그런 시스템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 있단 말인가. <골든타임>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이것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된다. 즉 뜻과 소신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다만 권력에만 줄을 대는 이들에 의해 쫓겨나는 그 풍경은 이 사회가 가진 불공정함을 그려낸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진짜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 최인혁은 그래서 썩어버린 세상에 유일한 희망처럼 보인다. 이것은 <골든타임>이 의학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 상당히 정치적인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최인혁은 열심히 살지만 힘겨운 서민들이 기다리는 구세주처럼 보인다.

 

<골든타임>이 여타의 의학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의사를 단순히 영웅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의사들은 실수투성이다. 초짜 인턴 이민우(이선균)는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이렇게 실수투성이의 이민우가 그저 민폐로만 보이지 않고 어떤 희망으로 보이는 이유는 결국 환자가 죽고 사는 것이 의사로서의 기술보다는 그 의사의 환자를 보는 마음이라는 것이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민우는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무능하지만, 마음만은 이 병원의 과장들보다 훨씬 의사답다.

 

최인혁은 바로 이런 실수투성이지만 의사로서 생명의 고귀함을 포기하지 않는 순수함을 지닌 이민우 같은 존재에게 하나의 멘토가 된다. 세중병원이라는 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부조리한 공간에서 최인혁 같은 의사가 서 있고 그를 바라보는 이민우 같은 이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최인혁에 대한 열광은 그를 연기하는 이성민에 대한 열광으로도 이어진다. 어찌 보면 이성민이라는 배우 역시 드라마나 영화 판에서 해왔던 필모그라피에 비해 훨씬 평가절하되어 있었던 인물이 아닌가. 겉으로만 화려한 주역들의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해 온 이성민은 그래서 최인혁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세상에 이런 인물들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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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4 03:50 홍홍홍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대학병원에서 일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저런 의사가 없는...
    슬픈현실...ㅜㅜ
    아픈 환자 보호자가 교수한테 좀 데들었다고 레지던트들에게 야 다 비급여로 처방내려!!
    헐~~~~~

  2. 2012.08.04 03:51 홍홍홍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대학병원에서 일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저런 의사가 없는...
    슬픈현실...ㅜㅜ
    아픈 환자 보호자가 교수한테 좀 데들었다고 레지던트들에게 야 다 비급여로 처방내려!!
    헐~~~~~

  3. 2012.08.04 13:11 BlogIcon adio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중요한게 뭔지! 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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