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와 '힐링캠프'의 추락이 시사 하는 것

'놀러와'(사진출처:MBC)

'놀러와'와 '힐링캠프'의 추락이 심상찮다. '놀러와'는 지난 1월30일 '쇼킹 기인열전'으로 14.4%(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12.3%(2월6일), 10.9%(2월13일), 8.5%(2월20일) 그리고 7.6%(2월27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빅뱅의 대성과 G드래곤이 출연해 살짝 시청률이 반등(7.2%)하기도 했지만, 윤제문이 게스트로 나오자 윤종신이 출연했을 때의 시청률(6.4%)로 다시 내려갔다. 연초 박근혜, 문재인이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12%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걸 생각해보면 너무 빠른 하락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게스트다. '놀러와'나 '힐링캠프' 모두 토크쇼 형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놀러와'는 그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골방이나 반지하 같은 공간을 고민하기도 했고, 게스트 섭외에 있어서도 카테고리화를 통해 공통 화제를 뽑아내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힐링캠프' 역시 초반에는 '힐링'이 되는 공간으로 게스트를 초대했지만, 차츰 게스트에 맞는 공간을 찾아가는 콘셉트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토크쇼 형식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청률 변화의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한 것은 게스트다. 누가 나왔느냐가 그 날의 토크쇼의 향배를 가르는 것이 되었던 것. 이렇게 된 것은 너무 많은 토크쇼들이 난립하다 보니 충성도 높게 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게스트에 따라 선별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토크쇼들은 더더욱 확고한 팬층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는 제 아무리 바꾸었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연예인(혹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형식 때문이다.

따라서 비연예인이 나왔거나, 혹은 잘 나오지 않던(하지만 관심은 가는) 게스트가 나왔을 때 오히려 주목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놀러와'에서 지난달 했던 기인 열전의 정동남씨나 통아저씨, 신바람 이박사 같은 게스트는 대표적이다. 이것은 '힐링캠프'의 박근혜, 문재인도 마찬가지다. 한편 '안녕하세요'가 그다지 큰 부침이 없이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 게스트가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게스트 토크쇼는 이처럼 형식만 제대로 잡으면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인물들의 섭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토크쇼는 '라디오스타'와 '해피투게더3' 정도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들 프로그램들이 좀 더 확실하게 '연예인 홍보'와는 거리가 먼 방식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배려하기보다는 공격하는 토크가 주를 이루고(이것이 결국 이 프로그램의 게스트 배려방식이지만), '해피투게더3'도 형식을 바꿔 개콘4인방이 투입되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토크 형태로 바뀌었다.

결국 게스트를 배려하는 편안한 토크쇼들은 물론 그 자체의 맛이 있지만, 게스트가 누구냐에 그만큼 민감해졌다는 얘기고, 거꾸로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상대적으로) 토크쇼들은 그 형식 자체의 재미 때문에 보는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것은 이른바 '편안한 토크쇼'들이 너무 난립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연예인들이 나와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주목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새로움이다. 새로운 게스트가 나왔을 때 주목되고, 똑같은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재발견'되어야 지지를 하게 된다. 연예인 홍보 같은 토크쇼에 더 이상 놀러가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안녕', 토크쇼도 이제 일반인 출연 트렌드?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안녕하세요'에는 '대국민 토크쇼'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어있다. 이 토크쇼는 물론 연예인들이 MC로 앉아있고, 연예인 게스트도 있지만 그들이 주인공은 아니다. '대국민 토크쇼'라는 수식에 걸맞게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전국고민자랑'이라는 코너는 특별한 사연들을 가진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토로하는 장이다. 연예인들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웃고 공감해주는 것으로 그들의 소임을 다한다.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만큼, 그들에게 낯설 수 있는 스튜디오에는 그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묻어난다. 일단 일반인들이 보내준 고민에 대한 사연을 MC가 맛깔나게 읽어주고 나서 기대감을 갖게 한 후, 출연자는 마치 놀이터에 들어오는 것처럼 미끄럼틀을 타고 무대로 내려온다. 무대를 올라가는 부담감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방식으로 없애주려는 의도다. 객석들 아래로 놓여진 무대에 마치 사랑방처럼 좌식으로 앉아있는 것도 그 편안함을 유지하려는 프로그램의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고민을 자랑(?)하는 마당을 깔아 놓은 이유는 그들이 갖고 오는 사연이 재미있는데다가 무궁무진한 다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수발을 들어주느라 거의 노예처럼 산다는 남편, 아빠가 하도 어리광을 부려 마치 동생이 하나 있는 것 같다는 아들, 목소리가 특이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람에서부터 특정 연예인을 너무 좋아해서 가정을 등한시한다는 사람까지, 별별 사연들이 다 올라온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이것이 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매특허의 히트코너인 시청자 사연 코너를 방송 버전으로 끄집어낸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그 자리에 이런 방송에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컬투와 이영자가 앉아 있는 건 그런 이유다. 또한 여기에 특히 일반인 출연자들과의 밀고 당기는 토크가 장기인 신동엽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안녕하세요'가 '화성인' 같은 여타의 일반인 게스트 프로그램과 달리, 특유의 훈훈한 느낌을 주는 것은 역시 아날로그 느낌이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청자 사연 코너를 정확히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토크쇼는 최근까지도 연예인들 혹은 유명인들만이 출연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은 토크쇼만이 아니라 TV라는 공간 자체가 그랬다. 하지만 최근 이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면, 최근 '안녕하세요'나 '화성인' 같은 토크쇼들은 이 경향이 토크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일반인이 출연했을 때 어떤 강점이 있는걸까.

물론 일반인은 연예인보다 그 주목도가 낮다. 따라서 프로그램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상 높은 시청률을 끌어내기가 불리하다. 하지만 일단 프로그램 형식에 대한 호감도가 생기고 나면 오히려 연예인 게스트보다 유리한 점도 많다. 즉 연예인 게스트들의 홍보성 출연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토크의 소재가 무한정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물론 '안녕하세요' 같은 일반인 게스트 토크쇼는 여전히 실험중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원하는 풍경은 분명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는 연예인과 일반인이 똑같은 눈높이로 앉아 고민을 얘기하고 공감한다. 이것은 어쩌면 영상과 방송이 일상화된 시대로 진입해가는 TV에게 대중들이 바라는 새로운 얼굴인지도 모른다.


붐의 군대얘기는 왜 모두가 좋아할까

'시크릿'(사진출처:KBS)

바야흐로 붐 전성시대다. 현역으로 입대해 연예사병으로 만기 제대한 붐은 연예계 복귀 단 몇 주만에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다. 추석 내내 채널을 돌리면 마이크를 들고 있는 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추석이 지나고 왠만한 토크쇼치고 붐이 지나가지 않은 흔적은 없었다. 그만큼 붐에 대한 예능계의 기대감은 컸고, 거기에 붐은 제대로 부응하며 춤이면 춤 토크면 토크, 역시 붐이라는 찬사를 거둬들였다.

붐에 대한 예능계의 폭발적인 주목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입대하기 전 그가 구축해놓은 이른바 '싼티' 캐릭터는 그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만 했다. 하지만 대체로 입대하고 몇 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게 연예인들의 숙명이다. 게다가 제대를 하고 복귀하게 되면 달라진 예능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하하나 김종민처럼 주목받던 연예인들도 복귀해서 제 영역을 찾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붐은 다르다. 마치 엄청난 준비를 해왔던 사람처럼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빵빵 터트리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우스개로 던지는 "약 1000개의 레퍼토리"를 준비했다는 얘기는 그저 농담만은 아닌 모양이다. 실제로 붐광댄스는 철저히 준비된 레퍼토리의 하나이고, 토크 도중 이를 드러내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는 모습 역시 붐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진짜 주목되는 건 그가 토크 때마다 끄집어내는 '군대 이야기'다.

사실 '군대 이야기'는 남자들은 좋아할 지 몰라도 여자들은 지루해한다. 그런데 붐의 군대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거기에는 붐이 연예사병이었다는 특수성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붐의 군대이야기 속에는 이준기도 등장하고 이동욱이나 박효신은 물론이며 라니아 같은 걸 그룹도 등장한다. 군대이야기는 맞지만 거기엔 연예계 이야기(그것도 군대라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남자스타들의)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붐의 군대이야기는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좋아한다.

이 군대이야기는 또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이른바 연예인들의 군대 프리미엄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군 생활을 했다는 것은 언제부턴가 대중들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따라서 붐이 예능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군대이야기를 토크의 주제로 끌어들인 것은 대단히 현명한 방식이다. 이것은 군대 프리미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입대한 남자 연예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재밌게 각색된 군대이야기는 붐의 그간의 공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준다. 즉 입대하기 전의 붐과 제대한 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냄으로써 그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붐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는 거품도 있다. 그것은 그간 군대라는 장막에 가려져 있다가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더 주목되는 경향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거품을 감안한다고 해도 붐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주목도나 존재감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가 복귀의 그 날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과거 리포터로서도 발군의 활약을 했던 붐이 군대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예사병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했다는 건 참 기묘한 일이다.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는 늘 기회가 오게 마련인 셈이다.


사랑타령을 넘어서 세상과의 대결을 유쾌하게 그려내다

'최고의 사랑'(사진출처:MBC)

"독고진이 구애정을 정말 열심히 사랑했다는 게 욕먹고 오해받을 일이 되지 않도록 제발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른바 독고진(차승원) 동영상에는 감동적이지만 씁쓸한 반전이 담겨져 있다. 대중과 언론들이 기대했던 것은 뭔가 음성적인 동영상이었겠지만, 그 속에는 죽을 것을 대비해 남겨놓은 독고진의 뜨거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최고의 사랑'이라는 로맨틱 코미디가 그려낸 세계의 특별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최고의 사랑'은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예계로 가져왔다. 국민배우 독고진과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공효진) 사이는 저 왕자와 신데렐라만큼의 거리가 놓여져 있다. "살아서도 고백하고 죽어서도 고백하고 독고진씨는 나를 도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거예요?" 왕자 독고진이 신데렐라 구애정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백하는 이야기. 이만큼 익숙하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형적인 스토리가 극단적인 호감, 비호감으로 나눠지는 연예계로 들어오면서 이 달달한 스토리는 사회성을 띄게 된다. 즉 전통적인 멜로 구도에서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방해자(시어머니 같은)가 끼어들기 마련. 하지만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과 구애정 사이에 끼어 있는 건 대중들이다. 즉 그들이 사랑에 이르는 과정보다 더 어려운 건 그들의 사랑이 대중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멜로 구도가 갖는 사적인 사랑을 그 연예인이라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공적인 간섭을 받는 불편한 상황이 들어가 있다.

독고진이 말끝마다 자신을 '특별한 독고진'이라고 수식하는 데는 그래서 이중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특별하지만, 그 특별함 때문에 사적인 사랑이 불편해지는 것. 그래서 이 로맨틱 코미디의 남녀가 먼저 '극복'해야 했던 것은 공적인 사랑에 익숙해진 그들이 사적인 사랑에 눈뜨는 과정 그 자체다. 자신은 특별하다는 이유에서 또 자신은 비호감으로 낙인찍혔다는 이유에서 보통의 사랑을 하지 못하는 지친 이 두 영혼은 차츰 서로의 '충전'이 되어주며 사랑을 이뤄간다.

이 사이에 완벽남 윤필주(윤계상)가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당연히 선택할 이 완벽남이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와서 프로그램 의도와 달리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사적인 선택과 공적인(?) 선택의 충돌처럼 여겨진다. 윤필주는 사적인 진심을 드러내지만 공적인 위치에 있는 구애정은 그것을 실제로는(방송으로만 받아들인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즉 국민배우든 비호감이든 연예인이라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들의 사랑은 (이중적인 의미로) 특별하다. 그래서 공적인 신분을 벗어나 사적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것을 또한 공적으로도 인정받는 이 사랑은 '최고의 사랑'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우리는 과연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과 구애정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현실의 연예인이라는 존재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거의 '개그콘서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발랄하고 경쾌하기 그지없는 이 로맨틱 코미디는 그래서 그 달달한 사랑과 유쾌한 유머 밑에 진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웃으며 바라봤던 일반 대중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말과 글이 어떻게 한 사람을 힘겹게 만드는가를 우리 자신에게 다시 되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최고의 사랑', 이 사랑이 특별했던 것은 오글거리는 사랑타령만이 아니라 그 바깥에 놓여진 세상과의 대결을 머리가 아닌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통해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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