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보소>, 사람이 어떻게 책 한 권에 담길 수 있나

 

달달했다가 섬뜩했다가. SBS <냄새를 보는 소녀>는 도무지 하나로 묶여지지 않을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들을 오가는 작품이었다. ‘냄새를 보는 소녀오초림(신세경)을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최무각(박유천)과 권재희(남궁민)의 팽팽한 대결은 섬뜩한 긴장감을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오초림과 최무각의 멜로는 이와는 상반된 달달한 이완을 선사했다.

 

'냄새를 보는 소녀(사진출처:SBS)'

<냄새를 보는 소녀>는 이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품는 복합장르의 재미적 요소들을 가장 극대화한 작품. 하지만 이런 시도는 결코 쉽게 성취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말이 쉽지 스릴러의 긴장감 속에 코미디의 웃음과 멜로의 달달함을 넣는 것이 어떻게 쉽겠는가. 특히 연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당장 자신의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알게 된 주인공이 여자친구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거나 웃기려는 모습이 자연스러우려면 그만한 연기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유천의 연기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훨씬 더 성숙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연기하는 최무각은 연쇄살인범 권재희 앞에서는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오초림 앞에 서면 한없이 녹아내리는 그런 인물이었다. 형사로서 범인을 잡기 위해 뛰어다닐 때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이지만, 오초림과 개그 무대에 서서는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줄줄도 아는 그런 인물.

 

박유천과 대립하는 권재희 역할을 연기한 남궁민도 마찬가지다. 친절하고 매너 있는 눈웃음의 남자처럼 보이던 그는 그 눈빛 이면에 숨겨진 광기를 조금씩 드러냈다. 그의 광기가 일단 드러나자 매너 있는 웃음조차 살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남궁민이라는 연기자가 이 드라마에 세워놓은 기둥은 충분히 든든했다고 여겨진다. 여러 장르들과 사건들의 혼재 속에서도 드라마의 힘을 일관되게 흘러가게 해준 건 남궁민의 연기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박유천과 남궁민이 가진 캐릭터의 이중성은 <냄새를 보는 소녀>가 갖고 있는 인간관 또한 담고 있다. 즉 인간은 일면적인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인간관이다. 최무각은 동생을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절실한 얼굴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인연이 되어 오초림 같은 사랑을 만나게 되고 그 복수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

 

권재희는 이런 인간의 다양한 면면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가 안면인식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건 이처럼 복잡다기한 사람의 내면을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상징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가 살인을 하기 전에 그 희생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기게 하여 책으로 묶어내려는 건 그의 이런 장애를 극복해보려는 안간힘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묶어진 책이 보여주는 일면이 어찌 그 사람을 전부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권재희의 착각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제목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한 가지의 감각이나 느낌 혹은 일관성으로 뭉뚱그려진 생각 따위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냄새는 맡아지는 것만이 아니라 보여지기도 하는 것이고, 살인사건을 당한 주인공도 달달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결국 웃으며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박유천과 남궁민의 입체적인 연기에는 그래서 이 독특한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녹아 있다. 그것은 여러 면을 가진 인간의 발견이고, 그것이 있어 지속 가능한 삶의 긍정이기도 하다. 사람은 책 한 권에 오롯이 모든 게 담겨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존재가 되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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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평범함을 가장 잘 연기해내는 배우

 

그는 <아저씨>의 원빈처럼 멋지게 달리지 못한다. 베테랑 스타 형사지만 달리는 폼은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 같다. 원빈은 <아저씨>라는 작품에서 전혀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들지 않지만, <악의 연대기>의 베테랑 스타 형사를 연기하는 손현주는 오히려 편안한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 점은 아마도 손현주라는 배우가 관객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일 것이다.

 

사진출처:영화<악의 연대기>

드라마 <추적자>는 그의 이런 친근한 이미지가 서민들의 정서와 만나면서 폭발한 드라마였다. 백홍석이라는 형사였지만 그는 형사라기보다는 한 평범한 아빠에 가까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무참한 죽음을 발견한 그는 아저씨 같은 몸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 힘겨움과 절박함이 오롯이 시청자들에게 느껴졌다.

 

<악의 연대기>에서 손현주가 연기하는 최창식 반장은 같은 형사지만 백홍석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다. 그는 한 때 백홍석 같은 순수한 인물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권력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동아줄이 거의 손아귀에 닿을 즈음 그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사건이 터진다. 무슨 일에선지 그를 죽이려 하는 인물과 사투를 벌이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

 

그가 백홍석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것은 정당방위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맨바닥을 굴러 어렵게 올라선 자리에 서게 된 최창식 반장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안에서 조금씩 생겨난 악의 씨앗들이 어느 순간 표면 위로 솟아오른 것일 게다. 선과 악의 경계는 그렇게 얄팍하고 어떤 계기에 의해 불쑥 그 얼굴을 내민다. <악의 연대기>는 바로 저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의 수송담당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에 관한 글에서 쓴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악인의 얼굴? 그런 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악의 연대기>라는 영화의 최창식 반장 역할에 손현주만한 연기자가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는 심지어 악역을 연기하고 있어도 어딘지 짠한 느낌을 주는 그런 배우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여전히 옆집 아저씨 같은 그 모습과 때로는 동료들을 동생들처럼 끔찍이 챙기는 따뜻함을 가진 인물. 최창식 반장에서는 저 손현주라는 배우가 가진 인간적인 냄새 같은 것이 묻어난다.

 

<악의 연대기>는 꽤 잘 짜여진 영화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긴박하게 만드는 장본인은 바로 손현주라는 배우다. 그는 영화 속에서 악역이지만 이상하게 관객들은 그 악역이 범죄를 은폐하려 하는 그 시도들을 누군가에게 들킬세라 걱정하며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러면 안되는데하는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물에서 인물에 이런 몰입을 하게 해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어떤 역할을 하든 일단 심정적인 동조나 동정을 하게 만드는 건 손현주의 연기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가 과거 누군가의 평범한 남편 같은 역할에서 완전히 다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그는 여전히 그 평범함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연기자다. 다만 다른 역할이라는 옷을 바꿔 입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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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의 여행이 특별해지는 순간

 

학교 때부터 배우면서 언제 한 번 가보나 했는데 잊어버렸다. 막상 보니 다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서 박근형은 디오니소스 극장에 가만히 앉아서 그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오랜 세월이 흘러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그 곳은 마치 폐허처럼 보였지만 배우인 박근형에게는 고향 같은 느낌을 줬을 지도 모른다. 먼 길을 돌아 연극의 시발지로 다시 돌아온 듯한 그 기분.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신구에게도 디오니소스 극장은 남다른 곳이었다. “우리 연극하는 사람들에게 디오니소스는 친숙한 이름이다. 술의 신,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 이름을 따서 극장을 만든 것이다.” 2013년 그는 연극 <안티고네>에서 크레온왕 역할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니 그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오래 전 그리스인들을 위해 올려 졌을 <안티고네>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그는 돌아오는 길에 연극을 같이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자신만 빠져 있어 미안한 마음을 표하며 정성을 담은 작은 선물을 샀다. 곧 무대 위에서 만날 후배들을 위해 여행 중에도 틈틈이 대본을 외우는 신구는 천상 배우였다. 그는 디오니소스 극장을 둘러본 소회를 죽기 전에 아주 귀한 경험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일섭은 저녁 술자리에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쓸쓸함을 밝혔다. “나는 나이가 이렇게 먹었다는 걸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영감이구나 내가 노인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요즘에는 느껴져. 72. 상상을 못했는데...” 그리고 그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배우로서의 소회를 이렇게 얘기했다. “이젠 아버지 역할도 안줘. 할배가 돼버려서...” 나이가 들면서 하나 둘 씩 고장 나는 몸이 세월을 실감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스는 꽃할배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이 밝혔듯 배우들에게 이 공간은 특별했을 수밖에 없다. 연극이 생겨난 곳이라는 의미에 덧붙여 이제는 깨진 돌무더기들로 남아 있는 그 폐허 같은 유적들은 긴 세월을 살아낸 어르신들의 쓸쓸함을 고스란히 보여주지 않았을까. 그러니 어르신들이 그 유적에서 과거 그리스의 영광을 떠올릴 때, 자신들의 젊은 날 또한 새록새록 떠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는 그 어느 장소보다 시간의 흔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려했던 그 문명이 지금은 퇴색되어 있지만, 바로 그 퇴색마저 시간이 그려내는 작품처럼 남는 곳. 꽃할배 어르신들의 면면은 그래서 그리스라는 공간을 그대로 닮아있다. 그들이 그 곳을 함께 걷고 느끼고 때론 잠시 멈춰서 어떤 시간의 소회를 얘기하는 모든 것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것은 <꽃보다할배>라는 프로그램의 여행이 지금껏 나영석 PD가 그려왔던 여타의 여행과는 사뭇 달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년 전의 짱짱했던 백일섭의 모습이 지금은 어딘지 상냥해진 느낌은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 아련함을 남긴다. 시간의 흐름을 본다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은 그런 점에서 공간적으로나 어르신들로서나 진한 감흥을 남긴다. 좀 더 오래도록 이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여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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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보도, 이민호보다 수지 후폭풍이 거센 까닭

 

이민호와 수지. 대한민국 청춘 남녀들에게 이 두 사람의 열애보도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이민호의 경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비상한 관심을 보일 정도다. 홍콩 여배우 원영의는 이 열애보도가 나간 후 기쁘면서도 슬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를 넘어 범 아시아적인 팬덤을 가진 스타들이다.

 

사진출처: 영화 <건축학개론>

그만큼 이 두 사람의 열애사실이 가져올 파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이 두 사람이 만인의 연인처럼 이미지화되어 있고 그 이미지가 그들의 상품적인 가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온 일련의 광고 속에는 이런 이미지들이 상품 속으로 투영되어 소비되는 그 화학작용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이제 만인의 연인에서 특정인의 연인이 된 두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파장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번 열애보도에서 그 후폭풍은 수지에게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열애사실이 보도된 이후 수지의 소속사 주가는 요동을 쳤다. 열애설이 나온 후 주가가 뚝 떨어졌고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주가는 다시 회복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간에 수지는 JYP엔터테인먼트를 먹여 살리는 존재처럼 알려지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수지가 JYP의 실적에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열애보도가 이민호보다 수지쪽에 더 많은 후폭풍이 생기는 이유는 이 두 사람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이민호는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로 자기만의 콘텐츠 영역을 구축해왔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는 이후에도 <시티헌터>, <상속자들> 등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화 <강남1970>을 통해 새로운 연기영역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게된 건 다 이런 연기에 몰두한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수지는 사정이 다르다. 그녀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단순에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한 이래 이렇다 할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했다. 드라마 <>, <구가의서>에 등장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지 못했고 그렇다고 본업인 미스에이 활동 역시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의 그 국민 첫사랑이미지를 CF를 통해 반복 소비해온 것이 그녀의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이번 열애 보도로 인해 무너져버린 국민 첫사랑의 이미지가 가져올 후폭풍이 이민호보다 훨씬 클 수박에 없는 결과를 만든다. 건강하고 젊은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심지어 바람직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들이 이미지를 통해 상품화되는 연예인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파장들이 만들어진다. 결국 이럴 때 중요한 건 이미지만이 아니라 자기만의 직능적인 영역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수지는 이미지는 있으되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것은 수지의 활동이 지금껏 상당 부분 왜곡되어 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콘텐츠 없이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경우 그 이미지가 언젠가 사라지는 상황이 오면(이런 순간은 당연히 도래한다) 연예인이로서의 생명 또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어차피 연기 영역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라면 힘겹더라도 연기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미지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오래 지속되면 족쇄가 되기 마련이다.

 

이미 열애 보도는 나왔고 그 사실은 인정되었다. 남은 건 그 파장을 제대로 수습하는 일이다. 수지로서는 이제라도 지금껏 가져왔던 국민 첫사랑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연기 영역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다면 수지는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위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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