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 돈가스 논란, 무엇이 문제일까

 

‘연예인 돈가스’라는 말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은 정형돈을 떠올렸을 것이다. 정형돈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도니도니’라는 제품명, 게다가 정형돈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돼지의 이미지가 그를 마치 돈가스의 대명사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형돈이 이름을 걸고 정성스럽게 만들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누구나 이 제품의 사업주가 정형돈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홈쇼핑에 직접 나와 물건까지 팔았으니...

 

정형돈(사진출처:현대홈쇼핑)

검찰이 함량 미달 돈가스를 판매해 7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한 축산물가공업체 대표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 그 때 떠올랐던 ‘연예인 돈가스’라는 실명이 거론되지 않던 검색어는 그렇게 유야무야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한 케이블 채널의 기자간담회에서 정형돈에게 던져진 질문은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형돈은 “그 부분은 회사와 따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서 답변 드리기는 곤란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고 한다. 과연 이런 대응방식은 옳았던 것일까.

 

사실 이런 식의 연예인이 참여한 상품 판매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연예인이 제품을 개발하거나 혹은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체로 이름을 빌려주고 적당한 홍보를 해주며 제품 판매액의 몇 프로를 이익으로 가져가는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형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아마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정형돈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이름을 빌려주고 상품을 파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제품 판매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도니도니’라는 돈가스를 사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형돈이라는 인물이 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회사와 따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 제품에서 정형돈의 이름과 ‘도니도니’라는 상품명은 알아도 그 회사명이 뭔지는 잘 모른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물건을 팔았다면 그 물건의 하자가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해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검찰의 함량 측정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모양이다. 즉 냉동상태의 돈가스의 무게를 그대로 재지 않고 흐르는 물에 녹이고 튀김옷을 제거하고 물기까지 짜낸 후 중량을 측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제기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가 어렵다. 등심 함량이 162g이라면 다른 걸 빼고 실제 등심의 함량이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문제는 이번 돈가스 논란으로 불거진 연예인을 내세운 상품 마케팅이 정형돈에게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로부터 허위, 과장, 기만 등을 이유로 백지영-유리, 김준희, 진재영 등이 징계를 받은 것도 비슷한 사례다. 이런 연예인 홈쇼핑이나 쇼핑몰 관련 문제들은 이슈화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꽤 많은 수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터넷을 쳐보면 피해사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연예인이 관련된 상품 마케팅에는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는 것일까.

 

광고비가 결국은 제품 가격을 높여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을 내세워 하는 상품 마케팅이 결국 과도한 연예인 마케팅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상품과 서비스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번 정형돈의 경우에도 홈쇼핑과 정형돈에 무려 35%나 떼주는 바람에 원가절감 차원에서 함량을 속였을 것이라고 검찰은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홈쇼핑에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른바 방송인이 다된 전문가들을 출연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른바 종편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집단 토크쇼에 출연하는 변호사, 의사, 요리사 등등의 속칭 전문가들이 속속 홈쇼핑의 쇼 호스트로 투입되어 상품 판매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신뢰성을 상품 판매에 활용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진짜 전문가인지는 의문이다. 이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되는 방식은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방송인으로서 재미적인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든 방송인이든 자신의 명성을 빌어 어떤 상품의 대박을 기록했다면, 그만한 책임감도 똑같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연예인의 명성은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들로부터 받은 명성을 이용해 대중들을 속이는 행위는 어떠한 변명에도 용납되기가 어렵다. 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관리까지가 책임의 범위인 것은 분명하다. 결국 소비자들은 그 연예인의 얼굴을 보고 그 말을 믿고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따라서 연예인이든 방송인이든 사업에 연루될 때는 훨씬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저 얼굴 빌려주는 것이라고 뛰어들었다가는 그 얼굴에 먹칠하는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리쌍 논란, 갑의 횡포? 잘못된 법이 문제다

 

리쌍이 지난해 산 건물에 임차인과의 갈등으로 빚어진 이른바 ‘갑의 횡포’ 논란은 시시비비를 따지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리쌍의 입장에서 보면 36억의 빚을 내서 산 건물의 임차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있는 계약기관과 상관없이 전 주인과 5년을 구두계약 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게다. 하지만 임차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 주인이 구두로 보증금이 3억을 넘지 않으니 임대차 보호법에 해당되어 5년을 장사할 수 있다고 구두계약 했다가 후에 슬그머니 임대료를 조정해 보호받지 못하게 된 사정이 억울할 것이다.

 

'리쌍(사진출처:정글엔터테인먼트)'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그 임대료 조정조차 새로운 건물주인 리쌍에게 임대인으로서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했던 일처럼 여겨졌을 수 있다. 물론 리쌍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건물주로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임대사업장에 어떤 사업 계획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지만 그들은 임차인의 사정을 감안해 도의적인 보상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차인이 이를 거듭 거부하고 리쌍이 연예인이라는 입장을 약점 삼아 버티는 모습은 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흔히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관계를 그저 모두 갑을 관계로 치환해서 마치 갑이 을에게 늘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 바라본다. 물론 일종의 권력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임대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제대로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른바 권리금을 제 멋대로 올리는 임차인 때문에 그 피해가 건물주에게 미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이번 리쌍의 경우는 연예인이라는 공인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여론의 약자가 될 가능성이 더 많다.

 

즉 이번 리쌍과 임차인 사이에 벌어진 사안을 단순히 갑의 횡포니 을의 억지니 하며 바라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왜 이런 분쟁이 생겨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리쌍이 애초에 전 건물주와 계약할 때 임차인들과의 이런 미묘한 입장들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고, 임차인 역시 전 건물주가 보증금 액수를 조정할 때 확실하게 서면 계약서로 5년을 보장받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즉 현재의 법에서는 건물을 사거나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사전에 모두 서면으로 남겨놓아야 분쟁의 소지가 없다는 얘기다.

 

사실 이 문제는 보는 입장에 따라 누가 잘했고 잘못 했는가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누구는 건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싶지 않겠는가. 또 누구는 임차인으로서 손해보고 가게를 빼주고 싶겠는가. 문제는 이렇게 분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시키는 법 조항이다. 법이란 것이 결국 이런 사회적으로 벌어지는 분쟁에 대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임차인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2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를 제출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른바 ‘임대차 보호법’이라는 것이 실로 애매한 기준으로 그 보호대상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서울의 경우에 보증금이 3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상가건물 임차인들만을 보호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얘기는 임차인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처럼 “5천에 250만 원짜리 세입자는 보호를 받고, 5천에 251만 원짜리 세입자는 보호 안 되는” 이상한 현실을 보여준다.

 

리쌍이라는 연예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공론화된 것이지만, 이런 건물주와 임차인의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히 갑을 관계로 치환해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자칫 감정싸움으로 흘러가게 만들 수 있다. 갑의 횡포니 을의 눈물이니 하며 최근 갑을 관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갑을 관계로 환원해 바라보는 것은 자칫 특정 사안의 핵심을 놓치는 일이 될 수 있다. 리쌍 논란의 핵심은 갑을의 문제라기보다는 잘못된 법의 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정치인 유정현이 방송인 유정현의 발목을 잡다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유정현이 정치를 접고 방송복귀를 선언했다. tvN <택시>에 강용석과 출연한 유정현은 여배우와의 모텔 출입 루머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유정현이 복귀한 첫 방송으로 김구라가 진행하는 <택시>에 강용석과 함께 동승한 데는 그만한 포석이 있다고 여겨진다. 유정현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강용석 못지않게 비호감을 산 인물이다. 강용석이 김구라를 통해 부활할 수 있었듯이 유정현도 그런 일종의 김구라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택시(사진출처:tvN)'

하지만 강용석과는 달리 유정현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곱지 않다. 아무래도 그가 정치인으로 보였던 일련의 모습들이 대중들에게 깊은 잔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정치인으로 입문하는 과정에서도 꽤 많은 말들을 남겼다. 그다지 정치적인 소신을 보인 적이 없고, 그렇다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던 그가 갑자기 정계 입문을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 행보에 공감하지 못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에 몇 차례 나왔을 뿐 특별히 정치와 관계가 없어 보이던 그가 정치참여의 변으로 밝힌 “한류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다.

 

어떤 정치적인 행보나 뜻이 삶에 묻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대중들로 하여금 방송인으로 얻은 인지도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인물로 각인되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했던 일련의 정치적인 행보들은 대중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다. 이런 그가 결국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하자 다시 방송인으로 돌아온 것이 대중들에게 좋게 보이기는 어렵다. 너무 쉽게 정치계에 들어갔다가 또 너무 쉽게 방송계로 돌아오는 모습이, 소신 있는 정치인들이나 방송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송인들과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이다.

 

사실 유정현은 정치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유머감각이 뛰어난 아나테이너로서 주목을 받았다. 아나운서로서 시작했지만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 드라마, 영화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특유의 느물느물한 언변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깔끔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풍모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던 것. 하지만 몇 년 간의 외도(?)는 그 이미지에 상당한 흠집을 만들었다. 유정현은 그래서 스스로도 방송계에 들어와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오로지 방송인으로서의 유정현을 다시 세워보겠다는 것.

 

하지만 이른바 소셜테이너가 일상화되어가는 요즘 연예인이 사회적인 이슈나 정치적인 안건에 대해 무관한 존재라는 인식은 사라져가고 있다. 모든 일상적인 것들이 정치에서 유리될 수 없는 대중정치 시대에, 개념 발언을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들에 대한 주목도는 이제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어떤 식으로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말해준다. 하물며 유정현처럼 정치인으로서의 강한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대중정치 시대에 대중매체를 통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연예인은 점점 닮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 둘 사이를 오가는 것도 과거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른바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분들이 그 어떤 정치인들도 해내지 못한 일들을 실제로 하는 모습을 목도한 대중들로서는 심지어 정치인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으면서도 당리당략에만 휘둘리며 정작 국민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모습에 염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연예인이 대중적 이미지를 통해 정치인이 되고, 또 정치인이 어떤 계기로 인해 정치를 나와 방송인의 길을 택하는 최근의 이 일련의 흐름은, 정치와 연예 그 두 분야에 모두 똑같은 대중과 매체가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이렇게 연예인이 정치인이 되고 정치인이 방송인이 되는 행보를 잘못됐다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떤 진정성 없는 선택의 반복은 자칫 방송인으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그 진심을 대중들에게 전하기가 어렵다. 유정현의 방송복귀 앞에 놓여진 벽은 바로 이것이다.

케이블, 종편에서 부활한 강용석, 공영방송에서 추락한 최효종

 

“국회의원 중에서 예능감이 뛰어나신 분 계십니까?” Jtbc <썰전>에서 강용석에게 박지윤이 이렇게 묻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홍준표, 남경필 의원을 꼽고 또 누가 없냐고 묻자, 어딘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진심 없는 리액션을 보이고 있던 강용석은 결국 “강용석이죠 뭐.”하며 자신을 꼽았다. 그러자 김구라는 <썰전> 기사에 달린 강용석에 대한 댓글 이야기를 꺼내며 ‘칭찬 일색’이었다고 증언해주었고, 허지웅은 “‘썰전’이 강변호사한테는 <힐링캠프>”라고 덧붙였다.

 

'썰전'(사진출처:Jtbc)

2년 전 강용석이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으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최효종을 고소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놀라운 변화다. 게다가 강용석은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아나운서들에게 명예훼손으로 피소되기도 했던 인물이 아닌가.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제명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던 강용석은 어떻게 이처럼 화려한 재기를 할 수 있었을까.

 

강용석의 인기비결은 지난 <썰전>의 방송 한 대목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이 날 주제는 지상파 봄 개편이었는데, 강용석은 “지상파 방송이 차별성을 잃었다”고 자못 진지하게 꼬집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공중파에서 섭외 들어오냐?”고 슬쩍 치고 들어오자 강용석은 굳이 부인하지 않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다. “오매불망”이라는 것. 김구라는 “만약 들어오면 어떤 프로를 하고 싶냐”고 되묻는다. 강용석은 냉큼 ‘그것이 알고싶다’를 지목한다. 그러자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윤석이 마지막 일침을 던진다. “사회자로서요? 아니면 소재로서요?”

 

이 짧은 대화 속에는 강용석이 어떻게 방송에 소비되고 있는가가 들어있다. 강용석은 정치인이나 변호사로서의 위치에 걸맞는 진지함을 먼저 보이다가도 김구라가 속내를 건드리면 거침없이 그 속물근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과거나 비호감적 요소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거기에 대한 공격 또한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김구라가 그의 방송 멘토라고 강용석이 얘기했듯이 그의 방송 존재 기반은 초반 김구라가 대중들을 대신해 그를 공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거기서 강용석은 반발이 아니라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꾸준히 보였다는 점이다.

 

이것이 강용석이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정서적인 전략이라면, 그가 정치인으로서 변호사로서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은 그의 말에 대중들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정보적인 전략이다. 그의 정보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쾌감을 선사한다. 국회의원이 어느 사우나를 가고 술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하는 점은 대중들에게는 흥미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즉 강용석에게는 김구라라는 천군만마의 지원자가 있는데다, 정서적인 전략과 자신만의 특별한 정보를 자원으로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Jtbc나 tvN 같은 지상파 바깥의 매체가 갖는 비주류적인 방송의 특징은 때론 자극적이고 거침없는 그의 이야기에 멍석을 확실히 깔아주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것은 강용석의 고소로 한 때 주가가 100배 이상 올랐다(최효종 스스로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고 했던 최효종은 어째서 현재 그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까. 최효종은 현재 <개그콘서트>에서 ‘애니뭘’과 ‘위캔척’ 등에 출연하고 있는데 그 반응은 확실히 예전만 하지는 못하다. ‘위캔척’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 할 수 있는 몇 가지 용어들을 알려주는 코너. 군대에 대해서 ‘꿀 빨았네’나 ‘치약미싱’ 같은 용어로 아는 척을 해보라 권하는 식이다. 최효종이 늘 해왔던 이른바 ‘공감 개그’의 하나지만 과거처럼 세태를 꼬집는 힘은 좀 약한 편이다.

 

강용석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최효종이 점점 주목받지 못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그들이 출연하고 있는 방송사(혹은 프로그램)의 이른바 ‘멍석 차이’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과거 정치인이건 경제인이건 상관없이 던져지는 최효종식의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그콘서트>가 최고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일종의 책임의식은 소재의 제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기검열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런 분위기에서 헝그리한 개그가 나오기는 어렵다.

 

반면 바닥을 친 강용석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케이블과 종편에 출연했다. 그의 이 배수진은 논란이나 자극 자체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케이블과 종편으로서는 오히려 자산이 되는 셈이다. 어쨌든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을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한때 정점을 찍었던 연예인은 여러 환경적 조건에 의해 평범해진 반면, 그 연예인을 고소함으로써 국민적 비호감이 되었던 정치인은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효종이 정치적인 이미지로 자꾸 포장되는 것과 달리, 강용석은 연예인의 이미지로 포장된다. 어쩌면 바로 이 점이 두 사람의 길을 갈랐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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