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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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지키는 유일한 어른 윤계상이 유괴범이라는 건(‘유괴의 날’)동그란 세상 2023. 9. 26. 16:46
‘유괴의 날’, 아이조차 도구로 삼는 비정한 세상에 대한 풍자 도대체 누가 이 아이의 진짜 보호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니TV ENA 수목드라마 에서 명준(윤계상)은 로희(유나)를 유괴했다. 유괴할 위인이 못돼는 마음 약한 사람이지만 병원에 있는 딸을 살리기 위해 집 앞까지 갔고,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들고는 쓰러진 로희를 엉겁결에 집으로 데려왔다. 유괴처럼 보이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유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유괴범이다. 딸의 수술비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 유괴의 목적은 결국 돈이다. 그 돈을 받아내기 위해 아이는 수단이자 도구가 된다. 그런데 이 어리버리한 유괴범 명준은 깨어나 기억을 잃은 채 자신을 아빠라 여기는 로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결국 딸처럼 로희를 챙기기 시작한다. 로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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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의 신들린 필력, 통찰과 깊이까지 생겼다(‘악귀’)동그란 세상 2023. 7. 14. 14:35
‘악귀’에는 왜 청년 자살귀, 객귀 이야기가 등장할까 나이 칠순의 어르신들만 남은 마을 백차골. 그 곳을 찾아간 산영(김태리)과 해상(오정세)은 마을에 객귀(길에서 횡사한 귀신)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르신들도 하나둘 세상을 등져 점점 유령마을이 되어가는 백차골에서는 객귀가 사람에 붙는 걸 막기 위한 당제를 준비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힘에 부치고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이 행사를 굳이 할 필요가 있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이장(이용석)은 매년 당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어째서 이 마을에 객귀들은 이토록 넘쳐나게 된 걸까. SBS 금토드라마 가 가져온 객귀 이야기와 이를 몰아내기 위해 한다는 ‘허제비 놀이’ 서사에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 그건 바로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백차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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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경의 눈, 김영광의 등, 보기만 해도 눈물 난다동그란 세상 2023. 3. 16. 13:05
‘사랑이라 말해요’가 말하는 사랑이란 “세상 외로워 보이고 세상 심심해 보이는 그 등짝이 제일 별로라고. 겉만 멀쩡하면 뭐해? 그런 축축한 등짝을 달고 사는데. 미련해 보여서 싫어.”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우주(이성경)는 동진(김영광)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그 말 속에는 애증이 담겨있다. 그건 다름 아닌 ‘불쌍하다’는 이야기지만, 우주는 애써 그게 ‘별로’이고 ‘싫다’고 한다. 이 복합적인 감정은 우주가 동진에게 접근한 이유에서부터 비롯된다. 우주가 동진의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 그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아버지의 내연녀였던 마희자(남기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마희자는 우주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내연녀 마희자 때문에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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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이런 분이 있어 그나마 세상이 살만해진다동그란 세상 2023. 1. 26. 15:48
‘어른 김장하’, 감탄하고 먹먹하다 부끄러워지는 인물 다큐 “김장하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자기한테 고마워 할 필요는 없고 자기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할...”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김장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거기에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의 차원을 넘어 진심에서 우러나는 존경심, 숭고함에서 느껴지는 먹먹함, 그 분처럼 살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데서 오는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제가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말문을 이은 문형배 재판관의 그 말 속에는 김장하 선생님이 자신의 길에 어떠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