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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키스먼저’ 야하기는커녕 먹먹한, 독특한 19금 드라마의 등장“같이 잘래요?” 사실 19금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는 야한 뉘앙스를 담기 마련이다.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에서는 이 대사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야하기는커녕 먹먹해진다. 그건 진짜 혼자이기 때문에 솔로의 중년이 겪는 불면의 고통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감우성)이 “자러 올래요?”라고 던진 질문에 1도 기다리지 않고 “네”라고 답하는 순진(김선아)의 모습에서는 그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가 느껴진다. 바로 이런 점은 라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멜로의 지점들이다. 청춘의 멜로라면 키스 한 번 하는 것이 사랑의 궁극적 결실로서 등장하지만, 이들 중년의 멜로는 키스보다 ‘하룻밤’보다 더 큰 것이 서로를 이해하고 차갑게 식어있던 마음을..
‘마더’가 어른들의 마음을 이토록 움켜쥘 수 있는 건아이는 날도 밝지 않은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연다. 거기에는 새 할머니 영신(이혜영)네 집에 와서 갖게 된 예쁜 옷들이 가득하지만 아이는 그 집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을 챙겨 입는다. 입으면 사내아이처럼 보이는 옷. 영신이 앞으로 더 많은 행운이 필요할 것 같다며 준 행운의 목걸이를 챙기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꺼낸 후 수진(이보영)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러 열쇠를 연달아 열어야 겨우 찾아질 정도로 꼭꼭 숨겨줬던 깃털을 들여다본다. 아이는 수진과 바닷가에서 어딘가로 떠나가는 철새를 바라보며 그렇게 한없이 깃털을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자신도 자유롭게 날고 싶었을까. tvN 수목드라마 에서 결국 혜나(허..
‘한끼줍쇼’,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나이가 들어도 어쩌면 저렇게 신사일 수 있을까. 신사동에서 한 끼 함께 할 집을 찾아 나선 JTBC 예능 에 출연한 배우 김용건은 아마도 ‘신사’로 정평이 난 그 면면 때문에 섭외된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아재개그가 입에 철썩 달라붙은 김용건이 여러모로 신사동의 신사로는 딱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영하 10도를 오가는 겨울 날씨에 골목길을 떠돌며 한 끼 밥을 청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도 쉬운 일이 아닐 게다. 하지만 김용건은 연거푸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무엇보다 여러 사유로 거절하는 집 주인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알아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것이다. 에 20년을 출연했고, 최근에는 에 출연해 남다른..
‘반드시 잡는다’, 스릴러도 따뜻하게 바꾼 백윤식의 아우라스릴러가 어떻게 이리도 따뜻할 수 있을까. 영화 는 그 예고편만 보고 나면 “또 연쇄살인이야?”하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나면 그 선입견이 틀렸다는 걸 확인하게 되게 나아가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도 이토록 따뜻한 이야기와 사회적 함의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배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심덕수 역할을 연기한 백윤식이다. 가 색다른 스릴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출연자들의 특별함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백윤식을 비롯해, 성동일, 천호진, 배종옥, 손종학 같은 중견 배우들이 대부분의 역할을 채우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어른’에 대한 남다른 시선 덕분이다. 하루 벌어 하루..
‘청년경찰’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공권력수사의 세 가지 방법을 묻는 시험에서 공부 잘 하는 카이스트 출신 희열(강하늘)은 정답인 ‘피해자 중심 수사, 물품 중심 수사, 현장 중심 수사’라고 적어 넣는다. 반면 공부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는 성격의 기준(박서준)은 고민 끝에 엉뚱하게도 ‘열정, 집념 그리고 진심’이라고 답을 적어낸다. 아마도 영화 이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에 다 들어 있을 것이다. 시험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기준이 적은 열정과 집념 그리고 진심이야말로 진정한 공권력 수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덕목이라는 것.경찰대생이 실제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봤던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은 그 영화와는 정서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
‘학교 2017’, 학교가 부조리한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건이걸 어떻게 청소년 드라마라고 볼 수 있을까. KBS 월화드라마 은 어른들이 불편한 드라마다. 학교라고는 해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대로 우리네 부끄러운 현실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 그래서 공부를 못하면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학교. 심지어 공부를 못한다고 문제아가 되는 이 학교의 시스템은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이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현실 그대로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험과 그렇게 나온 결과를 버젓이 벽보에 붙여 자신의 등수를 확인시키는 이 학교에서 은호(김세정)는 성적이 바닥이다. 공부에는 영 재능이 없지만 이 아이는 웹툰 작가가 꿈이다. 하지만 학교는 이 아이의 꿈 따위는 소중하게 바라봐주지 않는..
김성오·진희경, 묵묵히 청춘 지지하는 ‘쌈마이’의 숨은 주역들격투기 데뷔 무대에서 허무할 정도로 쉽게 상대를 무너뜨리고 링에서 내려오는 고동만(박서준)을 보는 코치 황장호(김성오)는 금세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 여겨졌던 고동만의 돌려차기 한 방이 마치 그의 가슴을 강타한 것처럼 그를 먹먹하게 만들었죠. 붉게 충혈되어버린 그의 눈은 그간 그가 얼마나 이 고동만이라는 청춘의 비상을 보기를 바랐는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했습니다. KBS 월화드라마 는 청춘 멜로를 담고 있지만, 그 청춘들만큼 주목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고동만의 코치 황장호가 그렇죠. 누구보다 고동만의 재능을 잘 알고 있던 코치였기에 그가 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부정 시합을 하고 그게 발각되어 더 이상 태권도..
‘사임당’, 썩어빠진 교육 그 때나 지금이나“사부학당 학동들 새벽부터 밤까지 사서삼경만 주구장창 외워댄다. 여기 아이들 모두 난다긴다하는 명문가 자손들이야. 바깥물정 백성들 고초 따윈 본 적도 관심도 없는 녀석들이야. 이 아이들이 그대로 지들 아버지 자리 물려받아서 또 관원이 되고 그 자식들이 또 관원이 되고 이래 갖고 나라꼴이 어찌 되겠느냐?”중부학당 교수 백인관이 의성군(송승헌)에게 던지는 이 대사는 이 건드리고 있는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묻어난다. 중부학당에 들어가는 것으로 다음은 성균관, 그 다음은 출사의 길이 보장되는 명문가 자손들. 그리고 학당의 교수들을 쥐고 흔드는 자모회. 물론 이런 설정들은 이라는 드라마가 현재적 관점에서 교육의 문제를 사극에 빗대 의도적으로 꺼내놓은 것일 게다.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