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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수미네 반찬’ 여경래, 편안한 웃음과 요리만으로 충분하다예능 프로그램인데 예능의 역할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묵묵히 김수미의 레시피를 특유의 손에 익은 솜씨로 척척 해나가고, 김수미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며 맛있는 그 이유를 살짝 설명하는 정도가 그가 하는 역할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tvN 예능 의 여경래 셰프를 보면 꼭 웃기지 않아도 프로그램에 자신만의 색채를 더하는 그의 존재감이 새삼 느껴진다.의 출연자들은 요리를 중심으로 캐스팅되어 있지만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그 중심에 선 김수미 자체가 그렇다. 그는 특유의 독한 직설이 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엄마들의 캐릭터들이 그러하듯이 거친 삶 속에서도 자식들 건사하기 위해 해온 ..
‘이타카’, 왜 하현우여야 했는지 알겠네도대체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매력들이 나오는 걸까. 시청률은 낮아도 tvN 주말예능 은 거기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재미가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국카스텐의 메인보컬이자, 우리에게는 의 ‘음악대장’으로 잘 알려진 하현우가 있다. 어딘지 센 이미지를 보이지만 하는 말 하나하나는 그 이미지를 깨는 허당기와 모지리의 모습이다. 여행경비를 맡고 있는 총무지만, 어딘지 돈 계산이 서툴러 보인다. 너덜너덜해진 돈 봉투를 보고 “어떻게 갖고 다니면 이렇게 되냐”고 윤도현이 묻는 장면에서 빵 터지고, 깔끔한 듯 물수건으로 닦지만 “그러면 뭐 하냐”며 바로 코를 후빈다는 이홍기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윤도현은 그래서 하현우를 ‘모지리’라고 부르고, 이홍기는 ..
음악보다 SNS에 더 최적화된 ‘이타카로 가는 길’tvN 주말예능 은 시작 전부터 JTBC 과 비교됐다. 가수가 등장하고 여행을 떠나며 그 현지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두고 보면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은 그 프로그램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음악 자체보다는 SNS에 더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이 끝나고 나면 거기 등장했던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SNS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1건 당 1원으로 쳐서 경비를 지급한다는 콘셉트는 의외의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해외로 떠나기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타..
‘풀뜯소’ 16살 농부 한태웅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건농촌은 꽤 오래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였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됐던 SBS 는 시골에 내려가 그 곳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벌이는 즐거운 한 때를 보여준 바 있고, MBC 은 농사를 도전미션으로 삼아 1년 간의 장기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또 KBS 는 예능 사상 처음으로 농촌 정착형 예능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tvN 가 농촌생활의 일부를 소재로 삼은 바 있다. 그래서 tvN이 새로 선보인 가 농촌을 소재로 한다는 것이 그리 특별하게 다가올 수는 없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어딘가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은 한태웅이라는 이제 16살 농부가 그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미 농사경력 8년차인 한태웅은 경기도 안..
어째서 우리는 헨리를 예능으로만 소비했던가어째서 우리는 이제야 헨리의 이런 음악적 진가를 발견하게 된 걸까. JTBC 는 헨리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넘치는 음악적 재능을 가감 없이 드러내줬다. 그간 우리가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미 포르투갈의 어느 뮤직 카페에서 합주를 제안한 외국 밴드와 바이올린으로 멋진 즉흥연주를 보여줬을 때부터 어딘가 남다른 천재뮤지션의 예감을 갖게 했던 헨리였다. 워낙 아이처럼 엉뚱하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아이 같은 모습이어서 우리가 잘 몰랐던 헨리의 진가. 하지만 그는 버스킹, 특히 즉흥연주를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포르투갈을 떠나기 전 어느 전망대에서 외국인 커플에게 다가가 ‘I’..
‘식량일기’, 농사의 과정을 보여주는 의미는 충분하지만tvN 새 예능프로그램 가 첫 회에 주로 화제가 된 건, 과연 직접 알에서부터 부화시켜 키운 닭을 과연 잡아먹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즉 출연자들이 처음 상견례(?)를 할 때 사온 닭과 식재료들로 닭볶음탕을 해먹었을 때는 그토록 맛있기만 했던 그 음식을, 이제 그 재료들까지 직접 생산해 만들어먹어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지자 과연 키운 닭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딜레마가 생겼던 것. 이는 닭을 식량으로 보느냐 아니면 관계를 맺은 하나의 생명으로 보느냐의 차이였다. 내가 직접 키우지 않고 누군가 잡은 닭은 아무런 감정 교환이 없었다는 점에서 식량으로 볼 수 있지만, 알이 부화되어 나온 병아리들을 손수 키우며 그 과정을 들여다본 이들은 쉽게 그 닭을 식..
‘범인은 바로 너’, 스포일러를 걱정해야 하는 예능이라니드디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가 그 1,2회를 공개했다. 10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이고 그래서 여타의 넷플릭스 콘텐츠들이 그러하듯이 한 시즌인 10부를 전부 하루에 공개할 걸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2회만이 공개됐다. 제작진 측에 따르면 이렇게 매주 2회씩 5주 간에 걸쳐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어째서 넷플릭스 콘텐츠들과 다른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인가가 궁금했다. 제작진은 그것이 ‘스포일러’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10부작을 한꺼번에 올리게 되면 뒷부분에 가서 등장하는 추리의 반전 요소들이 스포일러로 맥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일러’라니.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회까지 들여다..
지적인 재미 더한 예능, 낯설지만 시도는 긍정적예능의 끝은 다큐라고 했던가. 최근 tvN의 예능 행보가 흥미롭다. 사실상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외피를 쓰고 등장하고 있어서다.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 이 그렇고, 월요일 밤에 새로 들어선 가 그렇다. 은 제목처럼 숲 속에 덩그러니 지어진 작은 집에서 일련의 ‘행복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소확행’이니 ‘미니멀 라이프’, ‘오프 그리드’ 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소재로 끌어와 ‘실험의 형식’으로 담았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고 아예 제작진이 못 박은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한 형식과 내용을 갖고 있다. 그나마 예능적인 면을 찾자면 박신혜나 소지섭이 이 행복실험의 피실험자로 들어왔다..